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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OMA 50주년, 크리스 반 두인이 말하는 21세기 건축

Writer: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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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올해는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립한 OMA건축사사무소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해예요.
전 세계 도시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온 이 전설적인 팀은 지금도 “건축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죠.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크리스 반 두인(Chris van Duijn)이에요. 대학교 3학년때 인턴으로 OMA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은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파트너로 성장했어요. 그는 밀라노의 프라다 파운데이션, 모스크바의 차고 미술관, 베이징의 CCTV 본사, 포르투의 카사 다 무지카 등 도시의 맥락과 사람의 움직임을 잇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죠. 그리고 지금, 홍익대학교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또 한 번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축은 형태가 아니라 맥락이다.” 그의 말처럼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언가를 더 세우는 일이 아니라 비워두고 여는 일이에요. 도시의 여백, 공공의 의미, 그리고 건축이 품은 책임. 미래의 도시가 어떻게 숨 쉬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건축가의 시선, 그 진지하면서도 유연한 태도를 문화 전문 기자 이소영 님의 인터뷰로 전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BE(ATTITUDE) 비애티튜드 매거진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항저우프리즘 프로젝트›, 사진. Xia Zhi Courtesy of OMA

크리스 반 두인은 얼마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맡은 홍익대학교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는 캠퍼스 안팎을 유기적으로 잇고, 서울의 지형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작업이죠.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OMA의 파트너인 그는 렘 쿨하스와 함께 리움미술관 설계에 참여하며 2004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과 제네시스 강남 전시장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왔습니다. 현재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 홍익대 캠퍼스 확장 작업뿐 아니라 부산시와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도 병행 중이에요. 그가 요즘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의미와 21세기 건축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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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반 두인, 사진. Marko Seif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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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광교›, 사진. 홍성준 Courtesy of OMA

네덜란드 대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립한 OMA건축사사무소가 올해 50주년을 맞았어요. 렘 쿨하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영향은 무엇인지도 이야기해 주세요.

크리스 반 두인(이하 크리스): 1996년 인턴십으로 일을 시작했고, 첫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확장 작업이었어요. OMA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일하기 위해 모이는 사무실이었고, 지금도 다양한 국적과 문화,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매우 경쟁적이면서도 활력을 주는 환경이지요. 놀라운 점은 그 당시 내가 아직 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도전적 과제가 부여되었다는 겁니다. 디자인 회의나 렘 쿨하스와 토론하는 자리에는 프로젝트 리더부터 인턴까지 모든 팀원이 초대되었고, 저 역시 다른 팀원과 함께 브레인스토밍과 내부 비평에 참여해야만 했어요. 모든 디자인 결정이 완전한 톱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멋졌지만, 신입이라고 해서 숨을 곳도 없었지요. 우리 회사가 수년간 많이 확장되고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특정한 협업 방식은 여전히 우리가 함께 일하는 기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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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 홈페이지 내 렘 쿨하스 소개 페이지

1996년 대학생으로서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당신의 건축철학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크리스: 회사는 그동안 규모와 조직 면에서 많이 변했고, 1990년대의 건축 환경은 오늘날과 달랐지만 우리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어요. 나는 모든 프로젝트를 각각 고유한 기회로 여기고, 그 유형을 더 발전시켜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이전에 없던 프로젝트를 설계하려고 합니다. 호기심과 순수함을 경험과 연구에 결합하고 있어요.

서울 홍익대학교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가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크리스: 지난 1년 반 동안 홍익대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를 작업해 왔으며, 이제 설계 개발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내년 초에 착공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금은 기존 개발안을 발전시키는 단계예요. 이 프로젝트의 특별한 의미는 우리가 오랫동안 작업해 온 여러 가지 주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죠. 건축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도시, 공공공간, 조경 프로젝트로 불릴 수 있지요. 홍익대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는 건축이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스마트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로케이션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공간을 개방하거나 빈 공간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사실 현대 도시에서 빈 공간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홍익대학교 공간을 중정, 홍익대 레벨, 옥상 등 3개 레벨의 레이어로 나누었어요. 캠퍼스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단일 건물 하나를 조성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느껴 빈 공간도 유지했지요. 예를 들면 운동장을 채우려고 했던 설계사무소도 있었지만, 우리는 캠퍼스를 좀 더 지하로 파 내려가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기로 했어요. 곧 디자인을 완료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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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서울 조감도›, 사진. Negativ Courtesy of OMA

당신이 말하는 빈 공간은 한국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여백의 미’와 같은 건가요?

