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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有印良品 유인양품6-새축제운동

Writer: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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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Essay

이슈의 테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우리가 ‘전통’이라 부르는 완고한 풍경은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과거의 누군가가 절박하게 발명해 낸 기억의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정우영은 끊어진 조선 사발의 맥을 이은 도예가 신정희의 사발에서 출발해 오늘날 한국 지역축제의 범람과 공동체 문화의 현주소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응시하죠. 특히 관공서의 성과 측정과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사이에서 자율적인 동력을 잃어버린 지역축제를 비판적으로 살펴봅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이후 1,200여 개로 불어났지만, 정작 지역주민의 발길은 멀어지고 있는 대다수 지역축제의 상황 속에서 그는 고유한 역사를 품고 진화가 거듭돼 온 문경찻사발축제와 젊은 사기장의 현대적인 ‘양이잔’에 주목합니다. 정우영이 건네는 새축제운동의 제안을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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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희의 사발들

도예가 신정희의 사발을 10여 점 갖고 있다. 경상남도를 근거지로 하는 신정희와 친교가 있던 외삼촌의 소장품들이 어머니를 거쳐 내게 왔다. 신정희는 임진왜란 이후 4백 년간 명맥이 끊긴 조선 사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정밀한 재현을 위해 전국의 옛 가마터를 돌며 사금파리 1톤을 수집하고, 직접 만져보기 위해 한국에 없는 일본의 원본을 찾아 박물관, 미술관, 개인 소장가를 만나고 다닌 이야기는 전설적이다. 그가 찾던 것은 비파색이 나오는 정확한 조건 — 토양 성분, 유약 배합, 번조 조건이었다. 일본이 끌고 간 것은 도공만이 아닌 그 조건의 기억이었다. 한국의 전통은 발명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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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성벽

태권도는 가라테 유단자들이 해방 후 각자의 도장을 차리고, 1955년 최홍희가 여기에 태권도라 이름 붙인 현대의 발명품이다. 지금의 한복은 한민족의 옷이 아니라 조선 초기와 판이하게 다른 19세기의 복식이 전통으로 고정된 것이고, 판소리는 1960년대까지 생존한 극소수 명창들의 기억을 채록하고 재구성한 결과다. 비극으로 점철된 20세기 한국사를 새삼 거론할 것 없다. 전통의 발명은 산업 혁명을 거치며, 정도는 다를지언정 어느 나라에서나 필연적이었다. 다만 지금 한국의 전통은 지방축제가 그 역할을 상당히 맡는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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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찻사발축제는 문경새재도립공원 오픈 세트장을 사용한다.

신정희의 기예적 측면이 아닌 기능적 측면이다. 그의 헌신은 탁월한 작품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사발의 새로운 전통을 낳았다. 현대 사회에서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전통에 관한 기능적 기여다. 하지만 한국의 지방축제는 기능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예산을 쥐고 기획을 결정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사실상 그 전통의 소유자로 행세하는데, 축제가 끝나면 다 철거해 쌓일 수 없는 전통, 담당 공무원이 순환근무 때문에 떠나면 바뀌는 전통, 지역주민이 아닌 관광객을 위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지방축제에 관한 비판적 문제제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코로나 이후 1,200여 개, 증가율 37퍼센트에 이르는 양적 난립, 트로트 가수 공연, 미인대회, 먹거리 장터처럼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방문객 수는 정체됐는데 소비액은 줄고, 지역주민 참여도도 주는, 지방 활성화는커녕 지방 소외가 그 논점이었다. 한국의 지방축제는 새마을운동에서 배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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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길을 닦고 지붕을 올리는 식의 집단 노동이었다. 한국 전통의 두레를 참조했다. 그런데 두레는 순서가 있을 뿐 결국 내 논 차례가 왔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깃발을 장대에 매단 ‘농기’를 통해 마을의 질서를 선언했다. 내가 남의 논에서 일하면 남도 내 논에서 일하는 질서였다. 그런데 새마을운동에는 이 회전의 질서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 주고, 국가는 계속 받았다.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이 끊기자 공동체 노동도 함께 중단됐다. 두레는 수백 년 동안 외부 지원 없이 작동했는데, 새마을운동은 10년 만에 동력을 잃었다.

