Creator’s Room: 아티스트 김참새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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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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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김참새입니다. 참새는 친동생이 오래전에 지어준 예명이에요.

프랑스 낭시에 있는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입시 미술 방식이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동네 화실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전시한 화가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시며 ‘어쩌면 외국에 있는 학교가 너와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조언해 주셨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프랑스로 향했고, 리옹에서 언어를 배운 후 낭시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게 됐어요.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무척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프랑스와 지금을 비교할 때 그림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반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제 그림은 자신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제가 보고, 느끼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아요. 성장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뀌니까, 그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작업할 때 평소 쓰지 않던 색에 갑자기 도전하기도 하고, 관심 없던 걸 그려 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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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작업 중 김참새를 대표하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작품보다는 전시와 프로젝트 기준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2021년에 파주에서 열었던 ‘변수’라는 뜻의 전시 «Variable»은 언젠가 페인팅이 아닌 설치 작업만으로 개인전을 꼭 해보고 싶었던 오랜 꿈을 이룬 좋은 기회라서 기억에 남아요. 2022년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치룬 «Collision : Anxiety»는 지금까지의 개인전 중 가장 큰 규모였는데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Our Labour’와 공간, 설치 작업을 함께 준비했고, 최병석 작가님과의 3D 협업과 전문적인 조향사와의 향기 협업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해봤기에 무척 보람찼습니다. JTBC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 디자인 광고는 ‘다채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페인팅 작업의 움직임이 음악과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결과물을 TV에서 볼 수 있어서 기존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죠. 카카오 이모티콘 프로젝트는 당시 작가가 참여한 이모티콘이 흔하지 않을 때라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라서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카카오톡에서 제 이모티콘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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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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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ision : 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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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ision : Anxiety»

JTBC Brand Design ‘Colors in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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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새 작가가 참여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올해는 작가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올해 초에 단체전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 모든 게 미정이에요.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협업의 결과물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 같고요. 두 권의 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한 권은 그림과 짧은 에세이가 함께 있는 책인데, 제 일상의 순간과 느낌이 담길 예정이에요. 다른 한 권은 여러 필자가 함께하는 책인데, 각자 관심 있는 패션에 대해서 글을 쓰는 콘셉트에요. 저는 수영복을 주제로 쓰고 있어요. 요즘 수영에 푹 빠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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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기동에 자리한 작업실에는 언제부터 머무셨어요?

프랑스에서 귀국한 직후에 구했으니까, 이제 10년 정도 됐어요. 집이 평창동이라서 근처로 작업실을 알아봤는데, 이 동네에 작업실로 사용하기 적당한 공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본 곳이 여기였어요. 지은 지 40년이 넘어서 건물이 낙후되고, 위치도 애매해서, 처음에는 딱히 끌리지 않았는데요. 부동산 소개로 이곳에 들어선 순간, 창문 밖으로 펼쳐진 북한산 뷰에 반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큰 창문이 하나의 아름다운 액자처럼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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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말고도 페인팅만 하는 작업실이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이 작업실은 공간이 좁아서 커다란 사이즈의 페인팅을 하기는 어려워요. 혹시 옆방이 비면 벽을 뚫어서 공간을 넓힐 생각도 했는데 여의찮아서 결국 같은 건물에 페인팅을 위한 작업실을 하나 더 마련했어요. 재료를 보관하거나 작업에 집중하는 곳이라 전혀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웃음) 

작업실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3년 전쯤 화장실 누수가 너무 심해서 전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기존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벽과 바닥 소재를 바꾸면서 필요한 가구를 새롭게 제작했죠. 그림 재료나 벽에 걸린 작품의 컬러가 다채로운 편이라서, 공간에는 색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따뜻하면서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닥이나 가구에 스틸, 대리석보다는 나무를 주로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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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지내는 평범한 일과가 궁금해요.

1년 반 전부터 이른 아침에 수영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됐어요. 수영이 끝나면 보통 작업실로 돌아오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고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꽃을 사요. 꽃을 들고 작업실에 가는 날이면 오전에 무언가 많은 일을 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요. 

오전 일과만으로도 벌써 알찬걸요!

그렇죠? (웃음) 작업실에 도착하면 우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셔요. 요즘 커피를 줄이는 대신 차를 마시려고 노력 중이에요. 보이차부터 작두콩 차, 커피 대체 음료인 ‘오르조Orzo’까지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는데, 아직은 커피를 완벽하게 대신할 존재를 찾지 못했어요. 그 후에는 주로 메일 회신을 하거나, 원고를 써요. 밤에 쓴 원고를 다음날에 보면 어째 부끄러워서, 가장 정신이 또렷한 낮 시간에 쓰려고 노력하죠.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그림 작업을 해요. 작은 그림이더라도 하루에 한 점은 꼭 그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매일 쓰는 일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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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점씩 빼놓지 않고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내 몸과 손이 그림 그리는 걸 잊지 않고 익숙하도록, 근육을 단련시키는 거예요. 새로운 재료를 샀을 때 색깔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리기도 하고요. 크기와 재료, 주제와 상관없이 스케치든, 드로잉이든, 하루에 하나씩 그려요. 나중에 보면 보람차기도 하고, 그 기록이 또 다른 작품의 영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만의 핀터레스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은 날에는 천사 점토로 작은 컵이나 통을 만들고 그 표면에 그리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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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 점’은 주로 어디에 그리나요?

예전에는 오랫동안 몰스킨Moleskine 노트를 썼고요. 양쪽으로 평평하게 펴지는 노트를 무인양품(MUJI)에서 발견한 후로는 11권째 쓰고 있어요. 종이 표면이 매끈매끈해서 오일 파스텔 같은 부드러운 재료가 잘 묻어나는 게 마음에 들어요. 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쓰는 것 같네요. 오랫동안 쓰다 보면 노트 페이지 표면이 빵을 굽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양이 너무 귀여워요.

이런 오랜 습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프랑스에서 첫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이걸 ‘아이디어 노트’라고 칭하면서, 작가의 크고 작은 생각이나 드로잉을 담는 기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약 4~5권의 노트가 있어야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하셨죠. 그때의 시도가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작가로서 꽤 괜찮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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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수영하고, 그림 한 점을 그리는 것처럼 삶의 작은 규칙을 정하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과 일정, 그 사이에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규정을 포함한 루틴이 저를 규칙적으로 살게끔 도와줘요. 자신과의 약속이 없다면 자칫 나태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거든요. 순간순간 지나칠 수 있는 저만의 느낌이나 생각을 기록한다는 측면도 물론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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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궁금해요.

