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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한국 브랜드 디자인 회사의 영업 비밀

Writer: 허민재
header_허민재_브랜딩

Essay

이슈의 테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디자인 스튜디오가 올리는 작업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어라 그래픽 디자인을 하던 곳에서 요즘 브랜드 디자인을 많이 하네?’ 영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라지만 확실히 흥미로운 양상이긴 해요. 사회적으로 스몰 브랜드가 대폭발 수준으로 많이 생기면서 그만큼 니즈를 끌어올린 결과거든요. 디자인이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다 보니 브랜드 디자인이 스튜디오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쑥쑥 올라가는 거죠. 허민재 더블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자사 브랜드 리뉴얼을 하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설립자의 배경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까? 규모에 따라 프로세스의 범위가 달라질까? 프로세스 중 어떤 것을 가장 중시할까? 주요 가치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 문을 똑똑 두드리며 리서치를 해봤답니다. 그 인사이트가 궁금하시다면,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피드에 뜨는 디자이너의 작업을 발견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상당수가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로 바뀐 것 같은데?” 이게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활발히 활동하는 많은 디자이너 스스로 이미 느끼고 있을 것이다. 2020년대 들어 대한민국의 브랜드 디자인 산업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브랜딩 전략과 함께 로고와 애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하는 데 특화됐던 브랜드 디자인 전문 회사의 업무 범위는 이제 패키지 디자인, 온오프라인 브랜드 경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동시에 2010년대 스몰 스튜디오 붐을 따라 생겨난 수많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곳의 절반 이상은 브랜드 디자인을 주요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난 배경에는 산업적인 대전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마켓의 급성장과 함께 다품종 소량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각종 영역에서 스몰 브랜드가 활발하게 등장했다. 그에 따라 브랜드 디자인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형 브랜드 또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의 부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ESG 등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는 추세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브랜드 디자인을 주요한 먹거리로 삼는 비율도 증가했으며, 그로 인해 필요한 역량도 달라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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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게 브랜드다. 더블디는 신세계 그룹 최초의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진행했다. 로고는 지구와 우주를 경계 짓는 카르만 라인에서 영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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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디스플레이를 위해 획의 두께와 글자 간격을 독립적으로 조정했다.

나만 하더라도, 2012년 더블디(Double D)를 시작할 때는 그래픽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지만, 몇몇 대형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현시점에는 브랜드 디자인 컨설턴시로 인식할 수 있도록 리포지셔닝을 진행 중이다. 그런 노력의 일부로 작년 더블디의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외부에 존재하는 콘텐츠 디렉터의 분석과 더불어 더블디 내부적으로 회사의 비전, 미션, 업의 본질을 정의하는 인터널 브랜딩을 수립하며 우리다움을 구축했고, 마켓에서 경쟁력을 갖는 익스터널 포지셔닝을 통해 브랜드 인더스트리를 분석했다.

특히 내부 구성원의 설문 조사와 창업자 인터뷰 등에서 추출한 여러 단어를 기반으로 버벌 브랜딩를 재정비하며 더블디가 지닌 의미를 바꾼 것은 큰 성과였다. 영국 디자인카운슬에서 내세우는 디자인 싱킹 방법론인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영감을 얻어 발견(discover), 정의(define), 개발(develop), 전달(deliver)로 이어지는 디자인 프로세스 중 현재 더블디가 중시하고 잘하는 부분은 리서치를 통해 브랜드 방향성을 떠올리고, ‘브랜드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점을 찾는 행위라고 결론지었다. 덕분에 오랜 기간 ‘Design Can Double’에 머물던 더블디는 ‘Discovery Driven’의 준말로 업데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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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다이아몬드 모델 © The Fountain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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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컨설턴시 더블디 리브랜딩. © DOUBLE D

더블디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더블디다움’을 찾은 경험은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활동하는 브랜드 디자인 회사가 지닌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과연 다른 회사들도 우리처럼 발견을 중시할까? 아니라면 대체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 걸까?’ 이를 위해 현재 한국의 아이코닉한 브랜드 디자인 회사를 이끄는 대표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2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요약해 이번 기회에 정리해 보려 한다.

