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cha! 소금과 다시마 조원현·윤해빛찬이 뽑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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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HA!

흥미로운 인물에게 랜덤 질문을 던집니다.

가챠는 일본말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의 준말입니다. 작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금속음을 말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랜덤하게 캡슐을 뽑는 게임으로 익숙해요. 저희는 이 가챠 시스템을 인터뷰에 적용했어요. 궁금한 질문을 마구 그러모은 후 인터뷰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 대화를 청합니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나겠죠?

비애티튜드의 모험에 올라탄 다섯 번째 주인공은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는 조원현·윤해빛찬 대표입니다. 일본 길거리에서 마주칠법한 이자카야가 우후죽순 생기는 요즘, 한적한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소금과 다시마는 편안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메뉴로 사람들의 감각을 사로잡았어요. 알고 보니 ‘시오라멘’으로 이름을 알린 ‘담택’의 조원현 대표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한 윤해빛찬 대표가 합심해서 만든 가게라는 사실! 묵묵하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길을 닦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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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해빛찬, 조원현

◑ 요즘 요식업계의 트렌드가 있을까요?

조원현(이하 원현): 이자카야로 특정하자면 간판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까지 일본 길거리에 실제로 있을 법한 가게를 재현한 곳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느낌을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결국 가게에 오시는 손님은 한국 분들이잖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일본 이자카야에서 파는 음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 분들의 입맛을 고려했어요. 그래서 맛을 조정하거나 다른 재료를 넣어보며 개량하는 등 저희만의 색을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가게명 또한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써서 ‘소금과 다시마’라고 짓게 되었어요. 

┗ ‘소금과 다시마’라는 가게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원현: 저는 근방에 ‘담택’이라는 라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담택의 대표 메뉴가 ‘시오라멘’인데요. 여기서 ‘시오(しお)’는 소금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찬이는 이자카야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하면서 다시마를 우린 육수로 내어놓은 오뎅으로 인기를 얻었거든요. 각자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가게를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소금과 다시마를 따서 가게명을 ‘소금과 다시마’라고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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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는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윤해빛찬(이하 찬): 가게 콘셉트와 이름을 먼저 정하고 메뉴를 구상했어요. 그래서 가게명에 등장하는 소금과 다시마를 어필하는 메뉴를 기획했죠.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시오콘부 파스타’는 이름처럼 ‘시오(しお, 소금)’와 ‘콘부(こんぶ,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예요. 소금에 절인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올린 덕에 소금과 다시마 본연의 맛과 향긋한 표고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현재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한 지 1년 정도 됐는데요. 소금과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테스트하면서 이제 딱 알짜배기 메뉴만 남은 것 같아요. 

┗ 손님들로부터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를 꼽아주세요.

찬: 앞서 말씀드린 시오콘부 파스타를 많이 찾으세요.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오픈하니까, 일찍 오시는 분들은 허기를 달랠 겸 드시는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는 ‘시오 가라아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아, 마 튀김도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잘 팔지 않는 메뉴라서요.

원현: 겨울에는 한정 메뉴인 ‘오뎅 모리아와세’도 인기가 많아요. 다른 메뉴도 그렇지만, 오뎅은 찬이가 육수를 내는 것부터 재료 손질까지 정성을 담아 준비하고 있어요. 맛은 정말 보장하니까 한 번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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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두루뭉술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좋은 식당’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기본을 지키는 가게가 좋은 가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오뎅을 예로 들자면, 저희는 오뎅 메뉴를 내어놓는 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소요됩니다. 구성은 다른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찬이가 매일 영업 시작 전에 2~3시간 먼저 나와서 재료 손질을 해요. ‘스지(すじ, 소 힘줄)’의 기름기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메뉴에 들어가는 6~7가지 재료를 꼼꼼하게 정리합니다. 냄새 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오뎅 국물에 넣어버리면, 모든 재료에 불쾌한 맛이 더해져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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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재고 관리도 기본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당일 아침에 받은 재료는 당일에 소진할 수 있도록 업체에 주문하는 편이에요. 특히 채소는 하루 이틀만 냉장고에 둬도 신선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재고관리뿐 아니라 매장 청소 등 기본 사항만 잘 지키면 오래가는 가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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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만 원이 넘지 않는 메뉴로 구성한 점도 의외였어요.

원현: 편의점 같은 가게가 되고 싶었어요. 혼자 와도 부담 없이 드시고 가는 곳이기를 바랐죠. 그래서 가게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편안하게 꾸몄어요. 제 아내인 윤아가 집에 있는 소품을 다 가져왔죠. 지금 가게 한쪽 벽에 걸린 카펫은 실제로 저희 집을 장식하던 카펫이에요. 그 옆에 걸린 옷도 제가 입던 옷이고, 옷걸이에 제 모자도 걸어뒀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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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면 꼭 티가 나던데요. 소금과 다시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신기해요.

김윤아(이하 윤아) : 저희 집을 꾸민다고 생각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에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품을 가게에 들고 왔거든요. 벽에 붙어 있는 잡지들도 저희가 읽고 싶어서 일본에서 사 온 거예요. 내 방에 붙일 포스터를 고민하듯, 가게 벽에 사진을 붙였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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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원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많았죠. 막상 가게를 열고 운영을 해보니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가게 리뷰에 항상 좋은 글만 올라올 수 없잖아요. 담택의 경우 손님들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웨이팅이었어요. 가게 밖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오면, 이미 지친 상태라서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다고 표현하기 쉽지 않죠. 그렇게 좋지 않은 리뷰들이 쌓여가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매장을 넓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은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고민이 쌓일수록 ‘이제 그만 가게를 접어야 하나?’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면서 정신을 많이 붙잡았어요. 찬이와 이런저런 고민을 주고받고,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다시 얻었죠. 그런데 자영업 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언젠가 마주치기 마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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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가게 하시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줄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자주 말씀하세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죠. 매출이 잘 나오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하고,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면 ‘큰일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거든요.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한 채로 살아가게 되죠.

원현: 그래서 늘 새로운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특히 새로움에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모습이 없으면 사람들 기억에서 점점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신메뉴를 꾸준히 개발하고, 소금과 다시마처럼 새로운 콘셉트로 가게를 오픈하는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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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찬이의 강점은 확실하죠. 투박한 얼굴에 비해, 굉장히 섬세합니다. 재고 관리부터 청소까지 꼼꼼히 하면서 매장을 챙기는 친구예요. 누군가는 귀찮다면서 하지 않는 일을 묵묵하게 해나가는 사람이죠. 

찬: 원현이는 브랜딩에 능한 친구예요.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담택을 기획했고, ‘소금과 다시마’라는 이름도 원현이 아이디어였어요.

윤아: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각자의 장점이 확실한 것 같아요. 찬이 오빠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고, 기본에 충실한 맛을 아주 잘 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원현 오빠는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서로 메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가져오는데요. 원현 오빠는 중식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를 일식에 넣거나, 양식 조리법을 일식에 적용하면 어떨지 등의 색다른 제안을 많이 해요. 찬이 오빠는 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이 뚝딱뚝딱 신메뉴를 완성해 내죠. 옆에서 보다 보면 둘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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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생연분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기억하세요? (웃음)

원현: 10년 전쯤인 것 같아요. ‘멘야산다이메’라는, 시대를 풍미했던 라멘집에서 처음 만났어요. 점장으로 있던 중학교 선배가 일을 도와달라고 연락을 주셔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요리를 시작했죠. 그전에는 요리에 흥미가 없었는데, 가게에서 일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어요. 

┗ 이전에는 따로 주방에서 일을 하신 적이 없고요?

원현: 그렇죠.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기름때 묻혀가면서 일을 배웠어요. 

찬: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전에 주방 보조로 잠깐 일하긴 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시작한 건 멘야산다이메부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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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공부가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찬: 주방 분위기가 조금 삭막하기는 했죠. 하하. 

