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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피어난 말들

Writer: 장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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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티튜드가 주목하는 요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요즘, 우리는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기술은 단순히 신기한 볼거리에 그칠 수도 있지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지난 7월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전시 «미디어 술래»는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몸과 시선으로 현실을 지각하는 다채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계까지 지각을 넓혀가는 장애예술인 6인은 어떤 작품을 선보였을까요? 기술이 작품과 조응하며 고유한 언어로 피어나는 그 순간을 장윤주 큐레이터가 전해드립니다.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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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 ‹이후에 기척이 있다›, 2026, 스틸 , 케이블, 모터, 특수 제작 우퍼 스피커, 목재, 앰프, 사운드, 165 × 100 × 121.8cm, 제공 모두미술공간

다소 익숙한 문제의식일 수도 있지만, 미디어아트 작품을 접할 때마다 작품이 가진 내용과 형식의 조응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우선으로 두고 작품을 대한다. 그것이 미디어 영상 작품이든 AI를 활용한 작품이든 기술은 그 자체로 언제나 새롭게 보이기 쉽고, 우리는 때때로 그 낯섦을 창의성과 혼동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뿜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내 시각과 사고가 압도 당하지 않고, 봐도 봐도 신기한 새로움 앞에서 이 작품들이 결국 ‘예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는 작가들이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가’보다 ‘왜 이 기술이어야 했는가’를 질문하고, 기술이 작품의 내용과 맞물려 하나의 언어로 기능하는지를 살피고자 했다.

«미디어 술래» 참여 작가 곽요한, 김유석, 박성민, 박유석, 박은영, 이요는 AI, 인터랙티브 아트, 설치, 퍼포먼스 등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지만, 이들의 작업에서 미디어는 단순한 기술적 효과로 머무르지 않고 각 작업의 속성과 내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이 전시에서 기술은 하나의 공통된 형식이라기보다 여섯 작가가 각자의 질문을 풀어나가기 위해 선택한 서로 다른 방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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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곽요한, ‹창조의 순간›, 2026, 2채널 비디오, 2채널 사운드, 8분, 기술 구현 및 제작 이대행, 제공 모두미술공간

(우) 곽요한, ‹Wave and Crush›, 2025, 캔버스에 아크릴, 97 × 131cm, 제공 모두미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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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요한, ‹창조의 순간› 스틸컷, 2026, 2채널 비디오, 2채널 사운드, 8분, 기술 구현 및 제작 이대행, 제공 모두미술공간

두 개의 멀티 채널 영상 ‹창조의 순간›과 회화 작품 ‹Wave and Crush›로 구성된 곽요한 작가의 작업에는 AI로 제작된 영상 속에 작가 자신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 영상이 AI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화면 속에 여러 명의 ‘곽요한’이 동시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정도면 제법 자연스럽게 영상을 구현하는구나 싶다가도, 내러티브를 이어가는 작가의 입 모양이나 움직임 곳곳에서는 여전히 AI 특유의 어색한 틈이 감지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AI를 이용해 작업하게 된 계기와 이미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과 한계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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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요한, ‹창조의 순간› 스틸컷, 2026, 2채널 비디오, 2채널 사운드, 8분, 기술 구현 및 제작 이대행, 제공 모두미술공간

뇌경색 발병으로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을 작가는 거대한 블록들이 흩어졌다가 재조립되는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비유했다. 작가의 삶과 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던 공연 무대를 배경으로, 이 이미지를 마치 실제 존재하는 장소인 것처럼 화면 안에 구현한다. 사실 이마저도 ‘실제’라기보다 AI가 실제처럼 만들어낸 이미지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실재한다고 할 수는 없다. 작가의 모습을 한 가상의 인물 역시 이 가공의 과정을 감추거나 위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얼음 블록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긋남과 불가능성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멈추어진 줄 알았던 순간이 시작이었네”라는 작가의 내레이션은 이 작업을 관통하는 문장처럼 들린다. 비현실적인 환영의 장면과 불편한 신체, 실제 무대처럼 보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영상 속 공간까지, 이 작업에서는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환영인가를 구분하는 일이 점차 불필요해진다. 오히려 현실과 비현실, 원본과 복제, 실제의 신체와 가상의 신체가 뒤섞이면서 각각의 이미지가 저마다 하나의 존재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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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식물 로봇›, 2023/2026, 인터랙티브 설치(모터, MCU, LED, 서버 등), 가변크기, 제공 모두미술공간

