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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현대미술 설명서: 아티스트를 위한 새해맞이 꿀팁 10

Writer: 박재용
, Illustrator: 라이언 오슬링
박재용, 라이언-오슬링

Essay

이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후회도, 미련도 집어 던지고, 새로운 한 해를 기분 좋게 맞이하는 준비를 다들 하고 계시겠지요? ‘현대미술 설명서’를 연재하는 박재용 님 또한 이런 니즈에 부응해 예술 및 미술계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새해맞이 액티비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셨답니다. 이름하여, 아티스트를 위한 새해맞이 꿀팁 10!!! 재용 님의 오랜 노하우와 위트를 촘촘히 엮은 아티스트 맞춤형 새해맞이 권장 꿀팁이 벌써 궁금하시다고요? 아티클에서 차근차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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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 오전 7시 26분. 새해 첫 일출과 함께 한국의 2024년 또한 드디어 개막했다. 물론 그전부터 소셜 미디어의 타임라인에는 2023년 한해를 회고하는 포스팅이 멈추지 않았으며, 1월 1일 신정 당일에는 휴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해의 다짐을 선언하는 의지가 끊임없이 탄생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따뜻한 이불을 덮어쓰고 감귤류 과일을 까먹으며 다양한 플랫폼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고 있을 미술, 예술계의 여러분이 한 해의 시작을 좀 더 즐겁고 생산적으로 보낼 만한 몇 가지 꿀팁을 준비해 보았다. 무척이나 간단한 활동들이니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보길 바란다. 일부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로 나누어 세심하게 제안했고, 심화 활동도 존재한다. 그럼, 올 한 해도 다이내믹한 성장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 꿀팁 1: 각종 기금에 선정된 예술인과 프로젝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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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자. 주소는 www.arko.or.kr이다. 메뉴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이, 메인 화면에는 친절하게 배너가 떠 있다. ‘2024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심의 결과발표’를 확인해 보자. 본인이 활동하는 영역을 클릭해 어떤 사람과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는지, 더불어 심사위원은 어떤 말을 남겼는지도 한 번 쭉 살펴보자. 2024년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에는 총 7287건이 신청했고, 그 가운데 우리는 선정된 1006건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박*용’처럼 형식적으로 익명 처리된 이름을 살펴보며 선정자를 추측할 수도 있고, 사업명을 체크하며 어떤 내용의 프로젝트가 펼쳐질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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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 관련 배너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웹사이트

한 해의 시작을 기금 선정 결과 열람과 함께 시작하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연말까지 정산을 마쳐야 하는 지원 사업 선정 결과가 겨울이 끝날 즈음에 발표되는 참극이 일어나기도 했으니.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블랙리스트’ 논란이나 2021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예술감독 재심의 논란 등을 겪으면서 심사 결과 발표가 빨라졌을 뿐 아니라 이제는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서울문화재단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한 100여 개의 기초지역문화재단 대부분은 2024년도 지원사업 발표를 아직 완료하지 않았다. (참고로 서울문화재단은 2023년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과 청년예술지원사업 공모 내용을 당해 1월 13일 금요일에 발표했다.)

기금 선정 목록에서 혹시나 내가 아는 동료나 스치듯 이야기를 나누었던 프로젝트의 제목을 보게 된다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기원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나누어 보도록 하자. 참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금 결과 발표 게시글은 모바일 접근성이 좋지 않으니 PC 앞에 정자세로 앉아 열람하도록 하자.

심화 활동.

