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디자인» 대전환: 월간을 벗어던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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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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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요즘 불황에 신음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단연 ‹서울의 봄›입니다. 개봉 6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300만명을 넘겼어요. 영화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일어난 신군부의 쿠데타를 소재로 삼는데요.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1980년 언론 통폐합을 단행했답니다. 그때 폐간 통보를 받고 수많은 매체가 사라졌지만, 3개월 만에 복간된 잡지가 있었습니다. 서슬 퍼런 시대에 발행인이 청와대로 편지까지 보내며 살린 주인공은 바로 월간 «디자인»입니다. 1976년 창간해 시대적 조류에 맞춰 리뉴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월간 «디자인»이 이번에 큰 사고(?)를 쳤습니다. 이제 한 달이라는 루틴에서 벗어나 일, 주, 격주, 월. 분기를 아우르며 콘텐츠 발행과 각종 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그 뒤에는 ‘디자인플러스Design+’라는 웹사이트와 긴밀히 조응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대전환이 존재한답니다. 2024년 1월 지면 리뉴얼부터 완료한 월간 «디자인»의 최명환 편집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과연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01, 월간디자인

제호 디자인부터 표지와 판형까지 리뉴얼한 첫 번째 결과물인 2024년 1월호.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월간 «디자인»(이하 «디자인»)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최명환입니다.

02, 월간디자인, 최명환 편집장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월간 «디자인» 최명환 편집장. 사진: 윤선웅(에스플러스튜디오)

최근 «디자인» 리뉴얼 이야기에 앞서, 편집장님의 과거를 잠시 알아볼까요?

저는 2012년 객원 기자로 «디자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그렇게 쭉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21년 4월호 판권부터 편집장이라는 바이라인으로 출현하며 올해 4년 차를 맞았습니다.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어색한 적은 처음이에요. 저희가 서로 안 지 10년이 넘었잖아요.

제가 객원 기자일 때 종현 씨는 인턴 기자였고, 이듬해 함께 «디자인» 기자로 입봉한 사이죠.

그래서 «디자인» 편집장님과 입사 동기라고 밖에서 자랑한단 말이에요.

허허. 제가 그다지 자랑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전혀요! «디자인» 하면, 1976년 창간해 지령 500호가 훌쩍 넘은 레거시 매체이자, 편집부가 탄탄한 디자인 전문지로 유명한 걸요. 이런 매체의 편집장은 무슨 일을 하나요?

기본적인 업무는 다른 곳과 비슷할 것 같아요.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부를 관리하죠. 디자인이란 주제에 깊게 파고드는 전문지라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 편집장과 기자가 의견을 주고받는 관계가 남달라요. 디자인 또한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 있는 아트 디렉터 및 디자이너와 상의한다는 면도 독특하죠. 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종합 디자인 전문지의 편집장이란 이유로 국내 디자인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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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창간한 월간 «디자인»은 우리나라 디자인 역사를 반추하는 거대한 아카이브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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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 창간호 표지.

예를 들어 어떤 걸까요?

공공기관의 디자인 심사에 참여하거나, 어떤 기업의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거나,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의 일이에요. 기자로 일할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편집장이 되니까 수행해야 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종현 씨와 저는 내부자였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했지만, 바깥에서는 «디자인»이 공공성을 띤 매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오랜 시간이 축적되면서 디자인계의 공공재가 됐다고 할까요. 그래서 제 능력이나 장점과는 별개로, «디자인» 편집장으로서 이런저런 할 일이 부여되는 것 같아요.

05, 월간디자인, 코리아-디자인-어워드Korea-design-award

월간 «디자인»은 자체적으로 ‘코리아디자인어워드’를 운영 중이다.

‘한국 유일 종합 디자인 전문지’라는 아우라가 무척 강력하네요. 이런 정체성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시대가 바뀌면서 세상 모든 물건과 활동에 디자인이란 라벨을 붙이고 있잖아요.

이번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디자인계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모시고 간담회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종현 씨가 말한 지점을 동일하게 짚는 분이 계셨어요. 세상 모든 게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시대에 «디자인»이 무엇을 다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었죠. 그런데 저희가 다루는 대상을 스스로 제한할 수 없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요.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디자인이라고 말하면 나름의 무언가를 지칭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건 디자인이 아니야’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근데 지금은 디자인하지 않는 것도 디자인 전략의 일부라고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마치 온 세계가 디자인으로 둘러싸인 느낌이죠.

그래서 의도적으로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 고민해 봤는데, 이미 세상이 변한 걸요. 예전에는 프로덕트 디자인 하면 자동으로 제품을 떠올렸지만, 요새는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다양한 서비스를 가리켜 프로덕트 디자인이라고 칭하잖아요. 결국 «디자인»이라는 매체의 숙명은 사회가 디자인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게걸스럽게 포용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어요. 이런 판단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시대적인 상황이 그렇게 짜이고 있으니까요. 

그런 관념이 이번 리뉴얼 때 확립된 건가요?

이를 공식화하고 가시화하는 무대가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미 그전부터 저희는 이게 디자인인지 아닌지, 어디까지 디자인으로 봐야 하는지 고민하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이걸 디자인이라고 말하면 이것도 다뤄봐야겠다, 저것도 디자인이라고 말하니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자연스럽게 보폭을 넓히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디자인의 범주를 따지면서 결과물에 집중하다 보면, 디자인과 밀접하게 연관된 기획, 마케팅, 유통 등 다양한 프로세스를 도리어 간과하고 축소할 수 있겠더라고요.  

대표적인 예가 요즘 유행하는 팝업 스토어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면모가 성공 비결처럼 다가오지만 그 본질은 뚜렷한 목적 아래 기획, 마케팅, 디자인, 시공, 홍보 등이 정교하게 맞물린 협업의 산물이잖아요. 디자이너의 매직 터치만 우길 수 없죠. 팝업 스토어에 대해 크레딧을 주장할 수 있는 주체가 굉장히 많아졌으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의 앞단, 윗단까지 더욱더 확장해서 다뤄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가 «디자인» 리뉴얼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중앙에는 디자이너가 있고, 그 바깥 부분을 따라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존재하는 장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이들은 저희 «디자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층이면서도, 동시에 저희가 취재하는 대상이기도 해요.

06, 월간디자인

월간 «디자인»이 다루는 범위는 비단 디자이너에 국한되지 않는다.

흥미롭네요. 그런데 이런 의문도 들어요. 중앙에 있는 디자이너와 바깥에 있는 이해 당사자를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넓게 보면 모두 디자인에 참여하는 창작자 같아서요.

그런 의문도 이해되어요. 결국 디자이너를 구분하려면 디자인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직업군을 상정해서 바라보았을 때 아직 세상에는 디자이너로 여겨지는 집단이 존재하고, 이런 도식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입장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기획자와 마케터처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는 창작자에 대한 관심을 이제라도 차차 넓혀야 하는 당위성을 느끼는 거죠.

누구나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직업군으로 인정받는 전문적인 디자이너는 따로 존재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비록 그 경계가 점점 명확성을 잃어가고 있지만 사회적 통념 아래 디자이너에 속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그와 긴밀히 협업하는 창작자들, 이해 당사자들까지 함께 다루는 게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이라고 보면 되려나요?

그렇습니다. (짝짝)

저희 대화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웃음) 잡지를 리뉴얼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내외부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업계에서 농담 삼아, 리뉴얼해서 좋은 소리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하는데요. 그래서 지금 잘 가고 있는 건지 오히려 걱정이 들기도 해요. 비판적인 목소리나 중립적인 의견보다 ‘좋은 것 같다’라는 느낌적인 반응이 많이 들리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 좋아진 것 같고, 콘텐츠도 탄탄해진 것 같다는 의견을 듣다 보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약간 불안해요. 최소한 몇 개월은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에 인스타그램으로 리뉴얼에 관한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정돈되고 간결한 느낌이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어요. 밀도 있는 구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고요. 다만, 여백이 부족해 조금 답답해 보인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런 피드백을 경청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선해 보려고요. 인스타그램 주요 사용층 때문인지 설문에 참여한 분들 절대다수가 20~30대인 점도 흥미로웠어요. 특정 연령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과정에서 매체 또한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리뉴얼은 꽤 이른 감이 있어요.

