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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미장센은 어디에나 있다

Writer: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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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경호 작가는 스트리트 포로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해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며 마주하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때 그날의 분위기와 톤에 맞는 음악을 꼭 듣는다고 해요. 음악과 함께 촬영을 진행하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이 사뭇 달라진다고 하니 사진 찍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그는 찰나의 순간을 프레임에 잘 담기 위해 평소 두 눈으로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합니다. 모든 순간과 장소에서 미장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좋은 영화에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지라, 스냅숏을 찍을 때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바라본답니다. 촬영에 필요한 체력을 키우려고 격투기를 다시 시작할 만큼 사진을 사랑하지만, 이경호 작가는 작업에 집착하지 않아요. 무언가 오래 계속 붙잡는 것보다 잠시 멀어졌다가 돌아올 때 문제가 풀리는 경험 덕분이죠. 자신이 경험한 찰나를 감상자와 함께 호흡하길 바라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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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s ladder›, 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하는 이경호입니다. 서울 거리를 방황하듯 거닐며 마주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요. 가끔 커머셜 촬영도 하고요. ‘오늘은 또 어떤 찰나가 내 프레임에 기록될까?’라는 생각을 달며 걸어 다닙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과거 외식업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했어요. 지금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르죠? 새로 계약한 점주에게 조리 교육과 운영 방법을 교육하고 오픈을 지원하는 교육 담당을 직책으로 삼았습니다. 이 직업의 매력을 꼽자면 사람들을 가르치고 함께 지내면서 저마다 살아온 인생과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주위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저분은 사색에 빠진 걸까, 멍 때는 걸까?’ 이런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면 재밌겠다 생각했고, 이제 취미를 넘어 지금은 직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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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8p.m›, 2021

(우) ‹Memories›, 2022

(상) ‹8p.m›, 2021

(하) ‹Memories›, 2022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카메라와 맥북만 가지고 있으면 어느 장소든 작업 공간으로 삼을 수 있어요.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동네에 흐르는 중랑천의 나무 밑 바위가 작업실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통해 얻어요. 여기서부터 생긴 아이디어, 즉 구성과 앵글, 톤앤매너 등을 사진과 영상에 녹여봅니다. 촬영할 때 꼭 음악을 듣는데요. 그날의 분위기와 톤의 결에 맞는 음악을 선택합니다. 이런 방법은 스트리트 포토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는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을 들으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이 사뭇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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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Island›,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촬영이 아니고서는 장소나 주제 등을 디테일하게 정하지 않고 무작정 걷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마주할 때가 있고, 다들 자고 있나 싶을 정도로 텅 빈 거리를 걸을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유난히 자전거 타는 사람만 마주칠 때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 맞춰 셔터를 누르거나, 어떤 장면이 나와주기를 바라면서 촬영에 임해요. 우연히 마주한 것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보다 매력적인 경우가 더 많아서요. 그 뒤로는 후반 작업에 들어갑니다.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 싶으면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출이나 색조를 조정해서 원하는 느낌으로 보정해요. 비주얼 아트나 콜라주 같은 작업은 기존에 촬영한 사진을 재료로 삼아요. 몇 년 전에 촬영한 결과물과 최근의 결과물이 만나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작업물이 탄생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개인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 거리를 다니면서 마주했던 순간을 비주얼 아트로 표현했어요. 사진에 담긴 색을 모아 하나의 선으로 만들고, 그 선이 사진 속 인물과 사물 사이를 돌아다니는 연출을 시도했죠. 각 거리에 담긴 고유의 색깔과 현장의 인물이 함께 공존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만이 지닌 색깔 또한 담아내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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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Fighter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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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u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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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People›, 2023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진을 보는 분이 작업에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 당시의 순간을 저와 감상자가 함께 호흡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요. 찰나의 순간에 숨 쉬던 빛과 어둠, 인물과 그림자, 그리고 색깔 등 모든 것을 함께 느끼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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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Seoul Station›, 2023

(우) ‹Gwangjang Market›, 2024

(상) ‹Seoul Station›, 2023

(하) ‹Gwangjang Market›,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이번 아트워크는 앞으로 진행하는 비주얼 아트 작업에 도움이 되는 밑거름으로 기능할 것 같아요. 동일한 기법이 아니더라도 응용하거나 비슷한 결의 아트워크를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그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네요. 병행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 와중에 무언가를 새로 창작하는 건 참 쉽지 않아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풍경을 담으면서 많이 걷습니다. 카메라는 찰나를 프레임에 가두지만, 사람의 눈은 그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요. 가끔 사람이 없는 자연에 가기도 하는데요. 도시에서 일하다가 머릿속에 온갖 것이 꽉 찬 느낌이 오면 자연으로 들어가서 머릿속을 비우거나 정리합니다. 컴퓨터의 디스크라고도 표현하고 싶어요. 디스크가 꽉 차면 작업할 수 없잖아요. 이런 시간은 제 일상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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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 2021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15년 만에 다시 격투기를 배우고 있어요. 사진 장비를 장시간 사용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제 슬슬 힘에 부치더라고요. 지구력과 정신력을 함께 기르려고 무던히 노력 중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과 장소에서 미장센을 발견합니다. 나뭇잎을 모두 벗은 겨울나무의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얼어붙은 땅조차도 예술적으로 보여요. 머릿속에 잔잔한 영화 OST가 흘러나오면서요. 그래서인지 제 사진에는 시네마틱한 느낌과 다큐멘터리적 느낌이 함께 묻어나는 것 같아요. 거리에서 캔디드 포토candid photo를 촬영할 때도 그 찰나가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바라보며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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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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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No title›, 2021


(우) ‹Nowon District›, 2021

(상) ‹No title›, 2021


(하) ‹Nowon District›, 2021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한때 카메라가 애증의 물건인 적이 있었어요. 꼭 필요한 존재인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저는 슬럼프가 오면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잠시 내려놓고 쉼을 가집니다.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잊고 있던 걸작 영화를 하나씩 감상하면서 말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예요. 독일군 장교 앞에서 주인공이 연주하던 쇼팽 발라드의 선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른 주인공의 디테일한 심리 표현과 연주의 조화가 정말 완벽했어요. 이런 영화를 감상하면 다시금 촬영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요. 그러면 커머셜이든 개인 작업이든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하는 거죠. 욕심을 많이 두지 않고요. 슬럼프는 단번에 극복하기 어려워요.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이겨내면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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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eleon›, 2018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육체적인 건강. 마치 과제를 미루듯 소홀히 여기던 건강이 슬슬 육체를 통해 아픔을 호소하고 있어요.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병원에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치료보다 치료비가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던데요.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음식을 통해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을 반복합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참고하되,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곳을 다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무언가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이 있다면, 하루 정도는 멈췄다가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요. 짠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그 맛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이게 짠 건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처럼 창작에서도 하나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감을 잃을 수 있어요.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면 놓친 부분을 발견하면서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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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Man›, 2021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모든 창작자에게 자극제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창작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욕과 자극을 불어 넣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이만한 기쁨이 또 있을까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Artist

이경호(@w3rsip)는 서울에 거주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다. 비주얼 아트를 주로 작업하며, 책 표지, 앨범 커버, 카메라 및 장비 광고, 룩북 등을 촬영하고 편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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