회사의 경우, 브랜딩 전문 회사,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브랜딩 작업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등으로 분류하면서 규모 또한 다양하게 다뤘다. 핵심 주제인 디자인 프로세스의 경우, 엘레나 휠러가 2013년 정의한 일련의 프로세스(기초 자료 조사와 분석 → 브랜드 전략 수립 → 아이덴티티 디자인 개발 → 아이덴티티 시스템 완성 → 브랜드 매니지먼트), 김형석이 2012년 정의한 프로세스(분석 전략 → 네임 크리에이션 → 검증 →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바탕으로 현재 기업에서 진행하는 프로세스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았다.

결국,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의문을 던진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회사 설립자의 배경은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까?

2. 회사 규모에 따라 브랜드 디자인 프로세스의 범위가 달라질까?

3. 브랜드 전문 회사가 취하는 디자인 프로세스 중 가장 중시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4. 브랜드 전문 회사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참고로, 각 회사에 대한 분석은 내부 구성원 수를 기준으로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순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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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ANGLE-STUDIO

트라이앵글 (장기성) – 질문을 통해 찾아가는 브랜드의 본질

2012년 설립한 트라이앵글-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로, 장기성 대표를 주축으로 현재 다섯 명의 구성원과 함께 연남동에서 활동 중이다. 학부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장기성은 전공 지식 및 시각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18년 차 디자이너다. 트라이앵글-스튜디오는 경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동시대성과 전통적인 방식의 교묘한 조화를 찾는 것에 기반해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아트 디렉션까지 역할을 확장했다. 장기성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설정하는 전문 지식을 살려 브랜드 페르소나 설정과 세계관 만들기에 응용하고 있고, 네이밍부터 브랜드 스토리, 아이덴티티 개발과 패키지 디자인, 그래픽 확장과 가이드라인까지 통합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수행한다. 이런 과정에서 디자인 전략과 맥락을 잡는 일을 핵심으로 삼고, 작업의 본질을 파악하며, 클라이언트와 스튜디오 간의 상호 가치를 추구한다. 작업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콘텐츠가 얻고자 하는 본질과 시각적 특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찾아가는 것이 트라이앵글-스튜디오의 작업 방식이다. 장기성은 인터뷰에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 중 ‘발견’과 ‘정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으며, 이를 위해서 키워드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문장화를 통해 시각화까지 연결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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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UAL GRAPHICS

매뉴얼 (이성균) – 반복을 통한 브랜드 기본에의 충실

매뉴얼은 2010년 활동을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창업자 이성균을 중심으로 현재 아홉 명이 열정적인 팀워크를 보이는 곳이다. 웹사이트 디자인에서 출발한 매뉴얼은 브랜딩 프로세스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개발에 주력한다. 이때 필요한 브랜드의 버벌 키워드 및 정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독자적인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매뉴얼의 브랜딩 프로세스는 철저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초기 두 달 동안 프로젝트 방향성을 정의하고, 시각적인 방향을 제안하며, 이를 토대로 세 번째 달에는 실질적인 디자인 작업을 진행해 가이드 외 기타 산출물을 완성한다. 매뉴얼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작업을 생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특히 ‘기본이 중요하다’라는 철학을 중시하며,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나 제품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강조한다. 이성균은 인터뷰에서 디자인 프로세스 중 ‘개발’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더 잘하기 위해서 클라이언트와 협의해 개발 프로세스를 반복하는 경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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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C

CFC(전채리) – 브랜드의 고유함을 만드는 맥락적 사고

2013년 시작한 Content Form Context(CFC)는 19년 차 경력의 전채리 대표를 중심으로 총 열 명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다. CFC는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브랜드 전략과 아키텍처 수립 등 핵심 과정을 외부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특히 ‘무드 보드’ 개발은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약 4주 후 클라이언트와 공유해 프로젝트 방향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CFC만의 차별화된 프로세스의 일부다. 이를 토대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다. CFC는 브랜드 리뉴얼에서 ‘맥락 만들기’를 중시한다. 경쟁사 분석과 인터뷰를 통해 브랜드 포지셔닝을 설정하고,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발견한 후, 브랜드와 가장 근접하면서 필연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모습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철학적 고찰’과 ‘현상 이면의 탐구’를 강조해 브랜드를 깊게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전채리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정의’를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았으며, 이를 위해 브랜드를 둘러싼 고객의 관점 및 시장의 상황을 연구하며 문제를 발견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불어 문제뿐 아니라 해당 문제의 해결 방향을 잘 정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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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d