외부 보상으로 내부 의무를 대체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하지만 두레 같은 자치조직을 만들자는 말은 결과에 가깝다. 한국의 지방축제는 93퍼센트의 비용을 국비와 지방비 등 공공 재원에서 조달하는데, ‘이 돈을 덜 소모적으로, 더 기능적으로 쓸 수 있지 않나?’라는 질문이 먼저 필요하다. 지금 한국의 지방축제는 무엇보다 지방정부를 위한 행사처럼 보인다. 지방정부가 내거는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농기’를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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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요의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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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조금씩 진화 중인 문경찻사발축제 캐릭터 ‘차담이’

그중에서도 문경찻사발축제는 한국 지방축제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문경에는 찻사발의 정통성이 있다. 조선 후기 관요가 폐쇄되면서 도공들이 문경, 괴산, 단양 등 지방으로 흩어지는 민요 번창기의 중심지였으며, 망댕이가마와 발물레라는 고유한 가마 전통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는데, 고려 시대 청자부터 조선 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900여 년을 이어온 역사는 한국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렵다. 이 정통성에 더해, 문경새재도립공원 오픈 세트장을 축제 기간 각 도예가의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지역 경제의 기반에서 비롯해 높을 수밖에 없는 지역주민 참여도 등 여러 면에서 지속가능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문경찻사발축제에 ‘새마을 훈장’을 달고 싶은 뜻은 없다. 문경찻사발축제의 기획상품 ‘커피 사발’과 ‘우려나눔이’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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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출품된 우려나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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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출품된 우려나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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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출품된 우려나눔이

각각 2024년과 2025년에, 문경에 적을 둔 여러 도예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관점으로 만든 찻사발들을 가리킨다. 이 역사적인 도예가들이 축제를 위해, 하나의 ‘농기’ 아래 함께했다. 한국의 전통을 갱신하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지만, 도예가 각각의 차이에서 담보되는 다양성, 지방축제의 의무이기도 한 전통에 관한 기능성, 위에서 지시하는 변화가 아닌 아래에 권유하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현대의 지방축제라면 이런 기획이 필요하지 않은가 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기획상품이 없었다. 물론 내부 사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두레에서 ‘농기’만큼 중요했던 것은 ‘농악’이 부여하는 일관된 리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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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요의 양이잔

2026년의 기획상품을 기대했다가 올해는 없다는 걸 알고 두루 둘러 보던 중 관음요의 양이잔이 눈에 들어 왔다. 관음요는 1730년대(추정) 1대 김취정에서 시작해 8대 김선식 사기장으로 이어지는 도자 명문가다. 9대 김민찬, 무형유산사기장 전수생이 전시관을 지키고 있었고, 양이잔은 그의 작품이었다. 양이잔은 몸체 양쪽에 손잡이 역할을 하는 귀(耳)가 달린 잔이다. 전국 시대부터 한나라 대까지 음주용 잔으로 크게 유행했고, 조선 초기에 전해져 양손으로 귀하게 받친다는 의미를 받아 유교 의례에 주로 사용했다. 이 양이잔의 둥글지 않고 각진 귀, 당당히 드러낸 미세 기포 흔적과 작은 점들, 청백에 가까운 표면이 좋았다. 이 현대적인 감각이 문외한에게도 보였다. 먹고 사느라 바빠 눈 돌리지 못할 뿐, 다들 좋은 것과 나쁜 것,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가려낸다. 어쩌면 지방축제 개혁은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관광객 유치, 예산 집행, 단체장 치적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줄은 모를 거라고 그들을 무시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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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도립공원 내 새재계곡(조령천)

Writer

정우영 에디터(@youngmond)는 『Dazed & Confused Korea』와 『GQ Korea』에서 일했다. 서울 인기 페스티벌, 우주만물, 에코서울, 버드엑스비츠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Youngmond로 믹스 테이프 『태평』을, Fairbrother로 앨범 『남편』을 발매했으며, 정우영으로 책 『버리기 전에 듣는 음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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