크리스: 음, 재미있는 비유네요! 한국화에서 보이는 여백의 미와 완전히 같은 의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맥상통한 것으로 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운동장을 피해서 올라가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설계 공모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 홍익대학교에서 아예 생활했다고 들었는데, 에피소드가 있나요?

크리스: 1주일간 거주하다시피 하면서 상황을 관찰하고 적응했어요. 캠퍼스를 오가며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우리 팀은 모든 건물로 올라가 봤고, 학생들이 건물을 이용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도출한 결론은 학생들이 단과대학 건물뿐만 아니라 캠퍼스 전체를 활용한다는 것이었어요. 공간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요. 예술대학 학생이 공대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중정이 있는 교류도 흥미로웠어요. 녹지 대신에 밀집과 집중이 생겼고, 압축된 상황이 협력하는 역할을 만든 것이지요. 

우리가 매일 학교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던 부분이에요. 심지어 우리 팀 건축가 중 한 사람은 이 학교를 졸업했는데도 말이죠.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처럼 한 계단을 올라가면 갑자기 다른 건물이 나오고, 그렇게 미로 같은 길이 이어집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한번에 제대로 가는 것이 너무 어려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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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물든 홍익대학교 운동장, 사진. 조재완 출처 홍익대학교 홈페이지 사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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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관에서 바라본 홍익대학교 야경, 제2기숙사, 운동장, 사진. 갤러리관계자

OMA와 인연을 맺은 아시아 첫 국가의 도시가 서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2004년에 서울을 처음 방문했었는데, 지난 20년간 지켜본 서울의 건축 문화적 변화는 어땠나요? 서울에는 아파트가 많고, 건축이 획일적이라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크리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 때 한국에 처음 왔어요. 렘 쿨하스와 함께 리움미술관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했지요. 두 번째 방문은 2007년 경희궁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 때문이었어요. 서울은 지난 20년간 많이 변했죠. 예전의 한국 사람은 내향적이었어요. 그래서 택시를 타거나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요즘은 도시 곳곳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대학과 회사에 외국인이 많고, 한류와 함께 한국이 주목받고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건축적 측면에서 서울은 지형도 특별하지요. 도심에 녹색 산도 많고, 산 아래는 작은 동네가 조성되어 있어요. 산 기슭에는 도로와 고층빌딩이 형성되어 작은 거리와 소규모 주택을 집어삼키고 있지요. 5분만 걸어가도 풍경이 확확 바뀝니다. 하지만 재개발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며 서울만의 특색이 사라져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이 거리의 활기를 죽이고 있어요. 고층 빌딩이 도시에 기여하지 않는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의 개발 방향이 지역 맥락을 고려해 소규모 빌딩과 대규모 빌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율되기를 기대합니다. 재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심사숙고해야 해요. 단순히 기존 건물을 지키거나 없애면서 새로운 것을 집어넣는 방식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서울시의 정책도 그런 균형 있는 개발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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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um 아동교육문화센터 전경›, © Le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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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트랜스포머›, 사진. Iwan Baan

OMA의 대표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크리스 반 두인의 건축 철학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크리스: 홍익대학교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가 우리 사무소의 방향과 목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밀라노 프라다 파운데이션 미술관과 베를린 악셀 스프링거 미디어 회사 본사(Axel Springer HQ) 프로젝트가 특히 의미 깊었어요. 

프라다 파운데이션 미술관은 기존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보완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여러 가지 조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건물과 조건을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창조하려는 시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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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파운데이션 외관›, 사진. Bas Princ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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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파운데이션 외관›, 사진. Bas Princ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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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파운데이션 외관›, 사진. Bas Princen

악셀 스프링거의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부제와 테마를 보여주기에 중요합니다. 그 회사의 문화, 미디어산업의 문화, 베를린의 정치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서사가 연결되어 있어요. 이 두 가지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맥락을 흡수하고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전통적 스타일을 따르지는 않고, 이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가 있고, 계속 그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이 세상에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목적이 다양한 건물이 너무 많기에 사려 깊은 판단으로 건축물로 지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축의 의미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21세기의 새로운 건축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떤 부분에 기여해야 합니다. 건물은 도시의 한 부분이며, 그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책임도 있어요. 물론 기능도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건축의 의미를 정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서 각 프로젝트와 관련한 회사, 산업, 도시, 문화 트렌드 등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지요. 건축설계란 특정 형태나 모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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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스프링거 본사 전경›, © Laurian Ghinito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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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스프링거 본사 실내 모습›, © Laurian Ghinitoiu

홍익대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가 주위 환경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베를린 악셀스프링거의 방향과 공통점으로 보이는데, 크리스의 의견은 어떤지요?

