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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날카로운 다정함

Writer: 조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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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어지고 휘몰아치는 움직임은 생명의 기운을 발산합니다. 

조금은 날카로워 보이지만 다정한 겹침을 지닌 조윤서의 작업 속 생명체는 익살스럽기도 하죠. 작가는 숨 쉬며 살아있는 모든 것에 영감을 받아요. 그래서 드로잉에는 붙어 있는 머리와 나란히 붙인 어깨, 교차하는 시선과 맞닿은 팔이 엉켜 있어요. 꿈틀거리는 드로잉처럼 도조 작업에도 묘한 움직임이 담겨 있죠. 숨을 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렇게 힘을 받고 살아간다는 작가의 믿음은 작품에도 거울처럼 드러납니다. 때로는 솔직하게 날이 선 모습을 비추고, 때로는 편안한 마음을 품게 하죠. 그러려면 그 과정에서 부딪히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해요. 예측할 수 없어도 기어코 답을 마주하는 조윤서의 작업세계를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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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025, 캔버스에 유채, 130.3×80.3cm, «IT TAKES TWO»,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조윤서입니다. 날카로움을 녹이는 온기에 집중하며,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흐르는, 버텨내는, 이어지는 숨을 다양한 매체로 만들고 그립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일이라 어떤 계기가 따로 있지는 않아요. 어쩌면 그 자연스러운 시작 자체가 계기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면서 지나온 긴 시간 속에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확신의 순간을 얻었고, 작업을 통해 만나는 모든 순간이 저를 오늘도, 내일도 창작자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작업을 하는 매일이 계기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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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ound you›, 2025, 나무 판넬에 유채, 50×50cm, «IT TAKES TWO»,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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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2023, 종이에 혼합재료, 38.5×27.8cm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재학 중인 학교에서 제공하는 작은 작업 공간과 집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흙 작업을 하고 집에서는 주로 유화와 먹 드로잉, 디지털 작업을 하는데요, 두 공간 다 크지는 않지만 작업실이 두 개니 감사해요. 저는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작업실을 하나의 환경으로 통일시키기가 어렵거든요. 작업실 두 곳을 매체별로 나누어 사용하다 보니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서로 다르게 꾸미는 재미도 있고요. 작업실에서 떠나온 순간에도 작업실에 가 있을 수 있다니, 하루 종일 작업하고 돌아오고 나서도 더 작업하고 싶은 제게는 정말 멋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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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2023, 세라믹, 21×17×2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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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AKES TWO»,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 사진: 박심정훈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숨 쉬는 것들과 그것들이 살아내는 다양한 모양으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물론 늘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제가 열 살 때부터 16년째 함께하고 있는 강아지 하루인데요, 그래서인지 제 작업 속 모든 생명체는 모두 하루와 닮았어요. 오래전부터 비인간인 동물을 좋아하던 막연한 마음을 구체적인 사랑으로 자리 잡게 한 것도 하루이고, 내레이터가 대부분 개인 이유도 아마 제가 의식하지도 못한 새 하루로부터 비롯된 것일 테지요. 하루의 눈빛, 걷는 모양, 말을 하는 방식, 숨소리까지도 전부 제 작업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미치고 있어요. 애초에 작은 존재들의 숨에 이토록 집중하게 된 것도 하루 덕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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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Cry›, 2025, 종이 판넬에 유채, 29.5×21cm, «IT TAKES TWO»,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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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s Coming›, 2025, 캔버스에 유채, 130.3×80.3cm, «IT TAKES TWO», 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만들고 그리고 싶은 것이 계속해서 떠올라요. 때로는 흐릿한 느낌일 때도 있고, 또 당장 쏟아내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강렬한 감정일 때도 있습니다. 떠오른 것들이 흐려지기 전에 붙잡으려고 부지런히 작업합니다. 그 순간의 느낌을 잃지 않고 싶어서예요.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24년 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먹 드로잉 시리즈인 ‹타오르는 세계›를 통해 계속해서 확장되는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 있어요. 작업 안에서 상징처럼 등장하는 머리, 기댄 어깨, 맞잡은 손, 마주치는 눈, 뒤엉킨 뿌리와 그것을 끌어안은 팔, 두 존재 사이의 작은 틈에서 만들어지는 온기로 이루어진 장면을, 끝을 두지 않고 그려 모으고 있습니다. 전시 때 이들 그림을 두고 ‘이 드로잉은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으며 정말 흥미로웠답니다. 드로잉을 모아두니 자연스레 이것을 읽으려는 움직임이 발생하는구나! 그림 속 존재만 서로에게 기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은 장면도 서로 기대 있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풍경으로부터 이 세계를 읽으려는 움직임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만들고 그리는 일을 통해 세계를 읽는 저의 태도가 작업을 통해 전달되었던 의미 있는 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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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세계› 중에서, 2024, 종이에 먹, 30×21cm, 사진: 박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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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세계› 중에서, 2024, 종이에 먹, 30×21cm, 사진: 박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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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세계›, 2024~, 종이에 먹, 각 30×21cm, 사진: 박심정