김유석 작가의 작품 ‹식물 로봇›은 감각의 경험을 환기하는 설치 작업으로, 들판의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장면을 구현한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공기의 흐름이 살결을 스치며 촉각적으로 감지되듯이, 우리의 감각은 눈앞의 현상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전과 이후로 이어지는 감각의 총체로 경험되는 것 같다. 갈대가 흩날릴 때마다 일정한 각도로 움직이는 금속 프레임은 이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도, 실제 자연 속의 장면도 아님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자연을 흉내 내면서도 그것이 기계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갈대 자체보다 그것을 흔들리게 하는 ‘보이지 않는 바람’을 감각하게 하고, 그 환영의 순간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도록 보랏빛을 비롯한 다채로운 조명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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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식물 로봇›, 2023/2026, 인터랙티브 설치(모터, MCU, LED, 서버 등), 가변크기, 제공 모두미술공간

이 조명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화하는 빛의 환경을 만들어내고, 식물 로봇은 빛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데이터화해 움직임과 사운드로 변환한다. 따라서 갈대의 움직임과 소리는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환경과 개별 로봇의 반응이 빚어낸 결과에 가깝다. 작가는 이런 개체들의 상태를 ‘군집 생명’이라고 부른다. 같은 환경 안에 놓여 있으면서도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이런 특성은 동일한 종의 생명체라 할지라도 각기 다르게 환경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상태를 변화시키는 자연의 속성과 닮아 있다. 작가는 자연이 주변 존재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하나의 관계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식물 로봇›이 구현하는 것은 자연의 모조품이라기보다 자연을 살아 있게 만드는 ‘반응과 관계의 방식’을 보여주며, 그렇기에 작품에는 실제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바람과 시간, 공기의 감각이 오히려 선명하게 환기된다.

전시장 한편, 곡선으로 구획된 공간에는 사각형의 빛이 천천히 이동하며 내부를 훑고 있다. 박유석 작가의 ‹Cylinder Movement›는 원통형 공간 안을 일정한 주기로 회전하는 한 줄기의 빛을 통해 시간의 궤적을 경험하도록 구성한 설치 작업이다. 천장에 부착된 미러 시트지는 공간을 실제 크기보다 무한히 확장된 것처럼 보이게 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빛은 고정된 공간 안에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고요하게 사각 프레임을 눈으로 좇아본다. 그러다 문득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각 프레임이 아니라 그것을 따라가는 나의 시선일 수도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대상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와 시선의 이동에 따라 형태와 감각은 계속 달라진다. 우리는 대상의 본질이 시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눈앞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시각 정보에는 매번 다시 매혹되고 만다. 가만히 서 있으면 사각 프레임의 빛이 어느 순간 내 얼굴을 스친다. 내 눈을 향해 들어오는 빛은 내가 보고 있던 사각형의 프레임 역시 하나의 광원이 만들어낸 일루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보이는 것, 보이게 되는 것 그리고 보는 행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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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석, ‹Cylinder Movement›, 2026, 인터랙티브 사운드-비주얼 설치(라이다 센서, 360도 모터 제어 베이스, 조명, 다채널 오디오, 커스텀 소프트웨어), 가변크기, 협력기획 아인투아인, 시스템 디자인 신재영, 키네틱 엔지니어링 렉한, 하우징 디자인 및 제작 정지후, 사운드 디자인 이정훈, 제공 모두미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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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석, ‹Cylinder Movement›, 2026, 인터랙티브 사운드-비주얼 설치(라이다 센서, 360도 모터 제어 베이스, 조명, 다채널 오디오, 커스텀 소프트웨어), 가변크기, 협력기획 아인투아인, 시스템 디자인 신재영, 키네틱 엔지니어링 렉한, 하우징 디자인 및 제작 정지후, 사운드 디자인 이정훈, 제공 모두미술공간