작품에 따라 메인 재료는 다르지만, 두 가지는 항상 사용해요. 먼저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크레타 컬러Creta Colors의 ‘모노리스Monolith’ 9B 연필입니다. 꽤 오랫동안 사용한 도구예요. 천연 흑연에 가까운 연필인데, 가루도 별로 날리지 않아서 지금까지 써 본 9B 연필 중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일반 화방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아마 다른 작가분들도 많이 사용하고 계실 거예요. 이 연필로 기본 스케치를 하거나, 그림 위에 명암을 넣기도 합니다. 마치 또 하나의 물감처럼 폭넓게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대나무 소재의 끝이 뾰족한 촉이에요. 프랑스에서 처음 샀는데 끝에 먹을 찍어서 쓰기도 하고, 크레파스나 물감을 긁을 때도 사용해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용했으니까 10년이 넘었네요. 이 두 가지는 제 작업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도구예요.

유색 재료를 쓸 때 선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대체로 골든Golden이나 리퀴텍스Liquitex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데요.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건 아니라서 다양한 물감을 두루 사용하려고 해요. 브랜드보다는 물감 고유의 색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서요. 동일한 이름의 색이라도 브랜드마다 명도, 채도, 질감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래서 물감을 세트로 사지 않고, 여러 브랜드에서 색깔 별로 구입해요. 특히 대형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작은 사이즈로 먼저 테스트하고, 마음에 들면 큰 통으로 주문하죠. 오일 파스텔은 우드 케이스에 담긴 시넬리에Sennelier 120색 세트를 주로 사용해요. 늘 책상 위에 놓고 자주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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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카트 안에 동양화에 사용하는 물감도 보여요.

작업과는 별개로, 먹이나 동양화 물감의 미감을 좋아해요. 컬러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서양 붓과 동양 붓은 도구 자체의 성질이나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단련을 위해서 사용해 보기도 해요. 여러 재료와 도구를 경험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느낌과 방식을 찾아내는 게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 과정이거든요. 

해외에 가면 그곳의 새로운 재료도 탐색해 보나요?

최근에 도쿄의 한 화방에 갔는데요. ‘이제 웬만한 건 한국에 다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그래도 파리에 가면 종종 디자인이 귀여운 재료를 구입해요. 지오토Giotto의 템페라 물감은 어린이용 케이스가 예쁘고, 소량으로 조금씩 사용할 수 있어서 몇 개씩 트렁크에 넣어 와요. 다른 브랜드의 물감과 비교해 색감이 남다르고, 처음 칠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색이 달라서 좋아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서 외출하기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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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인 마이 백’을 부탁드려요!

요즘 계절에 상관없이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은 크림색 니트 백이에요.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경로와 가방 브랜드는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그 속에 언제든 생각날 때 무언가 메모하고 그릴 수 있도록, 다이어리 겸 드로잉 노트를 두 권 정도 반드시 들고 다녀요. 휴대폰보다 노트에 메모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 일본 브랜드 호보니치 테쵸Hobonich Techo의 노트 겸 다이어리를 즐겨 사용해요. 영문판은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와 협업해서 해당 브랜드의 열쇠 로고 표시가 있어요. 군더더기 없는 페이지 구성과 모던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몇 년 전부터 매해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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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책들이 많이 꽂혀 있네요.

평소에 소설과 에세이를 즐겨 읽어요.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을 좋아하는데요. 장면 묘사와 단어 선택이 특별해요. 읽다 보면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묘사가 생생한 부분이 많죠. 『럭튼 유모의 커튼』은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는데, 분위기가 서늘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 중이에요.

책 앞에는 오래된 카메라가 대여섯 개 놓여 있군요.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좋아해요. 학교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 수업을 듣고 그 매력을 안 뒤부터 많이 찍기 시작했어요. 필름 카메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모았고요. 여행 갈 때도 무조건 카메라를 한 대 들고 가요. 대부분 ‘라이카 Q2’를 선택하는데, 얼마 전 도쿄에도 함께 다녀왔죠. 라이카 Q2는 5년 전에 구입했는데, 조금 무거워도 특유의 풍부한 색감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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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내에 식물도 참 많아요.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작업실이 북향이라 다들 시들어 버렸어요. 결국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는 고사리과 식물만 남았죠. 최고로 강한 식물들만 살아남는 작업실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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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위해서 맞춤 제작한 가구가 있나요?

큰 책상은 새로 제작했어요. 간단한 드로잉을 하거나,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자주 사용하는 재료도 잔뜩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책상이 필요했거든요. 묵직한 편이라 위치를 자주 바꾸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용도 면에서는 대체로 만족해요. 오디오와 향 관련 제품을 놓는 블랙 가구도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따로 제작했습니다. 책장을 겸한 낮은 수납장을 부엌과 책상 사이에 놓으면 파티션처럼 공간을 구분해 주는데요. 그 위에 최근 선물 받은 다양한 물건들을 전시하듯 올려 놓았어요. 이렇게 가지런히 진열해 두니까 눈에 더 잘 띄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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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가구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노만 체르너Norman Cherner가 1958년 디자인한 ‘체르너 체어Cherner Chair’는 1970년대 초 단종된 후 다시 제작됐는데요. 제가 소장한 의자는 1960년~70년대 사이에 제작된 의자예요. 이 의자에는 체르너가 로열티와 크레디트 때문에 어떤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후 결국 승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의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던 터라 공감이 가서 구입하게 됐어요. 다리 부분이 조금 약해져서 앉는 용도보다는 자주 읽는 책을 올려놓는 쪽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책장 앞에 있는 빈티지 벤치는 한스 베그너Hans Wegner의 ‘GE1935’인데요. 오크와 월넛을 조합한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에요. 소파가 너무 크거나 편하면 오랫동안 쉬거나 아예 잠들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어서, 적당한 크기를 찾던 차에 발견했어요. 아르텍의 ‘스툴 60’은 갤러리ERD에서 스툴 60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협업했을 때 작업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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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가구도 몇 점 보여요.

오래전부터 고풍스러운 한국 고가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귀중품을 보관하는 돈궤는 개인적으로 구입했고, 책이나 옷감을 수납하는 반닫이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주웠어요. 특히 이 돈궤는 개다리소반의 다리를 사용한 조합이 독특한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남 거창의 양반집 돈궤가 이런 형태라고 하더군요. 은행이 없던 시절에는 내부에 엽전을 넣어서 보관했다고 해요. 돈궤 위에 올려둔 건 나무로 된 베북이에요. 베를 짤 때 날실의 틈을 오가며 씨실을 풀어주는 용도의 물건인데요. 그 안에 액운을 막아주는 굵은소금과 팥을 담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놓았어요.

