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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4인에게 묻다

Writer: 블럭Bluc
header_한국대중음악상_korean Music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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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티튜드가 주목하는 요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 의외로 대중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상이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물론 세보면 많지만, 업계에서 신뢰하는 상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중 비영리로 운영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은 수십 명의 전문 선정위원이 오직 음악적인 면모에 집중해 난상토론을 하는지라 수상자 발표 시즌이 오면 모든 매체가 결과를 송출한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한국대중음악상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가장 주목 받는 종합분야에 해당하는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은 각각 빈지노의 ‹NOWITZKI›, NewJeans의 ‘Ditto’, 실리카겔, KISS OF LIFE에 돌아갔는데요. 한곳에 쏠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정위원의 다양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블럭 님이 선정위원 네 분에게 공식 선정의 변 이외의 추가적인 코멘트를 부탁드렸어요. 이번 기회를 빌려 작년 한국 대중음악 신을 타오르게 했던 주인공들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보세요.

지난 2월 29일 한국대중음악상이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며 21번째 막을 내렸다. 한국대중음악상의 꽃인 종합분야는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으로 나뉜다. 마땅히 어울리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정위원들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고민하고, 바라봤을 것이다. 사무국장이 지닌 권력(?)으로 선정위원 네 사람을 닦달해 종합분야에 대한 코멘트를 갈취했다. 조혜림, 신샘이, 이수정 선정위원은 각각 긍정, 중립, 비평적인 논조로 접근했고, 김윤하 선정위원의 자유로운 의견도 포함했다. 이번 리뷰를 통해 작년 한국 대중음악 신을 달군 주인공―빈지노, NewJeans, 실리카겔, KISS OF LIFE―에 대한 다양한 시야를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참고로 시상식은 다음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번 리뷰에 참여한 선정위원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조혜림 : 음악 콘텐츠 기획자. 음악에 관해 만들고, 듣고, 보고, 쓰는 일을 한다. 좋은 음악과 음악가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신샘이: 음악 리뷰어.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 음악 리뷰까지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소개한다.

이수정: 뮤직 콘텐츠 에이전시 알프스 소속으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한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케이팝에서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을 다룬다. 음악을 더욱더 선명한 말과 글로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01_한국대중음악상_korean Music Award

올해의 음반 – 빈지노(Beenzino) ‹NOWITZKI›

빈지노(Beenzino)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그는 청춘의 단면을 눈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제는 빛바래진 가치들에 대한 낭만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NOWITZKI›의 빈지노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자신의 삶을 노래한다. 신혼(‘침대에서/막걸리’), 여행(‘여행 Again’), 군대(‘Camp’)처럼 또래의 한국 남자들이라면 겪을만한 사건부터 일반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화려한 예술가의 삶(‘Monet’, ‘Coca Cola Red’, ‘바보같이’ 등)까지. 그가 겪었던 시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며 각자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변화하는 삶의 단계에서도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와 지키고자 했던 멋을 잃지 않으며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단선적인 진행을 벗어나는 플로우와 허를 찌르는 워드 플레이가 곁들여진 가사, 로파이Lo-Fi한 질감으로 포장한 세련되고 따뜻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은 빈지노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감각적인 사운드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를 살아가는 30대 청년의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빈지노는 여전히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NOWITZKI›는 그를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 공식 선정의 변

02_한국대중음악상_korean Music Award

빈지노 정규 앨범 ‹NOWITZKI› 커버

조혜림: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된 빈지노의 ‹NOWITZKI›는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발매된 우수한 앨범들 사이에서 7년 만에 나온 빈지노의 정규 앨범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변치 않는 청춘과 낭만의 상징임을 증명했다. 더불어 힙합이란 장르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계에 영원히 ‘멋’ 그 자체로 남을 아티스트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신샘이: 한 음악가가 긴 공백기 끝에 선보이는 음반은 청자에게도, 음악가에게도 독특한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서로가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해소하고자 하는 공통된 마음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빈지노는 7년의 공백을 음악으로 멋지게 풀어낸다. 그의 음악적 감각은 벌어진 시간을 단번에 뛰어넘고, 진중하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대중음악상은 한 장의 음반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NOWITZKI›를 올해의 음반으로 결정했다.