‹Cylinder Movement›는 빛을 하나의 대상으로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고 믿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빛을 바라보는 시각적 경험에 있지 않다. 회전하는 빛은 관람객의 위치를 감지하고 이를 사운드로 변환한다.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소리는 공간 안에서 서로 겹치고 연결되며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이 작품에서 움직이는 것은 빛만이 아니다. 빛을 따라 이동하는 관람객의 시선과 신체 그리고 그 움직임에 반응해 생성되는 소리가 함께 작품의 시간과 공간을 함께 구성한다. ‹Cylinder Movement›에서 공간은 더 이상 작품의 배경이 아닌 빛과 관람객의 움직임을 소리로 응답하면서, 공간이 관람객과 함께 끊임없이 상태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유기적인 장이 된다.

 

둥글게 매달린 커튼 안쪽으로 40개의 투명 구체가 낮게 매달려 있는 박은영 작가의 ‹Untitled›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이다. 마치 조명처럼 생긴 외형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를 올려다보게 될 것 같지만, 작품은 성인의 무릎 높이 정도로 비교적 낮게 설치되어 있어 시선의 방향부터 낯설게 전환된다. 가까이 다가가면 나의 움직임과 존재를 감지한 듯 구체에 빛이 들어오고, 바닥 위로 그림자가 번져 나간다. 입김에 꽃씨가 퍼져나가듯, 혹은 물 위에 던진 돌 하나에서 동심원이 번져 나가듯 빛과 움직임이 주변 구체로 퍼져 나가는 모습은 묘하게 자연의 움직임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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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Untitled›, 2026, 인터랙티브 설치(투명 구체, LED, 물, 센서, 모터), 가변크기, 기술 구현 및 제작 RGB Lab, 제공 모두미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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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Untitled›, 2026, 인터랙티브 설치(투명 구체, LED, 물, 센서, 모터), 가변크기, 기술 구현 및 제작 RGB Lab, 제공 모두미술공간

 

작가는 관람객과 작품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파동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의도했다고 설명한다. 관람객의 움직임과 거리 변화에 따라 투명 구체들은 빛과 움직임, 그림자의 상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공간 전체 역시 실시간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서 있는 외부의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작가는 모터와 조명, 전자 장치를 알고리즘으로 섬세하게 제어하면서도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 대신 미세한 차이와 불규칙성을 부여해 유기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런 움직임은 흡사 생명체의 반응을 연상시키며, 에너지와 운동성 혹은 파동과 같이 가시적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감각을 공간 안에 드러낸다. 작가에게 기술은 단순히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기계와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생명성’을 감각하게 만드는 매개로 기능한다. 설치된 작품과 공간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감각이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공간, 빛과 물질 사이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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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 ‹이후에 기척이 있다›, 2026, 스틸, 케이블, 모터, 특수 제작 우퍼 스피커, 목재, 앰프, 사운드, 165 × 100 × 121.8cm, 제공 모두미술공간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무엇일까.” 소리를 진동으로 감각하는 이요 작가의 작업 ‹이후에 기척이 있다›는 귀로 듣는 감각과 눈으로 보는 감각이 서로 어긋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소리와 진동, 시각적 움직임을 서로 정확하게 일치시키기보다 미묘한 시간차를 두고 경험하게 하면서 우리가 하나의 사건을 감각하는 방식이 결코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눈으로 확인하는 움직임과 몸으로 받아들이는 진동, 귀에 도달하는 소리는 같은 사건에서 비롯되지만 서로 다른 시간과 강도로 감각된다. 소리의 진동 형태를 캔버스 위에 철가루로 고정한 평면 작품 시리즈는 얼핏 추상회화의 붓질처럼 보이지만, 소리의 진동이 만들어낸 일종의 자취이자 흔적이다. 작가는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하고 변환하며 소리를 감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해 나간다. 매시간 작가가 제작한 스피커가 설치된 캔버스 프레임을 통해 소리와 진동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 작가는 소리 그 자체보다 소리가 지나간 이후에도 몸과 공간에 남아 있는 감각에 집중한다.