2020년 2월호가 가장 근래에 감행한 리뉴얼이었죠. 당시 지령 500호를 맞이했거든요. 제호부터 콘텐츠까지 완전히 바꾼 경우였죠. 제호는 영어 대신 한글을 크게 쓰고, 콘텐츠는 당시 잡지계의 흐름 중 하나인 ‘원 이슈one issue’, 즉 하나의 이슈를 정해 특집을 준비하며 좀 더 탄탄하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방향을 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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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500호를 맞이해 전격적으로 리뉴얼한 2020년 2월호. 한글 제호 디자인이 화제를 모았다.

그때 굉장한 화제를 모았죠. 파격적인 변신 후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다고 들었어요.

사람들 각자가 하나의 미디어로서 정보를 발신하는 게 시대적으로 완전히 정착하는 상황에서 매달 종이로 나오는 월간지가 지니는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인정해야 했어요.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을 바에는 큐레이션의 날을 더 날카롭게 세우고 깊이 있게 파고드는 전략으로 바꿨죠. 그런데 이 또한 장단점이 있었어요. 이슈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하는 감도가 매우 맹렬하더군요.

예를 들면요?

2023년 2월호 ‘케이팝 디자인 아나토미’가 대표적이에요. 시장 반응이 엄청나게 빠르게 와서 순식간에 매진이 됐어요. 그때 일본에 있는 독자가 정성스러운 편지와 함께 책 좀 구할 수 없겠냐고 연락할 정도였어요. 당시 저도 두 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한 권을 국제우편으로 보내드렸죠. 2020년 10월호 ‘100개의 숍, 100개의 디자인’, 2022년 4월호 ‘2022-23 CMF 디자인 사전’, 2023년 3월호 ‘그래픽 디자인 교육에 관한 11가지 질문’ 등도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요. 근데 이런 상황이 늘 벌어지지 않는 게 문제죠. 저희도 매체이기 때문에 흥미는 떨어져도 디자인계에 의미 있는 주제를 파고들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가 오면서 콘텐츠에 대해 좋고 싫음의 편차가 심해지니까 대중의 눈치를 자꾸 보게 돼요. 게다가 리뉴얼 효과가 영원할 수도 없고요. 호평이 잦아드는 걸 시장에서 감지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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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케이팝 디자인 아나토미’, 2023년 3월호 ‘그래픽 디자인 교육에 관한 11가지 질문’.

그럼 이번 리뉴얼의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리뉴얼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당위성이잖아요.

지금 가시적인 결과물이 잡지로 나와서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사실 리뉴얼의 핵심은 지면이 아니에요. 새로 구축 중인 웹사이트가 가장 중요한 파트입니다. 이미 훌륭하게 리뉴얼했던 잡지를 다시 바꾼 이유도 웹사이트와 효과적으로 조응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디자인»을 위한 독립적인 웹사이트가 생긴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URL이 어마어마하던데요?

design.co.kr이라는 URL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근데 이게 «디자인» 전용 웹사이트는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여기를 통해서 «디자인»의 지면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거예요. ‘디자인플러스Design+’라는 이름으로요. 한 달에 한 번 지면으로 다가가는 «디자인»의 관성을 깨고 365일 독자와 함께 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게 디자인플러스의 목표이자, 이번 리뉴얼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일간, 주간, 격주간, 월간, 분기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그 중 월간에 해당하는 서비스가 «디자인» 발행이에요. 일간은 매일 업데이트하는 디자인 관련 콘텐츠이고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뼈대 삼아 나머지 서비스를 기획 중이죠. «디자인»과 디자인플러스가 긴밀하게 맞아떨어져야만 해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잡지를 다시 리뉴얼하게 되었어요.

월간디자인, 디자인플러스

이번 월간 «디자인» 리뉴얼은 디지털 서비스 ‘디자인플러스’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듣다 보니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웃음) 이건 리뉴얼을 넘어 트랜스포메이션, 즉 대전환에 가까워 보여요. 어쩌다가 이런 큰 결심을 하게 됐을까요?

결국 시대적 흐름이 큰 역할을 했어요. 혹시 그거 아세요? «디자인» 디지털 버전을 유료로 구매하는 비중이 의외로 커요. E-매거진 형태로 상당히 많이 팔리고요. 밀리의 서재 같은 독서플랫폼에서 «디자인»을 보는 사람도 많아요. 종이 잡지 시장은 불황이지만,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건재하고, 콘텐츠의 가치에 대한 폄하가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조심스레 주장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희 «디자인» 콘텐츠를 비롯한 디자인 관련 소식들을 자체 플랫폼에서 효과적으로 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거예요. 더불어 단순히 콘텐츠를 발신하는 행위를 넘어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여러 액티비티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붙이려고 해요.  

10, 월간디자인, e매거진

월간 «디자인»은 E-매거진 매출이 점점 오르는 추세다.

«디자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변신인 듯해요. 웹사이트는 아직 오픈 준비 중이던데요. 지면 잡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해 주실래요?

전체 리뉴얼 계획 중 현재 완료한 결과물의 예시는 매달 발행하는 잡지죠. 참고로 «디자인»과 디자인플러스 모두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에서 리뉴얼 작업을 맡았어요. 결과물에 한정한다면, 일단 가장 큰 변화는 판형을 바꾼 거예요. 저희가 500호 리뉴얼할 때부터 책과 잡지의 중간에서 움직이겠다고 천명하면서 콘텐츠의 구성을 바꿨는데요. 막상 콘텐츠를 담는 틀, 즉 지면 잡지의 판형이 과연 현재 상황에 적합한지 의문을 품고 있었어요. 지금까지의 판형은 시각 정보를 잘 보여주는 데 특화됐거든요. 디자이너가 작업 중 레퍼런스가 필요할 때 «디자인»을 뒤적거리며 아름다운 디자인 작업을 찾는 순간이죠.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요. 아름다운 이미지와 멋진 해외 스타 디자이너의 작품을 넣어도 전처럼 반응이 잘 오지 않아요. 독자가 원하는 게 시원시원한 시각 경험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자 한 가지 이슈에 집중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응축하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가 줄일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판형을 최대한 줄여보았죠. 디자이너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독자들이 랩톱laptop과 함께 핸디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사이즈를 표방하면서요.

11, 월간디자인

이번 리뉴얼은 20여년 유지한 판형까지 바꾸는 승부수를 뒀다.

그리고 보니 판형은 진짜 바뀐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써놨는데, 이번 변경이 19년 11개월 만이에요. (웃음) 스토리텔링에 집중하자는 의견에 따라 콘텐츠도 손봤어요. 일단 특집은 건드릴 부분이 없었어요. 아직 동시대적인 니즈에 부합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관성적으로 꼭 넣어야만 했던 섹션에 대해서는 마음을 조금 놓기로 했죠. 오히려 내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 프로젝트 섹션과 뉴스 섹션을 합친 거예요.

12, 월간디자인

드디어 그 좁은 페이지에 깨알처럼 들어가던 뉴스가 해방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원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저희가 놓치는 게 있었어요. «디자인»의 강점 중 하나인 동시대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디자인 소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뼈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 프로젝트와 뉴스 섹션을 합쳐 명칭은 디자인 프로젝트로 정하고 저희가 한 달 동안 수집한 다양한 디자인 소식 중 편집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선정한 30~40개 남짓의 프로젝트를 좀 더 깊이 있게 소개하기로 했어요. «디자인» 본연의 성격을 되찾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해요.

13, 월간디자인

콘텐츠 면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인 디자인 프로젝트 섹션.

혹시 새로 바뀐 디자인 프로젝트 섹션에서 눈여겨볼 만한 새로운 시도가 있나요?

크레딧을 보강하려고 해요. 이제 디자인 프로젝트에 디자이너 이름만 쓰기엔 곤란한 경우가 많아졌어요. 기획자, 개발자, 협력사, 시공사, 공장 등 프로젝트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해 당사자도 함께 표기하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CMF에 관련한 정보도 더 확충하고 싶고요. 이건 정보의 불균형과도 관련 있어요.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밝히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매체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발굴하고 취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거든요. ‘프로젝트 멋있어요’ 칭찬만 할 게 아니라, 해당 프로젝트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충실하게 담아주고 싶어요.