고풍스러운 액자도 가구와 잘 어울려요.

함께 놓은 액자는 어머니가 학창 시절, 가정 시간에 직접 자수를 놓은 작품이에요. 외할머니가 마음에 쏙 드셔서 액자로 만들어 주셨다고 들었어요. 지금 봐도 학생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실의 색과 자수의 형태가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딸인 제가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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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음악을 들을 때 예민한 편인가요?

애플 뮤직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서 듣는데요. 힙합부터 최신 가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앰프는 브라운Brown, 스피커는 그룬딕Grundig의 ‘오디오 라마Audiorama’를 사용하는데, 구입할 때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무언가 살 때 특정 브랜드와 디자인을 고집하거나 과도한 퀄리티를 바라기 보단, 단순히 용도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음악을 들을 용도라면 음악만 적당히 잘 들을 수 있으면 돼요. 그래서 쇼핑할 때 길게 고민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결정하죠. 

가구 같은 물건을 쇼핑할 때도 선택이 빠른지 궁금하네요.

가구는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니까, 아무래도 소품보다는 좀 더 고민하게 되죠. 최근에 독립하면서 소파를 샀는데 3개월 정도 고민했어요. 저에게는 정말이지, 매우 힘든 시간이었죠. (웃음) 카레클린트Kaareklint의 블랙 가죽 소파 ‘JC901’로 결정했는데, 다행히 사용할수록 마음에 쏙 들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가 Creator’s Room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이가 자신의 공간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하나 고르면 선물로 드리는 거죠. 혹시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셨나요?

덴마크 브랜드 무토Muuto의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를 선택했어요. 샘 헥트Sam Hecht와 킴 콜린Kim Colin이 디자인한 제품인데요. 다리 달린 디자인과 빈티지한 컬러가 마음에 들었어요. 트레이와 트레이 받침이 분리되어 청소하기 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다가왔고요.

플랫폼 트레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세요?

트레이를 보자마자 책상 위에 놓고 로션과 오일 등 다양한 향과 뷰티 아이템을 모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택배가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정리했어요. 하나의 작은 수납 가구처럼 사용하는 셈이죠.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을 한데 놓으니 그 자체만으로 보람차더라고요. 작업실에 있던 기존 가구와 잘 어울려서,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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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

Artist

김참새(@kimchamsae)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페인터다. 프랑스 낭시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Nancy)에서 아트를 전공했다. 현재 페인팅으로부터 파생한 설치, 영상, 사진,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활발히 작업 중이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Creator’s Room: 종킴디자인스튜디오 김종완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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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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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이끄는 공간 전략 디자이너 김종완입니다.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 분위기까지 컨트롤하는 설계 사무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이라면 그곳의 운영 방식부터 유니폼, 식기, 음악 등 전반적인 공간 디렉팅과 브랜딩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요. 올해로 스튜디오 8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자신의 이름을 스튜디오 이름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프랑스에서 15년을 지냈어요. 학교에 다니고 직장 생활도 했죠.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1년 남짓 근무하다가 퇴사했어요. 그 후 2주 만에 회사를 열었는데요. 당시 사정상 스튜디오 이름을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썼던 제 이름을 사용했어요. 평소에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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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이름 지은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가끔 후회해요. 한 사람의 회사로만 보이는 게 팀원들에게 미안하거든요. 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대표만 돋보이고 주목받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제는 회사를 대표한다는 부담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이제 ‘종킴Jongkim’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Jongkim에서 k가 소문자인 이유랍니다.

대기업에서 나와서 독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디자이너라면 아마 누구나 자기 스튜디오에서 개인의 취향을 담은 디자인을 펼치고 싶을 거예요.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저희 회사 팀장들에게도 빨리 퇴사해서 스튜디오를 오픈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적극 추천 중이죠. (웃음) 물론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성장하려면 그 또한 마땅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가 공간에 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매우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공간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구구절절한 글이나 어려운 철학이 없어도,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 누구나 몸으로 느낄 수 있고, 명쾌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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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 싶은 예시를 몇 가지 들어주시겠어요?

먼저 부산 송정에 있는 ‘더 쿨리스트 호텔The Coolest Hotel’을 소개하고 싶어요. 공간 설계는 대부분 매우 촉박한 스케줄로 진행되는데, 여기는 오랫동안 브랜딩과 프로그램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송정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가 이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생각해서 타깃에 맞게 룸 타입 별로 컬러 포인트를 주고, 스트라이프 패턴 파라솔을 설치한 수영장과 노란색을 강조한 로비 등으로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롯데호텔 서울에 위치한 ‘설화수 스파’는 한국의 오방색을 메인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곳이에요. 포인트 월을 작업할 때 자수 공예가 곽복희 명장님과 협업해 한국 자수의 운치를 보여주려고 했죠. SPC그룹의 도곡동 사옥도 기억에 남는데요.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를 다수가 이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설정해서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한 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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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쿨리스트 호텔 The Coolest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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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쿨리스트 호텔 The Coolest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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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 스파 Sulhwasoo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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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2023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계시나요?

저희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최대 12개인데요. 지금 그만큼의 분량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제 막 시작한 프로젝트는 헬스 브랜드와 관련한 설계예요. 공간은 물론, 현장에서 입는 유니폼, 슬로건까지 전체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주려고 기획 중이죠.

스튜디오의 모든 구성원이 항상 바쁘고 쉴 틈이 없겠어요.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그래서 매해 12월에는 3주 동안 휴가 겸 방학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 5년 정도 됐네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디자이너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에는 바쁘고 야근도 하니까 워라밸을 지키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이렇게라도 휴식을 길게 가지면서 시간과 경험을 즐기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저도 그때가 다가오면 클라이언트에게 양해를 구하죠. 해당 기간에는 최대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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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그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거의 대부분 해외로 여행을 떠나요. 그래야 모든 걸 잊고 쉴 수 있으니까요. 겨울이라서 따뜻한 곳을 방문하는 편인데 매년 도시와 휴양지를 교차해서 정해요. 도시를 가면 구경하고 쇼핑할 게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에 한 번은 하와이를 선택해요. 거기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작년에도 하와이에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제 2024년 구정도 지났는데요. 올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종킴디자인스튜디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스튜디오를 시작할 당시에 럭셔리 브랜드 프로젝트를 많이 맡아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프로젝트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작고 유니크한 공간도 충분히 재미있게 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장르나,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의 프로젝트를 새롭게 구축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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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단독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의 사옥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에 머물던 곳도 지금과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있었어요. 지내면 지낼수록 이 동네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지리적인 위치가 좋았어요. 강남과 강북의 중간 지점이라 서울 어디든 30분 안에 오갈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하기도 해서 가까운 곳에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는 아담한 공원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죠. 건물의 기본적인 리모델링은 이미 되어 있는 상태라, 바닥 소재 공사와 엘리베이터 교체 등을 추가적으로 진행했어요.

