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김참새입니다. 참새는 친동생이 오래전에 지어준 예명이에요.
프랑스 낭시에 있는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입시 미술 방식이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동네 화실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전시한 화가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시며 ‘어쩌면 외국에 있는 학교가 너와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조언해 주셨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프랑스로 향했고, 리옹에서 언어를 배운 후 낭시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게 됐어요.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무척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프랑스와 지금을 비교할 때 그림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반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제 그림은 자신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제가 보고, 느끼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아요. 성장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뀌니까, 그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작업할 때 평소 쓰지 않던 색에 갑자기 도전하기도 하고, 관심 없던 걸 그려 보기도 해요.
지금까지의 작업 중 김참새를 대표하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작품보다는 전시와 프로젝트 기준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2021년에 파주에서 열었던 ‘변수’라는 뜻의 전시 «Variable»은 언젠가 페인팅이 아닌 설치 작업만으로 개인전을 꼭 해보고 싶었던 오랜 꿈을 이룬 좋은 기회라서 기억에 남아요. 2022년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치룬 «Collision : Anxiety»는 지금까지의 개인전 중 가장 큰 규모였는데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Our Labour’와 공간, 설치 작업을 함께 준비했고, 최병석 작가님과의 3D 협업과 전문적인 조향사와의 향기 협업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해봤기에 무척 보람찼습니다. JTBC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 디자인 광고는 ‘다채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페인팅 작업의 움직임이 음악과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결과물을 TV에서 볼 수 있어서 기존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죠. 카카오 이모티콘 프로젝트는 당시 작가가 참여한 이모티콘이 흔하지 않을 때라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라서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카카오톡에서 제 이모티콘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웃음)
«Variable»
«Collision : Anxiety»
«Collision : Anxiety»
JTBC Brand Design ‘Colors in Arts’
김참새 작가가 참여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올해는 작가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올해 초에 단체전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 모든 게 미정이에요.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협업의 결과물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 같고요. 두 권의 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한 권은 그림과 짧은 에세이가 함께 있는 책인데, 제 일상의 순간과 느낌이 담길 예정이에요. 다른 한 권은 여러 필자가 함께하는 책인데, 각자 관심 있는 패션에 대해서 글을 쓰는 콘셉트에요. 저는 수영복을 주제로 쓰고 있어요. 요즘 수영에 푹 빠져 있거든요.
현재 구기동에 자리한 작업실에는 언제부터 머무셨어요?
프랑스에서 귀국한 직후에 구했으니까, 이제 10년 정도 됐어요. 집이 평창동이라서 근처로 작업실을 알아봤는데, 이 동네에 작업실로 사용하기 적당한 공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본 곳이 여기였어요. 지은 지 40년이 넘어서 건물이 낙후되고, 위치도 애매해서, 처음에는 딱히 끌리지 않았는데요. 부동산 소개로 이곳에 들어선 순간, 창문 밖으로 펼쳐진 북한산 뷰에 반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큰 창문이 하나의 아름다운 액자처럼 보였거든요.
여기 말고도 페인팅만 하는 작업실이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이 작업실은 공간이 좁아서 커다란 사이즈의 페인팅을 하기는 어려워요. 혹시 옆방이 비면 벽을 뚫어서 공간을 넓힐 생각도 했는데 여의찮아서 결국 같은 건물에 페인팅을 위한 작업실을 하나 더 마련했어요. 재료를 보관하거나 작업에 집중하는 곳이라 전혀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웃음)
작업실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3년 전쯤 화장실 누수가 너무 심해서 전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기존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벽과 바닥 소재를 바꾸면서 필요한 가구를 새롭게 제작했죠. 그림 재료나 벽에 걸린 작품의 컬러가 다채로운 편이라서, 공간에는 색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따뜻하면서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닥이나 가구에 스틸, 대리석보다는 나무를 주로 사용했죠.
작업실에서 지내는 평범한 일과가 궁금해요.