전 세계에서 나오는 최신 디자인 프로젝트가 셀 수 없이 많은데요. 이 중 30~40개를 고르는 게 가능할까요?

이건 모든 매체가 직면하는 문제점인데요. 공공성, 혁신성, 신선함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요즘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면 심미성을 너무 폄하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들거든요. 그래서 심미성 또한 중요한 기준이라고 봐요. 이런 포인트를 두루두루 다루면서 프로젝트 이면에 담긴 의미가 과연 독자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거죠. 실제 지면에서 볼 때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플러스가 더욱더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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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젝트 섹션을 통해 월간 «디자인»이라는 매체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면면을 엿볼 수 있다.

‘기승전디자인플러스’네요? (웃음)

잘 아시겠지만, 웹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등 지면에서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디자인 영역이 있어요. 서비스 디자인이나 리서치 프로젝트처럼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이미지 몇 장으로 그 가치를 전달하기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요. 만약 이런 소식이 지면에만 갇히지 않고 웹사이트에 소개된다면 독자가 훨씬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디자인플러스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어요. 저희가 독자 제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거든요.

독자 제보라면 해외 온라인 매거진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요?

정확히 말하면, 외국과는 좀 달라요. 거기는 주어진 포맷에 맞춰 글과 자료를 올리면 편집부가 알곡을 고르고 약간의 윤문을 더해 아티클로 발행하는데요. 저희는 제보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련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려고 해요. 가끔 모르는 분이 제 회사 이메일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보내시곤 하는데, 그런 분에게 굉장히 좋은 서비스가 될 거예요. 그리고 디자인플러스에는 «디자인»뿐 아니라 «디자인프레스»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답니다. 자세한 건 아직 비밀입니다!

디자인플러스가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점이 이해돼요. 근데 아직 대망의 잡지 제호와 표지 디자인 바꾼 얘기를 못 들었네요. 인터뷰가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들다 보니…

잡지 제호와 표지 디자인은 일상의실천이 맡았고, 이와 비슷한 톤으로 디자인플러스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고 있으니까 결국 인터뷰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표지 디자인에서는 정보의 위계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기존 표지는 한글로 크게 ‘디자인’이라는 제호가 존재하고 그 뒷배경으로 이미지가 크게 들어가고, 볼륨 숫자와 특집 제목을 작게 노출하는 게 전부였어요. 이미지 측면에서는 훌륭했지만, 정보를 좀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위부터 칸칸이 내려오면서 제호 및 날짜, 볼륨 숫자와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 기본 정보가 펼쳐지고, 특집 제목과 그달의 주요 인터뷰와 주목할 만한 기사 정보까지 넣어서 좀 더 텍스트로 명확하게 콘텐츠를 표기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15, 월간디자인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표지에서 정보의 위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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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 표지 디자인 기본 공식.

일상의실천

“제호의 경우 보편적인 의미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습니다. 근대적 의미의 디자인이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발전했고, 현대 타이포그래피 역시 그로테스크 서체의 활용과 함께 정립되었다는 역사에 착안해 헬베티카, 유니버스 등 전통적인 모더니즘 서체의 골격을 기반으로 하되 알파벳 g, n에 부분적인 변주를 주었습니다. 일반 명사인 ‘Design’의 보편성을 유지하며, 동시대에 통용되는 형식적인 실험을 담아내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는데요. 양장점으로 활동하는 로만 서체 디자이너 양희재 씨와의 협업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라는 난제를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커버는 시스템 구축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타이틀과 매거진의 기본 정보, 특집 기사, 서브 인덱스 등의 위계를 정립하고 동일한 간격을 설정해서 독자가 정보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또한 호마다 특집 기사를 정해진 그리드에 따라 배치해 2단, 3단의 구성이 용이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17, 월간디자인, 일상의실천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왼쪽부터) 김경철, 권준호, 김어진

설명을 들으면서 표지를 보니까 확실히 전보다 특징이 명확하네요. 이런 위계가 마치 웹사이트 설계 구조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건 디자인플러스와의 연계 때문인가요?

정확해요. 일상의실천 쪽에서도 표지 디자인을 하면서 웹사이트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얘기해줬어요. 범용적인 템플릿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셈이죠. 그런 면에서 한글 제호를 영문 제호로 바꾼 까닭도 다 연결돼요. 한글 제호가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이 제호를 웹사이트에 가져온다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한계점이 존재하더군요. 영문과 한글 제호를 함께 표기하는 것도 고민해 봤지만, 아무래도 추후 사용자의 범용성을 생각했을 때 영문이 주는 이점을 무시하기 힘들었어요. 내부적으로, 그리고 일상의실천과도 계속 얘기하다가, 결국 그렇게 판단을 내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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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얼 첫 호 표지의 메인 그래픽은 일상의실천이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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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적용한 다양한 그래픽 시안들. 매달 책등에 다른 색을 적용해 소장하는 맛을 의도했다.

이제 «디자인» 지면 리뉴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이렇게 꼼꼼한 계획이 결과물로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기대한 만큼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세요?

아직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날 거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처음에는 저항감이 더 클 수도 있고요. 익숙함이란 게 무섭잖아요. 게다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유저가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 사이에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판형만 해도 독자 옆에 계속 붙어있고 싶어서 핸디하게 만든 이유도 있지만, 그 저변에는 관리 문제도 있어요. 이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수납공간이 줄어드니까 잡지를 모은다는 게 굉장한 부담이 됐어요. 게다가 종현 씨도 «디자인» 판형을 잘 아시잖아요. 가로가 약간 길어서 책장에 넣으면 자기 혼자 튀어나오면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하하. 판형은 정말 잘 바꾼 것 같아요. 얘기를 쭉 들어보니까, 결국 이번 «디자인» 대전환은 어떡해서든 독자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큰 역할을 했네요.

맞아요. 365일 붙어있어야죠. (웃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도 계속 있는데 이걸 한 달 간격으로 꾹 참아야 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방식, 다양한 주기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법을 개발하는 게 디자인플러스의 주요 목표예요. 그래서 주간으로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격주간으로는 팟캐스트까지 고려하고 있답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직 구성을 더 보강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고요. 아까 말한 크레딧 같은 경우는 지면 문제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디자인플러스에서 소화하고 싶어요. 지면에 QR 코드를 넣어서 웹사이트와 연동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시도할 거고요.

20, 월간디자인

월간 «디자인» 콘텐츠는 디자인플러스를 통해 일간과 월간을 넘나들며 독자와 만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디자인»과 디자인플러스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게 아닐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일단 디자이너보다 디자인 프로젝트에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거는 것 같기는 해요. 예전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디자이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디자이너를 칭찬하는 기사만 쓸 수는 없잖아요. 디자인 프로젝트에 집중할 때 다룰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리뉴얼에서 느낀 것 같아요. 그런데 디자인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 중 하나가 바로 디자이너 DB랍니다. «디자인»에 나온 디자이너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그들과 관련한 정보와 기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건데요. 만일 일상의실천이 작업한 프로젝트가 지면에 소개되면 QR 코드를 통해 디자인플러스 내 디자이너 DB에 접속해서 그동안 쌓인 일상의실천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독자는 디자이너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도 과거가 아닌 현재에 집중해 핵심만 표현할 수 있겠죠. DB는 내부적으로 계속 의논 중이라 아직 뭐라 말하기엔 시기상조 같아요. 다만 리뉴얼 얘기가 나올 때부터 저희 발행인님의 가장 큰 ‘관심사’라는 점만 밝힐게요…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디자이너 DB가 꼭 성공하길 기원할게요! 그럼, 디자인플러스 서비스를 오픈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큰 프로젝트이다 보니 순차적으로 오픈할 것 같아요. 일단 일일 콘텐츠와 제보 서비스는 1/4분기에 선보일 예정이고요. 나머지 서비스 또한 올 하반기에 무사히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디자인플러스가 염두에 두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을까요?

최소한 한국의 디자인 소식들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영양가 있는 플랫폼으로 여겨지면 좋겠어요. 분량과 속도를 어느 정도 커버한다는 가정하에, 매 순간 주목해야 할 디자인 프로젝트를 여기서 손쉽게 볼 수 있다는 대중적인 인식이 생기는 거죠. 잡지사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넘어 다양한 액티비티가 일어나는 커뮤니티로 거듭나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월간디자인, 디자인플러스

디자인플러스 로고 간략화 버전.