대표님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머무는 곳이 사옥의 제일 꼭대기 층인데요. 우선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긴 테이블이 있었으면 했어요. 책상과 회의 테이블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절한 길이에 맞춰 테이블을 제작했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들이나 클라이언트와 회의하기에 적당한 크기예요. 책상은 무조건 큼직한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팀원들 책상 역시 최대한 크게 제작하고, 아르테미데Artemide 스탠드도 하나씩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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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내보니 공간의 장단점이 명확할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로 사무실과 연결되는 구조라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요. 이건 단점이죠. 대신 장점으로는 해가 잘 들어오고 통풍이 잘돼요. 맑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처럼 작은 공간이 있더라고요.

이 건물이 박공지붕이라 생긴 공간인데요. 층고가 낮아서 다채롭게 활용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다른 책상, 데이베드, 전동 리클라이너를 놓고 요가 매트를 깔아서 간단한 여유 시간을 보내기 좋도록 꾸며 놓았어요. 가끔 야근이 필요할 때는 잠깐 데이베드에서 잠을 청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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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오전 6시 전후로 기상하는 편이에요. 늦더라도 6시 1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강아지들 아침 산책을 시키고, 스트레칭한 다음에 아침 뉴스를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셔요. 이후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샤워를 마친 다음에는 다이어리에 일과를 정리해 놓죠. 이제 회사로 출근하면 오전 10시 이후부터 10분 간격으로 전화가 와요. 전화 받고 회의하다 하루가 끝나 버리곤 해요. 저녁때가 되어서야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죠. 다이어리에 적었던 일과를 살펴보면서 완료한 일과 내일로 미뤄진 일을 분류해요.

엄청 계획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는 느낌이에요. 주말에도 그런가요?

뭐든지 계획성 있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평일, 주말 관계없이 시간대별로 일정을 나눠서 움직여요. 특히 주말은 빠르게 흘러가니까 반드시 루틴대로 지내려고 노력해요. 토요일은 헤어숍에 갔다가 영어 과외를 받고 회사로 출근해서 평일에 하지 못했던 일을 처리해요. 일요일은 마사지를 받고 박물관에 가죠. 거의 대부분 리움미술관에 들러요. 연간회원권도 있고, 리움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시를 이미 봤더라도 산책 겸 주말 나들이 삼아서 가는 편이에요.

혹시 즐기는 운동이 따로 있으신가요?

요즘은 한남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폼롤러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둘 다 스튜디오와 가까워서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일 거리가 있었으면 금세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골프 브랜드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해서 함께 치자는 권유도 많은데, 골프장이 너무 멀어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 회사와 집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어디예요?

앞서 말한 리움미술관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백화점 식품관 같아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에 가서 일주일 치 식료품과 생필품을 장만하거든요. 결제도 항상 같은 직원분에게 해요. 그게 가장 마음이 편해요.

개인적인 공간인 집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지네요.

제가 선호하는 집은 프랑스 체류 시절이나 지금이나 동일해요. 면적과 상관없이 침실은 작고 드레스룸과 화장실은 커야 해요. 제가 규모가 큰 침실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오롯이 침대만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수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며 놓아요. 화장실과 드레스룸을 연결한 구조를 선호해서 지금 거주하는 집에서도 샤워하고 옷 입는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샤워를 하는 게 모닝 루틴인데요. 그래서 저희 집 화장실에는 커피 머신도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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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집에는 머무는 사람의 철학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과 오랜 세월을 보내며 함께 나이를 드는 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죠. 매력이나 장점이 한눈에 보이기 보다는, 새로운 디테일이 천천히 드러나며 질리지 않는 곳이 정말 좋은 집이라고 믿어요. 어쩌면 모든 공간에 해당하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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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구입할 때 애용하는 브랜드가 정해져 있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브랜드는 디자이너나 트렌드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으니까요. 물건과 관련해서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다양한 아이템을 두루 사용해 보려고 노력해요. 향수도 예전에는 한 가지만 사용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써보고 있죠.

작업할 때 반드시 함께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가죽으로 만든 르메르Lemaire의 시가 케이스요. 저는 필통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생 때 처음 구입했는데, 처음부터 필통으로 쓸 요량이었어요. 이걸 갖고 싶어서 오랫동안 돈을 모았던 기억이 나요. 정말 오래된 아이템인데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 중이에요. 예전에 비행기에 두고 내렸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했는데요. 다시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필통에 꼭 넣고 다니는 아이템은요?

독일제 ‘카웨코Kaweco’ 샤프요. 항상 필통 안에 넣어 놓죠. 무게감과 그립감이 저와 가장 잘 맞아서 오랫동안 이 제품만 쓰고 있어요. 샤프 뒤에 달린 지우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저만의 원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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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안경도 눈에 띄어요.

아, 이건 고등학생 때 샀던 안경인데요. 재료가 백금이라서 꽤 값비쌌던 기억이 나요. 우연히 본 뒤로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몇 년간 용돈을 모아서 결국 구입했어요. 한번 살 때 좋은 걸로 사라는 부모님 말씀을 실천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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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꽤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이네요.

뭐든지 한번 사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어요. 오래 사용한 만큼 애정도 크고요.

자신에게 가장 힘을 주는 도구나 물건은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염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안았는데요. 어머니가 옷에 붙어 있던 먼지를 테이프로 떼어 주셨어요. 그때의 먼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어요. 아버지와의 마지막 스킨십이자 흔적인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새해가 될 때마다 다이어리를 바꾸는데, 그 맨 앞쪽에 늘 넣어 두죠. 그래서인지 다이어리를 펼칠 때마다 아버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가 있을까요?

제가 책을 좋아해요. 종종 서점에 가면 반드시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봐요. 요즘 트렌드나 사람들이 관심 두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인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어린이 그림책이에요. 프랑스에서 구입했는데요. 인체의 여러 부위, 뼈와 근육 등을 멋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해 놓았어요. 가끔 이렇게 디테일이 훌륭한 그림책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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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니 책도 쓰시잖아요. 작년에 『공간 산책』을 출간하셨죠?

2018년 『공간의 기분』을 출간한 지 5년 만에 새로운 책을 낸 셈인데요. 저희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쭉 정리하려다 보니 가장 클래식한 아카이빙 방식이 출판이었어요. 그래서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프로젝트가 두 권의 책에 담기게 됐죠. 스튜디오가 이제 8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 공간 사진을 모은 포토 북을 제작할까,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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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LP 플레이어가 놓여있네요. LP 감상을 좋아하세요?