네임드(윤영노) –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융합

2013년 설립한 종합 디자인 기업인 네임드는 총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윤영노 대표는 시각 디자인, 편집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분야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을 토대로 네임드를 이끄는 18년 차 디자이너다. 네임드는 외부에서 브랜드 디자인 회사로 인식하지만, 최근 들어 디자인 영역을 넘어 비즈니스와의 긴밀한 결합을 모색 중이다. 회사 내부에 존재하는 전략팀은 연출가 출신 전문가와 UI·UX 설계 경험을 지닌 전문가 등 다양한 맨파워를 바탕으로 기존 관행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한다. 전략·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다섯 명의 디렉터와 함께 클라이언트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며 비즈니스의 성공을 추구한다. 네임드의 구성원은 디테일과 함께 비즈니스적 가치를 중시하며, 브랜드 디자인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인터뷰에 응한 윤영노는 ‘발견’과 ‘정의’를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로 꼽았다. 특히 발견에서는 리서치 및 경쟁사 제품 구매, 필드 리서치 등의 세부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정의에서는 키워드 분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제품 및 무드 이미지와 함께 키워드를 놓고 고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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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Y

클레이(김형우) – 경계를 관통하는 본질, 브랜딩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클레이는 2015년 설립된 브랜딩 전문 회사로, 20여 명의 정규 멤버가 이끌어가고 있다. 김형우 대표는 23년 차 디자이너 출신 디렉터로서 브랜드 컨설팅과 디자인을 총괄 중이다. 클레이가 강조하는 핵심 가치는 ‘리얼(Real), 밸류어블(Valuable), 인스파이어링(Inspiring)’으로, 이를 통해 브랜드의 본질을 추구한다. 더불어 ‘본질은 경계를 관통한다’라는 철학을 중시하며, 다양한 영역을 통합해 브랜드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클레이의 업무 범위는 브랜드 중심의 공간 기획과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데, 전략 기획부터 네이밍·슬로건 같은 버벌 아이덴티티,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입장을 취한다. 브랜딩 전략과 최종 디자인 결과물 사이의 간극을 최대한 좁혀 메시지의 일관성을 높이는 방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뷰와 워크숍을 통해 초반 단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협력해 결과물을 도출하는 접근 방식을 브랜딩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여긴다. 김형우는 인터뷰를 통해 ‘발견’과 ‘정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브랜드 디자인에서 기획 부분에 속하는 앞단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의하는 단계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도출된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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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UM

프럼(김명진) – 전략,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융합을 통한 혁신

김명진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 프럼은 총 45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프럼은 전략,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회사의 브랜드 슬로건 ‘Imagination Composer’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창조한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프럼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감성적인 크리에이티브와 결합해 작업한다. 클라이언트를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Imagenation Network Company’라는 방향성 아래 다양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 전문 에이전시와 협력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프럼이 설정한 자신의 경쟁자는 전략 컨설팅 펌으로, 사업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전략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지향한다. 기존 프로세스를 따르기보다 새로운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종합적인 솔루션과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김명진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자사가 강조하는 지점을 인터뷰에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일하는 방법, 싸우는 방법의 기본을 습득하기 위해서 프로세스를 배우지만, 실전에서는 다양하게 응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의된 모델에 집착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과감히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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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 Seoul

샘파트너스(이창호, 배지훈) – 좋은 브랜드 경험의 중요성

샘파트너스는 이창호 대표를 중심으로 5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다. 지난 2005년 설립 이래 20년간 브랜드 개발의 전 과정을 서비스하며 브랜드 디자인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샘파트너스는 브랜드 개발 과정 전체를 망라하는 토털 디자인을 추구하며, 브랜드 전략 수립과 콘셉트 속성 개발을 중시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문제점을 진단한 후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리서치와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서 가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좋은 경험을 만든다’라는 철학에 따라 브랜드 경험을 향상하고 모든 이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기업 목표로 삼고 있다. 브랜드가 단순한 상징 체계를 넘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브랜드와 공공 디자인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창호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 대신 스탠퍼드대학교 D-스쿨의 디자인 싱킹 모델을 언급하며 특히 아이디어화(ideate)를 중시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다이아몬드 사이의 중심점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로고를 중심으로 중앙화를 통한 확산을 목표로 삼았다면,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확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추세라고 말했으며, 확산과 수렴 모델에서는 효율성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확산을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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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brand