1년 반 전부터 이른 아침에 수영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됐어요. 수영이 끝나면 보통 작업실로 돌아오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고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꽃을 사요. 꽃을 들고 작업실에 가는 날이면 오전에 무언가 많은 일을 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요.
오전 일과만으로도 벌써 알찬걸요!
그렇죠? (웃음) 작업실에 도착하면 우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셔요. 요즘 커피를 줄이는 대신 차를 마시려고 노력 중이에요. 보이차부터 작두콩 차, 커피 대체 음료인 ‘오르조Orzo’까지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는데, 아직은 커피를 완벽하게 대신할 존재를 찾지 못했어요. 그 후에는 주로 메일 회신을 하거나, 원고를 써요. 밤에 쓴 원고를 다음날에 보면 어째 부끄러워서, 가장 정신이 또렷한 낮 시간에 쓰려고 노력하죠.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그림 작업을 해요. 작은 그림이더라도 하루에 한 점은 꼭 그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매일 쓰는 일기처럼요.
하루에 한 점씩 빼놓지 않고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내 몸과 손이 그림 그리는 걸 잊지 않고 익숙하도록, 근육을 단련시키는 거예요. 새로운 재료를 샀을 때 색깔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리기도 하고요. 크기와 재료, 주제와 상관없이 스케치든, 드로잉이든, 하루에 하나씩 그려요. 나중에 보면 보람차기도 하고, 그 기록이 또 다른 작품의 영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만의 핀터레스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은 날에는 천사 점토로 작은 컵이나 통을 만들고 그 표면에 그리기도 해요.
‘매일 한 점’은 주로 어디에 그리나요?
예전에는 오랫동안 몰스킨Moleskine 노트를 썼고요. 양쪽으로 평평하게 펴지는 노트를 무인양품(MUJI)에서 발견한 후로는 11권째 쓰고 있어요. 종이 표면이 매끈매끈해서 오일 파스텔 같은 부드러운 재료가 잘 묻어나는 게 마음에 들어요. 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쓰는 것 같네요. 오랫동안 쓰다 보면 노트 페이지 표면이 빵을 굽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양이 너무 귀여워요.
이런 오랜 습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프랑스에서 첫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이걸 ‘아이디어 노트’라고 칭하면서, 작가의 크고 작은 생각이나 드로잉을 담는 기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약 4~5권의 노트가 있어야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하셨죠. 그때의 시도가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작가로서 꽤 괜찮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수영하고, 그림 한 점을 그리는 것처럼 삶의 작은 규칙을 정하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과 일정, 그 사이에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규정을 포함한 루틴이 저를 규칙적으로 살게끔 도와줘요. 자신과의 약속이 없다면 자칫 나태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거든요. 순간순간 지나칠 수 있는 저만의 느낌이나 생각을 기록한다는 측면도 물론 중요하고요.
작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궁금해요.
작품에 따라 메인 재료는 다르지만, 두 가지는 항상 사용해요. 먼저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크레타 컬러Creta Colors의 ‘모노리스Monolith’ 9B 연필입니다. 꽤 오랫동안 사용한 도구예요. 천연 흑연에 가까운 연필인데, 가루도 별로 날리지 않아서 지금까지 써 본 9B 연필 중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일반 화방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아마 다른 작가분들도 많이 사용하고 계실 거예요. 이 연필로 기본 스케치를 하거나, 그림 위에 명암을 넣기도 합니다. 마치 또 하나의 물감처럼 폭넓게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대나무 소재의 끝이 뾰족한 촉이에요. 프랑스에서 처음 샀는데 끝에 먹을 찍어서 쓰기도 하고, 크레파스나 물감을 긁을 때도 사용해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용했으니까 10년이 넘었네요. 이 두 가지는 제 작업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도구예요.
유색 재료를 쓸 때 선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대체로 골든Golden이나 리퀴텍스Liquitex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데요.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건 아니라서 다양한 물감을 두루 사용하려고 해요. 브랜드보다는 물감 고유의 색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서요. 동일한 이름의 색이라도 브랜드마다 명도, 채도, 질감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래서 물감을 세트로 사지 않고, 여러 브랜드에서 색깔 별로 구입해요. 특히 대형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작은 사이즈로 먼저 테스트하고, 마음에 들면 큰 통으로 주문하죠. 오일 파스텔은 우드 케이스에 담긴 시넬리에Sennelier 120색 세트를 주로 사용해요. 늘 책상 위에 놓고 자주 써요.