자주 듣진 않고요. 특별히 LP를 듣고 싶은 날이 있어요. 날씨, 스케줄, 기분이 모두 LP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날이죠. 가지고 있는 LP가 대부분 느리고 구슬픈 분위기라서 마음을 가라앉힐 때 주로 도움을 받아요. 한때 음악을 참 많이 들었는데요. 거의 매 순간 음악을 듣길래 2년 전부터는 뮤직 디톡스처럼 음악을 아예 듣지 않기 시작했어요. 참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죠. 그렇게 오래도록 듣지 않다가 최근 들어 자연스럽게 다시 듣고 있어요. 한 번 호흡을 가다듬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 정도를 잘 조절할 수 있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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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프로젝트에 썼던 소재와 아이템 등을 사옥 복도에 오브제처럼 전시한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틀에 박힌 기성 마감재를 사용할 때마다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최대한 새로운 아티스트나 회사와 협력해 소재를 새롭게 개발하고 테스트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도전을 즐기는 편이에요. 물론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죠. 그래도 매번 새롭게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게 저희 같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성공했던, 혹은 개발에 실패했던 다양한 마감재를 복도에 전시해 놓고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마감재는 첫 번째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타일이에요. 박준우 셰프의 레스토랑에 접목했던 아이템인데요. 도자기 공장을 돌아다니며 프랑스 몰딩 형태의 타일과 한국적인 청색 유약을 바른 도기 타일을 개발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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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 걸린 페인팅은 대표님이 직접 그린 거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시 업무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싶을 때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요. 일과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인물화를 습작처럼 그리는 편이에요. 집에 머물 때 소파나 식탁에서 편하게 그리고, 색깔도 다양하고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시도해 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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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놓인 가구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별다른 기준은 없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했어요. 스펙트럼Spectrum의 ‘페이퍼백 월 시스템Paperback Wallsystem’ 책장은 팀원들이 추천해 줬고요. 스텔라 웍스Stella Works의 ‘SW 데이베드’는 자주 오가는 패브릭 브랜드 쇼룸에서 우연히 주문한 아이템이에요. 제가 사용하는 공간의 디자인이나 물건에 대해서는 정작 그다지 치밀하게 선택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집 인테리어도 제가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스튜디오에 부탁했을 정도죠. 제가 사무실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책상 뒤에 놓인 화이트 수납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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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도 의미 있는 물건들 같아요.

해외에 갔을 때 구입한 기념품이나, 기억하고 싶은 물건을 수납장 안에 넣어 놔요. 맛있는 사탕이 들어있던 틴 케이스부터 가족사진, 프로젝트 때 만들었던 특별한 물건까지 범주가 다양하죠. 수납장이 넘치면 집에 가져다 놓고 다른 물건들로 바꿔 넣어요. 이 수납장이야말로 최근 제가 경험했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 현재의 취향에 들어맞는 것들의 조합인 셈이죠. 여기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오브제에요. 뉴욕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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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 위에 몰스킨 다이어리가 정말 많이 모여있네요.

저는 해가 바뀌면 몰스킨 다이어리를 구입해요. 자세히 보면 다이어리 책등에 연도를 써놨죠. 노트를 펼치면 당시 했던 디자인과 관심사를 알 수 있고, 인상 깊게 봤던 전시나 영화 티켓 등도 다 붙여 놔서 일상을 짐작할 수 있어요. 가끔 옛 다이어리를 둘러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죠. 예전에 제 꿈이 ‘몰스킨을 마음껏 쓰는 사람’이었어요. 학생 때 돈을 모아서 몰스킨 노트를 사면 한 장 한 장이 아쉬워서 아껴 썼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몰스킨 노트를 많이 모았으니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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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다이어리를 특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몰스킨 다이어리를 열면 표지 안쪽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이 노트를 주우면 내게 연락해 줘. 내가 $OOO만큼 보상할게.” 사용자 본인이 빈칸을 채워서 어울리는 금액을 스스로 정하는 거죠. 그 문구를 보면 이 다이어리 속 글과 그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아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다이어리일지 몰라도, 제게는 1년 치 아카이브 그 이상의 존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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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에 대한 꿈은 이뤘고…최근 들어 특별히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궁금하네요.

이제는 사고 싶은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는 사고 싶은 게 참 많았죠. 르메르 시가 케이스처럼 오랫동안 용돈을 모아 구매를 계획한 물건도 있었고요. 요즘은 그런 흥미가 사라진 느낌이에요. 오래전에 구입한 물건들을 여전히 잘 사용하는 덕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용돈을 조금씩 모으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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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의 도움으로 인터뷰에 참여한 분에게 깜짝선물을 드리고 있어요. 작업실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직접 고를 수 있었는데요. 대표님의 픽은 무엇인가요?

가구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의 ‘CH88T’ 의자입니다.

어떤 면이 마음에 드셨나요?

한스 베그너는 평소에도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예요. 그가 1955년 처음 선보인 CH88T 의자가 한스 베그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시 발매됐죠. 등받이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있어서 편안하게 앉을 수 있어요. 좌판과 등받이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것도 특징인데, 저는 블랙 스틸 프레임, 레드브라운 컬러 도장, 비치 우드를 조합한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와인과 브릭의 중간인 듯한 컬러가 마음에 들어서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었네요. 착석감도 좋아서 더욱 마음에 들어요. 이 아이템도 제 다른 소장품처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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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베그너 Hans J. Wegner의 CH88T

Artist

김종완(@jongkim_)은 공간 전략 스튜디오인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수장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디자인 스쿨 에콜 카몽도École Camondo에서 공간 및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간 디자인 회사 ‘주앙 만쿠Jouin Manku’에 대학원생 인턴으로 입사해 5년 후 VIP 클라이언트 전담 디렉터로 퇴사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거쳐 201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공간 전략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독창적인 공간 아이덴티티 정립과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에 핵심을 둔 디자인을 추구한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의 디자인 운영위원, 서울특별시 디자인산업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Gacha! 소금과 다시마 조원현·윤해빛찬이 뽑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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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HA!

흥미로운 인물에게 랜덤 질문을 던집니다.

가챠는 일본말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의 준말입니다. 작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금속음을 말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랜덤하게 캡슐을 뽑는 게임으로 익숙해요. 저희는 이 가챠 시스템을 인터뷰에 적용했어요. 궁금한 질문을 마구 그러모은 후 인터뷰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 대화를 청합니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나겠죠?