원현: 선배들한테 욕먹어가면서, 바짝 긴장한 채로 배웠어요. 그런데 어차피 잘해도 욕을 먹기 때문에, 크게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자 교자를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부타동이나 돈부리 같은 덮밥을 만들며 요리를 배워갔어요. 그렇게 반년이 지나서야 라멘을 만들 수 있었죠. 

┗ 멘야산다이메에서 일을 배우시고는, 바로 담택을 준비하셨던 건가요?

원현: 멘야산다이메를 그만두고 바질라멘으로 유명한 합정의 ‘잇텐고’에서 일했어요. 여기서 요리뿐만 아니라 가게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인테리어를 갖추는 것도 가게 운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게 두 가게에서 배운 점을 바탕으로 2018년 겨울, 윤아와 함께 담택을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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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저는 멘야산다이메에서 일하다가, 일본으로 훌쩍 떠났어요. 가게에 일본인 친구가 많아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낮에는 일본어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요. 주방에서 다시 설거지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일을 배우면서 요리 공부를 했죠.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잇텐고에서 원현이와 해후해 함께 일하다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열겠다는, 어떻게 보면 잘못된 선택을 했죠. (웃음) 서교동에 오픈할 때가 2021년이었는데, 팬데믹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어려운 시기를 버티다가 결국 가게를 접고, 팬데믹이 조금씩 사그라져 갈 때쯤 원현이와 함께 소금과 다시마를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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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이 동업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찬: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좋았어요. 원현이가 아이디어로 가득한 친구라서, 메뉴 기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메뉴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원현: 업계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기업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소금과 다시마처럼 콘셉트가 확실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 사업도 하고 싶다는 계획을 함께 구상했죠. 현재는 소금과 다시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함께할 팀을 모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근처에 바(bar) 겸 카페 ‘선플라워’를 오픈한 것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저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까닭이었죠.

┗ 담택, 쿠시야키바 윤해빚찬, 소금과 다시마, 선플라워까지 모두 서교동에서 시작했어요. 이 동네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으신 것 같아요.

찬: 제가 여기에서 꽤 오래 살았어요. 10년이 넘었답니다. 근처 망원동과 홍대에 비해 한적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동네 주민들이 많아서 좋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살다 보니까 서교동에 가게를 내는 데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서교동을 주로 찾는지,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연령대가 많은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어요. 홍대 앞, 합정동, 망원동을 자주 거닐면서 어떤 가게가 잘 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죠.

원현: 만일 회사를 세운다면, 이름에 꼭 ‘서교’를 넣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강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 만나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역이 멘야산다이메가 자리했던 서교동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중에는 서교동을 저희 가게로 꽉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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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손님들이 소금과 다시마를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공통적인 정서가 느껴지시나요?

찬: 일본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찾으시는 것 같아요. 요새 느끼기엔 손님 중 여성분들의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요. 특히 혼술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윤아 씨가 관리한 덕분 아닐까요? (웃음) 

┗ 인스타그램에서 가게 홍보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윤아: 가게 정보만 단순히 전달하는 편은 아니에요. 직원들과 함께한 술자리 사진, 여행에서 찍은 원현 오빠와 찬이 오빠의 사진을 올리기도 해요. 기업이나 큰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라, 지인의 계정, 혹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계정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덕분에 손님들도 마치 아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 지금 가게 안을 쓱 둘러보니, 메뉴판부터 인테리어까지 자연스러운 손때가 묻은 느낌이라 더욱 친구 집 같은 기분이 들어요.

윤아: 저희 메뉴판도 사실 제가 아이패드로 그렸어요. 집에 프린터랑 코팅기가 있어서 손수 제작했답니다. (웃음) 코스터와 의자 등받이 커버도 제가 직접 뜨개질했고요. 가게 벽에 걸린 카펫, 원현 오빠의 재킷, 화장실 문 앞에 붙인 잡지, 일본 아리타에서 사 온 잔과 그릇, 그리고 태블릿으로 직접 그린 메뉴판과 로고까지 모두 저희 손때가 묻어 있죠.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으로 가게 홍보를 할 때, 저희 집에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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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으세요?

찬: 혼자 오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니까 아무래도 한마디라도 더 안부를 묻게 되더라고요. 물론 손님과의 대화는 제가 봐도 아직 어설픈데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오히려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배우 안재홍 씨를 꼽지 않을 수 없네요. 재홍이 형이 가게 근처에 살아서 자주 오시거든요.

원현: 저는 식사를 다 하신 후 계산하고 나가시면서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한 마디 남겨주시는 분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사실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없던 힘도 생기더라고요. (웃음) 

┗ 요새는 손님과 가게 주인과의 접점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아요.

원현: 가게 문 옆에 키오스크를 둬서, 주문도 키오스크가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아예 선불 결제 시스템까지 구비한 곳도 많죠. 가게 운영 면에서는 직원이 직접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아오는 것보다 훨씬 편할 거예요. 주문 실수가 생길 일도 없고,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이 조금 삭막해 보이더라고요. 특히나 소금과 다시마처럼, 공장화가 되지 않은 로컬 음식점이라면 기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좋은 것 같아요. 가게와 손님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을 해줬네요, 원현이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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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기고 싶은 물건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원현: 저는 주짓수 도복, 레슬링화, 그리고 러닝화는 꼭 챙기고 싶어요.

윤아: 요리랑 너무 동떨어진 것들 아닌가요? (웃음)

원현: 여행은 쉬러 가는 거니까요. 하하. 특히 세 가지 중에도 주짓수 도복은 꼭 챙기고 싶어요. 지난번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혼자 주짓수 도장에 들렀는데요. 한국에서 할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 있더라고요. 세계 어디에든 주짓수 도장은 있으니까 배낭에 도복을 꼭 챙겨서 다양한 나라의 도장에 방문해 보고 싶어요. 

┗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원현: 자주 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지더라고요.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끊어서 다니고 있죠. 그런데 사실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침대에 누워서 소셜미디어를 둘러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거예요. (웃음)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요. 요즘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보고 있어요. 생크림 가득 담긴 빵을 베어 물며 좋아하는 드라마와 옛날 예능을 보는 일이 가장 큰 힐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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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대표님에게는 여행 갈 때 꼭 챙기고 싶은 물건이 무엇일까요?

찬: 저는 간단하게 다니는 편이라서요. 핸드폰과 충전기만 있으면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꼭 챙기는 물건이라면… 칫솔? 제가 양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교정을 했을 때부터 사용하는 모델이 있는데, 제 잇몸에 딱 맞고 솔이 부드러워서 늘 들고 다녀요. (웃음) 

원현: 저는 또 하나 생각났는데, 몽블랑 펜하고 노트를 꼭 들고 다닙니다. 

찬: 갑자기 지어낸 거 아냐? (웃음)

원현: 올해부터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려고 마음먹는 중이거든요. (웃음) 핸드폰 메모 앱보다 노트를 펼쳐서 볼펜으로 메모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장모님께서 비싼 몽블랑 펜을 사주셨기도 하고요. 일본에 가면 커피숍에 앉아 사업 구상을 하거나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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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면, 세 분이 일본에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

윤아: 담택과 소금과 다시마에서 일하셨던 분 중에서 일본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직원들의 얼굴도 볼 겸 일본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8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도 있고, 일본 집에 놀러 갈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쌓은 친구들도 많죠.

┗ 요즘 일본으로 여행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음식이 있을까요?