이수정: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를 선정하는 최종회의 장면이 생각난다. 겨우 다섯 부문이니 빠르게 수상작을 정하자던 회의 초기의 결의는 결국 두 시간을 꽉 채우며 무력해졌다. 언성은 오가지 않았지만 왜 이 후보가 반드시 수상해야만 하는지, 혹은 왜 이 후보는 안되는지에 대해 신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선정위원이 많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선정위원들도 다수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의견을 피력한다. ‘풀 렝스full-length’ 앨범이 아닌 음반이 음반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혹시나 음반의 완성도보다 음악인의 인지도나 활동력을 더 크게 반영하는 건 아닌지를 두고 토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김윤하: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런 다양한 이유의 중심에는 언제나 ‘힙합에는 인생이 있다’라는 문장이 존재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 마이크를 든 MC들은 DJ와 결합해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 서사와 노랫말이 주목받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빈지노의 ‹NOWITZKI›가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건, 그런 힙합의 기본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행하는 음악가의 말과 생각을 더없이 세련되게 담아낸 앨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있지도 않은 한(恨), 다 쓰지도 못할 돈과 여자 타령만 하다가 ‘국힙’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조롱으로 전락한 시대에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똑바로 걸어가는 한 음악가의 진짜 힙합 앨범이 나왔다. 빈지노 앞에 늘 붙는 수식인 ‘멋’은 그대로인 채, 화학식만 바뀌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빈지노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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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래 – NewJeans ‘Ditto’

“라-타-타-타” 울리는 심장은 찬란하고 눈부신 그때의 우리에게 보내는 달콤하고 아련한 안부 같다. 교복을 입고 시공간을 감싸안으며 춤을 추는 소녀들의 희구하는 눈빛은 시간을 움직이고 낯익은 기억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1998년의 어느 학교에서의 보낸 발신이 아스라이 21세기에 닿아 애틋하고 그리운 너와 나를 이어줄 것이라 믿는다. 데뷔와 동시에 큰 성공을 이뤄낸 NewJeans가 4개월 만에 가져온 ‘Ditto’는 발표와 동시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유행가의 탄생을 알렸다. 강력하고 화려함으로 무장한 가요계에 느슨하고 꿈결 같으며 따스한 온도를 가져온 ‘Ditto’는 볼티모어 클럽 장르를 재해석하여 그 어느 때보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같은 설렘을 구현했다. 우리의 지나간 학창 시절을 반짝이는 사랑스러운 피사체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겨주었고, 어설픈 듯하지만, 진심을 다한 마음과 진실한 우정은 누군가, 아니 우리의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살금살금 걸어들어와 마음을 자극했다. 그들이 보낸 ‘Ditto’란 애틋한 전언에 우리는, 전 세계는 NewJeans에게 사랑을 가득 담아 용기와 응원의 회신을 보낸다. – 공식 선정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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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싱글 ‹Ditto› 커버

조혜림: 올해의 노래로 뽑힌 뉴진스의 ‘Ditto’는 2023년 가장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설렘 가득한 곡임이 틀림없다. 화려한 음악으로 가득한 케이팝 신에 이 따스하고 꿈결 같은 음악은 신선하고 달콤한, 그리고 짜릿한 충격이었다.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이 따라 부른 노래 중 한 곡이 아닐까?

신샘이: 지난해 ‘Attention’으로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랐던 뉴진스가 올해 ‘Ditto’로 마침내 올해의 노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뉴진스가 ‘Ditto’ 이전의 음악에서 10대 소녀들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찬란함과 풋풋함을 주된 정서로 삼았다면, 이번 ‘Ditto’에서는 계절을 바꿔 겨울의 맛을 보여줬다.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볼 때 가슴이 시리도록 아련한 감정을 사운드와 비주얼로 구현해 낸 ‘Ditto’는 2023년의 노래로 기억될 뿐만 아니라 매년 겨울이면 울려 퍼질 새로운 겨울 노래가 될 것이다. 올해의 노래에 후보로 오른 곡들 모두 음악 팬들 마음에 뜨거움을 준 곡들이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긴 생명력을 가진 노래의 탄생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김윤하: 올해의 노래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작 이래 가장 유명한 이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부문이다. ‘대중이 모르는 대중음악’이라는 피눈물 나는 비난 속에서도 ‘저희 이런 후보들도 있는데요’ 수줍게 꺼내어 보여줄 수 있었던, 케이팝이 지금처럼 다수의 후보를 내지 못하던 시절에 기자들이 한 줄이라도 기사를 더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부문이기도 하다. 이런 올해의 노래에서 ‘Ditto’가 수상한 건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스럽고,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뉴진스가 발표한 여러 곡 중 무엇이 상을 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Ditto’만이 줄 수 있는 감상이다. ‘Ditto’는 일 년 내내 차트와 플레이리스트를 빛낸 뉴진스의 첫 겨울 노래이자, 2022년과 2023년 겨울을 잇는 대명사 같은 존재다. 섬세하게 잘 세공된 이 연결고리는 세대와 시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저장해 놓은 애틋하고 코끝 찡한 겨울 기억을 하나하나 끄집어 꿰어냈다. 단지 인기곡이어서가 아닌 사랑 받는 곡의 이유, 나아가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려준 곡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특별하다.