비애티튜드의 모험에 올라탄 다섯 번째 주인공은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는 조원현·윤해빛찬 대표입니다. 일본 길거리에서 마주칠법한 이자카야가 우후죽순 생기는 요즘, 한적한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소금과 다시마는 편안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메뉴로 사람들의 감각을 사로잡았어요. 알고 보니 ‘시오라멘’으로 이름을 알린 ‘담택’의 조원현 대표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한 윤해빛찬 대표가 합심해서 만든 가게라는 사실! 묵묵하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길을 닦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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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해빛찬, 조원현

◑ 요즘 요식업계의 트렌드가 있을까요?

조원현(이하 원현): 이자카야로 특정하자면 간판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까지 일본 길거리에 실제로 있을 법한 가게를 재현한 곳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느낌을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결국 가게에 오시는 손님은 한국 분들이잖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일본 이자카야에서 파는 음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 분들의 입맛을 고려했어요. 그래서 맛을 조정하거나 다른 재료를 넣어보며 개량하는 등 저희만의 색을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가게명 또한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써서 ‘소금과 다시마’라고 짓게 되었어요. 

┗ ‘소금과 다시마’라는 가게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원현: 저는 근방에 ‘담택’이라는 라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담택의 대표 메뉴가 ‘시오라멘’인데요. 여기서 ‘시오(しお)’는 소금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찬이는 이자카야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하면서 다시마를 우린 육수로 내어놓은 오뎅으로 인기를 얻었거든요. 각자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가게를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소금과 다시마를 따서 가게명을 ‘소금과 다시마’라고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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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는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윤해빛찬(이하 찬): 가게 콘셉트와 이름을 먼저 정하고 메뉴를 구상했어요. 그래서 가게명에 등장하는 소금과 다시마를 어필하는 메뉴를 기획했죠.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시오콘부 파스타’는 이름처럼 ‘시오(しお, 소금)’와 ‘콘부(こんぶ,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예요. 소금에 절인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올린 덕에 소금과 다시마 본연의 맛과 향긋한 표고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현재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한 지 1년 정도 됐는데요. 소금과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테스트하면서 이제 딱 알짜배기 메뉴만 남은 것 같아요. 

┗ 손님들로부터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를 꼽아주세요.

찬: 앞서 말씀드린 시오콘부 파스타를 많이 찾으세요.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오픈하니까, 일찍 오시는 분들은 허기를 달랠 겸 드시는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는 ‘시오 가라아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아, 마 튀김도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잘 팔지 않는 메뉴라서요.

원현: 겨울에는 한정 메뉴인 ‘오뎅 모리아와세’도 인기가 많아요. 다른 메뉴도 그렇지만, 오뎅은 찬이가 육수를 내는 것부터 재료 손질까지 정성을 담아 준비하고 있어요. 맛은 정말 보장하니까 한 번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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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두루뭉술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좋은 식당’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기본을 지키는 가게가 좋은 가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오뎅을 예로 들자면, 저희는 오뎅 메뉴를 내어놓는 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소요됩니다. 구성은 다른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찬이가 매일 영업 시작 전에 2~3시간 먼저 나와서 재료 손질을 해요. ‘스지(すじ, 소 힘줄)’의 기름기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메뉴에 들어가는 6~7가지 재료를 꼼꼼하게 정리합니다. 냄새 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오뎅 국물에 넣어버리면, 모든 재료에 불쾌한 맛이 더해져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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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재고 관리도 기본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당일 아침에 받은 재료는 당일에 소진할 수 있도록 업체에 주문하는 편이에요. 특히 채소는 하루 이틀만 냉장고에 둬도 신선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재고관리뿐 아니라 매장 청소 등 기본 사항만 잘 지키면 오래가는 가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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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만 원이 넘지 않는 메뉴로 구성한 점도 의외였어요.

원현: 편의점 같은 가게가 되고 싶었어요. 혼자 와도 부담 없이 드시고 가는 곳이기를 바랐죠. 그래서 가게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편안하게 꾸몄어요. 제 아내인 윤아가 집에 있는 소품을 다 가져왔죠. 지금 가게 한쪽 벽에 걸린 카펫은 실제로 저희 집을 장식하던 카펫이에요. 그 옆에 걸린 옷도 제가 입던 옷이고, 옷걸이에 제 모자도 걸어뒀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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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면 꼭 티가 나던데요. 소금과 다시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신기해요.

김윤아(이하 윤아) : 저희 집을 꾸민다고 생각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에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품을 가게에 들고 왔거든요. 벽에 붙어 있는 잡지들도 저희가 읽고 싶어서 일본에서 사 온 거예요. 내 방에 붙일 포스터를 고민하듯, 가게 벽에 사진을 붙였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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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원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많았죠. 막상 가게를 열고 운영을 해보니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가게 리뷰에 항상 좋은 글만 올라올 수 없잖아요. 담택의 경우 손님들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웨이팅이었어요. 가게 밖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오면, 이미 지친 상태라서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다고 표현하기 쉽지 않죠. 그렇게 좋지 않은 리뷰들이 쌓여가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매장을 넓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은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고민이 쌓일수록 ‘이제 그만 가게를 접어야 하나?’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면서 정신을 많이 붙잡았어요. 찬이와 이런저런 고민을 주고받고,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다시 얻었죠. 그런데 자영업 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언젠가 마주치기 마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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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가게 하시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줄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자주 말씀하세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죠. 매출이 잘 나오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하고,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면 ‘큰일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거든요.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한 채로 살아가게 되죠.

원현: 그래서 늘 새로운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특히 새로움에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모습이 없으면 사람들 기억에서 점점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신메뉴를 꾸준히 개발하고, 소금과 다시마처럼 새로운 콘셉트로 가게를 오픈하는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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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찬이의 강점은 확실하죠. 투박한 얼굴에 비해, 굉장히 섬세합니다. 재고 관리부터 청소까지 꼼꼼히 하면서 매장을 챙기는 친구예요. 누군가는 귀찮다면서 하지 않는 일을 묵묵하게 해나가는 사람이죠. 

찬: 원현이는 브랜딩에 능한 친구예요.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담택을 기획했고, ‘소금과 다시마’라는 이름도 원현이 아이디어였어요.