원현: 저는 후쿠오카 옆에 ‘우레시노(嬉野)’라는 동네를 추천하고 싶어요. 온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우레시노는 ‘미인 온천’으로 유명해요. 물이 엄청 미끌미끌해서, 온천에 들어가면 온몸에 오일을 바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레시노에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니까 전철 도시락인 ‘에키벤(駅弁)’을 드시고, 근처에 ‘사가(佐賀)’라는 큰 도시에서 지역 특산물인 소고기를 드신 다음에, 우레시노에 들러 온천을 즐기고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면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윤아: 저는 원현 오빠가 말한 곳 중 사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사가에 가면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아리타(有田)’에 꼭 들르는데요. 상품화에 실패한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요. 보통 유약이 잘 발리지 않아 못생긴 모양으로 완성되거나, 색깔이 정갈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그릇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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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두 대표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원현: 아마 저희 둘이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새로 구상하는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설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편하게 일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거든요. 라멘을 주메뉴로 하되, 편하게 소주 한잔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두고 먹는 것처럼요. 아까 말씀드렸던 몽블랑 볼펜으로, 열심히 가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웃음)

찬: 저도 새로 구상 중인 가게가 제일 설레요. 그다음으로는, 조금 개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최근 이성을 소개받았는데요. 그분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순간이 늘 설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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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조원현과 윤해빛찬은 오랜 시간 돈독히 쌓은 외식업 우정으로 일본식 주점 ‘소금과 다시마’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목표로 다양한 매장을 기획 중이며, 오래가는 단단한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Editor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을 업으로 삼은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Creator’s Room: MHTL 맛깔손·박럭키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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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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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럭키, 맛깔손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맛깔손, 박럭키입니다. 현재 네 명의 팀원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MHTL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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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정민, 김신아, 유혜린, 맛깔손, 박럭키, 박산하

MHTL의 시작이 궁금해요. 두 분이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맛깔손: 저희가 처음 만난 건 2018년 초였어요. 제가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던 차였는데요. ‘두 사람이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우연히 럭키를 소개받았어요. 당시 럭키는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이었고, 제가 혼자 끌어가던 작업을 럭키와 나누어서 함께하기 시작했죠.

실제로도 서로 잘 맞았나요?

맛깔손: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정도의 운명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웃음) 첫인상과 성격이 마음에 들었어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박럭키: 저희는 지금까지 큰 소리 내면서 다퉈본 적이 없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별로 없었고요. 싫어하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둘 다 비슷해서 신기할 정도예요.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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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모두 본명이 아니라 활동명을 사용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맛깔손: 저는 2017년 당시 이태원에 개인 작업실이 있었는데요. 근처에 있던 음식점 이름이 바로 ‘맛깔손’이었어요. 실제 매일 그 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었고요. 그러다가 어떤 프로젝트를 마치고 크레딧에 이름을 표기해야 했는데, 마침 그때 눈에 들어온 이름이 나무젓가락에 적혀 있던 맛깔손이었죠. (웃음) 누군가가 처음 들었을 때 성별이나 취향이 좀처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박럭키: 저도 크레딧 표기 때문에 활동명을 정했어요. 맛깔손과 함께 책을 작업했는데 크레딧에 이름을 적어야 했거든요. 맛깔손을 만나서 이렇게 작업을 시작했다는 상황이 기분 좋았고, 앞으로도 행운이 더 많이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럭키’라는 이름을 사용했어요. 우연이겠지만, 그때부터 이름처럼 좋은 일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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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MHTL 스타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표작을 뽑아본다면요?

근래 작업 위주로 골라볼게요. 카테고리는 K팝, 영화, F&B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K팝의 경우, ‘KCON 2023’은 저희가 처음으로 콘셉트 기획 파트에도 참여했는데요. 콘셉트에 맞는 시각 언어를 새롭게 만들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KCON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더불어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BTS의 기념행사 ‘BTS PRESENT EVERYWHERE’ 키 비주얼과 전체 영상 아트 디렉션을 맡았는데요. 글로벌 팬들이 참여하는 도시의 큰 행사라서 현장에서도 생동감이 넘쳤고, 온라인에서도 여러 국가에 알려져서 뿌듯했어요. 영화의 경우, 작년과 올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 작업을 했는데요. 영화제와 저희가 만든 그래픽이 전주라는 도시를 가득 채우는 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아가씨›의 사진집은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작업이에요. 전체 페이지네이션부터 사진 색 보정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과정을 거쳐 완료했기에 기억에 오래 남네요. 마지막으로 F&B는 새로운 약과 디저트 브랜드 ‘생과방SAINT GOUT de PAIN’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이에요. 맛과 테마에 맞게 한국 전통 문양을 공부해서 심볼과 패턴을 새롭게 제작했는데요. 최근 도전한 작업 중 의외의 재미를 준 결과물이었어요.

‘KCON 2023’을 위한 디자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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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PRESENT EVERYWHERE’을 위한 디자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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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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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그래픽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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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디저트 브랜드 ‘생과방 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작업.

MHTL의 활동 범위는 무척 광범위한데요. 혹 주력 분야가 있을까요?

맛깔손: 아무래도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MHTL의 가장 주된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시 디자인, 공간 기획, 아트 디렉션도 꾸준히 한답니다. 결국 저희 MHTL은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작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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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공식 사진집 『아가씨의 순간들』.

박럭키: 가장 최근에 완성한 작업은 여의도의 명물이 된 더현대 서울의 ‘더 현대 프레젠트’ 매장이에요. 일종의 기념품 편집숍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전체 브랜딩은 물론이고, 더 현대 서울만의 굿즈도 기획 및 개발하고 아이디어까지 제안했어요.

맛깔손: 저희는 공간 작업을 할 때 그래픽을 비롯해 공간의 콘셉트와 그곳에 필요한 영상, 음악, 향기까지 모두 연출하려고 해요. 총체적인 프로덕션이야말로 MHTL의 차별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2023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맛깔손: ‘2023 BTS FESTA’ 작업을 꼽고 싶어요. 올해가 BTS 데뷔 10주년이었는데요. 처음에는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는데, 어쩌다 보니 영상과 아트 디렉션, 웹사이트까지 작업 분야가 매우 넓어졌어요. 실제 페스타 현장에 가보니까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저희가 디자인한 그래픽 앞에서 수많은 인파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박럭키: 저는 MHTL 웹사이트를 정식 오픈하면서 자체적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Sympathy for the Devil’이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악마 캐릭터를 모티프로 티셔츠, 모자, 반다나, 포스터, 믹스테이프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했는데요. 패션과 영상 쪽에서 활동하는 지인들과 협업도 진행했답니다. 저희를 위한 잔치를 벌인 느낌이라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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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무는 연남동 작업실은 언제부터 사용하셨어요?

맛깔손: 1년 정도 작업실 자리를 알아보다가, 창이 크고 공간도 넓은 이곳으로 최종 낙점했어요. 건물 맞은편에 학교가 있는데,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분위기도 좋았고요. 이제 벌써 2년이 지나서 다음 작업실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곳에 가보고 싶기도 해요.

박럭키: 예를 들면, 삼성동이나 역삼동처럼 사람도 많고 늘 북적거리는 오피스 지역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스튜디오 공간만 좋다면 어디든 다 괜찮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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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인테리어는 어떤 스타일을 원하셨나요?

맛깔손: 전체적으로 넓어보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파티션과 벽을 다 허물어 탁 트이게 하고, 천장고가 최대한 높아질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했죠. 전선이 바닥에 흐르지 않도록 천장에 도르래 형식으로 전기 콘센트를 설치했어요. 필요할 때마다 쭉 잡아당겨서 쓰면 되니까 무척 편리해요.

박럭키: 작업실 한쪽에 탕비실을 구축한 것, 그리고 바닥에 푸른빛이 도는 카펫을 깐 점도 마음에 들어요. 이 카펫 소재가 먼지를 잘 흡수하는 편이어서 사용할수록 더욱더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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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작업실을 위해 구입하거나 제작한 가구는 없나요?

맛깔손: 특별히 새로 구입한 건 거의 없어요. 책과 여러 소품을 수납하기 위해서 높이와 크기를 달리해 철제 수납장 몇 개만 제작했어요. 포스트 포에틱스 같은 서점에 가보면 일렬로 놓인 철제 수납장이 있는데요. 거기에 책이 차르륵 꽂힌 모습이 보기 좋았거든요.