이민형 디자인하우스 디자인사업부문장 겸 디자인프레스 대표

“총 6년간 ‘네이버디자인’을 기획·운영하면서 디자인 정보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크다는 사실을 트래픽 등 객관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디지털로 정보를 전달하는 여러 방식을 실험하며 경험치도 쌓았죠. 이제 더 늦기 전에 매개자로서의 역할과 방식을 재정립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집과 발행의 완전한 대전환은 아직 힘들지만, 몇 가지 프로세스만 개선해도 동시대에 훨씬 적합한 효율적인 매개자가 될 수 있다고 여긴 거죠. 이번 모험은 ‘«디자인»이 현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디자인»과 네이버디자인을 운영한 멤버가 오랜 기간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결과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매체를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매체가 기존에 화두로 삼던 ‘디자이너 프로모션’을 ‘디자이너와 비즈니스 간의 매개자’로 재정립하며, 48년째 축적 중인 DB를 디자인계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단박에 바꾸는 건 욕심이죠. 이번 환골탈태는 오는 12월에 마무리될 거예요. 말 그대로 대전환의 한 해입니다.”

22, 월간디자인, 디자인플러스, 이민형

이민형 디자인하우스 디자인사업부문장 겸 디자인프레스 대표.

그럼 «디자인» 편집장으로서 올해 기대하는 건 무엇인가요?

지금 준비하는 것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게 가장 크고 중요한 목표예요. 더 이상 일을 벌이기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잘 이행하고, 내부의 디테일을 잡아가는 거죠. 편집장이 되고 나서 제 존재를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독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모더레이터도 맡고 그랬는데요. 이제는 새롭게 바뀐 «디자인»과 디자인플러스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대망의 마지막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부탁드릴게요.

음. 뭐라고 해야 하죠? «비애티튜드»만큼 «디자인»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웃음) 디자인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국한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아요. 디자인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알아가는 걸 교양처럼 간주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기본 교양을 쌓는다는 느낌으로 «디자인»과 디자인플러스를 찾아주시면 감사합니다. 참고로 «디자인»은 한 권에 1만 5000원으로 배달 음식 한 번만 참으면 된답니다.

23, 월간디자인

월간 «디자인» 2024년 2월호 ‘트렌드 히치하이커를 위한 팝업 스토어 안내서’.

Interviewee

최명환은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디자이너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자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 진학했다가, 디자인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일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다양한 매거진에 객원으로 참여하며 2013년 월간 «디자인» 기자로 정식 합류했고, 지금까지 디자인 전방위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2021년부터 월간 «디자인»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며, 한국 디지털산업계 최대 행사인 ‘앤어워드A.N.D.Award’,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디자인 스타상품 개발, 한국실내건축가협회에서 주관하는 ‘골든스케일베스트디자인어워드’ 등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Edito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디자인» «SPACE 空間»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브리크»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와 함께 «기아 디자인 매거진» 창간 작업과 콘텐츠를 총괄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디에디트»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며, 동시대 한국의 기발한 창작자에 주목하는 «비애티튜드» 편집장을 맡고 있다.

무수한 세계를 넘나드는 김아영의 ‘가능 세계’

Special Interview

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지난 9월 한국 매스컴이 들썩였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디어 아트 공모전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시상식에서 한국의 김아영 작가가 최고상인 골든 니카를 받은 것인데요. 한국인 최초라는 사실 때문에 화제를 모았답니다. 김아영 작가는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입니다. 시각 디자인, 사진,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의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 첨예한 이슈를 복합적으로 재구성해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왔어요. 미술계와 영화계를 가로지르는 커리어를 보면 놀라울 따름인데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성지, 린츠에서 만난 김아영 작가와의 대화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오스트리아 북부에 위치한 도시 린츠(Linz). 아돌프 히틀러의 마음속 고향이자 그가 은퇴 후 지낼 곳으로 낙점하며 나치 독일의 문화중심지로 예정됐던 곳. 철강 산업의 부흥으로 윤택해졌지만, 칙칙한 오염 도시라는 낙인을 지울 수 없던 이 사연 많은 도시는 지난 2009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됐다. 지리적으로 빈과 잘츠부르크라는 유명 문화 도시 사이에 자리 잡은 린츠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뉴미디어 아트 관련 공공재단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가 1979년부터 운영한 세계 최초의 미디어 아트 축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9월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의 발걸음을 모으는 힘은 린츠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선구적으로 쌓는 데 결정적인 지분을 차지한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2023 페스티벌 카탈로그 © ARS ELECTRONICA Website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꽃은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다. 1987년부터 글로벌 단위로 공모한 작품 중 우수작을 가리는 무대로 ‘미디어 아트계의 오스카’라는 별칭이 붙는다. 총 네 개 부문에 걸쳐 98개국, 3176점의 작품이 밀려든 올해, 생각하지 못한 낭보가 터졌다. 한국의 김아영 작가가 ‘뉴 애니메이션 아트’ 부문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Golden Nica’를 받은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조각상으로 루브르 박물관의 명물인 ‹사모트라케의 니케›의 모습을 본떠 금박을 입힌 트로피는 미디어 아티스트에게 꿈결 같은 존재. 작년 발표한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로 그는 ‘승리의 여신상’을 손에 넣은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다.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 세레모니. © vog.photo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 세레모니. © vog.photo

이번 수상작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는 ‘운송수단을 통한 시공간의 재편’이라는 작가의 기존 관심사와 더불어 ‘가능 세계(Possible Worlds)’ 이론이 서사의 축을 이룬다. 우리가 발을 딛는 현실 세계 외에도 수없이 많은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 아래, 서울에서 여성 라이더로 일하는 에른스트 모Ernst Mo라는 현실 세계 속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라는 배달 플랫폼에 속한 그는 배달앱 ‘댄스마스터Dancemaster’를 통해 끊임없이 갱신하는 배달 경로를 무한 질주하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가능 세계에 사는 상대 개체인 엔 스톰En Storm을 만나게 된다. 절대 중첩하지 않을 것 같은 두 세계에 있던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은 어느 순간 접점을 이루며, 혼란과 갈등, 애정 섞인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지나쳐 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추다 360°로 합쳐지는 영상 속 두 개의 구처럼 말이다.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Official Trailer

린츠의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작가는 “스케일이 큰 아트 앤 테크 작업을 대거 선보이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을 살짝 되돌아보자. 한국의 근대화 문제를 다룬 ‹어느 도시 이야기› 연작, 석유 자본의 이동으로 20세기 역사를 되짚은 ‹제페트› 연작, 난민 이주와 데이터의 이동을 동시에 환기시킨 ‹다공성 계곡› 연작, 포스트 팬데믹과 기후 변화, 디아스포라 문제를 다룬 ‹수리솔 수중 연구소› 연작 등 작품마다 치밀한 리서치를 통해 방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사변적인 픽션을 만들며 영상, VR, 설치, 음악극, 퍼포먼스, 출판 등 특정 장르에 매이지 않고 작품을 구현한 면모는 확실히 비상하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측이 그에게 골든 니카를 안긴 것 또한 매번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이어온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응원의 결과일 테다. 김아영 작가의 수상을 거듭 축하하며, 대화를 청해보았다.

김아영,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 Zepheth, Whale Oil from the Hanging Gardens to You, Shell 3›, 2015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Porosity Valley, Portable Holes›, 2017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At the Surisol Underwater Lab›, 2020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수상자가 발표된 후 한국 미디어에 나온 기사들을 찾아봤어요. ‘김아영 작가, 미디어 아트계의 아카데미상 받다’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네요. (웃음)

생각 외로 국내 미술 매체보다 일반적인 뉴스 미디어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아무래도 첫 한국인 수상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국가 위상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심사 과정은 어떤가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행사라서 더욱 궁금하네요.