윤아: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각자의 장점이 확실한 것 같아요. 찬이 오빠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고, 기본에 충실한 맛을 아주 잘 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원현 오빠는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서로 메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가져오는데요. 원현 오빠는 중식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를 일식에 넣거나, 양식 조리법을 일식에 적용하면 어떨지 등의 색다른 제안을 많이 해요. 찬이 오빠는 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이 뚝딱뚝딱 신메뉴를 완성해 내죠. 옆에서 보다 보면 둘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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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생연분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기억하세요? (웃음)

원현: 10년 전쯤인 것 같아요. ‘멘야산다이메’라는, 시대를 풍미했던 라멘집에서 처음 만났어요. 점장으로 있던 중학교 선배가 일을 도와달라고 연락을 주셔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요리를 시작했죠. 그전에는 요리에 흥미가 없었는데, 가게에서 일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어요. 

┗ 이전에는 따로 주방에서 일을 하신 적이 없고요?

원현: 그렇죠.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기름때 묻혀가면서 일을 배웠어요. 

찬: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전에 주방 보조로 잠깐 일하긴 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시작한 건 멘야산다이메부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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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공부가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찬: 주방 분위기가 조금 삭막하기는 했죠. 하하. 

원현: 선배들한테 욕먹어가면서, 바짝 긴장한 채로 배웠어요. 그런데 어차피 잘해도 욕을 먹기 때문에, 크게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자 교자를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부타동이나 돈부리 같은 덮밥을 만들며 요리를 배워갔어요. 그렇게 반년이 지나서야 라멘을 만들 수 있었죠. 

┗ 멘야산다이메에서 일을 배우시고는, 바로 담택을 준비하셨던 건가요?

원현: 멘야산다이메를 그만두고 바질라멘으로 유명한 합정의 ‘잇텐고’에서 일했어요. 여기서 요리뿐만 아니라 가게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인테리어를 갖추는 것도 가게 운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게 두 가게에서 배운 점을 바탕으로 2018년 겨울, 윤아와 함께 담택을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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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저는 멘야산다이메에서 일하다가, 일본으로 훌쩍 떠났어요. 가게에 일본인 친구가 많아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낮에는 일본어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요. 주방에서 다시 설거지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일을 배우면서 요리 공부를 했죠.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잇텐고에서 원현이와 해후해 함께 일하다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열겠다는, 어떻게 보면 잘못된 선택을 했죠. (웃음) 서교동에 오픈할 때가 2021년이었는데, 팬데믹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어려운 시기를 버티다가 결국 가게를 접고, 팬데믹이 조금씩 사그라져 갈 때쯤 원현이와 함께 소금과 다시마를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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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이 동업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찬: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좋았어요. 원현이가 아이디어로 가득한 친구라서, 메뉴 기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메뉴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원현: 업계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기업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소금과 다시마처럼 콘셉트가 확실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 사업도 하고 싶다는 계획을 함께 구상했죠. 현재는 소금과 다시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함께할 팀을 모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근처에 바(bar) 겸 카페 ‘선플라워’를 오픈한 것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저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까닭이었죠.

┗ 담택, 쿠시야키바 윤해빚찬, 소금과 다시마, 선플라워까지 모두 서교동에서 시작했어요. 이 동네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으신 것 같아요.

찬: 제가 여기에서 꽤 오래 살았어요. 10년이 넘었답니다. 근처 망원동과 홍대에 비해 한적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동네 주민들이 많아서 좋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살다 보니까 서교동에 가게를 내는 데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서교동을 주로 찾는지,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연령대가 많은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어요. 홍대 앞, 합정동, 망원동을 자주 거닐면서 어떤 가게가 잘 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죠.

원현: 만일 회사를 세운다면, 이름에 꼭 ‘서교’를 넣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강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 만나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역이 멘야산다이메가 자리했던 서교동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중에는 서교동을 저희 가게로 꽉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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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손님들이 소금과 다시마를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공통적인 정서가 느껴지시나요?

찬: 일본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찾으시는 것 같아요. 요새 느끼기엔 손님 중 여성분들의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요. 특히 혼술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윤아 씨가 관리한 덕분 아닐까요? (웃음) 

┗ 인스타그램에서 가게 홍보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윤아: 가게 정보만 단순히 전달하는 편은 아니에요. 직원들과 함께한 술자리 사진, 여행에서 찍은 원현 오빠와 찬이 오빠의 사진을 올리기도 해요. 기업이나 큰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라, 지인의 계정, 혹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계정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덕분에 손님들도 마치 아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 지금 가게 안을 쓱 둘러보니, 메뉴판부터 인테리어까지 자연스러운 손때가 묻은 느낌이라 더욱 친구 집 같은 기분이 들어요.

윤아: 저희 메뉴판도 사실 제가 아이패드로 그렸어요. 집에 프린터랑 코팅기가 있어서 손수 제작했답니다. (웃음) 코스터와 의자 등받이 커버도 제가 직접 뜨개질했고요. 가게 벽에 걸린 카펫, 원현 오빠의 재킷, 화장실 문 앞에 붙인 잡지, 일본 아리타에서 사 온 잔과 그릇, 그리고 태블릿으로 직접 그린 메뉴판과 로고까지 모두 저희 손때가 묻어 있죠.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으로 가게 홍보를 할 때, 저희 집에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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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으세요?

찬: 혼자 오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니까 아무래도 한마디라도 더 안부를 묻게 되더라고요. 물론 손님과의 대화는 제가 봐도 아직 어설픈데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오히려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배우 안재홍 씨를 꼽지 않을 수 없네요. 재홍이 형이 가게 근처에 살아서 자주 오시거든요.

원현: 저는 식사를 다 하신 후 계산하고 나가시면서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한 마디 남겨주시는 분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사실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없던 힘도 생기더라고요. (웃음) 

┗ 요새는 손님과 가게 주인과의 접점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아요.

원현: 가게 문 옆에 키오스크를 둬서, 주문도 키오스크가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아예 선불 결제 시스템까지 구비한 곳도 많죠. 가게 운영 면에서는 직원이 직접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아오는 것보다 훨씬 편할 거예요. 주문 실수가 생길 일도 없고,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이 조금 삭막해 보이더라고요. 특히나 소금과 다시마처럼, 공장화가 되지 않은 로컬 음식점이라면 기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좋은 것 같아요. 가게와 손님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을 해줬네요, 원현이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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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기고 싶은 물건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원현: 저는 주짓수 도복, 레슬링화, 그리고 러닝화는 꼭 챙기고 싶어요.

윤아: 요리랑 너무 동떨어진 것들 아닌가요? (웃음)

원현: 여행은 쉬러 가는 거니까요. 하하. 특히 세 가지 중에도 주짓수 도복은 꼭 챙기고 싶어요. 지난번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혼자 주짓수 도장에 들렀는데요. 한국에서 할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 있더라고요. 세계 어디에든 주짓수 도장은 있으니까 배낭에 도복을 꼭 챙겨서 다양한 나라의 도장에 방문해 보고 싶어요. 