박럭키: 2m 폭으로 넓게 맞춘 책상도 마음에 들어요. 여러 가지 책과 물건을 늘어놓아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업무 특성상 오래 앉아서 일해야 하니까 의자는 최대한 편한 걸로 골랐어요.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를 단체로 구입했죠. 책상 위의 스탠드는 이케아 제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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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지났으니, 이곳의 장단점도 명확히 보일 것 같아요.

박럭키: 오픈 스튜디오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시선이 막히는 부분 하나 없이 시원하고 넓어 보이는 건 정말 좋은데, 전화 통화나 회의를 위해 집중할 공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작업실에는 미팅 룸처럼 분리된 공간을 별도로 설치하고 싶어요.

맛깔손: 주변에 주거 공간이 많아서인지 전반적으로 동네 분위기가 따스해요. 하지만 주차장이 좁고 건물 입구가 안쪽에 있어서 초행길인 분들은 쉽게 찾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다음 작업실은 대로변에 있고, 입구가 크고 넓은 건물 위주로 살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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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때 특별히 사용하는 도구가 있을까요?

맛깔손: 보통 그래픽 디자이너는 맥을 사용하잖아요. 저는 특이하게 윈도를 사용해서 작업해요. 첫 회사에서 윈도를 사용한 후로 그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되어 버렸죠. 학교 다닐 때는 맥을 사용했지만 5년간 윈도를 쓰다 보니 다시 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중이에요. 사실 불편한 점이 많아요. 윈도에서 열리지 않는 파일이 많아서 파일 공유도 어렵고, 맥용 PPT인 키노트Keynote도 못 쓰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려고요. (웃음)

두 분이 책상에서 애용하는 도구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맛깔손: 저는 문구류를 정말 사랑해요. 몰스킨Moleskine 같은 브랜드 노트보다는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마음에 드는 노트를 살피며 고르는 편이죠. 한동안은 줄자를 수집해서 여행 갈 때마다 새로운 줄자를 구입하곤 했어요. 요즘은 문득 붓펜이 좋아졌답니다. 여러 브랜드의 붓펜을 구해서 써보다가 아예 서예에 관심이 생겨서 최근에는 서예 학원까지 등록했어요. 옛날만 하더라도 서예 학원이 주변에 정말 많았는데, 이제는 대부분 사라져서 종로 YMCA 근처에서 오래된 서예 학원을 겨우 찾았어요.

박럭키: 저는 사실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하하. PC로 일하고 잠시 쉴 때는 닌텐도로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하죠. 오프라인 도구가 전혀 필요 없는 책상 앞 삶을 꾸려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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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창작과 관련해 영감을 받는 방법도 서로 다를 것 같아요.

맛깔손: 저희 둘 다 책을 많이 참고해요. 해외에 나가면 반드시 서점에 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구입하는 걸 즐기죠. 파이돈Phaidon, 리졸리Rizzoli처럼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도 멋지지만, 소규모 출판사나 개인이 만든 작고 마이너한 책도 좋아해요. 얼마 전 교토에 갔는데요.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매거진을 구입했어요. 도쿄 다이칸야마 T 사이트에 있는 츠타야에서 300권만 한정 판매하는 책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죠. 

박럭키: 온라인 상에서 주로 살지만, 프로젝트를 위한 레퍼런스를 찾을 때는 핀터레스트 같은 온라인 플랫폼보다 다양한 책을 활용하고 있어요.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책보다는 아트, 회화, 건축, 인테리어와 관련한 책을 많이 보는 편이고요. 다른 분야의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더 신선한 영감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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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소유욕이 생기는 도구가 있을까요?

맛깔손: 저는 평소 요리를 즐기고,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 편이에요. 그래서 요리 도구 수집을 좋아하죠. 토마토 마리네이드, 유자청, 크림치즈 같은 걸 대량으로 잔뜩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즐겨요. 요즘은 냄비와 주방용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냄비도 종류가 정말 많더라고요. 좀 더 깊은 공부와 수련을 마친 후 제대로 된 주방 도구를 갖추고 싶어요.

박럭키: 오래전부터 파쇄기를 구입하고 싶었어요. A3 용지까지 가능한 제품은 가격이 꽤 비싸서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종이를 잘 찢어도 왠지 중요한 정보나 작업이 보이는 것 같아서, 성능 좋은 파쇄기로 시원하게 없애 버리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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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둘러보다 LP를 꽂은 수납장에 시선이 멈췄어요.

맛깔손: 스튜디오 COM에서 제작한 가구예요. 이태원 작업실에 있을 때 선물 받았는데요. 그들이 처음으로 연 개인전 «시티 코르타니아City Cortania»를 위해 디자인했던 작업이에요. LP, 책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높이로 구성된 게 특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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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장식장 위에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놓여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가 봐요.

맛깔손: 한동안 LP를 자주 들을 때가 있었어요. 빈티지 LP 플레이어와 더불어 카세트 플레이어도 몇 개 구입했었죠. 레트로 스타일의 귀여운 플레이어는 특히 아끼는 친구예요. 운니동에 있는 ‘레몬 서울’에서 찾아낸 거예요. LP를 열심히 수집하다가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는데요. 그래도 가끔 환기가 필요할 때면 작업실에서 LP를 틀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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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곳곳에 놓인 포스터도 인상적이네요. 모두 MHTL의 작업인가요?

맛깔손: 저희가 디자인한 포스터도 있지만, 전시를 보고 구입하거나 포스터 숍에서 가져온 아이들도 두루 섞여 있어요. 이 중 금색으로 실크스크린한 포스터는 몇 년 전에 을지로에 있는 ‘오큐파이더시티(OQC)’에서 구입한 작업인데요. 저희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물건이죠.

박럭키: 이 포스터 하나만 덩그러니 놓고 저희가 함께 작업을 시작했어요. 스튜디오 이름을 고민하다가 ‘More Heat Than Light’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눈에 딱 들어왔죠. ‘빛보다 더 뜨거운 열’이라는 말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주된 목적뿐 아니라 그 주변을 밝히는 부가적인 것도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치 저희의 성향을 함축한 말로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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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 Lewitt, ‹More Heat Than Light›, 2016 © Kunst Basel

계속 일하다 보면 머리가 아프잖아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나 주말에는 어디를 찾나요?

맛깔손: 집이 광화문 부근이라 집 앞부터 부암동, 청와대까지 걷는 걸 좋아해요. 청와대 앞에는 ‘무궁화동산’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요. 철마다 꽃이 참 아름다워요. 서촌을 산책하는 코스도 좋아하는데, ‘더 프레이즈The Phrase’라는 서점도 자주 가고, 통인시장부터 카페 mk2, 더북소사이어티까지 이어서 걷기도 해요.

박럭키: 이 부분에서는 맛깔손과 완전히 반대에요. 저는 번화한 몰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더현대 서울이나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향해요. 요즘 가장 유행하는 팝업과 사람들의 반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거든요. 교통 체증을 생각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여러 트렌드를 흡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맛깔손: 일할 때는 서로 비슷하지만 일상에서는 저희 둘의 성향이 달라요. 그렇게 반대되는 성정 때문에 서로 더욱 폭넓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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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거리를 서로에게 추천하기도 하나요?

박럭키: 저는 패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맛깔손은 전시, 문화, 예술을 좋아해서 재미있는 이슈가 생기면 서로 알려줘요. 가끔 서로의 취향이 바뀔 때도 있고요. 제가 요즘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만화에 빠졌는데, 등장인물의 의상이나 포즈,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맛깔손: 럭키가 추천해서 가끔 보는데, 만화에 나오는 타이포그래피가 훌륭하더라고요. 제 관심사는 자주 바뀌는 편이에요. 요즘은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가 무척이나 멋지게 다가오고 있어요. 프라다를 성공시킨 후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분위기의 브랜드인 미우미우를 새롭게 전개한 건 생각할 수록 대단해요. 미우미우만의 우아하면서도 기묘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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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크리에이터스룸에 참여한 분에게 선물을 드리고 있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가 준비한 아이템 리스트에서 작업실과 어울리는 물건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요. MHTL은 무엇을 선택하셨나요? 

