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록하기 좋아하세요? 일단 저는…네, 완전요. 정말 사랑합니다. 파워 J라서 계획과 기록에 환장해요. 외출할 때는 항상 필기구와 함께! 시시콜콜한 농담이라도 ‘이 문장 좋은데?’ 싶으면 바로 기록하니까 주변에서도 반포기 상태로 그러려니 합니다. 이런 제 모습이 저는 아주 좋아요. 요즘은 디지털 기록에 적응하려고 주변에서 좋다는 기록 앱도 쓰고 있죠. 그중 제 마음에 들었던 앱들을 몇 가지 추려보았습니다. 사용자의 찐후기를 솔직하게 공유할게요. 기록을 좋아하는 분, 시작하기 부담스러웠던 분은 저를 믿고 써보세요! 혹시 아나요. 삶을 바꿀 계기가 될지요. 원래 큰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하니까요.
북적북적 : 독서 기록
일식, 중식, 한식 모두 좋지만, 새해에는 ‘마음의 양식’ 어떠신가요. 세상에는 재밌는 책이 넘쳐납니다. 저는 흥미로운 책이라면 일단 적어두고 두 달에 한 번 싸그리 모아서 구입해요. 그리고 한동안 활자중독자마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아무것도 읽기 싫은 권태기를 겪기도 해요. 뭐든 과하면 체하는 법이죠. 책에서 발견한 맛있는 영감을 나중에 음미하고 싶다면 ‘북적북적’에 모아보세요.
이름부터 입에 착 감기는 독서 기록 앱 북적북적은 깔끔하고, 게다가 귀엽습니다. 읽은 책을 차곡차곡 쌓아서 한눈에 보여주는데요. 그 높이에 따라 봉인이 해제되는 캐릭터들은 하찮은 귀여움으로 가득해요. 작년 한 해 제가 만난 친구들은 도톨이, 식빵이, 찐고구마 등 총 여덟이었어요. 올해도 영차영차 읽다 보면 더 많은 친구를 해방할 수 있겠죠? 메모와 별점 기능을 사용해서 나만의 감상문으로 서재를 꾸미는 것도 북적북적의 소소한 재미예요.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독서량에 대한 정교한 트래킹입니다. 얇은 책 여러 권보다 두꺼운 책 한 권 읽기가 더 힘들 때가 있잖아요.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를 기록하면 책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어요. 월별 독서량을 페이지 단위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북적북적 덕분에 두꺼운 책도 야금야금 무사히 끝낸 적도 많아요. 다만 읽은 책을 장르별로 모아서 확인하면 좋겠어요. 작품에 대한 메모에 이미지도 넣을 수 있으면 재밌겠네요.
이미 맛본 책과는 아름다운 이별을, 앞으로 읽을 책에서는 새로운 영감을 기대하는 분께 북적북적을 추천합니다. 독서 기록과 영감을 차곡차곡 쌓아보세요. (⭐️⭐️⭐️⭐️)
dot slash dash : 영상 기록
“먼 미래의 사람이든 외계인이든, 1000년 전 인류의 삶이 궁금하다면 어떤 플랫폼의 콘텐츠를 보게 될까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앱이 있습니다. 바로 dot slash dash인데요. 인류 기억 저장소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어요. 릴스나 틱톡처럼 영상을 업로드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커버댄스 영상이나 억지스러운 밈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골목에서 마주친 길냥이 가족부터 퇴근길 지하철의 붉은 노을까지, 평범하고 시시콜콜한 일상 영상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손 떨림이 담긴 날 것의 영상을 좋아해요. 굳이 특별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멋진 이벤트가 아니어도, ‘이건 꼭 찍어야 해!’ 판단이 서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찍습니다. 이런 영상들이 dot slash dash를 만나면 낯선 이의 기억과 버무려져 새로운 영감으로 탄생해요. ‘내 일상을 카메라로 담으면 그게 예능이고 영화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언제 한번 꼭 사용해보세요. 영상을 올릴 때 링크를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어서 앱 외부로 금세 이동할 수 있는 점이 특이해요. 그래서 처음 피드를 넘기다가 제 감성과 맞는 영상을 클릭했는데 어떤 브랜드 홈페이지로 넘어가서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소소한 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길 즐긴다면 dot slash dash를 추천합니다. 갤러리에 잠든 다양한 영상을 인류 기억 저장소로 보내보세요. (⭐️⭐️⭐️)
Daytrip : 공간 기록
저는 낯선 동네를 방문할 때 Daytrip을 꼭 켜봅니다. 이왕 찾아온 김에 로컬 맛집부터 요즘 핫플까지 제대로 즐기면 좋으니까요. 공간 기록 앱 Daytrip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들, 그곳에 방문할 때 알면 좋은 TMI가 가득합니다. 전문 큐레이터가 직접 발로 뛰며 엄선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사람도 잘 모르는 숨은 공간도 많답니다. 우리 동네 숨은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직접 공간을 등록해보세요. 나만 아는 공간을 세상에 알리는 기쁨을 느껴보시길!
Daytrip에 등록된 장소 중 마음에 드는 곳을 나만의 지도에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면 앞으로 약속 장소 걱정은 없을 거예요. 매일 매일 새롭게 업로드가 되니까요. 파워 J로서 살짝 팁을 얹어드리자면, 방문 날짜나 메모를 함께 기록하면 친구에게 미리 동선을 공유하거나, 나중에 큐레이션 콘텐츠로 만들어서 공유할 수 있답니다.
