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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깨어질 결심

Writer: 김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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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가마에서 막 나온 도자기가 미세한 금 하나 때문에 가차 없이 내동댕이쳐지는 풍경은 꽤 익숙합니다. 자그마한 흠조차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형태에만 합격점을 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균열 안에 뜻밖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요? 매끈하고 반듯해야 아름답다는 우리의 시선은 알고 보면 쓰임새를 기준 삼아 무심코 받아들여 온 판단일지도 모릅니다. 김리우는 도자에서 흔히 결함으로 취급되는 균열과 파편, 일그러짐을 오히려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삼습니다. 불과 온도, 중력처럼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힘이 만들어 낸 우연의 흔적을 실패가 아닌 작업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전통을 고정된 형식으로 바라보기보다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어내면서, 작가의 도자는 또 다른 완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과연 무엇이 완전하고, 무엇이 아름다운 걸까요? 그 기준을 다시 묻는 김리우의 작업을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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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impsest›, 2025, ceramics, 32×32×43c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김리우입니다. 저는 한국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도자를 활용해 조각과 설치, 평면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우리 삶 속 ‘불완전함’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균열이나 파편, 일그러짐, 거친 표면처럼 일반적으로 도자에서 결함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주요한 조형 언어로 삼고,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대학에서 도자를 전공하며 형태를 만들고 재료를 다루는 과정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미술사를 함께 공부하면서 작업을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씩 넓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왜 이것을 만드는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특히 도자는 일반적으로 매끈하고 반듯한 형태, 깨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를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결과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완전함은 과연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어요. 이런 질문들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이후 예술학 석사 과정에 진학했고, 전시 서문과 비평문을 읽고 쓰며 작품을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소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작업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저만의방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이론으로 고민해 온 질문들을 직접 제 작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분명해졌고, 다시 실기 작업에 집중하며 영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작업을 이어가면서 그동안 고민해 왔던 질문을 실제 재료와 형태를 통해 풀어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지금의 창작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얼마 전 과천의 새로운 작업실로 이사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관악산이 보이고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이에요. 이전에는 서초동의 반지하 작업실에서 작업해 왔어요. 위치적인 장점은 분명했지만,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공간의 크기나 채광,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같은 요소들이 생각보다 작업의 리듬과 컨디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편이라, 작업하는 동안 머물게 되는 환경 자체가 작업의 집중도뿐 아니라 일상과 작업 사이의 균형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전 작업실은 규모가 크지 않아 점점 커지는 작업을 제작하거나 여러 작품을 동시에 펼쳐놓고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간의 크기와 작업 환경, 주변 풍경까지 함께 고려하며 새로운 작업실을 찾았고,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작업실로 오게 되었어요. 이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공간에서 작업의 크기나 방식에 제약을 덜 받는다는 점, 무엇보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제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확장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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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작업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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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Resonance(Vessel Form)› 디테일 샷, 2026, ceramics, 가변설치,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제작지원 경기도미술관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특별한 장소나 사건보다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지나쳤던 사물이나 풍경, 현상을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있는데도 갑자기 다른 의미로 다가오거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 있는데, 저는 그런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때 떠오른 생각이나 질문을 오래 들여다보고, 제 작업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하나의 주제로 발전시키는 편입니다. 결국 저에게 영감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이미 익숙하게 존재하던 것을 낯선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먼저 어떤 장면이나 생각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면 그 이유를 오래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처음부터 완성된형태를 정해두기보다는, 그 안에 어떤 질문이 있는지 정리하고 관련된 이미지나 자료를 찾아보면서 작업의 방향을 잡습니다. 이후에는 드로잉이나 간단한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흙의 종류나 안료, 유약, 표면 질감 등을 여러 방식으로 테스트하면서 실제 형태로 발전시켜요.


도자는 특히 불과 온도, 중력처럼 제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해요. 예상하지 못한 균열이나 흐름, 표면의 변화가 생겼을 때 그것을 무조건 실패로 판단하기보다는 처음의 의도와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다기보다 처음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재료가 만들어내는 우연 사이를 오가면서 조금씩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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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rfect imperfection(white)›, 2025, ceramics, 30×30×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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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rfect imperfection(white, blue, violet)›, 2025, ceramics, Each 30×30×30cm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완전함’과 ‘불완전함’을 나누는 익숙한 기준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가면서 도자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형식과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습니다.