사실 제 작업은 컨템포러리 아트이지, 아트 앤 테크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상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공모를 통한 작품은 물론, 심사위원 다섯 명이 각각 추천하는 작품들도 심사에 포함한다고 들었는데요.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김치앤칩스로 활동하는 손미미 선생님이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무엇보다 이번 수상은 우주의 기운이 도와 많은 운이 작동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사위원 중 노라 오무르츠Nora O’ Murchú라는 분은 베를린에서 열리는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 디렉터세요. 작년에 직접 제 스튜디오를 방문하셨고, 저 또한 올해 1월 트랜스미디알레에 초대되어 발표한 적도 있었죠. 심사위원 다섯 명 중 두 명이나 자기 작업을 잘 알고, 좋은 관계로 지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물론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한 작품에만 상을 수여하지만요. 올해 뉴 애니메이션 아트로 섹션을 개편하면서 테크놀로지에 중점을 뒀던 이전과 달리 예술적인 실험을 더욱 중시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경향성을 내보일 수 있는 작업으로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선정했고,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 수상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정말 기뻤어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의 Deep Space 8K에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상영 중이다. © Tom Mesic

작품 속 주인공이 일하는 배달 플랫폼은 딜리버리 댄서, 배달앱은 댄스마스터에요. 라이더 계급 중 주인공이 속한 가장 윗단의 명칭은 ‘고스트 댄서’고요. 배달을 춤에 비유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실제 서울에서 활동하는 배달 라이더분들은 시내의 무수한 경로를 내비게이션을 따라 종횡무진 달리세요. 새로운 경로를 달리고, 갔던 곳을 또 가는 일을 한창 하다 보면 내비게이션 경로가 정말 거미줄처럼 쌓이죠.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로에 갇힌 듯이 그 안을 위태롭게 달리는 모습은 마치 비틀거리는 춤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딜리버리 댄서라는 표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7년 차 베테랑 여성 라이더분을 수소문해 인터뷰도 하고, 오토바이에 동승해 서울을 누볐는데요.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함께 배달 다니는 일이 그렇게도 신나고 즐겁더군요. 동시에 라이더분이 주행하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니, 달리는 도로의 실제 상황보다 배달앱에 집중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어요. 배달 라이더가 돈을 벌려면 끊임없이 콜을 받아야 해요. 한 건을 배달하는 와중에 두세 건의 배달을 동시에 업고, 그 중 취소된 건도 확인하는 등 멀티콜을 운용하는 스킬이 꼭 필요하죠. 이렇게 여러 개의 콜을 동시에 받는 게 경제적인 생존과 직결되다 보니, 몸의 감각이 배달 알고리즘에 모두 종속되어 앱이 종용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느꼈어요.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에른스트 모 역할을 맡은 분은 실제 라이더로 활동하나요? 에른스트 모를 직접 촬영한 장면과 3D로 구현한 장면이 영상에 함께 등장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영상에 등장하는 분은 배우입니다. (웃음) 이번 작품에는 이미지 제작 방식을 다채롭게 활용했어요. 먼저 실사 촬영 장면과 게임 엔진으로 시뮬레이션한 질주 장면, 그리고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로 서울 곳곳의 좁은 골목을 스캔해 만든 시퀀스가 혼재됐죠. 각 장면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서로 계속 충돌하는데요.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과 닮았다고 생각해요. 실제 라이더분들이 이렇게 일하시잖아요. 한 세계에 안주할 수 없고 가상과 실재를 오가야만 하는 삶에는 특유의 에너지와 불협화음이 존재해요.

여러 방식을 혼용한 덕분인지 영상 속 서울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디스토피아 도시처럼 보이더군요.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거의 2년 넘게 서울 밖을 못 나갔어요. 한 곳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정말 오랜만에 오니까, 심호흡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더군요. 하지만 동시에 서울이란 공간을 미시적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피는 계기가 됐어요. 이를테면, 영상 초반에 에른스트 모가 두무개길, 사직터널, 가산디지털단지 등 서울 여러 구역에서 엔 스톰을 봤다고 상담사와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런 지명은 의도적으로 넣은 거예요. 그곳의 로컬리티에 대한 애정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퓨처리즘Asia-futurism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아시아 퓨처리즘은 아시아인이 주체가 되어 아시아의 미래를 바라보는 담론인데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Techno-Orientalism은 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의미가 전혀 달라요. 테크놀로지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난 기술 제공자지만, 동시에 감정이 없고 기계적인 존재로 아시아인을 간주하거든요. 저는 아시아 퓨처리즘에 더 관심이 많아요. 새로운 관점으로 아시아인이 주인공인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전 작업인 ‹수리솔 수중 연구소› 연작에도 아시아 퓨처리즘의 관점을 녹여냈습니다.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영상에 등장하는 라이더는 여성 화자뿐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팬데믹 시기에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막상 여성 배달 라이더를 본 적이 없어요.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거죠. 작품을 만들면서 여성 바이크 애호가 커뮤니티 ‘치맛바람 라이더스’ 회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커뮤니티를 만든 이유를 물어보니, 오토바이를 타고 밖에 나가면 운전에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건 물론이고, 성적인 농담과 플러팅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매일 같이 발생한대요. 직업과 상관없이 여성이 오토바이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안 좋은 경험을 겪기 싫어서 여성 라이더끼리 서로 연대하고, 교육하고, 바이크를 즐기기 위한 모임을 만든 게 시작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게 분야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긴 한데, 이제 21세기쯤 되면 안 그래도 되는 거 아닌가요? 에른스트 모만 해도 최상위 라이더 계급인 고스트 댄서인데 말이죠.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그러고 보니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연구원 소하일라도 여성이네요.

해당 작업에 힘을 부여하는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예민 난민 출신의 여성 연구원인 소하일라Sohila AlBna’a를 등장시켰어요. ‹수리솔 수중 연구소›를 작업하기 전에 ‹다공성 계곡 2›을 만들었는데요. 당시 제주도에 온 예민 난민을 인터뷰했어요. 그때 만난 야스민이라는 친구의 이야기가 제게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죠. 야스민은 남편이나 남성 보호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무슬림 여성인데요. 이런 경우가 실제로는 매우 드물다고 해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내내 ‘나는 고결한 인간이고, 아무도 내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자기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어요. 그래서 이런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싶어서 ‹수리솔 수중 연구소›의 주인공을 예멘 여성 이주자로 설정했는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야스민이 작품에 참여하지 못했죠. 생각해 보니, 저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비록 미래가 불투명하더라도 목숨을 건 여정에 뛰어드는 사람들 이야기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네요. 여전히 그들의 모험과 용기에 크게 감동합니다.

김아영,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At the Surisol Underwater Lab›, 2020 © Ayoung Kim Website

작년에 열린 개인전 «문법과 마법»에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그때와 달리 이번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전시장에는 해당 영상 한 점만 설치했더군요.

갤러리현대에서 열렸던 개인전은 여러 층을 활용할 수 있어서 인스톨레이션 작품 수가 꽤 됐어요.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그때 처음으로 전시했는데, 스크리닝 외에도 두 개의 헬멧을 함께 노려보듯 세우고, 그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재생하는 설치 작업도 선보였죠. 사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측에서도 헬멧 설치 작업을 함께 보여주길 원했는데, 다들 무게가 꽤 나가는 부품들이라 직접 린츠까지 모두 들고 와 전시하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의 Deep Space 8K에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상영 중이다. © Tom Mesic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전시회. © Hara Shin

다른 유럽 영화제에서도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상영했는데요. ‘서울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여성’이라는 설정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현지 반응이 궁금해지네요. 유럽과 한국의 배달 문화는 꽤 다르지 않나요?