이곳의 조명, 온도, 습도… 감도 높은 공간을 방문해 감성 충만 후기를 남기고 싶으신 분께 Daytrip을 추천합니다. (⭐️⭐️⭐️⭐️)
Be Real : 실시간 사진 기록
Be Real은 하루에 한 번 불쑥 실시간으로 사진을 내놓으라고 해요. 알람이 뜨면 앱을 열고 2분 안에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죠. 게다가 전면과 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찍는 사진은 각도나 비율을 조작할 수도 없어요. 하나 같이 처참한 결과물이지만 그 리얼한 모습이 중독적이라 끊기 힘듭니다. 이 예측불가능한 즐거움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요. 어느 정도 앱에 적응하면, 곤란한 상황에서 알람이 울려도 적당히 타협해서 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이 앱은 참 글로벌합니다. 해외에서 더 유명해서 유저 중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죠. 어두컴컴한 농구장에서 놀고 있는 미국의 고등학생, 점심을 먹는 일본인 청년, 드물게 나타나는 옆 동네 직장인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동네 친구보다 그들과 더 자주 안부를 주고받는 느낌입니다. 사실 알람이 뜨면 그 즉시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 사진을 올리기 전까지는 다른 이의 사진도 볼 수 없어요. 남의 일상을 보고 싶으면 제 일상부터 보여줘야만 하는 시스템은 기브 앤 테이크가 참 확실합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가장 리얼한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분께 Be Real을 추천합니다. (⭐️⭐️⭐️⭐️)
MOODA : 감정 기록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혹시 보셨나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총 다섯 가지 감정 친구가 살고 있죠. 여기에 저장된 기억 구슬은 다섯 가지 색깔로 반짝이고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내 기억 구슬은 무슨 색이 가장 많을까?’ 상상하게 됩니다.
현실에는 다섯 친구가 없지만 ‘MOODA’를 통해 알록달록한 감정 구슬은 만들어볼 수 있겠네요. MOODA는 하찮은 눈, 코, 입을 가진 9가지 동그란 얼굴로 감정을 기록할 수 있어요. 직접 다이어리 속지를 고르고, 손 글씨를 닮은 폰트로 일기를 쓴 다음,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붙여요. 삐뚤빼뚤해도 직접 오리고 붙이는 ‘다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아, 사진을 첨부하는 방식도 예술입니다. 사진을 고르면 ‘찰칵’ 소리와 함께 즉석 사진으로 인화되는 효과가 나타나요. 아날로그 방식을 사랑하지만, 손재주가 없는 저 같은 사람은 환장합니다.
MOODA에 접속하면 ‘오늘 하루는 어땠니?’ 하며 말을 걸어와요. 어떨 땐 분노의 타이핑으로, 또 어떨 땐 가슴 설레는 사진 한 장으로 일기장을 채웁니다. 일기를 쓰고 나면 MOODA는 이렇게 말해요. ‘좀 가라앉았니?’ ‘소중한 기분 오랫동안 간직해요.’ 선택하는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이 잔잔한 감동을 부릅니다. 다이어리 앱에게 위로받다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가끔은 친구보다 더 다정한 디지털 위로가 필요한 분께 MOODA를 추천합니다. (⭐⭐⭐⭐⭐)
아카이브 : 전시 기록
오늘은 간만에 문화생활을 하는 날입니다.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자주 보이는 전시로 예매했어요. 입장하기 전에 리플렛을 훑어보고, 전시 작품 옆에 적힌 설명문도 놓치지 않아요. 기억에 남기고픈 작품은 카메라에 담고, 감상하는 제 모습도 한 장 남겨봅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전시장에서 나오니 마법처럼 기억이 사라집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많습니다) 그렇다면 전시에서 얻은 영감을 ‘아카이브’ 속 나만의 티켓으로 기록해보세요. 전시 기록 앱 아카이브는 ‘경이로운’, ‘기분 좋은’, ‘재미있는’ 등 감정을 담은 알록달록한 티켓 프레임을 아홉 종류나 제공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 위에 원하는 프레임을 씌우고 코멘트도 남길 수 있어요. 저는 전시를 볼 때 사진 찍기와 딴지 걸기를 좋아합니다. 여러 작품을 왜 여기에 함께 뒀는지, 조명은 이게 정말 최선이었는지, 작품 속 인물의 모습은 어째서 불편해 보이는지 생각해보곤 해요. 제가 느낀 감정, 궁금증, 지인과 나눈 이야기 등을 사진과 엮어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티켓으로 만드는 경험이 참 좋습니다. 전시 소통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이 만든 전시 티켓도 볼 수 있지만 아직 사용자가 많지 않은 점이 아쉽네요.
전시장을 나오는 순간 기억을 잃는 분께, 나만의 전시 티켓으로 영감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추천합니다. (⭐️⭐️⭐️)
벌써 1월의 마지막 수요일이라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혹시 새해를 맞이해 야심 차게 장만한 다이어리가 아직 1월 첫 주에 멈춰있다면, 올해에는 제가 추천한 앱들을 스마트폰에 장착해보세요. 작은 앱 하나로 여러분의 한 해가 더 빛날지도 모르니까요. 올해는 기록하기와 조금 더 가까워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