만일 지원사업에서 낙방했다면, 선정된 예술인이나 프로젝트, 그들이 선정된 지원제도를 살펴보면서 앞으로 자신의 활동으로 지원금 신청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궁리해 보자. 다만, 기금을 받았다고 무조건 ‘뛰어나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도록 하자.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웹사이트나 정책연구관리시스템(www.prism.go.kr)에서 ‘예술’이나 ‘문화’를 키워드로 각종 정부 용역 연구 보고서를 열람하면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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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용역 연구 보고서 중 ‘예술’ 키워드 검색 결과 © 정책연구관리시스템 웹사이트

✓ 꿀팁 2: 미술, 예술계의 아주 가까운 미래를 그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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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박차는 것조차 기가 빨리는 새해 초, 올 한 해 열릴 전시나 행사를 한 번 훑어보는 것도 좋다. 현대 문물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 누워서 휴대전화를 깔짝거리기만 해도 많은 게 가능해졌다.

초급

검색 엔진에 ‘2024년 전시’를 키워드로 넣고 돌려보자. 주요 미술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취합해 만든 다양한 기사를 발견할 수 있다. 차분히 열람을 지속하다 보면 특정 기관과 갤러리가 반복적으로 언급된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24년도 예정 전시 기사를 쓰려면 보도자료가 선행적으로 배포되어야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면 주최 측에서 2024년 일정을 확정해야 하고, 미리 일정을 확정하려면 아무리 늦어도 작년 후반에 계획이 나왔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체적인 계획만큼이나 기금 선정 발표도 미리 이뤄져야 하니…

중급

국내를 넘어 해외로 관심을 넓혀보자. 미국의 «Artnet», 영국의 «The Art Newspaper», 홍콩의 «Art Asia Pacific»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예술 매체에서 셀 수 없이 많은 ‘Exhibitions to see in 2024’를 살펴볼 수 있다. 이르게는 지난해 12월 초에 게재한 ‘2024년에 볼 만한 전시’ 기사를 통해서 매체별로 선정한 주요 전시와 함께 안테나를 세울 만한 작가 및 주제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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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S TO SEE 검색 결과 © Art Asia Pacific 웹사이트

고급

매체들이 앞다투어 생산하는 ‘볼 만한 전시 목록’을 소비하는 대신,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미술관이나 미술 공간에서 열리는 새로운 전시들을 직접 살펴보는 건 어떨까?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미술 관련 기관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장 업데이트가 늦게 되는 메뉴가 바로 ‘예정 전시’ 부분이다. (2024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의 ‘예정 전시’ 메뉴에 업데이트된 전시는 «한국 근대 자수(가제)» 하나 뿐이었다. 2024년도 신규 전시 목록을 언론에 발표한 1월 9일 이후에도 상황은 동일하다. 이 글이 발행됐을 때는 부디 다양한 전시로 꽉꽉 채워지길 기원한다.)

심화 활동.

의지와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관이 배포하는 보도자료 원본에 접근해 보자. 예를 들어 서울시립미술관은 웹사이트 첫 페이지 아래쪽 ‘뉴스와 공지’를 클릭하고 ‘보도자료’ 섹션에 들어가면 2023년 12월 15일에 게시된 ‘서울시립미술관 2024년 주요 전시 공개’ 포스팅을 열람할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은 게시글에 첨부된 [보도자료]_서울시립미술관_2024년_주요_전시_공개(수정).hwp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미술관 웹사이트를 오가는 과정에서 ‘비교체험 극과 극!’도 가능한데,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나 영국 테이트 미술관 웹사이트의 ‘What’s On’ 메뉴를 클릭하면 2024년 열리는 모든 전시를 낱낱이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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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2024년 주요 전시 공개’ 포스팅 © 서울시립미술관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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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2024 전시 아카이브 페이지 © MoMA 웹사이트