이런 잔여의 감각을 작가는 ‘기척’이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소리뿐 아니라 움직임의 동작과 형태, 그때의 분위기와 촉감까지 공감각적으로 담고 있는 듯한 ‘기척’은 분명한 대상이나 형태라기보다, 무언가가 있었거나 아직 남아 있음을 감지하게 하는 희미한 감각에 가깝다. 사라진 소리 다음에 무엇이 남는가. 이요는 이 질문을 통해 관람객이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거나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감각을 받아들이고 그 반응을 다시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요가 말하는 ‘기척’은 소리를 설명하는 단어라기보다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에 가깝다. 눈앞에서 사라진 것, 귀에서 멀어진 것 그러나 아직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을 감지하는 일. 그의 작업에서 감각은 부재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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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 ‹이후에 기척이 있다›, 2026, 스틸, 케이블, 모터, 특수 제작 우퍼 스피커, 목재, 앰프, 사운드, 165 × 100 × 121.8cm, 제공 모두미술공간

전시장 옆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박성민, 강혜라, 에이블뮤직그룹(공민배, 김윤세, 이현성, 장미솔)의 퍼포먼스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자음악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박성민 작가는 라이브 코딩 기반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일반적인 무용 공연에서 음악이 먼저 존재하고 무용수가 그 음악의 리듬과 구조에 맞춰 움직인다면, 이 작업에서는 그 관계가 반대로 작동한다. 무용수의 몸짓과 움직임, 감정이 하나의 출발점이 되고, 전자음향과 현악 연주는 그 움직임을 해석하고 반응하면서 작품을 함께 구성한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음악과 무용의 순서를 뒤집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누구에게 맞추는가, 무엇이 작품의 기준이 되는가라는 관계를 다시 설정한다. 움직임이 음악을 발생시키는 구조 속에서 ‘듣는 것’과 ‘보는 것’, 신체와 소리 사이의 관계 역시 새롭게 형성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각자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박성민 작가의 설명처럼 참여자들은 각자의 언어를 유지한 채 서로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한다. 서로 다른 예술 언어가 어느 한쪽의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작업의 협업 방식이 작품의주요한 내용이 된다. 결국 이 작업은 몸의 움직임과 감정, 연주자의 반응과 전자음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에 무게를 둔다. 고요함에서 시작된 하나의 움직임이 소리로 번지고, 그 소리가 다시 다른 몸과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우리는 음악을 반드시 귀로 먼저 들어야 하는가라는 익숙한 전제에서 잠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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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Antigravity›, 2026, 퍼포먼스(전자음악, 무용, 현악4중주), 4분 30초, 안무 강혜라, 연주 공민배, 김윤세, 이현성, 장미솔, 제공 모두미술공간

총 여섯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 «미디어 술래»는 기술은 단순히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는 장치라기보다 우리가 감각을 경험하는 방식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빛과 소리로 감지하고, 신체의 움직임이 공간의 변화를 일으키며,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익숙한 지각의 방식을 잠시 벗어난다. 특히 장애 예술의 맥락에서 이런 경험은 감각의 결핍이나 보완을 이야기하기보다, 서로 다른 몸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은 그 차이를 지우거나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감각의 경로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장치인 셈이다.

결국 «미디어 술래»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을 더 선명하게 보고 듣게 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에 가깝다. 기술이 전면에서 물러나고 몸과 공간, 감각과 그 사이의 관계가 남는 순간, 미디어는 작품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을 확장하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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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장윤주(Chang Yunju)는 미술사를 기반으로 전시기획과 비평, 연구 활동을 이어온 큐레이터이다. 대안공간 풀, 신세계갤러리, 아시아문화개발원(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우란문화재단 등 비영리 공간과 기업 및 문화재단에서 전시기획과 예술행정,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특히 현대미술과 전통공예의 경계를 확장하고, 시각 외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다학제적 전시와 공간 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시와 함께 리서치, 출판, 비평, 워크숍을 연계해 콘텐츠를 확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독립 큐레이터로서 문화예술 기관과의 협업 및 전시 기획을 지속하며 동시대 시각예술을 새로운 공간과 감각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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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