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Modeling © 입자필드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코로나 시대가 되자 온라인 전시가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어요. 그래픽 디자이너 마빈 킴은 가상 전시장 겸 아트숍인 ‘데스크 데스크desk desk’를 디자인하며 전시 공간과 숍의 다른 성격을 연결하는 데스크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요. 가상 전시장으로 접속하는 행위가 웹에서 다른 장소로 ‘놀러 가는 것’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가는 데스크 데스크를 웹 세계에 존재하는 일종의 공항 혹은 터미널로 가정하고 콘셉트를 잡았답니다. 흥미로운 가상 갤러리 작업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작업 ‹desk desk›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desk desk(이하 데데)’는 웹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로 가상 갤러리 및 아트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20년 10월 강재원 작가의 개인전 «Trippy Trippy»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전시를 이어가고 있어요. ‘데데’라는 이름은 성격이 다른 두 공간(전시공간과 숍)을 상징적·형태적으로 연결하는 ‘데스크(각 공간의 입구에서 마주할 수 있는)’를 모티브로 합니다. 데스크에서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직선적인 느낌과 사각형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최근 초기 버전의 기능 및 디자인을 추가로 개선했는데요. 전시 공간에 대한 웹 디자인을 모두 변경했고 아바타, 채팅 등 다양한 기능을 넣었습니다.
데데에서 어떤 활동을 맡고 계신지 알려주시겠어요?
기획적인 부분을 협력 디자이너로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하면서 그래픽 이외의 작업도 맡았습니다. 이를테면, 관객 아바타 ‘데-모de-mo’와 전시장 곳곳에 떠다니는 ‘텍스처 볼’에 대한 기획 등입니다. 데-모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모노리스Monolith’의 첫 글자 ‘모’를 데스크의 ‘데’와 합쳐 만들었습니다. 이는 게임에서 체험판을 의미하는 ‘데모’와도 연결됩니다. 세부적으로 데-모의 회전 방향, 이동 속도, 이미지 삽입을 통한 스킨 변경 등을 기획했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을 통한 다른 관객과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능입니다. 모놀리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요. 키보드에서 E 키를 누르면 데-모의 머리 부분에서 보라색 빛이 생성됩니다. 키를 누르는 속도, 강도에 따라 마치 모스 부호처럼 빛의 간격과 크기 역시 달라집니다. 기존의 일반적인 아바타와 달리 이목구비가 부재하고, 회전하는 사각형이라는 추상적인 상태에서 타자와 어떻게, 어디까지 소통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가상 갤러리인 만큼 웹 디자인이 무척 중요했을 텐데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셨나요?
먼저 데데의 웹사이트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상 전시장으로 접속하는 행위가 웹 세상에서 다른 장소로 ‘놀러 가는 것’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데데 웹사이트를 웹 세계에 존재하는 일종의 공항 혹은 터미널로 가정하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보드(이착륙 정보가 계속 바뀌는)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랜딩 페이지의 경우, 현재 전시와 이전 전시가 모두 한 화면에 공존하며, 정보 텍스트는 분주히 움직이게 디자인했죠. 동시에 직선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랜딩 페이지가 공항의 메인 홀이라면 전시장을 방문하기 전에 거치는 로딩 페이지는 탑승 수속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륙 예정인 비행기가 게이트에 연결되는 과정을 연상하듯, 로딩 바가 화면 우측으로 연결되게끔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로딩이란 일반적인 단어 대신 공간과 우주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커넥팅 투 스페이스Connecting to Space’라는 표현을 사용해 좀 더 색다른 느낌을 꾀했습니다. 메인 전시장에는 픽토그램이 일부분 필요했는데요. 주로 모바일 버전에 많이 나타나는 픽토그램 역시 직선적인 느낌을 살리고, 선과 면으로 이분할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용했습니다.
3D Modeling © 김준하
가상 갤러리는 이전에 매우 생소했지만, 앞으로 익숙해질 소재입니다. 데데를 작업하면서 어려움의 순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이외의 영역도 작업할 일이 많다 보니 ‘멀티 플레이어’는 분명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렵고 극복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그래픽 디자이너의 관점을 제안하며, 새로운 시선을 만드는 ‘놀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아바타의 동작이나 모습 등을 계획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생명체를 상상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해서 한계가 있기도 한데요. 이를 굳이 극복하려 하지 않고 역으로 이용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다른 가능성과 재미를 도모하고자 했습니다. 더불어 데데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이를테면 지류, 글자 크기, 인쇄 방식 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여러 어려움은 디자인 업무의 일부분이며 디자이너는 그 이상의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hibition – Trippy Trippy © 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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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고, 일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정한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거의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거나, 하루의 얼마만큼은 게임을 하는 것 등이죠. 또한 제가 투자한 노동만큼, 무언가를 구입하는 편입니다. 물건이든 옷이든 미리 정해놓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됐을 때 구매합니다. 이런 소소하고 느슨한 루틴이 스트레스 해소에 꽤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Space Design © 김기석
Artist
마빈 킴Marvin Kim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소규모 출판사인 ‘스파인 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비정기적 워크숍 ‘낯선 도시(A Strange City)’도 진행 중이다. 조사 및 분석적 뼈대를 토대로 직관의 살을 입혀 작업을 진행하고, 다층위를 이루며 읽히는 이미지를 생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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