재료 카트 안에 동양화에 사용하는 물감도 보여요.
작업과는 별개로, 먹이나 동양화 물감의 미감을 좋아해요. 컬러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서양 붓과 동양 붓은 도구 자체의 성질이나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단련을 위해서 사용해 보기도 해요. 여러 재료와 도구를 경험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느낌과 방식을 찾아내는 게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 과정이거든요.
해외에 가면 그곳의 새로운 재료도 탐색해 보나요?
최근에 도쿄의 한 화방에 갔는데요. ‘이제 웬만한 건 한국에 다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그래도 파리에 가면 종종 디자인이 귀여운 재료를 구입해요. 지오토Giotto의 템페라 물감은 어린이용 케이스가 예쁘고, 소량으로 조금씩 사용할 수 있어서 몇 개씩 트렁크에 넣어 와요. 다른 브랜드의 물감과 비교해 색감이 남다르고, 처음 칠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색이 달라서 좋아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서 외출하기에도 좋고요.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인 마이 백’을 부탁드려요!
요즘 계절에 상관없이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은 크림색 니트 백이에요.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경로와 가방 브랜드는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그 속에 언제든 생각날 때 무언가 메모하고 그릴 수 있도록, 다이어리 겸 드로잉 노트를 두 권 정도 반드시 들고 다녀요. 휴대폰보다 노트에 메모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 일본 브랜드 호보니치 테쵸Hobonich Techo의 노트 겸 다이어리를 즐겨 사용해요. 영문판은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와 협업해서 해당 브랜드의 열쇠 로고 표시가 있어요. 군더더기 없는 페이지 구성과 모던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몇 년 전부터 매해 구입합니다.
책장에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책들이 많이 꽂혀 있네요.
평소에 소설과 에세이를 즐겨 읽어요.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을 좋아하는데요. 장면 묘사와 단어 선택이 특별해요. 읽다 보면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묘사가 생생한 부분이 많죠. 『럭튼 유모의 커튼』은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는데, 분위기가 서늘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 중이에요.
책 앞에는 오래된 카메라가 대여섯 개 놓여 있군요.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좋아해요. 학교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 수업을 듣고 그 매력을 안 뒤부터 많이 찍기 시작했어요. 필름 카메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모았고요. 여행 갈 때도 무조건 카메라를 한 대 들고 가요. 대부분 ‘라이카 Q2’를 선택하는데, 얼마 전 도쿄에도 함께 다녀왔죠. 라이카 Q2는 5년 전에 구입했는데, 조금 무거워도 특유의 풍부한 색감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작업실 내에 식물도 참 많아요.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작업실이 북향이라 다들 시들어 버렸어요. 결국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는 고사리과 식물만 남았죠. 최고로 강한 식물들만 살아남는 작업실입니다. (웃음)
작업실을 위해서 맞춤 제작한 가구가 있나요?
큰 책상은 새로 제작했어요. 간단한 드로잉을 하거나,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자주 사용하는 재료도 잔뜩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책상이 필요했거든요. 묵직한 편이라 위치를 자주 바꾸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용도 면에서는 대체로 만족해요. 오디오와 향 관련 제품을 놓는 블랙 가구도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따로 제작했습니다. 책장을 겸한 낮은 수납장을 부엌과 책상 사이에 놓으면 파티션처럼 공간을 구분해 주는데요. 그 위에 최근 선물 받은 다양한 물건들을 전시하듯 올려 놓았어요. 이렇게 가지런히 진열해 두니까 눈에 더 잘 띄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빈티지 가구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노만 체르너Norman Cherner가 1958년 디자인한 ‘체르너 체어Cherner Chair’는 1970년대 초 단종된 후 다시 제작됐는데요. 제가 소장한 의자는 1960년~70년대 사이에 제작된 의자예요. 이 의자에는 체르너가 로열티와 크레디트 때문에 어떤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후 결국 승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의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던 터라 공감이 가서 구입하게 됐어요. 다리 부분이 조금 약해져서 앉는 용도보다는 자주 읽는 책을 올려놓는 쪽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책장 앞에 있는 빈티지 벤치는 한스 베그너Hans Wegner의 ‘GE1935’인데요. 오크와 월넛을 조합한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에요. 소파가 너무 크거나 편하면 오랫동안 쉬거나 아예 잠들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어서, 적당한 크기를 찾던 차에 발견했어요. 아르텍의 ‘스툴 60’은 갤러리ERD에서 스툴 60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협업했을 때 작업했던 거예요.
