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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법

Writer: 홍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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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홍성준 작가는 회화 작업에 열중합니다. 그는 레이어를 주제 삼아 여러 시리즈를 진행해 왔는데요. 평면 작업과 입체 작업을 진행하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서로 반대되는 방법론을 적용한다는 고백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예컨대 평면을 위해서 입체적인 구조물을 연구하고, 입체를 위해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거칠게 드로잉하며 예열하는 거죠. 그의 방법론 가장 깊숙이에는 화이트보드에 키워드를 적는 마인드맵이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명징한 이미지 뒤에 단단한 뼈대가 뒷받침하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레이어, 즉 겹을 통해 보여주는 환영감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요. 산책할 때 작업의 방향성을 늘 고민한다는 홍성준 작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고단함을 동력 삼는 의지가 놀랍습니다. 아티클에서 그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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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Layers», 2024, 68projects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회화 작업을 하는 홍성준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께서 작가로 활동하고 계셔서 어릴 적부터 캔버스와 미술 재료를 자주 마주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창작 활동에 대한 관심이 어릴 적부터 지속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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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the sky 15›, 2024, Acrylic on canvas, 90 x 71 x 2.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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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ch the sky 15›, 2024, Acrylic on canvas, 90 x 71 x 2.3 cm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11월 서울 도봉구 창동시장 근처에 작업실을 구했어요. 회화 작가의 작업 공간은 작가의 작업 스타일에 맞춰 재료와 공간 구조를 조금씩 바꿀 수 있는데요. 현재 제 작업실은 나름 깨끗한 편이에요. 저는 오히려 창동시장이란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작년 약 3개월간 독일 베를린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했는데요. 혼자 지내다 보니 건강에 대해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되었어요. 특히 건강한 먹거리는 제게 즐거움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였답니다. 거의 매일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보기를 좋아했고,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을 만들어 먹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한 제 모습을 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작업실을 구하던 중 먹거리가 풍부한 창동시장을 보면서 시장분들의 친절한 모습과 싱그러운 분위기에 반해서 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북가좌동에 있던 기존 작업실은 화장실이 여의찮았기 때문에 방문한 동료나 손님이 난감할 때가 많아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요. 지금은 화장실도, 붓을 빨 수 있는 싱크대도 있어서 매우 만족하며 작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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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Image», 2019, Fnart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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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6413›, 2020, Acrylic paint on acrylic, 60 x 3 0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예전에는 밖에서 직접 촬영한 자연물이나 일상적인 사진을 작업에 활용하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요. 작업을 이행하기 위한 태도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하니까 스스로에게 영감을 받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종종 어딘가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스스로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할 때가 있는데요. 영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제가 하는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습관에서 아이디어의 단초를 찾는 경우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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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Layers 72›, 2023, Hanji & Acrylic on canvas, 227.3 x 181.9 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화이트보드에 키워드를 써가며 마인드맵을 그리고 수정하기를 반복해요. 평면 작업을 할 때는 좀 더 입체적으로, 입체 작업을 할 때는 좀 더 평면적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예컨대 평면 작업을 위해서 키워드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기 보다 직접 입체적인 구조물을 여러 형태로 제작하고 촬영 기법을 통해 평면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구상하는 거죠. 반대로 입체 작업에서는 머릿속에 떠도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연습장에 거칠게 도면처럼 그리고, 해당 작업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소재(재료)가 일치하는지 고민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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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Layers of the air 20›, 2024,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우) ‹Layers of the air 19›, 2024, Acrylic on canvas, 53 x 45.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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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Layers», 2024, 68projects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을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최근 디스위켄드룸에서 «플립 오버Flip Over»라는 전시를 열었는데요. 이 때 공개한 ‹Study Layers› 시리즈의 신작을 말씀 드릴게요. ‹Study Layers›는 겹에 대한 환영감이 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 왔는데요. 작업 과정 중 여러 차례 갤러리 측과 논의하면서 ‘가볍고 투명한 환영감’ 같은 키워드를 도출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색과 이미지가 사라지고, 연한 그림자만 남은 레이어의 실루엣과 투명함에 초점을 맞춰 보았습니다. 또한 화면 안에는 빛이 표면에 닿는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미묘한 색감을 통해 또 다른 환영감을 연출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Layers of the Air› 시리즈에서 가벼움을 표현하던 방울 이미지와 교차점이 생기면서 좀 더 확실한 맥락을 표현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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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Study layers 90›, 2024, Acrylic on canvas, 73 x 91.5 cm