✓ 꿀팁 3: 미래만 보지 말고, 과거도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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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해 미래만 바라보는 대신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다. 때마침 한국 문화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과거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장관을 하던 분이 재임 중이다. 그렇기에 과거 살펴보기는 올 한 해를 시작하기에 꽤나 적절한 활동이 아닐까 한다. 미술 분야에 한정해 이야기해 보면, 과거의 흔적을 차분하게 살필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먼저 대학로 아르코 아트 센터에 자리하고 있는 ‘아르코아카이브’를 추천해 본다. 2009년부터 자료를 차곡차곡 축적 중인 이곳에 들러 10년 전인 2014년 1월을 기점으로 미술 관련 매체가 지금까지 어떤 내용을 특집으로 삼았는지 살펴보며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국립현대미술관의 ‘디지털도서관’에 들러 과거를 풍미한 각종 전시 도록을 살피는 것도 좋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에 약간이라도 진실이 담겨 있다면, 새해를 맞이해 돌아보는 과거 기록에서 눈앞에 놓인 미래에 대한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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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도서와 아카이브’ 섹션에서 확인 가능한 컬렉션 중 일부 ©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

심화 활동.

2023년 평창동에 개관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와 연구자에 관한 소장 자료를 검색 및 열람할 수 있는 ‘컬렉션’으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아카이빙한 소장품을 검색한 뒤 열람을 위해 직접 방문해 보자. 의지 몇 방울만 있다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시간의 틈을 넘어 미래의 낯선 이와 연결되는 미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경 © 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 꿀팁 4: 미술이 놓인 세상을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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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가끔 예술이 세상의 전부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 너머에는 더욱더 거대한 현실 세계가 존재한다. 새해를 맞아, 우리 자신과 미술·예술을 둘러싼 이 세계의 쟁점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 보자. 스스로 추구하는 예술과 삶, 활동의 위치와 의미가 세상과 맺는 맥락을 파악해 보는 것은 자기 객관화에 큰 도움이 된다.

초급

검색 엔진에서 ‘2023년 사건·사고’ 검색하기. 검색 결과 상위 페이지에서는 나무위키의 ‘2023년/사건·사고’, KBS가 보도한 ‘사건·사고로 얼룩진 2023년’,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1만을 향해 달려가는 ‘‼한눈에 보는 2023년 월별 사건·사고 총정리!!’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더불어 ‘2023년 주요 이슈’, ‘2023년 돌아보기’처럼 검색 키워드를 살짝만 바꿔도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살필 수 있다. 

중급

한국어 자료에서 외국어 자료로 범위를 넓혀 보자. 이때 유용한 키워드는 ‘Year in Review’다. 정말 여기저기서 자료가 튀어나온다. 특히 각종 이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기로 유명한 «Vox»가 2023년 전 세계 주요 이슈를 7분 길이로 요약한 영상을 우선 추천해 본다.

«Vox» ‘2023, in 7 minutes

구글이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및 국가별 인기 검색어 통계’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선정한 ‘2023년 주요 사건’ 등도 유의미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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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기 검색어 중 일부 © Google

고급

온라인발 정보의 홍수에서 의미 있는 ‘신호’와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소음’을 분간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집 근처 도서관에 들러 여러 분야의 잡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2023년 마지막 호와 2024년 첫 호를 함께 펼치길 추천한다. 혹시 『트렌드 코리아』 2024년이나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계대전망』 2024년 판 한 권만 사서 보는 게 훨씬 간편하다는 의문이 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럴 경우, 2024년 판보다는 2022년 판이나 2023년 판을 사보는 게 어떨까? 세 번째 꿀팁, ‘미래만 보지 말고, 과거도 살펴보기’의 일환으로 말이다.

심화 활동.

나를 둘러싼 범위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사와 함께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겨보아도 좋겠다. 매년 조금씩 쌓는다면 꽤나 가치 있는 나만의 기록으로 남지 않을까?

✓ 꿀팁 5: 제목은 잘 알지만, 실제 읽거나 살펴보지 않은 책과 자료에 접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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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놓고 읽지 않아 깨끗하게 먼지만 쌓인 책, 이름만 듣고 자세히 보지 않았던 자료나 작품 살펴보기는 아직 바쁠 일이 그리 많지 않은 새해 초에 하기 딱 좋은 활동이다. 지난해 누군가의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나 전시 서문에서 계속 마주친 철학자의 이름이나 오며 가며 스치듯 들었던 이론서 따위가 있다면, 새해를 맞이해 한번 도전해 보자! 예컨대 애나 로웬하웁트 칭Anna Lowenhaupt Tsing이 쓰고 노고운이 번역한 『세계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현실문화연구, 2023)같은 책 말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네마프NeMaf’처럼 실험적인 성향의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을 살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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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로웬하웁트 칭의『세계 끝의 버섯: 자본주의의 폐허에서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응용 활동.