또 도조 작업인 ‹숨이 머무는 곳›은 드로잉하듯이 흙을 다루고 있는 최근 움직임의 시작점이 되어준 작업이에요. 코일을 쌓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흙의 중심이 미세하게 바뀌는데, 그때 생기는 기울어짐과 굴곡을 바로잡아 다듬기보다는 거기에서 이미지를 찾고 끄집어 내며 만들어 나갔습니다. 마치 헤엄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조각에서의 드로잉적인 순간을 마음껏 만났던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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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머무는 곳›, 2025, 세라믹, 83×37×6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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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머무는 곳›, 2025, 세라믹, 83×37×69cm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그 어떤 존재도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 숨을 쉬는 것들은 알아채지 못한 순간에도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최근 작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작업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작업 안에서 흘려보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에 따라 작업 속 신비로운 순간을 많이 만났어요. 최근 작업에서는 만족스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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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ing›, 2025, 세라믹, 38×34×87cm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여쭤봐도 될까요?

굉장히 단순해요. 거의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데요, 작업하고, 생각하고, 음악 듣고,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또 작업합니다. 학교를 다니는 중이라 수업이 있는 날은 수업을 듣고요, 큰 변수가 없다면 매일 어느 정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움직입니다. 최근에는 그 루틴에 가벼운 운동을 추가했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정함을 잃지 않는 방법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항상 온 마음을 다해 작업하기 때문에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가 작업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때때로 작업이 저 자신처럼 느껴집니다. 저에게만 보이는 부분일 수 있지만, 가끔 조급함이 묻어나는 작업이 있어요. 또 반대로 굉장히 편안함을 주는 작업도 있고요. 그 시기의 제 마음이 조급했거나 편안했던 거예요. 작업은 가끔 무섭게 느껴질 만큼 솔직하고 날카로워서 거울처럼 저를 비추거든요. 작업이 제게 그런 존재라는 걸 감사하게 여기고, 작업을 통해 계속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 제 삶이 고스란히 작업이 되고, 반대로 제가 하는 작업이 제 삶의 모양이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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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을게›, 2023, 종이에 연필과 수채, 14.5×19cm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긴 기간의 슬럼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작업마다 어려운 순간들은 분명 존재해요. 

그럴 때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부딪히고 또 부딪힙니다. 작업 안에서 그렇게 부딪히고 길을 찾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거워요. 질문이 답이 되기도 하고, 답인 줄 알았던 것이 다시 흩어져서 질문이 되기도 하면서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 때도 있지만, 계속 파고들면 제가 원하던 방향, 아니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라 해도 꼭 답을 줍니다.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점점 불어나는 이 수많은 작업을 어디에 다 보관할 것인가!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는 굉장히 자유롭지만 동시에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만든 세계가 다른 사람에게 끼칠 영향력의 규모를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하죠. 그 밖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즐겁게 작업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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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 개›, 2022, 세라믹, 26cm×32cm×27.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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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sper Whisper», COSO, 2023, 사진: COSO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창작자의 길을 선택한 이상 모두가 이미 자신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에 제가 무언가를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한마디 보탠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만큼 진심인지를 상기하는 것이겠죠. 저를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건 그 단단한 마음이거든요. 그다음으로는 꾸준함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멋지다는 게 막연하지만, 그래도 멋진 창작자요!
그리고 분신과 같은 제 작업들과 늘 함께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세상에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는 지금보다 더 서로에게 다정했으면 하는 것이고, 

제게 있어서 이상적인 미래는 지금처럼 작업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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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

조윤서(@haruyunseo)는 드로잉, 세라믹, 애니메이션,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숨들을 포착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Whisper Whisper»(COSO, 2023), «Tebah 테바»(전시공간 리플랫, 2024), «IT TAKES TWO»,(서울교육대학교 샘미술관, 2025)를 진행하였으며 2023년부터 독립출판사 하루프레스를 통해 『ADAM, EVE and a DOGGY』, 『Angels』와 같은 드로잉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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