┗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원현: 자주 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지더라고요.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끊어서 다니고 있죠. 그런데 사실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침대에 누워서 소셜미디어를 둘러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거예요. (웃음)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요. 요즘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보고 있어요. 생크림 가득 담긴 빵을 베어 물며 좋아하는 드라마와 옛날 예능을 보는 일이 가장 큰 힐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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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대표님에게는 여행 갈 때 꼭 챙기고 싶은 물건이 무엇일까요?

찬: 저는 간단하게 다니는 편이라서요. 핸드폰과 충전기만 있으면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꼭 챙기는 물건이라면… 칫솔? 제가 양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교정을 했을 때부터 사용하는 모델이 있는데, 제 잇몸에 딱 맞고 솔이 부드러워서 늘 들고 다녀요. (웃음) 

원현: 저는 또 하나 생각났는데, 몽블랑 펜하고 노트를 꼭 들고 다닙니다. 

찬: 갑자기 지어낸 거 아냐? (웃음)

원현: 올해부터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려고 마음먹는 중이거든요. (웃음) 핸드폰 메모 앱보다 노트를 펼쳐서 볼펜으로 메모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장모님께서 비싼 몽블랑 펜을 사주셨기도 하고요. 일본에 가면 커피숍에 앉아 사업 구상을 하거나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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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면, 세 분이 일본에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

윤아: 담택과 소금과 다시마에서 일하셨던 분 중에서 일본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직원들의 얼굴도 볼 겸 일본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8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도 있고, 일본 집에 놀러 갈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쌓은 친구들도 많죠.

┗ 요즘 일본으로 여행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음식이 있을까요?

원현: 저는 후쿠오카 옆에 ‘우레시노(嬉野)’라는 동네를 추천하고 싶어요. 온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우레시노는 ‘미인 온천’으로 유명해요. 물이 엄청 미끌미끌해서, 온천에 들어가면 온몸에 오일을 바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레시노에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니까 전철 도시락인 ‘에키벤(駅弁)’을 드시고, 근처에 ‘사가(佐賀)’라는 큰 도시에서 지역 특산물인 소고기를 드신 다음에, 우레시노에 들러 온천을 즐기고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면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윤아: 저는 원현 오빠가 말한 곳 중 사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사가에 가면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아리타(有田)’에 꼭 들르는데요. 상품화에 실패한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요. 보통 유약이 잘 발리지 않아 못생긴 모양으로 완성되거나, 색깔이 정갈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그릇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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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두 대표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원현: 아마 저희 둘이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새로 구상하는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설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편하게 일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거든요. 라멘을 주메뉴로 하되, 편하게 소주 한잔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두고 먹는 것처럼요. 아까 말씀드렸던 몽블랑 볼펜으로, 열심히 가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웃음)

찬: 저도 새로 구상 중인 가게가 제일 설레요. 그다음으로는, 조금 개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최근 이성을 소개받았는데요. 그분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순간이 늘 설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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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조원현과 윤해빛찬은 오랜 시간 돈독히 쌓은 외식업 우정으로 일본식 주점 ‘소금과 다시마’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목표로 다양한 매장을 기획 중이며, 오래가는 단단한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Editor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을 업으로 삼은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Creator’s Room: MHTL 맛깔손·박럭키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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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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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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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럭키, 맛깔손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맛깔손, 박럭키입니다. 현재 네 명의 팀원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MHTL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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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정민, 김신아, 유혜린, 맛깔손, 박럭키, 박산하

MHTL의 시작이 궁금해요. 두 분이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맛깔손: 저희가 처음 만난 건 2018년 초였어요. 제가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던 차였는데요. ‘두 사람이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우연히 럭키를 소개받았어요. 당시 럭키는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이었고, 제가 혼자 끌어가던 작업을 럭키와 나누어서 함께하기 시작했죠.

실제로도 서로 잘 맞았나요?

맛깔손: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정도의 운명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웃음) 첫인상과 성격이 마음에 들었어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박럭키: 저희는 지금까지 큰 소리 내면서 다퉈본 적이 없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별로 없었고요. 싫어하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둘 다 비슷해서 신기할 정도예요.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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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모두 본명이 아니라 활동명을 사용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맛깔손: 저는 2017년 당시 이태원에 개인 작업실이 있었는데요. 근처에 있던 음식점 이름이 바로 ‘맛깔손’이었어요. 실제 매일 그 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었고요. 그러다가 어떤 프로젝트를 마치고 크레딧에 이름을 표기해야 했는데, 마침 그때 눈에 들어온 이름이 나무젓가락에 적혀 있던 맛깔손이었죠. (웃음) 누군가가 처음 들었을 때 성별이나 취향이 좀처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박럭키: 저도 크레딧 표기 때문에 활동명을 정했어요. 맛깔손과 함께 책을 작업했는데 크레딧에 이름을 적어야 했거든요. 맛깔손을 만나서 이렇게 작업을 시작했다는 상황이 기분 좋았고, 앞으로도 행운이 더 많이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럭키’라는 이름을 사용했어요. 우연이겠지만, 그때부터 이름처럼 좋은 일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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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MHTL 스타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작을 뽑아본다면요?

근래 작업 위주로 골라볼게요. 카테고리는 K팝, 영화, F&B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K팝의 경우, ‘KCON 2023’은 저희가 처음으로 콘셉트 기획 파트에도 참여했는데요. 콘셉트에 맞는 시각 언어를 새롭게 만들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KCON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더불어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BTS의 기념행사 ‘BTS PRESENT EVERYWHERE’ 키 비주얼과 전체 영상 아트 디렉션을 맡았는데요. 글로벌 팬들이 참여하는 도시의 큰 행사라서 현장에서도 생동감이 넘쳤고, 온라인에서도 여러 국가에 알려져서 뿌듯했어요. 영화의 경우, 작년과 올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 작업을 했는데요. 영화제와 저희가 만든 그래픽이 전주라는 도시를 가득 채우는 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아가씨›의 사진집은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작업이에요. 전체 페이지네이션부터 사진 색 보정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과정을 거쳐 완료했기에 기억에 오래 남네요. 마지막으로 F&B는 새로운 약과 디저트 브랜드 ‘생과방SAINT GOUT de PAIN’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이에요. 맛과 테마에 맞게 한국 전통 문양을 공부해서 심볼과 패턴을 새롭게 제작했는데요. 최근 도전한 작업 중 의외의 재미를 준 결과물이었어요.

‘KCON 2023’을 위한 디자인 작업.

BTS

‘BTS PRESENT EVERYWHERE’을 위한 디자인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