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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주력 상품의 유통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 플래시 플레이어 지원 종료 이후의 장영혜중공업

Writer: 윤충근
, Photographer: 윤충근

Report

시각 예술계의 현재를 살펴봅니다

웹을 기반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아티스트인 장영혜중공업이 제 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참여했습니다. 장영혜중공업은 플래시를 이용한 시그너처 작업으로 잘 알려져있는데요. 이제 플래시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가는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을까요? 윤충근 님의 전시 리뷰와 손수 찍은 사진이 담긴 리포트는 장영혜중공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어요. 아티클에서 자세히 살펴보세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는 본 전시에 앞서 일부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선공개했다. 그중 첫 번째는 장영혜중공업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작업 삼성의 뜻은 재탄생(Samsung Means Rebirth)이다.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2021년 5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전시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했고 지난 9월 8일 문을 연 오프라인 전시에서도 2021년 11월 2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장영혜중공업은 장영혜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보주Marc Voge 지식총괄책임자(CIO)가 1999년 결성한 그룹이다. 육중한 이름과는 다르게 이들은 글과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플래시 작업을 ‘웹(World Wide Web)’을 통해 선보여오고 있다. 삼성의 뜻은 재탄생 역시 흰 배경에 검은 글자가 등장하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플래시 작업이다. 내용을 전달하는 데 오로지 글자만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웹 아트는 인터넷의 정수를 표현하고자 한다. 상호성, 그래픽, 사진, 디자인, 배너. 색상, 폰트, 그리고 그 나머지를 벗겨봐라. 무엇이 남는가? 바로 텍스트다.” 실제로 웹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문서, 즉 텍스트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들의 웹사이트(https://www.yhchang.com)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살펴볼 수 있다. 낱장의 페이지로 구성된 웹사이트에는 그들의 작업 이름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고 각 작업에 하이퍼링크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최소한의 HTML 언어로만 구성한 방식은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http://info.cern.ch)를 연상시킨다.

작품 이름에 등장하는 ‘삼성’은 실재하는 한국의 재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보다 근원적인 권력을 상징한다. 2017년 발표한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Samsung Means to Die)에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생애를 지배하는 ‘삼성’의 위력을 선보였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그 영향력이 사후에도 계속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로사로 쓰러진 삼성전자의 임원(제1화: 임원)이 삼성 스마트폰으로 재탄생하고 이내 폭발해버린다(제2화: 스마트폰). 이어서 삼성 직원이 단골로 오는 목욕탕의 때수건으로 재탄생하지만, 그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다(제3화: 때수건). 이런 식으로 주인공은 종이컵(제4화), 냅킨(제5화), 일간신문 기사(제6화), 마지막으로 종이 영수증(제7화)으로 연쇄적 재탄생을 거듭한다.

장영혜중공업의 플래시 작업은 본래 웹을 무대로 삼았다. 웹은개방·공유·참여를 핵심 가치로 두는 공간이다. 장영혜중공업의 웹사이트는 언제나열려있고 그들은 이곳에 작업을 올려 관객과나눈다.’ , 관객은 장영혜중공업의 플래시 작업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 한번 재생한 플래시 파일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흐른다. 이 앞에서 관객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저 재생 중인 영상을 바라보거나 창을 닫음으로써 보기를 멈추는 것뿐이다. 플래시는 1990년대 당시 정적인 매체였던 웹에 인터랙션을 구현하며 웹 2.0 시대를 연 기술이었다. 많은 이들이 당시 플래시에 환호하며 이를 적극 활용했지만 장영혜중공업은 플래시가 만드는 쌍방향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들은 화려한 기능과 외관 대신에 웹의 기본 요소인 글자만을 사용해 내용 그 자체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러한 플래시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2020년 12월 31일부로 어도비사가 플래시 플레이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며 웹에서 영영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에 장영혜중공업은 웹사이트의 플래시 파일을 동영상 파일로 대체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덕분에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관객은 이전과는 다른 자유를 갖게 되었다. 동영상 플레이어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관객은 언제든 원하는 시점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동하고자 하는 시점의 썸네일을 미리 살펴볼 수도 있다. 또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구간을 건너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에 플래시가 일방적으로 전했던 강렬한 선언을 이제는 웹에서 경험할 수 없다.

장영혜중공업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전시실을 적극적으로 외면하는 것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답한다.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녹화한 각각의 영상은 관람객이 일반적으로 발길을 두지 않는 미술관 주변부 구석구석으로 흩어진다. 이를테면 지하 1층 물품 보관함, 1층 계단 밑, 2층 전면 발코니 따위의 공간이다. 또한, QR코드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에피소드를 감상하도록 동선을 유도하지만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같은 층에 두지 않음으로써 작품 감상의 불편함을 극적으로 가중한다. 1층 매표소 맞은편 벽에서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첫 번째 에피소드를 감상할 수 있는 2층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도 역시 QR 코드를 통해 다음 장소인 지하 1층으로 안내한다. 이러한 여정을 따르다 보면 관람객은 지하 1층에서 2층으로, 다시 1층에서 3층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겪어야만 한다. 집에 편안히 누워 노트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굳이 미술관에 찾아와 이렇게 고된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불친절한 배치를 통해 플래시를 기존의 방식대로 온전히 경험하는 방법은 플래시 지원이 중단된 웹, 그리고 웹을 벗어난 미술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더 명징해지는 것이다.

20년 넘도록 생산해온 주력 상품이 기술 지원 종료로 인해 제작에 차질이 생겼을 때,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기존 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을 찾아야 할까? 혹은 차세대 주력 상품을 개발해야 할까? 플래시의 죽음은 장영혜중공업에게 어쩌면 그리 큰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웹을 둘러싼 기술은 지금도 시시각각 업데이트 중이다. 플래시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언젠가는 폐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영혜중공업이 내용을 전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도구, ‘텍스트’ 그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Exhibition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하루하루 탈출한다»

날짜 : 2021.09.08-2021.11.21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별관,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서소문로11, @seoulmuseumofart

Writer & Photographer

윤충근은 스튜디오 ‘충근’을 운영하며 평면·공간·시간 위에 시각 요소를 적절하고 아름답게 배치하는 일을 한다. 실천적 공동체 ‘새로운 질서 그 후…’로 활동하며 오는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전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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