올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와 바젤 시립영화관에서 작품을 보일 기회가 있었어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때 보니, 그들도 배달 문화를 어렵지 않게 이해한 것 같더군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배달앱이 활성화돼서 그러나 봐요. 물론 유럽은 오토바이보다 자전거로 배달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처럼 배달 때문에 목숨 걸고 주행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요. 그럼에도 어떤 관객은 작품 속 배달 라이더가 처한 상황과 그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줬어요. 사실 배달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한국의 배달 문화에 지옥 같은 경쟁 사회의 특수성이 녹아 있는 게 문제죠. 그런 면에서 ‹기생충›,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통해 한국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내는 극단적인 사회 불평등에 대해서 이미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배달 문화는 그들의 일상에서 보기 어려워서 신기하기도 하고 픽션이라고 느낄 수 있을 텐데,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잖아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사람들이 제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비주얼 요소만 즐겨도 되고, 그 안의 이야기를 더 궁금해해도 괜찮고요. 어떻게든 작품을 본다는 게 중요하고, 감사하죠. (웃음)

혹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프리즈 런던 20주년을 기념해 신설한 ‘Artists-to-Artist’ 섹션에 초대받았어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8명이 젊은 작가 8명을 노미네이트해 부스 형태로 개인전을 여는 건데요. 감사하게도 양혜규 작가님이 추천해 주셨어요. 주목도가 높은 행사일 것 같아서 프리즈 런던을 잘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핀란드와 일본, 이탈리아에서 스크리닝 행사가 있고요. 지금  ‹딜리버리 댄서 2›를 제작하고 있는데,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호주영상센터(ACMI)에서 내년 8월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서울이 수많은 가능 세계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알게 되면서 여러 우주를 오가는 내용이 될 것 같아요. 이전 작업과는 다르게 무용수들의 모션 캡쳐를 활용한 액션 장면이 들어갑니다.

이번 골든 니카상이 작가님의 향후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수상과는 무관하게 원래 잡힌 일정이 있었는데요. 상을 받으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정확하게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영화계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만들어 내는 신은 서로 다르거든요. 그래도 이번 수상 덕분에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지겠구나, 생각은 들어요. 끊임없이 자기 증명과 인정 투쟁을 해야 하는 작가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계속 증명하는 과정은 지긋지긋하지요. 이제 숨 한번은 고르고 다시 길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 2022 © Ayoung Kim Website

Artist

김아영은 한국에서 시각 디자인,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주로 유럽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의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 첨예한 이슈를 복합적으로 재구성해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이야기로 창조하는 데 몰두한다. 기존의 영상 미학을 벗어난 독창적 접근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샤르자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관두 비엔날레, 아시안 아트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 멜버른 페스티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베를린 Sci-fi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팔레 드 도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 사치갤러리 등에서 선보였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 2023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에 선정됐다.

ayoungkim.com

Writer

박은지는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박사 과정에 참여 중이다. 아티스트 북의 서지정보를 LOD로 발행해 컬렉션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인프레스», «월간 디자인», «퍼블릭 아트» 등에 기고했다. udk-berlin.academia.edu/EunJiPark

머쉬룸라이브: 더보이즈 상연 & 제이콥 인터뷰

Special Interview

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머쉬룸컴퍼니와 함께한 네 번째 아티클을 공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더보이즈의 상연과 제이콥이에요. 2017년 데뷔한 11인조 보이그룹 더보이즈는 어느덧 데뷔 7년 차를 맞이했는데요. 이번 머쉬룸라이브에 출연한 상연과 제이콥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기브온Giveon의 ‘Heartbreak Anniversary’를 선보이며, 칼군무로 유명한 더보이즈의 무대와는 다른 결의 무대를 준비했답니다. 알고 보니 음색 좋은 두 멤버의 무대를 기획하고 싶었던 머쉬룸컴퍼니의 계획이었다네요. 머쉬룸컴퍼니가 직접 소개하는 영상의 관전 포인트와 더보이즈의 상연, 제이콥과 나눈 독점 인터뷰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더보이즈는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는 케이팝 아티스트입니다. 더보이즈가 컴백할 때마다 ‹엠카운트다운›에서 종종 마주치기도 했죠. 당시 무대 위 멤버들의 아우라를 좋게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퇴사 후 기획한 왓챠의 오리지널 시리즈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에서 더보이즈의 멤버인 ‘큐’ 님을 섭외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이어져 온 머쉬룸컴퍼니와 더보이즈와의 인연이, 이번 머쉬룸라이브 무대를 완성한 것 같아요.

상연 님과 제이콥 님이 커버한 노래는 한국에서도 워낙 유명한 기브온Giveon의 ‘Heartbreak Anniversary’입니다. 이별한 지 딱 1년 되는 날을 홀로 기념하는 내용의 곡이에요. 스토리에 어울리도록 요란한 파티가 끝나고 난 뒤의 쓸쓸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품으로 무대를 꾸민 이유랍니다. 일부러 여백을 많이 남긴 앵글이라든가, 외로운 뒷모습 등으로 영상에 포인트를 더했어요.

더보이즈에서 상연 님과 제이콥 님은 본인만의 음색이 워낙 좋은 멤버예요. 멤버 수가 많고, 군무로 유명한 그룹이라 두 분의 음색에 귀 기울일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두 분 모두 표현력이 좋아요. 그래서 클로즈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보는 분들이 라이브 영상을 즐길 수 있길 바랐어요. 이번 무대가 두 분의 ‘이면에 있던’ 매력을 끌어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비애티튜드›는 동시대 창작자의 태도를 다루는 문화·예술 매거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상연 : 안녕하세요. 더보이즈 상연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이콥 : 안녕하세요! 더보이즈의 스윗 보이스 제이콥입니다!

머쉬룸컴퍼니의 머쉬룸라이브 시즌 4를 통해 팬분들을 만나게 되셨는데요. 상연 님과 제이콥 님이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상연 : 워낙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제이콥도 보컬 멤버거든요. 머쉬룸라이브에서 같이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이콥 : 회사를 통해 연락이 왔는데, 좋은 기회일 것 같아서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웃음)

이번 머쉬룸라이브에서 기브온Giveon의 ‘Heartbreak Anniversary’를 커버하신 점이 신선했어요. 기존 더보이즈가 선보인 노래와 무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아서요. 이번 라이브에서 해당 곡을 선택하신 이유를 여쭤보고 싶어요.

상연 : 저와 제이콥은 R&B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제이콥이 이 곡을 추천해주더라고요. 좋은 곡을 알게 되어 기뻤고, 제이콥에게 바로 이 곡으로 하자고 말했어요. (웃음)

제이콥 : 머쉬룸라이브에서 부르고 싶은 여러 노래를 생각해 봤는데요. 기브온Giveon의 ‘Heartbreak Anniversary’가 저랑 상연이 형, 둘 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라이브에서 유일한 듀오세요. 여러 가지 준비할 게 많았을 것 같은데요. 두 분은 각자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상연 : 합을 가장 많이 신경 썼어요. 화음을 많이 맞춰 봤습니다.

제이콥 : 최대한 제 스타일로 부르면서, 상연이 형이랑 잘 어우러지게 하려고 했어요!

더보이즈로 데뷔한 후 수많은 라이브 무대에 오르셨어요. 머쉬룸라이브는 다른 무대와 어떤 면에서 다르던가요? 머쉬룸라이브만의 독특한 매력을 어떤 지점에서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상연 : 엄청난 세트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셔서 미래 공간에서 촬영하는 기분이었어요.

제이콥 : 세트장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세트 덕분에 곡 분위기에 맞게 잘 부를 수 있었어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더보이즈의 상연 님과 제이콥 님을 집중 탐구해볼까 합니다. (웃음) 더보이즈는 2017년에 데뷔했어요. 두 분은 그보다 오래전부터 연습생으로 데뷔를 준비하셨고요. K팝 아티스트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상연 : 저는 가수나 연기자 같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요. 연습생을 하면서 멜론 뮤직 어워드 무대를 접하고 K팝 가수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돌을 선택했습니다.

제이콥 : 저는 처음에 공연을 경험하려고 글로벌 오디션을 봤었어요. 오디션에 통과해 한국에서 연습생을 하게 되었죠. 연습하면서 더욱더 K팝에 관심이 생겼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졌던 것 같아요!

더보이즈 하면 역시 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어요. 엠넷에서 방영한 ‹로드 투 킹덤›과 ‹킹덤›에서 선보인 화려한 퍼포먼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해요. 매번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건 K팝 아티스트에게 피할 수 없는 숙제일 텐데요. 더보이즈 분들은 무대를 기획할 때 서로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정리하고 반영하시나요?

상연 : 전부 반응이 좋아서 하나를 꼽기 어려운데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멤버와 회사에 공유하고 상의해서 계획을 세우는 편입니다.

제이콥 :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안무 선생님과 회사에 이야기하면서, 무대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거 같아요!

