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 케이크Freaky Cakes’는 이소리가 운영하는 케이크 픽업 숍입니다. 제 이름을 꼭 닮은 독특한 모양과 알록달록한 케이크로 존재감을 알렸는데요. 앞으로 케이크를 도화지 삼아 회화,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해요. 외부에서 전해지는 피드백보다는 내면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이상적인 미래보다는 찬란한 현재에 주목하는 프리키 케이크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프리키 케이크의 이소리입니다. 케이크를 만들다가 찾은 정체성을, 다시 케이크에 담는 재미난 순환 속에서 지내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프리키 케이크는 미술 전시 «충동으로 이어지는 아흔아홉 고개»에서 출발했어요. 해당 전시는 관객에게 작가의 진로를 상담받는 인터랙티브 아트 형식으로 진행되었죠. 당시만 해도, 저는 충동으로 얻어낸 온갖 재주로 소위 잡탕밥(?) 같은 삶을 살고 있었는데요. (웃음) 직접 만든 모형 케이크와 네일 아트 도구를 들고 전시에 나갔어요. 기회가 되면 관객에게 타로점도 봐 드렸죠.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게 케이크였답니다. 저도 전시를 준비할 때 케이크 만드는 일에서 가장 큰 흥미를 느꼈고요. 그렇게 관람객의 반응과 저의 감정을 계기로 케이크를 만들게 되었어요.
작업실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은 케이크 픽업만 주로 하고 있는데요. 필요 이상으로 크게 느껴져서 앞으로는 용도를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 계획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만나고 어울리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물상화된 작품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종종 저만의 판단에 갇히곤 하는데요. 그럴 때면 그 세계에서 저를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요. 손에서 탄생하는 결과물은 순간의 우연에 맡길 수도 있지만, 이를 더욱 예민하고 번뜩이는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벗어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우연히 어떤 발상에 이끌려 무념무상 속에서 작업을 마쳐요. 완성된 작업물을 보면서 ‘내가 왜 이렇게 만들었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저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가까이 지내는 뮤지션 선레이크(@sunlake_archive)님의 앨범 커버 작업을 맡았어요. 라임과 식용 펄, 네일 파츠로 커버 이미지를 완성했는데요. 언뜻 보면 시계가 떠오르는 형태로 만들었죠. 무기력하게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중에 되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을 만든 가장 값진 순간이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앨범의 수록곡인 ‘다음날’의 가사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거든요.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시간 낭비로 비칠 수 있지만, 그 시간도 싱그럽고 반짝이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앨범 커버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음 날› 커버 이미지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창작을 지속하다 보면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 몸을 덜 쓰면 생각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에요. 저는 정신적인 부분에 마음을 많이 두고 사는 편이랍니다. 그래서 ‘정신을 잘 다스려야 창작을 지속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말이 참 많아지는데요. (웃음) 요즘은 점성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점성술을 활용한 상담도 소소하게 하고 있답니다. ‘인간에게는 주어진 운명이 있다’고 믿는 점성술에 거부감을 가진 분도 종종 만나는데요. 자기 자신의 한계점을 알 때 이를 벗어나는 방법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점성술을 통해 만나는 분들이 ‘나’라는 한계의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돕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업을 할 때 꼭 심오한 의미를 담지는 않아요. 다만 저에게도 게으름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이라는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요. 작업물을 만들고 세상에 꺼내 놓는 일이 바로 이런 울타리에서 잠시 나와서 하는 행동이지요. 그때 찾아오는 해방감을 사랑하기도 하고요. 이런 시도가 프리키 케이크의 내밀한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는 ‘극복’이라는 단어로 넘어설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슬럼프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면서 승패를 가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언제까지 슬럼프가 내 안에 왔다 갈까?’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요. 슬럼프를 겪는 기간이 길다 싶으면 케이크에만 매달리지 않고 작업실 밖의 재미있는 경험을 찾아가려고 하죠. ‘흥미’라는 감정을 어떤 방법으로든 자극하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거창한 방법을 찾을 때도 있지만, 작업실이나 집에서 노래하고 춤출 때도 있어요. (웃음)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케이크 만드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치 저를 대표하는 것이 되어버려서 고민이에요. 저는 회화나 영상 작업도 하고 싶고, 크루를 형성해 공동 작업도 해보고 싶거든요. 다만 체력과 시간이 부족해서 계속 미루다 보니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프리키 케이크를 만들기 전에 잡다한 흥미를 가졌던 때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네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일상의 작은 부분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해요.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도 좋지만, 이 역시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외부의 성과나 인정에 기대어 창작을 지속하다 보면, 결국 손에서 놓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외부의 피드백을 받는 일은 창작을 이어가는 데 중요하지만, 스스로 중심을 정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품 한 가운데는 텅 비어버릴 수 있거든요.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은 활짝 열어 놓되, 자신에게 유효한 내부 동기를 튼튼히 세워놓아야 건강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10년 뒤에는 예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전부 다 할 수 있는 ‘올라운더’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각기 다른 것을 제법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백현진 님처럼요. 앞으로 이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완벽히 성공한 인생일 것 같네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상’과 ‘미래’는 참 좋은 말이지만, 지금의 사회 흐름을 살펴보면 현대인에게 가장 불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미 충분히 피로한 사회인데, 현재를 벗어나 이상과 미래를 그리다 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커져서 자꾸 무리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현재’라는 찬란한 순간을 축소하지 않았으면 해요.
Artist
프리키 케이크(@freaky.cakes)는 2022년 7월 미술 단체전 «튜브타고 창문 넘어 아흔 아홉고개 사랑»에서부터 불현듯 탄생한 케이크숍이다. 이름은 케이크지만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케이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매할 수 있고, 협업 의지도 아주 활짝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