박럭키: 덴마크 브랜드 슈토프 나겔STOFF Nagel의 ‘BMF 캔들 홀더’입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박럭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한 베르너 슈토프Werner Stoff가 1965년에 디자인한 제품인데요. 모듈식으로 구성되어서 좌우로 움직이거나 블록처럼 쌓아서 원하는 모양으로 조립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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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활용하실 생각인가요?

맛깔손: 저희 작업실에 조명은 많은데, 촛대가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무척 탁월한 선물이었어요. 새로운 형태를 만들 때마다 마치 다른 제품인 것 같아서 무척 흥미로운 아이템이에요. 연말이나 연초에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팀원들과 작은 파티를 열 때 멋진 센터피스가 될 것 같아요.

Artist

MHTL(엠에이치티엘, @mhtl.official)은 서울에 위치한 그래픽 디자인 & 아트 디렉션 스튜디오다. 디자인을 매개로 대중과 교류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고, 퍼트리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 웹 디자인 및 퍼블리싱, 패키지 디자인, 굿즈 디자인, 이벤트/ 행사 디자인, 공간 아트 디렉션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작가, 공간 디자이너, 개발자 등과 컬렉티브 그룹을 형성해 창의적인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 «로피시엘 옴므»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을 업으로 삼은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Gacha! 사운즈굿 김준오·정덕환이 뽑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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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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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HA!

흥미로운 인물에게 랜덤 질문을 던집니다.

가챠는 일본말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의 준말입니다. 작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금속음을 말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랜덤하게 캡슐을 뽑는 게임으로 익숙해요. 저희는 이 가챠 시스템을 인터뷰에 적용했어요. 궁금한 질문을 마구 그러모은 후 인터뷰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 대화를 청합니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나겠죠?

비애티튜드의 모험에 올라탄 네 번째 주인공은 레코드숍 ‘사운즈굿Sounds Good’의 김준오·정덕환 대표입니다. 아직 바이닐이 주목받지 않았던 2017년, 두 사람은 연남동 골목에 조용히 사운즈굿을 열었어요. 이후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바이닐을 선보이며 바이닐 컬렉터 사이에서 이름을 알려갔죠. 또한 음악을 소재로 머천다이즈를 제작하거나, 직접 바이닐을 만들어 매장에서 공연을 여는 등 다채로운 행보를 선보이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는데요. 인터뷰를 통해 바이닐 문화를 대하는 그들의 진심 어린 태도를 느꼈답니다. 랜덤으로 질문하는 예측불허 가챠 대화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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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준오, 정덕환

◑ ‘좋은 음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준오(이하 준오): 명확한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각자가 가진 기준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아요. 출근길 버스를 탔을 때,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의 한 구절이 와닿는다면 그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퇴근길 스트리밍 앱으로 오랜만에 재생한 음악의 멜로디가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면, 그게 좋은 음악이 되겠죠? 특정 장르나, 평론가들이 정해놓은 스타일이 좋은 음악의 기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정덕환(이하 덕환): 저도 준오 형이랑 비슷한 생각이에요. 저는 울림을 주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으로부터 받은 울림은 듣는 이를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든다고 믿어요. 음악뿐 아니라 영화든, 책이든 예술 문화 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 지금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떤 분이 선곡하셨어요?

준오: 오늘은 덕환이가 틀었어요. 

덕환: 그런데 그냥 손에 잡히는 걸 틀어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웃음)

준오: 저렇게 말하지만, 아마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틀었을 거예요. 창문을 통해 해가 들어오는 숍의 풍경과 어울리고, 인터뷰에 방해되지 않는 따뜻하고 잔잔한 음악에 자연스레 손이 갔을 겁니다. 평소에도 그날의 날씨, 그리고 여러 상황적인 요소에 따라 트는 것 같더라고요.

덕환: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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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은 어디서 처음 만나셨어요?

덕환: 한 패션 회사에서 만났어요. 음악, 영화 취향이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죠. 특히 둘 다 재즈를 좋아했어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없어서 정말 반가웠죠.

┗ 재즈의 어떤 면이 매력적이었나요?

덕환: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 기법이 매력적이었어요. 보통 즉흥 연주라고 하죠. 재즈 연주자들은 연주할 때 본인의 느낌에 따라 즉흥적으로 표현하거든요. 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자에 따라 멜로디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이유예요.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그날 연주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음이 미세하게 변하기도 하죠. 가사가 없는 재즈지만, 가사가 있는 곡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음과 음 사이에 녹아있다고 생각해요.

준오: 즉흥성에서 나오는 재즈의 자유로움이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주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죠. 예를 들어 사랑에 관한 곡을 연주할 때, 가사로 규정한 내용이 없으니까 연주자는 곡을 다양하게 해석해 멜로디로 내놓을 수 있어요. 연주자의 해석이 다양한 만큼, 듣는 사람도 더욱더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죠. 가사에서 비롯한 정해진 해석이 있지 않아서 언어와 세대의 장벽을 뛰어넘어 더욱 큰 울림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재즈의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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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을 들어보니 무척 매력적인 장르인데 ‘나는 재즈를 좋아해!’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주변에서 잘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아요.

덕환: 어쩌면 재즈 아티스트, 그리고 재즈 애호가들이 재즈의 정통성에 천착해서 그러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재즈의 고루한 면이 부각된 것 같고요. 그런데 패션이나 영화 등 다른 문화 영역에서는 재즈를 쿨한 문화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에릭 돌피Eric Dolphy처럼 패셔너블한 재즈 연주자도 많았거든요.

준오: 최근 고무적인 사실은 젊은 층에 어필하는 재즈 아티스트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저희가 사운즈굿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만 하더라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즈를 주제로 한 패션 브랜드나 숍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존에 재즈를 다루는 어법과는 다르게 숍을 운영해 보고 싶었죠.

┗ 그래서 두 분이 합심해서, ‘재즈에 대한 사람들의 장벽을 내려보자!’는 결심으로 사운즈굿을 시작하게 되신 거군요.

준오: 사실 사명감 같은 건 없었어요. ‘아니, 재즈가 이렇게 멋있는데 왜 다들 몰라?’라든가, ‘재즈를 안 들으면 너는 음악 모르는 거야!’라는, 어떤 우월감을 가지고 사운즈굿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덕환: 심지어 그런 매력을 애써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좋아하는 재즈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믿음만 가지고 있었죠. 그리고 꼭 저희 숍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경로로든 재즈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둘러볼 수 있는 레코드숍이 있으면 좋잖아요. 물론 저희 숍을 통해 재즈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더욱 좋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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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즈굿에서 출시한 머천다이즈 중 가장 애착 가는 제품을 뽑아보신다면요?

준오: 트럼펫 연주자들의 이름을 활용해 스웨트셔츠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미국 대학교 스웨트셔츠의 디자인을 패러디한 제품인데요.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교에서 제작하는 스웨트셔츠는 대학교를 대표하는 색인 자주빛으로 만들고, 가슴팍에는 아치 형태로 ‘HARVARD’라는 학교 이름을 적어 놨는데요. 저희는 HARVARD라는 단어 대신 ‘HUBBARD’로 바꿨어요. 트럼펫 연주자 프레디 허버드Freddie Hubbard의 성이죠. 위트있는 표현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판매가 꽤 잘됐어요. 판매량을 차치하더라도 해당 제품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구매하신 분 중에 ‘스웨트셔츠를 사고 나서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프레디 허버드라는 아티스트를 모르는 분들도 스웨트셔츠가 예쁘니까 먼저 구입하고 자연스레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재즈를 알려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아 기뻤던 기억이 나요.