NewJeans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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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음악인 – 실리카겔

전작들부터 구축해 온 실리카겔의 사운드 하이웨이는, 점멸하는 신 사운드 수혈로 스탠리 큐브릭 같은 첨단을 열고 있다. 전복적인 기타 프레이즈는 흡사 ‘섬광처럼 번쩍이는 사막 유령들(곡 ‘Desert Eagle’ 콘셉트)’의 광란, 기계 같은 음성변조와 미니멀-맥시멀 라인을 광적으로 해체시켰다 조립하는 다채로운 악곡 구성들. 각자 멜로디를 써오고 앙상블식으로 이어 붙이다 보니 생경한 스케이프가 일어나고, 그것은 기존 소리들의 주파수와 연결되는 새로운 다중우주를 낳는다. ‘Desert Eagle’-‘NO PAIN’을 잇는 ‘Tik Tak Tok’의 대곡적인 멜로디라인과 메인리프, ‘에이블톤라이브 DAW’(‘MAX MSP 코딩프로그램’ 내 플러그인) 같은 ‘뉴 인스트루먼트’의 도입, 박제되기보다는 둥글게 흐르도록 놔두는 가사의 창작 방식, 음악과 실시간 동기화하는 패션 착장…,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조명과 비디오로 쌓아 올린 비행선체 같은 무대로 구현하는 순간, 시공은 뒤틀린다. 정작 본인들은 연출보다는 Weather Report, Miles Davis를 동경하며 연주 중심의 앙상블을 추구하는 팀이라지만. ‘록의 사멸’을 이야기하는 한국 대중음악 신의 최전선에서 실리카겔은 분명 독보적인 색채로 음악적, 장르적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이돌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숏폼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고, ‘요즘 시대의 록’이라는 테제를 극한값까지 끌어올리며. 실리카겔 붐은 결국 근간이 탄탄한 좋은 음악이 컨템퍼러리 힙스터 문화를 관통할 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며, 현시점 한국 록의 분명한 미래다. ‘펜타포트’와 같은 국내 대형 페스티벌부터 홍콩 ‘클라켄플랍’과 일본, 대만까지 거친 ‘기계소년(EP 음반 ‹Machine Boy› 속 캐릭터)’의 꿈은 더 넓은 세계로 비상(飛上)하려 한다. K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기 보단 치열하고 비상(非常)한 록으로, 한국 대중음악 신의 팽창 우주는 여기에. – 공식 선정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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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겔 싱글 ‹NO PAIN› 커버

조혜림: 2023년 가장 많은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었던 실리카겔의 거침없고 열정적인 행보와 음악적 진화는 그들이 올해의 음악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만든다. 실리카겔은 쉴 틈 없이 달렸고, 끊임없이 발전했으며, 인디 신의 선두에 서서 부흥을 이끌었다.

신샘이: 실리카겔은 지난해 현장에서 음악 팬을 가장 많이 만난 뮤지션 중 한 팀일 것이다. 이들은 각종 음악의 장에 참여해 그곳에 있는 관객들을 실리카겔의 팬으로, 더 나아가 록 음악 장르의 팬으로 섭렵했다. 용기 있게 가장 최첨단의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대중을 만나기 위해 어디든 나아가는 이들의 자세와 기세는 올해의 음악인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김윤하: 실리카겔에 대한 말은 사실 올해의 음악인 후보 선정의 변에 거의 다 했구나 싶다. 다만 이들이 데뷔 후, (너무 길다면) 적어도 2023년 한 해 동안 보여준 놀라운 활약을 뒷받침하는 성실과 뚝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더 이야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NO PAIN’의 히트, 누구나 혹할 만한 ‘밴드 붐은 왔다’라는 말은 화제성을 모으기 위해 더없이 좋은 수단이었다. 그 눈부심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다면 이제는 그 안에 숨은 진짜를 볼 때다.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한 이유에는 지금의 반짝임만이 아닌, 앞으로 한국 대중음악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끌고, 파괴하고, 다시 만들어낼 그룹에 대한 신뢰도 함께 어려 있다. 더불어 정국, 뉴진스, wave to earth 등의 후보를 보면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곡가, 제작사, 활동 반경 등의 기준에 대해 ‘한국’ 또는 ‘한국인’이라는 제한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 조금 허망해진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찾아올지, 이래서야 도무지 한국 대중음악을 끊으려야 끊을 수 없다.