‹The Perfect Imperfection›라는 작품은 제가 항아리의 형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첫 번째 작업입니다. 깨지거나 균열이 생기고 형태가 일그러진 항아리는 흔히 불완전하거나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상태에도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자에서 결함으로 간주하는 균열과 파편, 일그러짐, 거친 표면 등을 조형 언어로 적극 사용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완전한 형태’나 ‘아름다운 상태’의 기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질문하고자 했습니다.


이후 ‹Time of Accumulation›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한국 도자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사유로 확장했습니다. 특히 분청사기가 지닌 자유롭고 즉흥적인 표현과 시간의 흔적에 주목했습니다. 반복해서 쌓이고 흘러내리는 화장토와 유약, 비대칭적인 형태를 통해 오랜 시간 축적되고 풍화된 듯한 표면을 만들었고, 전통적인 도자의 형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안에 존재했던 자유로운 태도와 감각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저에게 전통은 고정된 형식이라기보다 각 시대의 감각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읽히고 변화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작업은 한국적 정체성을 단순히 특정한 문양이나 형태로 보여주기보다, 전통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태도 자체를 작업에 담아보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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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Resonance(Vessel Form)›, 2026, ceramics, 가변설치,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제작지원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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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Resonance(Planar Form)›, 2026, ceramics, Each 130.3×97cm,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제작지원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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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Resonance(Planar Form)›, 2026, ceramics, 가변설치,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제작지원 경기도미술관

최근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공명 Resonance›을 선보였습니다. 이 작업에서는 이전부터 이어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도자를 하나의 기물이나 공예적 형식에 한정하지 않고 입체와 평면, 설치로 확장해 보고자 했습니다. 전시는 입체 작업 ‹Vessel Form›과 평면 작업 ‹Planar Form›으로 구성됩니다. 입체 작업은 ‘도자는 완전한 형태여야 한다’는 전제를, 평면 작업은 ‘도자는 입체적인 기물의 형태여야 한다’는 전제를 각각 되묻습니다. ‹Vessel Form›은 전통적인 도자의 윤곽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구조와 표면을 변형하고, 선명한 색과 파편을 활용해 익숙한 기물의 형태를 낯설게 바라보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반면 ‹Planar Form›은 도자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과 재료의 흔적을 평면 위에 다시 쌓아 올리며, 흙이라는 재료가 기물의 형태를 벗어난 뒤에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두 작업은 같은 재료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하나는 입체로, 다른 하나는 평면으로 나아갑니다.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하면서도 하나의 공간 안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공명’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제게 이 작업은 도자가 익숙한 형식과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설치와 평면을 포함한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실험해 본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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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f Accumulation›, 2025, ceramics, 40×40×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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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of Accumulation›, 2025, ceramics, 40×40×40cm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준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무엇이 완전하고 불완전한지, 무엇이 아름답고 그렇지 않은지를 나누는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질문을 ‘항아리’라는 익숙한 형태를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항아리는 ‘온전한 형태를 이루고 무언가를 담는다’는 기능과 이미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제 작업의 주제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인 메타포라고 느꼈어요. 도자는 흔히 공예나 기물의 기능성에 연결되어 인식되지만, 저에게는 개인과 사회의 가치 기준이나 시간, 관계와 같은 더 넓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매체입니다. 균열이 생기거나 형태가 일그러지고, 때로는 본래의 기능을 잃은 항아리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존재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상태를 자연스럽게 결함이라고 판단하는지 되묻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제 작업이 관람객에게 작품 속 불완전한 형태를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도자를 바라보는 방식까지 다르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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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Falling)›, 2026, ceramics, 40×40×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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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Falling)›, 2026, ceramics, 40×40×40cm

최근 작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도자를 하나의 기물이나 오브제로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설치와 평면까지 작업의 형식을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공명›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서로 다른 도자 작업이 공간 속에서 관계를 맺는 방식과 깨진 도자 파편이 평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제게 중요한 변화로 다가왔어요.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새로운 형식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반면 아쉬웠던 점은 형식을 확장한 만큼 각각의 요소가 하나의 작업 안에서 더 긴밀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입니다. 입체와 평면이 단순히 서로 다른 형식으로 병치되는 것을 넘어, 재료나 공간,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포함해 조금 더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근 작업은 완성된 결론이라기보다 앞으로 작업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도자라는 재료가 공간과 다른 매체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더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을지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여쭤봐도 될까요?