혹시 ‘무엇을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출판인 42명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책’과 같은 자료를 참고해도 좋다. 누군가 추천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특정 작품과 책, 자료 등을 중요하다고 여기며 회자하는지 그 의미에 대해서 자기 나름의 의견을 형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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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IN의 ‘정부의 퇴행 속에서도 등불처럼 빛난 올해의 책들 [2023 행복한 책꽂이] 에서 소개된 책 중 일부.

✓ 꿀팁 6: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점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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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창작을 지속하는 힘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 따라서,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새해 시작을 맞이해 시도할 만한 여러 활동 중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국민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민체력100’을 통해 비용 없이 체력을 측정할 수 있다. 전국 69개소에 있는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도 무료 건강 상담을 제공한다. 몸만큼 중요한 마음의 건강을 점검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예술인 복지카드가 있다면,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공하는 ‘예술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심리상담은 예술인 복지재단 외에도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재단 차원에서도 진행하고 있으니, 본인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해당하는 문화재단 웹사이트를 꼼꼼히 확인해 보도록 하자. 더불어,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변하는 성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TCI검사도 추천한다. 대부분의 심리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데, 다만 비용이 조금 든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을 듣는 것은 무척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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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공하는 ‘예술인 심리상담’ 관련 내용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웹사이트

✓ 꿀팁 7: 통장 잔고 및 재정 상황 점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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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창작을 위한 준비는 건강한 신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본인의 재정 상황 또한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당신에게 창작만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면, 나는 그것이 ‘가스라이팅’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삶 앞에 예술 없고, 생활 앞에 예술 없다. 창작의 에너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런 점에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해 보아도 좋겠다. 창작 활동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둘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60세가 되어 퇴직 연금을 수령할 때가 될 즈음 본인의 체력이 지금과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은 확실하니까 말이다. 스무 살의 내가 한 달에 5만원씩 연금저축계좌로 모으며 쌓기 시작한 S&P500 추종 ETF가 60세를 맞이할 미래의 예술인(나)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활동 자금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양한 사정으로 개인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창작자라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이 공제금은 소상공인의 사회적 안전망 마련과 퇴직금 마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니, 창작자 역시 개인사업자등록증이 있다면 제도의 혜택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꿀팁 8: 평소 궁금하던 잠재적 동료에게 연락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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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연락받을 때 생각보다 따뜻하게 반응한다. 새해를 맞아 평소 흥미롭게 지켜보던 잠재적 동료들에게 상냥한 안부 인사를 보내는 건 어떨까? 무턱대고 인사하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당신의 어떤 작업을 이렇게 봤고,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정도로 최소한의 정중함을 갖춘다면 잠재적 동료로서 충분히 연락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선생님’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분들에게도 (지나치게 격의 없는 태도는 아니더라도) 겸손하지만 진솔하게 연락하는 용기를 내봐도 좋다. 나이와 인종, 국적, 분야를 떠나 우리는 모두 예술 혹은 미술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활동하는 잠재적 동료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메일을 쓰거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런 식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OOO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OOO에 관심을 가지고 OOO 작업을 하는 OOO입니다. OOO (선생)님이 OOO에서 OOO한 작업 OOO을 본 후 계속 아른거리다가 새해맞이를 틈타 이렇게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 꿀팁 9: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23, 박재용, 라이언-오슬링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번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며 ‘미술인이 새해에 따뜻한 방에서 뒹굴면서 할 만한 일’을 추천받는 도중 한 동료가 이런 답변을 남겼다. “방에서 뒹구는데 또 뭐를 해요. 멀티태스킹을 과감히 포기하고 ‘마인드풀 뒹굴기’를 제안합니다.” 사실 현재 시대에 활동하는 미술인, 예술인은 이미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존재다. 누가 기금 선정되었는지도 봐야지, 올해 무슨 전시가 열릴지도 확인해야지, 사회적 현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지, 어려운 레퍼런스도 살펴봐야지… 이 와중에 소셜미디어에는 왜 다들 고통스러운 창작 과정은 생략하고 멋들어진 결과물이나 전시 오프닝 소식만 뿅! 하고 올리는 건지…