실리카겔 수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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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신인 – KISS OF LIFE

2000년대 미국 힙합/R&B를 흡수한 케이팝의 익숙한 향취, 수많은 것을 끌어와 분방하게 조합하며 맥락을 창작하고 이를 정교한 구성미로 마감하는 케이팝의 작법, 그러나 이를 아주 낯설게 재연한다. 매우 케이팝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이고, 복고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이다. 좋은 취향과 날카로운 안목,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 유려한 힘과 관능, 탄탄한 기량과 참신한 과감성이 조합되었는데, 그 양상을 ‘모범적’이라 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그 표현이 이들의 용감한 도전을 빛바래게 할까 하는 우려 뿐이다. KISS OF LIFE를 올해의 신인으로 꼽는 의의는 케이팝이 (여전히)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임을 확인하는 데에도 있다. 이 놀라운 신인의 데뷔를 꼭 기억해야 함은 물론이다. – 정식 선정의 변

08_한국대중음악상_korean Music Award

키스오브라이프 미니앨범 ‹Born to be XX› 커버

조혜림: 거를 타선이 없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들은 누가 수상을 한다 해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압도적 1위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듣기 좋고 훌륭한 음악들이 장르별로 골고루 포진했다는 점은 리스너들에게 풍요롭고 행복한 일이다. 그 와중에도 확연히 빛나는 것은 종합분야였다. 키스 오브 라이프의 특색 있고 짙은 농도의 음악은 신인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프로페셔널했고, 다양한 분야의 반짝이는 신인 사이에서 멤버별로 다채로운 재능과 개성을 뿜어냈다. 키스 오브 라이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의 높은 안목과 전직 아이돌로서의 경험치가 돋보인다.

신샘이: 케이팝 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건 오래전 일이지만, 키스 오브 라이프는 그 틈을 발견해 케이팝을 더 새롭고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이들은 20년 전(때로는 그보다 멀리) 미국의 R&B/힙합 음악을 자료실 삼아 자신만의 사운드와 몸짓으로 만들어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멤버들이 과거의 음악을 마치 자신 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소화한다는 점이다. 이번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엔 일렉트로닉, 글로벌 컨템퍼러리,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대중음악상이 그중에서도 키스 오브 라이프의 손을 들어준 건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수정: 후보작과 수상작을 두고 사실 아쉬움은 없다. 그러나 다양한 장르에서 올라온 아티스트와 음악을 두고 종합적인 순위를 매기는 일은 언제나 난감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신에 공헌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는 신인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최우수 장르분야 후보에 오른 신인은 ‘올해의 신인’ 후보로도 오르는데, 데뷔 음반을 낸 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아티스트가 드물다는 사실은 지금 음악 산업의 한 현상을 반영하는 지점인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한다. 우린 언제나 세상을 놀랍게 할 만한 신인이 가장 기다려지는데 말이다.

김윤하: 재즈, 일렉트로닉, 글로벌 컨템퍼러리 등 다양한 장르의 신인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케이팝 부문에서 KISS OF LIFE와 H1-KEY(하이키), 두 여성 그룹의 약진이 이채로웠다. 2023년 케이팝이 그 어느 해보다 신인 남성 그룹을 다수 배출한 해였기에 더욱 그랬다. 많은 이들이 5세대, 이지리스닝, 청량 등 특정 키워드에 천착하는 사이, KISS OF LIFE와 하이키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의미 있는 숫자의 팬덤 구축과 전문가의 음악적 호평을 동시에 끌어냈다. 힙합과 R&B를 바탕으로 한 장르적 개성을 토대로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을 쌓아 올린 KISS OF LIFE와 케이팝이 줄 수 있는 힘찬 에너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하이키는 2024년에도 얼마든지 주목할 만하다.

KISS OF LIFE 수상 소감

Writer

블럭(@bluc___)은 만들고, 연주하고, 부르는 거 빼고 음악과 관련한 일은 다 하는 사람이다. 글도 쓰고,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제작도 한다.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디자인 프레스» 객원 기자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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