평소에는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작업실로 출근하고, 직장인처럼오전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작업하려고 합니다. 작업을 지속하려면 생활과 작업의 리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도자는 가마를 사용하는 작업이다 보니 항상 계획한 시간에 맞춰 마무리되지는 않아요. 소성이 있는 날에는 가마 온도와 상태를 확인하며 밤까지 작업실에 머무는 경우도 많고, 작업의 공정에 따라 하루의 길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루틴은 지키려고 하되, 작업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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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amics Biennale, Martinsons Award 2025» 전시 전경, 로스코 미술관(다우가스필드), 2025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도자라는 매체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해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미술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도자를 설치와 평면 작업의 형태로 본격적으로 확장해 보았는데, 이 전시를 계기로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저는 도예를 공예라는 하나의 범주에 한정하기 보다 재료적, 조형적으로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지닌 매체로 봐요. 그래서 전통적인 기물이나 오브제의 형태에 머무르기보다 공간과 관계를 맺는 설치 작업과 다른 재료와 결합으로 표현의 범위를 확장해 보고 싶어요. 결국 도자의 경계를 허물기보다 제가 가진 방식으로 도자가 가진 그 넓은 가능성을 찾고 싶은 거죠.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삶에서도 너무 정해진 답이나 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변화나 불확실한 상황을 열어두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제게 의미 있게 남은 순간은 계획한 대로 흘러간 때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생겼거든요. 이런 태도가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래서 처음 세운 계획이나 의도에만매달리기보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나 예상 밖의 결과를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려고 해요.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제 작업에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억지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잠시 작업에서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전시를 보거나 산책을하는 등 다른 활동을 하며 생각을 환기하다 보면 막혀 있던 지점이 조금씩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무엇보다 슬럼프 역시 작업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조급하게 벗어나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도록 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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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Perfection: A New Origin» 전시 전경, 조선팰리스 강남, 2026, 사진 조선팰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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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Perfection: A New Origin» 전시 전경, 조선팰리스 강남, 2026, 사진 조선팰리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제가 작업에서 구현하고 싶은 방향과 그것을 실제로 지속해 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에요. 작업이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될수록 제작비와 재료비, 공간에 대한 부담도 함께 커져요. 하고 싶은 작업을 그대로 실현하는 데에는 분명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조건 때문에 작업의 방향을 쉽게 타협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 중이에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는 정직함과 성실함입니다. 작업은 결국 자신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고민해 왔는지가 축적되어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질문과 경험에서 출발하는 정직함이 중요하다고 봐요. 외부의 흐름이나 평가에 쉽게 흔들리기보다, 제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제 방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또 좋은 작업은 한 번의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기보다 오랜 시간 반복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성실함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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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Jar_Color pot›, 2025, ceramics, Each 22×22×22cm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창작자보다 익숙한 기준이나 관점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기준과틀 안에서 사고했던 순간들이 많았고, 그런 태도가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막기도 했어요.


특히 예술은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좋은 수단입니다. 제 작업을 통해 누군가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생각을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될 거예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위치에 있든 자신을 제한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작업이 확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업으로 더 많은 경험이나 성취를 쌓게되더라도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현실적인 조건이나 기존의 기준 때문에 처음부터 가능성을 좁히기보다는 궁금한 것을 끝까지 따라가며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는 태도를 오래 유지하고 싶습니다. 결국 특정한 성취에 도달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변화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제가 미래에 품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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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Liu Kim 김리우(@Liu_kim_ceramic)는 서울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도자를 중심으로 조각, 설치, 평면으로 작업을 확장하며, 균열과 파편, 일그러짐 등 기존에 도자에서 결함으로 여겨져 온 요소들을 조형 언어로 사용한다. 달항아리, 주병, 매병 등 한국 전통 도자의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완전함’에 대한 익숙한 기준을 질문하고, 불완전한 상태가 지닌 새로운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최근 «Beyond Perfection: A New Origin»(조선 팰리스, 2026)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우리의 여름에게»(경기도미술관, 2026), «Secret Ceramics»(소더비, 런던, 2026), «이천 그리고 그 너머: 형태안의 공간» (주영한국문화원, 런던, 2026), Ceramics Biennale (로스코 미술관, 다우가스필드, 2025)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25년 FRANZ Rising Star Scholarship Award(타이베이)에 선정되었으며, 2026년 서울공예박물관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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