덕환: 사실 패션 브랜드에서 재즈를 활용한 사례가 몇 있어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만 하더라도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앨범 ‹A Love Supreme›의 앨범 커버를 활용한 데님 재킷을 출시했거든요. 준오 형이랑 저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앞서 말씀드린 예시처럼 사람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치로 계속 재즈와 관련된 머천다이즈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존 콜트레인 쿼텟The John Coltrane Quartet의 아트워크를 활용한 후드 티가 대표적인데요. 제가 특히 존 콜트레인 쿼텟을 좋아해서 한동안 참 자주 입고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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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기호로 제작한 머천다이즈가 잘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결국 좋아하는 것과 사업적인 것을 선택하는 측면에서 늘 갈등이 있을 것 같아요.

준오: 영원한 딜레마죠. (웃음) 내가 좋아하는 건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지만, 무언가를 판매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잖아요. 저희는 애초 시작이 ‘우리가 좋아하는 걸 소개하고 싶다’였기 때문에 더 자주 딜레마에 빠지곤 했어요. 그래도 2017년 시작해 어느덧 7년 차를 맞이한 입장에서, 잘못된 판단을 통해 많이 배우고 깨달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선택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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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환: 머천다이즈도 있지만, 사운즈굿에서 자체적으로 바이닐을 제작하기도 해요. 아티스트와 소통하면서 어떤 음반을 바이닐로 만들지, 몇 장이나 만들지, 그리고 제작한 바이닐을 어떻게 판매할지 전반적인 과정 모두 저희가 맡아서 진행하는데요. 사업적인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좋지 않은 선택일 거예요. 하지만 아티스트와 커넥션을 유지할 수 있고, 사운즈굿이 재즈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숍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바이닐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또한 저희가 자체 제작한 바이닐은 사운즈굿에서만 판매하니까 희소성 있는 바이닐이라는 이점도 있죠. 바이닐 판매를 기념하며 다양한 활동도 열어볼 수 있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재즈 트리오 ‘윤석철트리오’, 한국적인 삼바를 표방하는 밴드 ‘화분HWABUN’, 피아니스트 임채린과 프로듀서 송영남, 그리고 바밍타이거 소속 이수호의 음반을 바이닐로 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래퍼 넉살과 밴드 까데호의 합작 음반을 바이닐로 제작하고 숍에서 발매 기념 공연까지 진행했답니다. 덕분에 다양한 소비자에게 사운즈굿을 소개할 수 있었어요.

┗ 사운즈굿이 어느덧 7년 차를 맞이하면서, 주변에 나만의 레코드숍을 꿈꾸는 분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실 것 같아요. 지금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분 중에도 분명 레코드숍 창업을 마음에 품은 분이 계실 것 같은데요. 혹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준오: 이건 오프더레코드로 해야 정말 진솔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어느 정도 선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한 가지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만약 레코드숍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레코드숍 사업의 마진 구조 같은 게 눈에 보일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하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할게요. 그런데 레코드숍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사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시다면 말리고 싶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하기에는,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 순수한 마음이라면, 예를 들어 ‘나는 음악이 정말 좋아!’ 같은 마음을 말씀하시는 거죠?

준오: 음악이 정말 좋은데, 돈이 많은 분이라면 레코드숍을 운영하셔도 좋습니다! (웃음) 그런데 레코드숍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분이라면, 결정하기 전에 조금 더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런 분들은 저에게 연락을 따로 주세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덕환: 준오 형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으니, 저는 좀 이상적인 조언을 드리고 싶은데요. (웃음)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벌이면, 인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꼭 레코드숍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사업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군대를 다녀오는 것처럼,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준오: 그리고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종종 레코드숍을 부업으로 하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보기보다 레코드숍을 운영하려면 신경 쓸 일이 정말 많답니다. 일주일만 신경을 안 써도 엄청 티 나요. 저희는 7년 동안 운영하면서 직원을 둔 적이 없어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레코드숍을 운영해 보니 하루 반나절 인수인계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고, 물리적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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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즈굿이 자리 잡은 연남동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나요?

준오: 우선 제일 잘 아는 동네가 연남동이었어요. 사운즈굿을 시작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가 홍대 쪽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사운즈굿을 시작했던 2017년 당시만 해도 연남동이 꽤 한적했어요. 길 건너편 홍대 앞 부근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저희가 사운즈굿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과 분위기가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 연남동의 어떤 부분이 사운즈굿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셨어요?

준오: 레코드숍에서 바이닐을 손으로 하나씩 살펴보고, 턴테이블 바늘을 올려놓고, 헤드폰을 꺼내 들어 음악을 듣는 행위는 동적이지만, 동시에 정적이에요.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와는 정반대죠.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스마트폰 안에서는 몇 초 단위로 영상이나 사진이 다이내믹하게 흘러가잖아요. 하지만 레코드숍에서는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고, 레코드를 듣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돼요. 바이닐을 살펴볼 때도 라벨에 적힌 글을 찬찬히 읽어야 하고, 턴테이블 바늘을 올려놓는 일도 급하지 않게 해야 하죠. 레코드숍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들이 한적한 연남동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 매장은 첫 번째 매장에서 옮겨온 곳이죠?

준오: 맞아요. 이전 매장은 지금 공간 바로 옆 골목에 있었어요. 2층 공간이었는데, 지금의 매장보다 물리적으로 훨씬 작았죠. 그래서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찾아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되었어요.

┗ 이 공간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어요?

준오: 여기는 반지하인데도 해가 아주 잘 들어와요. 벽면의 창문을 통해 햇빛이 내려앉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층고가 높아서 개방감이 느껴지는 공간이라는 점도 좋았고요. 테라스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에서 커피도 파니까, 손님들이 이 공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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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왜 사운즈굿을 찾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덕환: 제일 친절한 레코드숍이라서…? 하하.

준오: 다른 레코드숍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다가오시는 것 같아요. 친절한 방식으로 음악을 소개해 드려서 그런 걸까, 추측해 보는데요. 인스타그램에 날씨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꾸려서 추천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이 선곡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하거든요. 매장에서는 공연을 열기도 하고,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기도 해요. 바이닐을 빼곡히 꽂아둔 도서관처럼 운영하고 싶지 않아서 진행한 일들이 지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매장에 들른 손님 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었나요?

준오: 자주 오시는 분들이 기억에 남죠. 매장에 들어오시면 인사드리면서, “이번에는 어떤 걸 추천해 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요. 어느 순간 그 손님이 매장에 오시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우리에게 더 이상 그분의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가 없나?’ 각종 생각이 들면서 전반적인 숍 운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바이닐을 즐기는 행위가 한 사람의 생활 패턴에 자리 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죠.

┗ ‘바이닐 문화가 붐’이라는 식의 기사가 물밀듯이 쏟아질 때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바이닐을 구입하는 일이 소위 힙하다는 인식도 퍼져나갔고요. ‘바이닐이 트렌디하다’라는 생각에는 어떤 의견을 갖고 계세요?

덕환: 사실 저는 그러한 기사들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바이닐 문화를 즐기는 사람은 비록 소수이긴 해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잖아요. 그런데 바이닐 문화가 조금 주목받았다고, ‘붐’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반갑진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트렌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바이닐 문화에 대한 설명 없이, ‘바이닐이 트렌드입니다’라는 말만 하며 소비를 조장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진 않죠.

준오: 시류 덕분에 사운즈굿이 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2017년만 하더라도 바이닐 문화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진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숍을 시작할 때 ‘느리더라도 제대로 바이닐 문화를 알려보자’라고 생각하며 매장을 운영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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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환: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과 돈을 버는 일은 별개라고 봐요. 바이닐을 유행시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운즈굿만이 가진 개성에 집중하다 보면 사운즈굿의 팬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었어요.