인터브랜드 (정하진) –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의 브랜드 경험 전문기업

1974년 설립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1200여 명의 전문가를 보유 중이며, 한국 법인에는 70명이 넘는 구성원이 일하고 있다. 정하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브랜드 디자인 분야에서 18여 년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은 휴먼 익스피리언스, 하트빗, 커넥티드로 사업 부서가 나뉘어져 있는데,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경험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터브랜드는 브랜딩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고객 가치 제안(CVP)을 근간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숫자와 데이터를 활용해 결과를 시각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강점을 지닌다. 고객의 니즈를 앞서 변화시키는 결과물을 만든다는 의미가 담긴 슬로건 ‘대담한 도전(Iconic Moves)’ 아래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을 목표로 삼는다. 과정과 결과 모두를 중시하며, 고객의 니즈를 시프트하고 혁신적인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정하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 인터뷰에서 밝힌 인터브랜드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전략이다. 인터브랜드는 독립적인 툴과 플랫폼을 개발하며 프로세스를 개선해 왔으며, 인터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은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만드는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전했다. 특히 인터브랜드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 중시하는 부분은 ‘발견’과 ‘정의’로, 무엇보다 인사이트를 제대로 뽑고, 이를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보면, 일단 설립자의 배경은 사소한 개성에 가까웠고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브랜드 전문 회사, 혹은 전 직장에서 브랜딩을 진행한 경험은 현재 프로세스에서도 쓰이고 있는 점을 발견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브랜드 전문 회사는 기업 규모와는 상관없이 전략부터 기획, 디자인 실행과 배포에 이르는 주요 단계 대부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특히 엘레나 휠러가 정의한 다섯 가지 프로세스는 인터뷰에 응한 여덟 곳 모두에서 폭넓게 쓰였다. 다만, 김형석이 정의한 다섯 가지 프로세스의 경우,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네임 크리에이션, 검증 과정을 생략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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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휠러가 정의한 다섯 가지의 브랜드 디자인 프로세스 © amazon

대부분의 경우,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에서는 후반부의 디자인 역량보다 전반부의 기획 역량을 전반적으로 강조했다. 회사 규모가 작을 땐 디자인 퀄리티를 치밀하게 관리하고, 디자이너가 전체 브랜드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경향성을 띠는 데 비해, 규모가 크면 브랜드 전략 기획, 네이밍, 디자인 등을 전문 부서가 맡는 분업을 지향했다. 특히 큰 규모의 회사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전문적인 전략팀을 배치했으며, 무엇보다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안하는 일을 중시했다. 브랜드 전문 회사답게 대부분 각자 추구하는 가치관이 명확했으며, 이를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했다. 여기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자주 언급한 가치는 다음과 같았다.

1. 전략 기획과 일관된 크리에이티브
2. 고객과 비즈니스 중심의 사고
3. 고객의 니즈를 선도하는 더 나은 제안
4. 브랜드의 본질을 담는 브랜딩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꼽아보려면 탄탄한 기획이 높은 완성도와 훌륭한 결과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다수의 선도 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영업 비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착안해 추후 대학에서 개설하는 브랜드 디자인 수업에 전략 기획을 포함하는 커리큘럼을 짜서 운영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현시대의 브랜드 디자인 산업은 과거 방식에 머물지 않고 지속해서 진화하며 변하고 있다. 이번 글이 디자이너 각자가 자신의, 혹은 조직의 프로세스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기원해 본다.

Writer

허민재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과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과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귀국해 2012년 디자인 스튜디오 더블디(Double D)를 설립했다. 더블디는 현대자동차, 기아, CJ올리브영, 한화, 월트 디즈니, 아모레퍼시픽, 신세계백화점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는 크리에이티브 컨설턴시로 성장했다. 그는 ‘국제 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 2017’에서 책임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2018년 독일 뮌헨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Korea Design + Poster» 전시에 참여했다. 현재 더블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비애티튜드»의 발행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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