크리스: 오! 그런 공통점을 떠올렸다니 흥미롭네요.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두 프로젝트 모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로케이션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일 거예요. 악셀스프링거 본사 부지는 정확히 동서 베를린을 수십 년간 가로지른 죽음의 구역 위에 위치했어요. 단순한 벽 하나가 아니라 DMZ처럼 벽, 울타리, 지뢰밭으로 구성된 구역이었지요. 독일이 통일된 후 이들 흔적은 지워졌으며, 다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상처에 건물이 채워졌지요. 하지만 우리는 부지 위 대각선으로 위치한 빈 공간을 이전 벽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시킴으로써 이 빈 공간이 한때 동서를 나누던 영구적 기억으로 남기를 바랐습니다. 

홍익대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에서는 캠퍼스 내 열린 공간을 중요 특성으로 인식해 디자인에 통합하고자 했어요. 비록 이 공간에 베를린과 같은 아픈 과거가 연결되어 있진 않지만 말이죠. 우리는 이 빈 공간이 1960~1970년대 새로 조성된 캠퍼스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빈 공간이 학교와 주변 환경 간 강한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학교와 지역사회라는 두 구간이 분리되었지요. 이 지역에 여전히 열린 공간은 부족하며, 홍익대 캠퍼스는 한국에서 상당히 밀집된 캠퍼스 중 하나입니다. 열린 공간을 유지하고, 시각적·물리적 연결고리로서 열린 공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홍익대 캠퍼스 확장 프로젝트의 동력이죠. 홍익대와 베를린, 두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거대한 건물이 아니라 내외부로 열려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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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서울 조감도›, Image by Negativ Courtesy of OMA

최근 중국의 샤먼 조무 본사(Headquarters of Jomoo)와 타이베이 공연예술센터(Taipei Performing Arts Theater) 등을 완공했습니다. 현재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는 항저우프리즘(Hangzhou Prism)과 선전의 CMG타임스센터(Shenzhen CMG Times Center)가 있는데요, 항저우프리즘과 선전 CMG타임스센터가 특히 뜻 깊은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특별한지 설명해주세요.

크리스: 항저우프리즘은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중국 혁신 지구 중 한곳의 중심에 위치한 100m가 조금 넘는 높이의 건물이지요.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2개 주거 타워를 설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일반적 고층 타워가 이 프로젝트에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본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유형인 타워와 안뜰이 있는 도시 블록의 중간 형태인 프로젝트를 설계하게 되었지요. 중앙 안뜰은 야외 공간이지만 지붕이 덮여 있어 행사나 사회적 모임 또는 주변 공원의 확장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새로운 CBD 중심부에 3차원 마이크로 마을을 개발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선전 CMG타임스센터 또한 사무실과 주거, 호텔, 문화, 소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결합한 3차원 도시 프로젝트로 설계되었어요. 이는 선전과 그레이터베이 지역의 새로운 CBD인 첸하이의 규모와 야망을 반영하고 있지요. 항저우가 마이크로 마을이라면, 타임스센터는 마이크로 도시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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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프리즘 프로젝트›, 사진. Xia Zhi Courtesy of 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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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프리즘 프로젝트›, 사진. Xia Zhi Courtesy of 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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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G타임스센터›, Courtesy of OMA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벽에 세우게 될 OMA의 미래지향적인 호텔 설계도가 SNS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 레이자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크리스: 레이자 프로젝트를 왕세자에게 두 차례 보고했고, 디자인을 승인받은 만큼 서로의 프로젝트 진행 의사는 확고합니다. 하지만 현재 설계 단계라 구체적 완공 일정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일부는 일시 중단 상태죠. 원래는 2029년 이전에 완공할 계획이었는데, 반가운 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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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화제를 모은 ‹레이자 프로젝트› 이미지, Courtesy of OMA

지난 9월 부산국제건축제(BAF)에서 열린 OMA 특별전과 강연과 관련해 설명해 주세요. 한국에서 열린 첫 전시였지요?

크리스: 지난 1년간 우리 팀이 부산에서 진행해 온 작업 일부를 소개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우리는 서울에서 25년 넘게 작업해 왔지만, 주로 인천, 광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부산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일부는 건축 프로젝트이고 나머지는 공공공간 디자인입니다. 