준오: 트렌드에 발맞춰 ‘번쩍’하고 이득을 볼 수 있는 업종이 있죠. 요새 유행하는 탕후루가 대표적이겠네요. ‘바이닐이 트렌드다’라는 기사가 쏟아졌을 때는 바이닐이 마치 탕후루처럼 빠르게 팔려나갔어요. 인기 있는 바이닐은 말도 안 되게 잘 팔리기도 했죠. 숍에 들른 손님들이 뭐든 집어서 구매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저희도 바이닐이 잘 팔리니까 좋았죠. 어떠한 방식이었든 간에, 사람들이 바이닐 문화를 알게 됐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저희가 재즈와 관련된 머천다이즈를 제작해 재즈를 소개하는 방식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판매 그래프가 아주 급격하게 내려가더군요. 바이닐 문화가 인스턴트한 트렌드로 소비되는 모양새에 씁쓸했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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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대표님이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동물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덕환: 저는 고양이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친절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사실 제 마음 깊숙한 곳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웃음) 사람들에게 활발하게 보이려고 노력은 하지만, 독립적인 성향도 갖고 있는 편이에요. 고양이도 겉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까칠한 면이 있잖아요. 고양이랑 닮은 점이 많아서, 아마 고양이로 태어날 것 같네요. 하하.

준오: 글쎄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이번 생에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해보고 싶은데요. 고래로 한번 살아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바다에 살면서 가보지 못한 곳을 둘러보고 싶거든요. 그리고 고래는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잖아요. 빨리 잡아먹히기는 또 싫어서, 고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웃음)

┗ 만약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면, 두 분이 다시 만나 사운즈굿을 오픈하게 되셨을까요? (웃음)

준오: 일단 회사에 계속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운즈굿처럼 레코드숍이 꼭 아니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꾸민 공간을 직접 운영했을 것 같아요. 네다섯 평짜리 작은 공간이라도 제 취향을 보여주는 공간을 열지 않을까 싶네요.

덕환: 저도 준오 형처럼 회사에 다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운즈굿을 열기 전에 여러 회사에서 일해봤는데, 조직 문화를 따르는 게 어렵더라고요. 현실적인 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해 보자면, 아마 제 이름을 건 사업을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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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사운즈굿이 걸어온 길에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일까요?

준오: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어요. 자만은 아니고요. (웃음) 사실 일에 정답이 없잖아요. 오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는 건 늘 힘들고요. 당시에는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지만, 훗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죠. 다만 저희 둘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늘 100점이었다고 생각해요.

┗ 사운즈굿을 통해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준오: 사운즈굿을 운영한 지 올해로 7년 차가 되었는데요. 시간이 지나 손님으로부터 ‘사운즈굿 덕분에 음악 듣는 일이 취미가 되어서, 디제이가 되었어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꼭 디제이가 아니더라도, 사운즈굿 덕분에 음악을 듣는 일이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업적으로도 꼭 성공하고 싶어요. 사운즈굿 같은 류가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줄래요. 

덕환: 레코드숍 말고, 바이닐 문화를 기반으로 삼는 다른 성격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꼭 거금을 들여 바이닐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적은 돈으로 바이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해 봤죠. 예를 들어,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바이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처럼요. 모임에 참석한 분들끼리 취향을 주고받으면서 자기 개성도 발견하고, 자기만의 브랜드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무척 기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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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살아보니, 어떤 걸 가장 조심해야 하던가요?

준오: 부정적인 마음이 피어오르는 걸 경계하려고 해요. 어떤 대상이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데요. 저는 좋은 면을 보고 사는 게 에너지 소비가 훨씬 덜하더라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나 불쾌했던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덕환: 이 시대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짧은 영상들 아닐까요.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짧은 영상들이 깊게 생각하는 능력을 점점 퇴화시키는 것 같아요. 짧은 영상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을 비난하려는 건 전혀 아니고요.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은 조심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준오: 저도 덕환이 말에 공감해요. 최근에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2023)을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상영 시간이 거의 3시간 30분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와, 유튜브 쇼츠를 통해 정보를 얻다 보면 3시간짜리 영화를 가만히 앉아서 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짧고 간편한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적 상황이 바이닐을 듣는 행위에도 영향을 미치겠어요.

준오: 맞아요. ‘바이닐을 듣는 느낌’은 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짧게는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턴테이블 앞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분들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심지어 영화도 유튜브에서 짧게 편집한 영상을 찾아보잖아요. 어떤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얻을지는 본인 자유지만, 선택하기 전에 조금은 깊게 고민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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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가장 ‘청춘’이었다고 느끼는 시절은 언제였나요?

덕환: 저는 지금이 청춘이라고 느껴요. 지금 이 나이에, 좋아하는 걸 생각 없이 하고 있으니까요. (웃음)

준오: 청춘이 한자로 푸를 청(靑), 봄 춘(春) 이잖아요. 한자 뜻처럼 정말 빛나는 단어인데, 저는 ‘청춘’의 시기라 불리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시절에 늘 우울했어요. 무언가 하고 싶은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했거든요. 물론 모든 게 다 가능하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 입시에 가까워질수록 제 앞에 놓인 선택지가 하나둘 사라지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다는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 같아요. 대학교 전공도 취업이 잘 된다는 보건 계열로 선택했고, 병원 실습도 나가면서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했는데요. 열정이 없으니까, 저 스스로를 태우게 되더라고요. 술을 퍼마시고, 몸을 혹사하면서 불규칙하게 생활했어요. 그러다가 끝내, 저는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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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나이가 어느 정도셨어요?

준오: 30대 초반이었죠. 그제야 진지하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고, 지금 공부하는 분야 외에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분야를 생각해 보니 ‘패션’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늘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옷에 엮인 다양한 문화적 이야기를 서칭하고 공부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패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덕환이를 만나게 됐죠.

덕환: 저는 군대에서 제대하고 바로 패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요. 그 회사에 준오 형이 면접을 보러 왔어요. 제가 면접을 진행했는데, 형의 내공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패션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죠. 삶 전반을 대하는 태도도 배울 게 많았어요. 저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좋은데, 준오 형이 딱 그런 사람이어서 친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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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두 대표님은 행복하신가요?

준오: 행복해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동업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죠. 덕환이랑은 취향도 잘 맞아요. 둘 다 축구를 좋아하고, EPL 리그 클럽 아스널Arsenal FC의 팬인 데다, 좋아하는 영화의 결도 비슷하죠.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나 관점이 비슷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을 때도 즐거워요.

덕환: 사업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동업은 특히나 만만치 않잖아요. 동업할 때는 업무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의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준오: 그런데 질문이 굉장히 철학적이네요. (웃음) 다른 인터뷰이 분들도, 이런 질문을 받으시면 바로 질문을 잘하시나요?

┗ 대체로 생각을 많이 하고 답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정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듣고 싶거든요. 그래서 평소 인터뷰에서 다루지 않을 법한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해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명료한 답보다는, 인터뷰이의 다양한 생각이 담긴 답변을 흩뿌려놓고 독자들 스스로 울림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을 찾길 바라는 건데…말하다 보니 재즈와 꽤 닮은 것 같아요. (웃음) 이것도 재즈라고 할 수 있나요?

준오: 그럼요. 제대로 재즈인 걸요. (웃음)

사운즈굿, Soundsgood

Creator

김준오와 정덕환은 레코드 스토어이자 브랜드 ‘사운즈굿SOUNDS GOOD’의 운영자다.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레코드를 소개하고, 음악 문화에서 파생된 콘텐츠로 머천다이즈를 제작하며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Editor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을 업으로 삼은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Gacha! WOOR 유리아·이민지가 뽑은 것

Place

GACHA!

흥미로운 인물에게 랜덤 질문을 던집니다.

가챠는 일본말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의 준말입니다. 작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금속음을 말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랜덤하게 캡슐을 뽑는 게임으로 익숙해요. 저희는 이 가챠 시스템을 인터뷰에 적용했어요. 궁금한 질문을 마구 그러모은 후 인터뷰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 대화를 청합니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나겠죠?

랜덤으로 질문하는 예측불허 인터뷰에 올라탄 세 번째 주인공으로 모자 브랜드 ‘WOOR’을 운영하는 유리아·이민지 대표를 모셨습니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피고 지는 요즘, 두 사람은 처음부터 ‘모자’에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운영해 왔는데요. 여기에 ‘PeeP’이라는 팝업 겸 편집숍까지 연다는 사실은 에디터의 흥미를 더욱 자극했죠. 두 사람이 모자를 만들게 된 계기와 편집숍을 운영하며 겪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왼쪽부터 이민지, 유리아

◑ 서로의 스타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한 가지 꼽아주신다면요?

