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동료들은 적어도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당신에게 꽃을 선물해줍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요. 너무 괜찮은 꽃병이 꽃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디자인과 미술: 1945년 이후의 관계와 실천』에서 루이세 스하우벤베르흐이 한 말이다. 세상에는 먹기 아까운 음식만 있는 게 아니다. 쓰기에 아까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릇도 있다.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것저것 모으는 수집벽이 있는 사람이 공예품들을 집에 들이는 이유는 그것을 꼭 사용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들은 보통 공예품을 책상이나 창가에 고이 모셔두곤 하는데, 사실 공예품이란 제 역할로 써봐야 제맛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와인바가 성수에 있다.
스몰글라스 텍스쳐에 들어가면 수많은 공예품 잔들이 즐비하다. 이것들은 단순히 감상이나 구매를 위한 게 아니다. 와인이나 맥주를 주문하면 이들 중 하나의 잔에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아보카도 연어 샌드위치와 글라스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어떤 잔이 오늘 마실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릴까 매대 앞에 한참을 서서 고민하다 하나를 골랐다. 선택 받지 못한 친구들이 서운해 할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고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입술이 닿을 때 느껴지는 잔의 두께와 촉감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같은 성수 지역에 위치한 분점 ‘스몰글라스’가 와인바에 집중한 콘셉트라면, ‘스몰글라스 텍스쳐’는 와인 외에도 전시 큐레이션 등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방 한 켠에서 먼지만 쌓여가며 고고한 오브제로 놓여 있는 공예품들에게 하루 정도는 원래의 쓰임새를 다하도록 해방감을 안겨주자. 그리고 그 전에 먼저 이곳 스몰글라스 텍스쳐에 들러 공예품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Place
스몰글라스 텍스쳐 :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smallgalss_smallg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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