한국 고가구도 몇 점 보여요.
오래전부터 고풍스러운 한국 고가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귀중품을 보관하는 돈궤는 개인적으로 구입했고, 책이나 옷감을 수납하는 반닫이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주웠어요. 특히 이 돈궤는 개다리소반의 다리를 사용한 조합이 독특한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남 거창의 양반집 돈궤가 이런 형태라고 하더군요. 은행이 없던 시절에는 내부에 엽전을 넣어서 보관했다고 해요. 돈궤 위에 올려둔 건 나무로 된 베북이에요. 베를 짤 때 날실의 틈을 오가며 씨실을 풀어주는 용도의 물건인데요. 그 안에 액운을 막아주는 굵은소금과 팥을 담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놓았어요.
고풍스러운 액자도 가구와 잘 어울려요.
함께 놓은 액자는 어머니가 학창 시절, 가정 시간에 직접 자수를 놓은 작품이에요. 외할머니가 마음에 쏙 드셔서 액자로 만들어 주셨다고 들었어요. 지금 봐도 학생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실의 색과 자수의 형태가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딸인 제가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혹시 음악을 들을 때 예민한 편인가요?
애플 뮤직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서 듣는데요. 힙합부터 최신 가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앰프는 브라운Brown, 스피커는 그룬딕Grundig의 ‘오디오 라마Audiorama’를 사용하는데, 구입할 때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무언가 살 때 특정 브랜드와 디자인을 고집하거나 과도한 퀄리티를 바라기 보단, 단순히 용도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음악을 들을 용도라면 음악만 적당히 잘 들을 수 있으면 돼요. 그래서 쇼핑할 때 길게 고민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결정하죠.
가구 같은 물건을 쇼핑할 때도 선택이 빠른지 궁금하네요.
가구는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니까, 아무래도 소품보다는 좀 더 고민하게 되죠. 최근에 독립하면서 소파를 샀는데 3개월 정도 고민했어요. 저에게는 정말이지, 매우 힘든 시간이었죠. (웃음) 카레클린트Kaareklint의 블랙 가죽 소파 ‘JC901’로 결정했는데, 다행히 사용할수록 마음에 쏙 들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가 Creator’s Room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이가 자신의 공간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하나 고르면 선물로 드리는 거죠. 혹시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셨나요?
덴마크 브랜드 무토Muuto의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를 선택했어요. 샘 헥트Sam Hecht와 킴 콜린Kim Colin이 디자인한 제품인데요. 다리 달린 디자인과 빈티지한 컬러가 마음에 들었어요. 트레이와 트레이 받침이 분리되어 청소하기 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다가왔고요.
플랫폼 트레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세요?
트레이를 보자마자 책상 위에 놓고 로션과 오일 등 다양한 향과 뷰티 아이템을 모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택배가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정리했어요. 하나의 작은 수납 가구처럼 사용하는 셈이죠.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을 한데 놓으니 그 자체만으로 보람차더라고요. 작업실에 있던 기존 가구와 잘 어울려서,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음)
무토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
Artist
김참새(@kimchamsae)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페인터다. 프랑스 낭시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Nancy)에서 아트를 전공했다. 현재 페인팅으로부터 파생한 설치, 영상, 사진,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활발히 작업 중이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