모든 아티스트의 목표는 완벽한 무대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매 순간 노력하실 텐데요. 무대에 오르기 전 두 분이 각각 스스로 되뇌는 말이나 긴장을 떨쳐버리기 위해 상상하는 이미지가 궁금합니다.

상연 : 항상 저희 팀 구호를 외치고 시작합니다. GET IT~ GOT IT!

제이콥 : 저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계속 안무를 복기하는 것 같아요. 틀리면 안 되니까 딱 오르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런 스루run through를 하고 있어요!

아이돌은 엔터테이너로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는 데 능한 분들이에요. 노래와 춤, 퍼포먼스뿐 아니라 종합적인 창작자로서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이를 위해 두 분은 평소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상연 : 지하에서 죽어라 연습합니다. (웃음) 얼마나 걸리든, 완벽하게 몸에 익을 때까지요.

제이콥 : 저는 사실 노래와 기타를 좋아해서 K팝 아이돌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것 말고도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엔 매일매일 고민하고 계속 노력하면서 더 잘하려 노력합니다!

두 분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자작곡을 발표하기도 하셨는데요.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어 작업하시는지 궁금해요.

상연 : ‘Day Off’는 팬데믹 당시 팬 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어요. ‘돌아갈래’는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들과 행복했던 추억들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그 기억을 담아서 쓰게 된 곡입니다.

제이콥 : 저는 영감을 얻는 곳이 다양한 것 같아요. 제 이야기도 있고, 팬분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들도 있고,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것도 있고! 어디서든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늘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사람에겐 일과 휴식의 균형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아티스트에겐 더욱더 필요하죠. 두 분은 각기 어떻게 일상을 보내시나요? 자신만의 일상을 보내는 루틴한 방식이 궁금합니다.

상연 : 이동 시간, 대기 시간 등 틈이 나면 쪽잠을 잡니다. 자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짬 내서 쉬는 편이에요.

제이콥 :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노래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그래서 커버 곡을 부르거나, 작곡도 자주 하려고 해요! 그 외에는 게임 아니면 잠뿐입니다. (웃음)

최근 들어 갖게 된 걱정거리가 있나요?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편하게 답해주세요.

상연 :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요. 많은 팬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요. 공부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는 게 아쉬워요.

제이콥 : 요즘에는 미래가 걱정되는 것 같아요. 뭔가를 계속 준비하고 있어야 그 시간이 다가올 때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부쩍 두 분의 이목을 끄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상연 :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축구 선수분들. 해외 리그를 빛내고 계시는 모습이 멋있고, 항상 응원합니다.

제이콥 : 오로지 더비. 그리고 미래의 더비!

두 분은 삶을 대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가지고 계실 거예요. 이런 태도는 각자의 작업, 더 나아가 더보이즈의 무대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상연 : 저는 냉정할 때 냉정하고, 따뜻할 때 따뜻한 편인데요. 그 모습이 곡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제이콥 : 저는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행복이 있어야 삶을 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평소에도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작곡을 하거나 무대를 준비할 때, 아티스트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상연 :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요.

제이콥 : 자신감 그리고 인내심! 연습할 때나 작곡할 때 자신감이 없으면 계속 아닌 거 같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인내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데뷔하셨던 2017년에 비해 K팝 시장과 위상이 많이 커졌어요. K팝 아티스트에게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여력이 된다면 두 분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이 궁금합니다.

상연 : 소소하게 거리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는 발라드, R&B, 록이요!

제이콥 : 저는 더보이즈가 더 쭉쭉 뻗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새로운 도전도 하고, 새로운 무대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두 분은 대중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상연 : 조금이라도 저로 인해 행복하셨다면 만족해요.

제이콥 : 저는 노래를 통해 공감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런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각기 어떤 모습일지 여쭤보고 싶어요.

상연 : 무대를 여유롭게 즐기는 정상급 가수가 되어 있길 바랍니다.

제이콥 : 더보이즈가 더 잘 되어서 오래오래 더비과 함께 하면서도 각자의 꿈들도 이루어지는 미래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Edito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DESIGN» «SPACE 空間» «NOBLESSE»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HUFFINGTON POST KOREA»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BRIQUE»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THE EDIT» «LUXURY» «AVENUEL»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머쉬룸라이브: 씨피카 CIFIKA 인터뷰

Special Interview

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머쉬룸컴퍼니와 함께한 세 번째 아티클을 공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아티스트 씨피카(CIFIKA)예요. 2016년 데뷔한 그는 2018년 제15회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닉 노래상을 수상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죠. 2021년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하이드로복스Hydrovox’를 공개하며 해외 매체에서 다뤄지기도 했고요. 그런 그가 지난 3월엔 새로운 정규 앨범 ‹ION›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습니다. 머쉬룸라이브에서는 수록곡 중 하나인 ‘Melody’를 선보였는데요. «비애티튜드»와의 인터뷰에서 머쉬룸컴퍼니의 두 PD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무대였다’고 답했죠. 머쉬룸컴퍼니가 직접 소개하는 영상의 관전 포인트와 씨피카와의 독점 아티스트 인터뷰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씨피카와 저희는 오랜 친구예요. 2017년 ‹타인의 삶›이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출연자 중 한 명이 씨피카였죠. 이후 꾸준히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며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씨피카의 음악 작업을 늘 지켜 보고 있었어요. 머쉬룸컴퍼니를 창업한 이후에는 씨피카의 신보가 나올 때 다시 협업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죠. 이번 시즌이 그런 열망에 대한 기회가 됐답니다.

씨피카는 순수함을 지닌 아티스트입니다.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흡수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늘 낯선 매력을 주는 존재죠. 이번 무대에서는 씨피카의 그런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대 미술 콘셉트는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생명체’로 정했어요. 인간이 감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존재하며 반짝이는 장소와 물체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씨피카의 머쉬룸라이브 무대는 개인적으로 무척 특별해요. 2017년의 씨피카와 지금의 씨피카는 다르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피카의 ‘Melody’를 라이브로 듣고 있자니, 저희 셋이 처음 만났던 그해 여름이 생각났어요. 씨피카를 하늘 공원에 데려가 김창완 선생님의 ‘청춘’을 부르게 했는데요. 그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씨피카의 라이브가 그만큼 힘이 있다는 의미겠죠? (웃음) 이 친구도 계속 변화하고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꾸준히 탐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씨피카와 머쉬룸라이브를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숭고하게 느껴졌답니다.

©Renee Dominguez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비애티튜드›는 동시대 창작자의 태도를 다루는 문화·예술 매거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인사 말씀과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프로듀서, 그리고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는 씨피카입니다. 반갑습니다

머쉬룸컴퍼니의 머쉬룸라이브 시즌 4를 통해 팬분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씨피카 님은 머쉬룸라이브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머쉬룸라이브를 기획하는 두 명의 피디는 제 친구이기도 한데요. 두 친구가 개인 프로젝트로 ‹타인의 삶›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작업할 때 저를 섭외하며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몇 달 동안 촬영하며 씨피카의 초기 시절을 있는 그대로, 가장 순수하게 담아냈던 기억이 남습니다. 그 이후로 지속적인 교류를 했는데요. 두 명이 새로운 방향으로 기획·제작 활동을 시작한 게 머쉬룸컴퍼니이고, 드디어 제 신규 앨범도 나와서, 행복한 명분 아래 다시 카메라를 마주하게 되었네요. (웃음)

©Gandongwoo

©Gandongwoo

지난 3월 새로운 정규 앨범 ‹ION›을 발표하시면서 컴백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에는 ‘모든 감정의 연금술사’인 제가 서투른 방법으로 감정을 다루며 일어나는 환희와 좌절, 희망 등 여러 에너지를 담았어요. 팬데믹 사태와 개인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음악을 만든 스스로에 대한 희망가도 들어있죠.

이번 머쉬룸라이브에서 ‹ION›에 수록된 트랙인 ‘Melody’를 선보이셨어요. 선곡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저의 소중한 지원자이자 매니저인 이승준 대표의 의견이었습니다. 곧 ‘Melody’의 MV를 공개하기 때문에 이와 맞추어 적극적으로 홍보하자는 계획이었죠. (웃음) ‘Melody’는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쓴 곡으로 무척 단순한데요. 단순해서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에서 반응이 좋아서 감사히 활동하고 있어요.