유리아(이하 리아): 스타일도 그렇지만, 민지 언니의 큰 키가 제일 부러워요. 저는 언니를 실제 만나기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일방적으로 팔로우하고 지켜봤는데요. 평범한 옷을 입어도, 비율이 좋아서 태가 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언니가 올렸던 사진들을 저장하고 레퍼런스로 삼았던 기억이 나요. 무슨 짝사랑하는 사람처럼요. (웃음)

┗ 그러다가 DM으로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되신 건가요?

리아: 의류 쇼핑몰에서 만났어요. 제가 먼저 사무직으로 일했고, 언니는 나중에 모델 겸 아트 디렉터로 영입되었죠.

┗ 서로의 첫인상이 궁금하네요.

이민지(이하 민지): 리아의 첫인상은 정말 일 잘하는 회사원 같았어요. 디자인이나 패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닐까 어림짐작하기도 했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때문에 성숙해 보여서, 저보다 나이가 어린 줄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동대문으로 함께 시장 조사를 나갈 일이 생겼는데, 서로 취향도 잘 맞았고, 리아가 내는 의견들이 하나같이 다 제 스타일이더라고요.

┗ 그럼 그때부터 WOOR을 준비하신 건가요?

리아: WOOR을 준비한 건 회사를 나온 후예요. 2018년 즈음 공교롭게도 같이 퇴사하게 되었는데요. 직장을 찾다가, ‘아예 함께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언니를 알아갈수록 제게 없는 부분을 갖고 있어서 좋더라고요. 상상력도 풍부하고, 무언가를 서칭해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났죠. 반대로 저는 실행이 빠른 편이고,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챙기는 데 자신 있었어요. 그렇게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어떤 아이템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모자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어요.

┗ 첫 사업 아이템으로 모자를 떠올리기 쉽지 않을 텐데 흥미롭네요.

민지: 사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2015년 즈음 인스타그램이 막 활성화되던 시기였는데요. 제가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버킷햇을 쓰고 찍은 사진을 올렸어요. 얼굴을 거의 가릴 정도로 푹 눌러쓸 수 있는 깊이의 검은색 모자였는데요. 그 사진에 ‘좋아요’가 엄청 눌린 거예요. 댓글이나 DM으로 제품 정보를 묻는 분들도 많았죠. 그래서 의류 쇼핑몰을 다닐 때 모자를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떠냐, 제안도 받았어요.

리아: 언니가 모자 쓴 사진이 인기가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둘 다 모자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저는 예전부터 의류 업계에서 일해서 모자 만드는 과정을 알고 있었죠.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버킷햇을 제작해보자고 마음 먹은 게 WOOR의 시작이에요.

┗ 반응은 어땠나요?

리아: 저희 기대보다 훨씬 더 잘 팔렸어요. 블랙, 네이비, 아이보리, 미스티 블루 네 가지 색상으로 만들었는데요. 개당 3만 5000원이었는데 몇천 개는 판 것 같아요.

┗ 몇천 개요??

리아: 몇천 개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더 많이 팔았어요. 몇 차례 리오더를 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그래서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으로 팔다가, 관리가 어려워서 블로그에서 판매했어요. 대략 2년 정도 블로그로 팔았는데, 꾸준히 구매 문의 댓글이 달렸던 것 같아요.

┗ 많이 팔린 비결이 뭘까요?

민지: 저희 모자 같은 상품이 시중에 없어서 아닐까요? 앞서 말한 무인양품 버킷햇이 마음에 들어서 자주 쓰고 다니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무인양품 버킷햇은 푹 눌러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머리를 뒤로 묶었을 때 불편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앞뒤 챙 길이를 다르게 만들었죠. 모자의 깊이는 유지하되, 시야 확보가 필요해서 앞의 챙 길이를 기존보다 짧게 했어요. 모자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쓰고 다니면서 한 번쯤 고민했을 법한 문제들을 해결해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 지금까지 마주한 손님 중에 가장 진상은 누구였나요?

민지: 진상이라 할 만한 손님은 없었던 것 같아요. 대신 귀여운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는 WOOR과는 별개로 PeeP이라는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매장을 연희동에 열었어요. 팝업도 열고 플리마켓도 열다 보니까, 한적한 동네가 북적북적해졌죠.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도 구경하러 자주 놀러 오시는데요. 한번은 어떤 어르신이 양파망을 들고 매장을 구경하시더라고요. 저희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웃음)

리아: 진상보다는 감사한 분이 많았어요. 매장에 방문하신 분 중에 “옛날에 블로그에서 판매한 버킷햇 잘 쓰고 다녔어요!”라며 인사하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 그런데 편집숍은 어떻게 열게 되신 거예요?

리아: 동명의 팝업 행사가 시작이었어요. WOOR을 오프라인에서 소개하고 싶어서 PeeP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했는데요. 저희 제품만 소개하기보다는, 주변에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망원동에 자리한 카페 604부터 편집숍 트리라이크스워터treelikeswater, 그리고 식물 가게 4t까지 저희가 좋아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하는 팝업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게 지금의 편집숍으로 이어졌고요.

┗ 첫 팝업의 반응은 괜찮았나요?

리아: 생각보다 많이 오셨어요! 각 브랜드와 매장의 팬들로 북적거렸죠. 팝업을 진행한 4t 매장이 신용산에 있거든요. 2021년 행사를 열었는데, 마침 신용산이 뜨고 있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민지: 팝업에 많은 분이 오신 점도 기뻤지만, 그래도 가장 기분 좋았던 이유는 WOOR의 진가를 알아봐 주셨기 때문이에요. (웃음) 소재나 디테일을 칭찬하는 분들도 많았고, 가격을 듣고는 생각보다 저렴하다며 놀라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그때 브랜드를 계속 이어갈 힘을 많이 얻었어요.

┗ 처음 팝업을 기획할 때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민지: 리아랑 만났던 회사를 나온 후, 컬렉트Kollekt라는 가구점의 사업 중 하나였던 위클리캐비닛Weekly Cabinet의 일을 제안받아 저희 둘이 진행했어요. 빈티지 가구 기반의 팝업 전시를 여는 게 주 업무였는데요. 한남동에 위치한 공간에서 매달 새로운 팝업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전시 콘셉트 구상부터 포스터 디자인도 저희 둘이 하고, 팝업 전시에 참여하게 되는 작가님에게 연락을 돌리는 일도 저희 둘의 몫이었죠. 공간을 구성하고, 이후에 철거하는 일까지 함께했어요. 그래서 PeeP의 첫 번째 팝업을 기획할 때, ‘그때만큼 어려울까…’ 싶어서 바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위클리캐비닛을 기획하며 기억에 남는 전시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민지: «나른»이라는 팝업 전시가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차(茶)를 기반으로 한 전시였는데요. 차와 다구를 다루는 분을 섭외하고, 타이틀과 어울리는 빈티지 가구를 골라서 배치했어요. 세라믹 디자이너와 스카프 브랜드도 함께 섭외했죠.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아 ‘나른함’이라는 단어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주말에 차 시음회를 운영한 덕분에 반응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원래 계획한 전시 기간인 2주에서 한 주 연장하게 되었거든요.

리아: 위클리캐비닛에서 기획한 전시 대부분 반응이 좋았어요. 연예인도 많이 찾아와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도 했죠. 그래서 ‘우리가 팝업 기획을 잘 하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민지: 동시에 팝업 기획이 정말 힘들다는 걸 깨달았어요. 매달 팝업을 기획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위클리캐비닛에 입사한 지 일년 정도 지났을 때, 리아와 회사를 나왔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WOOR을 준비했죠. 회사를 다니면서도 WOOR의 모자를 판매했는데, 꾸준히 팔려나갔거든요. 점심시간을 쪼개 회사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 택배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