특히 그중 하나는 부산의 산간 주택지를 위한 마스터플랜 프로토타입이지요. 부산은 6.25전쟁 이후 오래된 도심 주변 경사지에 비공식 정착지(판잣집)가 형성되어 점차 마을로 발전한 독특한 조건을 지니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은 지방정부로부터 단순한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이 같은 독특한 지형을 기존의 주거 타워로만 사용하지 않고 고밀도로 재개발할 전략이나 접근법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층 대신 저층을 선택하면서도 한국인의 주거 단위 수요를 충족하는 마스터플랜을 개발했습니다. 부산의 주거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도입해 부산의 다른 지역도 같은 접근법을 따를 수 있다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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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 특별전», 부산국제건축제(BAF), 2025

건축가로서 항상 세계를 여행하는 삶이 특별해 보입니다. 건축가로서 삶은 행복하나요? 건축가로서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크리스: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일하며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죠.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협업에서 많은 에너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 좋은 점은 우리는 건축을 단순히 ‘건물’로만 정의하지 않고, 마스터플랜, 공공공간 디자인, 조경, 인테리어, 전시 디자인, 큐레이션, 연구, 출판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포함한다는 점이죠.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에 고정관념에 갇히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의 건축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아시아와 차이가 있는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크리스: 앞서 언급했듯이 부산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의 인구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동안 도시계획은 지속적 도시화와 주거, 사무실, 기타 건물의 수요를 기반으로 도시 확장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는 점을 깨달은 거죠. 부산은 ‘확장(More)’이 더는 현실이 아니라 전환점에 도달했어요. 또한 마스터플랜과 건축 분야가 확장의 반대 개념인 ‘수축’을 위한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알게 되었지요. 지금까지도 우리는 인구가 매우 빠르게 감소하는 도시를 어떻게 계획할지 적극적으로 고려한 한국 내 마스터플랜 사례를 규모와 상관없이 찾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 인구는 2025년 약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 변화를 대비한 경제 부문 정책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마스터플랜 산업은 침묵하는 상태죠. 이 주제는 기후변화와 같은 수준의 중요성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이 분야에서 특히 돋보이고 있는데, 많은 다른 나라도 곧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봅니다.

OMA 홈페이지 메인 화면 속 부산의 산간 주택지 전경

많은 이들이 건축의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미래의 건축은 어떻게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크리스: 이 주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의제에 올라왔지만, 아시아의 건설산업에서 반영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 생각의 기준은 훨씬 더 진지하고 높아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규제의 초점은 주로 에너지에 맞춰져 있고, 창의성과 혁신을 자극하는 새로운 해결책은 고려되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면 신축 프로젝트에는 태양광 패널(PV 셀)을 통합해야 한다는 새로운 사항이 요구됩니다. 최소한의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전형적’ 건물의 예상 에너지 소비량의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는데, 이것은 좋은 전략인 것처럼 들리지만 해당 규정은 특정 프로젝트의 실제 에너지 성능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한 프로젝트도 극히 비효율적인 프로젝트와 동일한 양의 패널 설치를 요구받을 수 있는 것이죠. 심지어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는 북쪽 외벽에 패널을 설치해도 승인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언젠가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요?

크리스: 요즘 도시와 상업 프로그램 관련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공중화장실 같은 작은 프로젝트부터 CBD(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대형 복합 용도 타워까지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가 즐겁습니다. 하지만 건축 설계 그 자체보다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더 큰 개발에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인구구조 변화라는 주제와 관련한 정부기관, 문화기관, 학교, 민간단체와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조사하고 있고, 인구구조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렇듯 경제를 변화시키고 젊은 세대가 한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인구 관련 정책이 개발되고 있으나 이것이 물리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국가나 도시 차원의 마스터플랜은 아직 없어요. 앞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도시 확장 계획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죠. 특히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그렇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한국은 적응하고 변화하는 혁신적 국가이며, 리드하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주제를 연구하고 도시와 지역이 미래 시나리오에 대비해 어떻게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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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소영(@soyoung_lee_art)은 문화기자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스타일 H», «더 갤러리아»에서 일했고, 최근에는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전통 혼례』의 저자이며, 『와인과 사람』,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 『미국에서 서바이벌하기』, 『나를 마케팅하고, 세계를 PR하라』, 『브로드웨이의 노래를 들어라』 등을 기획·편집했다. .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의 개관 콘텐츠를 총괄했고,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한류여행안내서 Person:able SEOUL』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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