‹ION› 앨범 커버

씨피카 님은 수많은 라이브 무대에 오르셨는데요. 이번에 경험한 머쉬룸라이브는 다른 무대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머쉬룸라이브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은 어느 지점에서 느끼셨나요?

저는 이상하게 무대가 멋지면 멋질수록, 무대와 저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어요. 마치 무대가 나무처럼 살아있는 유기체라면, 저는 그 나무에 붙어 살아가는 버섯으로 느껴진달까요. 머쉬룸라이브 무대에는 디자이너 한킴의 옷을 입고 출연했는데요. 무대를 둘러보니 옷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세팅이어서 놀랐어요. 투명 재질의 아크릴 작품이 구겨져 있고 그 주변으로는 멋진 원단과 플라스틱 숲(plastic forest)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상 현실 플랫폼 게임인 VRChat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영화 ‹아바타›도 생각났고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씨피카 님을 집중 탐구해볼까 해요. (웃음) 씨피카 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고 계세요. 이번 정규 앨범 발표 전에 선보인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하이드로복스Hydrovox’만 하더라도 해외 매체에서 다룰 만큼 화제를 불렀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작년부터 완전히 독립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 시점에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의 오프닝 공연 섭외가 들어왔죠. 해당 전시는 SF를 주제로 여러 나라의 작가가 모인 아주 멋진 전시였는데요. 저도 그에 걸맞는 공연을 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마이크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넘어서는 수준으로요. 그래서 당시 새로 사귄 친구였던 조명 디자이너 LOKSU와 ‘하이드로복스’ 프로젝트를 계획했습니다. 오디오 비주얼은 저희 둘 다 처음이었고 시행  착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황홀하고 아름다운 무대가 완성되었죠. 그리고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디자이너 혜인서가 의상 제작에 참여해 주었고, 헤어 디자인은 가베, 메이크업은 연우 씨가 맡아 주었어요. 이번 인터뷰 자리를 빌려, 세 분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프로젝트 예산이 부족해 다들 대가 없이 도와주셨거든요. 그렇게 하이드로복스는 프로토타입을 포함하여 첫 공연 후 1년 동안 총 네 번의 라이브 공연을 마쳤고, 다음 버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씨피카 ‘본캐’ 활동 기간이라서 조금 시간이 부족하군요…(웃음)

씨피카 님은 과학 기술을 포함해 회화, 공간 등 세상 모든 것에서 음악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고 말씀하신 바 있어요. 시각적으로 영감 받은 대상을 사운드로 풀어내시는 재능 때문인데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씨피카 님은 작업을 진행할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이해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차원을 옮기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아요. 직접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제가 앉은 의자는 시트를 메시로 처리했는데요. 여기서도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우선 메시는 사이사이에 네모난 구멍이 존재하죠. 그 네모난 구멍을 negative space, 즉 빈 공간으로 간주할게요. 그리고 직물을 꼬아 만든 메시 부분은 아마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듭의 연속일 거예요. 그리고 색은 회색이네요. 회색의 매듭을 positive space로 보면, 저는 부드러운 나선형 계단이 떠올라요. 그럼 사인파(sine wave)로 시작하는 웨이브 테이블 악기로 나선형이 연상되는 패닝을 먹이면 매듭 모양이 저만의 소리로 표현되겠죠? 그리고 회색은 검은색과 흰색 중간에 위치하니까 저는 ‘디튠detune’을 주어서 조금 불안정한 음을 만들 거예요. 이렇게 positive space, 즉 채운 공간을 만들고 나면 빈 공간은 일정한 리듬으로 비워둘 거예요. 이제 머릿속에는 재미있는 리듬이 들어간 리드 멜로디와 패턴이 떠오르게 된답니다.

씨피카 님의 인터뷰를 살펴보니 ‘과학’이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과학은 씨피카 님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나요?

박사 학위를 가질 정도나 논문을 읽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과학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발견이나 미스터리는 여전히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우물 같은 존재입니다. 우주가 멸망하기 전까지 마르지 않는…

씨피카 님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계세요. 꾸준히 크리에이티브한 작업물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을 꼽아보신다면요?

관심이 없다면 절대 못 할 거 같아요. 제가 흥미롭게 느끼는 대상이 예술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이 음악이에요.

씨피카의 일상 사진

평소 씨피카 님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시나요?

월·수·금은 보통 요가를 하고, 화·목은 가벼운 산책을 합니다. 최근에는 촬영이 많아서 요가 가는 시간이 들쑥날쑥했지만, 보통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요. 밤에는 주로 음악 작업을 하고, 밀린 이메일을 정리합니다. 시간이 나면 친구 집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죠.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보내는 데요.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혼자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요새는 제 친구 예진이와 산 타고 싶어요!

씨피카 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궁금해요.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열정과 사랑을 음악에 담고 싶어요.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은 크지 않아요. 다음 앨범 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금전적 여유와 건강을 가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이 작업에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유체이탈하지 않는 이상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까요. 작업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후회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요.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최대한 쿨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Adam Kissick

최근 들어 씨피카 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시간이요. 모든 부분을 잘 진행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해요.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아니면 누군가 시간을 팔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좀 사게요. (웃음)

씨피카 님이 중시하는 아티스트로서의 태도와 철학이 궁금합니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지만 ‘초심’으로 작업하고 싶고, 작업에 항상 ‘순수’하게 임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꼼수도 배우게 되고, 오래 걸리는 일을 빨리 해결하는 잔머리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과정을 너무 간소화하면 사고가 줄어들어요. 그만큼 실수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사라지면 규칙을 지키는 음악을 만드는 느낌이죠. 저는 대학교에서 크래프트맨쉽이 중요하다고 훈련을 받아서 그런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이 좋고, 그런 부분을 섬세하게 계획하고 실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을 대할 때는 굉장한 완벽주의로 작업하는 거 같아요. 실제 생활은 그렇지 못하더라도요. (웃음) 그리고 겸손을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두고 있습니다. 겸손해지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한다기보다, 음악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레 깊어지는 게 겸손한 마음인 것 같아요.

©Justin Zamudio

요즘 특히나 씨피카님의 이목을 잡아끄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부탁드릴게요.

최근에는 전쟁에 관심이 가요. 직접적으로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전쟁은 무엇이고, 전쟁의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찾아보곤 해요. 또 전쟁이 일어나는 데 관련된 모든 사람―정치인, 리더, 무기상, 스나이퍼, 전쟁에 필요한 인력, 전쟁기자―을 살펴봐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실이 제게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거든요. 텍사스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인 SXSW에 우크라이나와 인근 나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참가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어요.

LA의 광고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시던 스물넷 나이에 음악이 하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온 후 꾸준히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작업을 발표하고 계십니다. 한 인터뷰에서 “음악보다 재밌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잡을 수 있는 게 아닌, 불확실한 존재인데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면 감정의 변화가 있거든요”라고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음악은 재밌는 존재인가요?

여전히 재밌어요. 제가 음악 만드는 일을 한다는 건 천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해요. 바람이 있다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오랫동안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Justin Zamudio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아티스트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자신을 속이지 말고, 꾸준히 음악 활동에 정진한다면 분명 기회는 찾아옵니다. 그 기회를 잡을 실력과 열정을 잘 쌓아두어야 해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노력한다면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기회가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용감한 사자처럼 본인의 판단을 믿고 최대한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을 발표하세요.

씨피카 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 너무 어려워요. 다음 행보를 예상할 수 없는 예상 밖의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더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생각이 나질 않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지금 씨피카 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현실적인 환경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층고 높은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해 작업 환경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요. 미래를 긴 시선으로 바라보자면…아주 천천히, 미미하게라도 괜찮으니 발전하는 ‘씨피카’가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 같아요. 정체 시기도 겪었고,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일도 마주했었지만, 이제는 자라나고 확장하는 씨피카를 보여줄 차례인 것 같습니다.


Part 4. ‹머쉬룸라이브: 더보이즈 상연 & 제이콥 인터뷰›  5월 24일 공개


Edito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DESIGN» «SPACE 空間» «NOBLESSE»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HUFFINGTON POST KOREA»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BRIQUE»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THE EDIT» «LUXURY» «AVENUEL»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