새해를 맞이해 이 모든 자극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과감히 끊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불 꺼진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전화 화면을 무한 스크롤하는 건 휴식이 아니라 인지 자원과 감정을 소모하는 새로운 노동과 다를 바 없다. 굳이 마음챙김이나 명상처럼 심오한 행위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잠시만이라도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해 내 시간을 싸보자. 휴대전화는 서랍에 집어넣은 채 종이책을 펼쳐 들고 30분 동안 읽어 본다든지, 디지털 기기 없이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해 볼 수도 있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다.

✓ 꿀팁 10: 나의 2024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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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새해를 맞이해 (누구나 매년 한 번쯤은 도전하는) 새해 계획을 하지 않고서 이번 글을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번 2024년 계획을 세울 때에는 조금 다르게 시도해 보자. 내가 ‘이루고 싶은’ 일, 말하자면 일종의 ‘꿈과 희망’을 쓰는 대신, 나에게 ‘일어날 법한 일’, 그러니까 ‘예측과 예상’에 가까운 것을 적어 내려가는 거다. 즉, ‘OO문화재단 OOOO 기금 선정’이나 ‘OOO에서 전시하기’ 같은 선언적 목표를 제외하자는 말이다. 앞서 제안한 다양한 활동에 대한 꿀팁 중 몇 가지를 간단히 실행하는 과정에서 2024년 한 해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렴풋이 그려질 것이다. 그 흐름에 서 있는 자기 모습에 근거해 현재 예측하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파악해 보자.

만일 어떤 흐름에 놓인 모습이 스스로 그려진다면 자세히 살펴보길 권하고 싶다. 미술 혹은 예술,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계에서 나는 어떤 모습과 꼴을 갖추고 서 있는가? 나의 2024년을 그려보는 일은 곧 나만의 언어로 이를 기록하는 행동과 연결된다. 마치 한 두 해 전 발간한 『세계대전망』이나 『트렌드 코리아』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듯, 스스로 그린 2024년을 2025년이나 2026년에 다시 살펴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된다고 확신한다. 모든 예상과 예측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측과 희망으로 이뤄졌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스스로 얼마나 자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는지(혹은 그렇지 못했는지) 알아볼 기회가 되기도 할 테니까.

추신.

이번 ‘현대미술 설명서’ 아티클에 삽입한 일러스트레이션은 AI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라이언 오슬링(@ryan_ohsling) 님에게 글의 개요를 설명하고, 이미지 생성에 필요한 프롬프트에 힌트 혹은 영감이 될 만한 키워드와 상황에 대한 묘사를 제공한 결과물이다. 바쁜 연말 연초, 다소 촉박한 일정에도 작업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라이언 오슬링 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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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박재용(@publicly.jaeyong)은 현대미술서가 서울리딩룸(@seoulreadingroom)의 장서광이자, 뉴오피스(@new0ffice)에서 일한다. 큐레이터이자 통번역가, 연구자, 교육자이며, 허영균과 함께 리서치 밴드 NHRB(@NHRB.space)의 프론트맨을 맡고 있다.

Illustrator

라이언 오슬링(@ryan_ohsling)은 AI를 통해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하고 공유하는 AI 크리에이터다. 그는 AI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탐구하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향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가능케 하고,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던 것을 완성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세계관을 만들어 대중과 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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