(우) ‹Study layers 92›, 2024, Acrylic on canvas, 73 x 91.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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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 over», 2023, ThisWeekendRoom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제가 작업하는 회화의 방향성에 대해 늘 물음을 지니는 편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환영감이 한 층 더 확고히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늘 그렇지만 완전한 만족은 없었어요. 작업을 하면서 가끔 실수로 캔버스 표면에 상처를 낼 때가 있는데요. 이를 지우려고 덧바르면 그 흔적이 눈에 띌 때가 있어요. 이게 우연히 좋아 보이는 경우에는 만족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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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layers 01›, 2020, Acrylic on Canvas, 162.2 x 150 cm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식사 시간 때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하며 장을 봐요. 사진으로 예쁘게 나오진 않지만 스스로 만족스럽게 식사하는 편입니다. 바쁘지만 않다면 시간을 내어 산책하기도 하고, 달리기 같은 가벼운 운동도 하고요. 물론 산책하는 와중에 어떻게든 카메라를 들고 나가 작업과는 상관 없는 사진을 이것저것 찍곤 해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요리입니다! 장보기도 그렇고, 직접 해 먹는 걸 너무나도 좋아해요. 그 과정 또한 즐겁고요. 마치 작업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정직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좋게 포장하면 이렇고, 매일 작업하면 성격이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이 예민하게 나오나 싶기도 하고요. (웃음)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일단 고민을 시작해요. 작업실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마인드맵을 다시 그려봐요. 그리고 새로운 재료를 실험해 봅니다. 이를 통해 상상하던 걸 직접 해보면서 지금 작업 중인 것과 어느 정도 연계성을 지니는지 생각해 봐요. 이때가 제겐 쉬는 시간이에요.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작업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찾아 나섭니다. 너무 힘든 시기에는 여행지를 정해두고 미리 티켓을 예약해 둬요. 그럼 바쁜 일상을 지낼 때에도 여행 생각을 하며 버티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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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s of Study Layers 01›, 2020, Mixed media, 25.4 x 25.4 cm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건강입니다. 어머니가 췌장암 판정을 받으신 지 만 3년째에요. 항암제를 투여하면 일주일 정도는 제대로 된 음식을 드시지 못하고, 많이 예민해지세요.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즐거움을 드리려고 노력해요. 제가 건강해야 어머니께 재밌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전보다 제 몸을 더욱더 꼼꼼하게 챙기고 있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조금이라도 나아질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기.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고단함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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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ing layers», 2022, PIPE GALLER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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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Layers», 2024, 68projects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무엇이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을 피하세요. 작업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중요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본인만의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좋아하는 걸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산책할 때 저와 제 작업이 향하는 방향의 옳고 그름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 작업을 보는 관람자가 제가 생각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업하면서 외롭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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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ing layers», 2022, PIPE GALLERYS

Artist

홍성준은 홍익대학교 학부와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다. 레이어, 즉 ‘겹’에 대한 고민과 그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지속한다. 독일 베를린의 68Projects by KORNFELD(2024), 서울 프롬프트 프로젝트(2023), 갤러리 BHAK(2022), 파이프갤러리(2022),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2020), 라흰갤러리(2019), 63아트(2018), 에프앤아트 스페이스(201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청주시립대 청호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외 다수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가했다. 작년에는 베를린 코른펠트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68Projects 레지던시에 입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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