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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오징어를 닮고 싶어요

Writer: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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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남진우 작가는 괴물에 대한 서사시를 씁니다. 자신이 상상한 거대한 괴물들과 이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세계관을 짜고, 유유히 흐르는 서사의 일부를 포착해 거대한 크기의 페인팅으로 묘사하죠. 2017년부터 꾸준히 진행하는 작업 제목이 ‘괴물들의 서사시’인 이유에요. 선함과 악함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엄청난 위장술을 갖춘 괴물의 정체는 바로 대왕오징어인데요. 심해에서 혼자 활동하는 고독한 강자, 대왕오징어와 지능이 높고 주변 환경에 맞춰 형체와 색을 바꾸는 능력이 뛰어난 재능꾼, 갑오징어에서 영감받는 작품 속 괴물은 작가가 예술가로서 이 세상을 헤쳐가는 데 영감을 주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굳건히 쌓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서 정신을 단련하는 무림 고수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게다리-2022

‹게다리›, 2022,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85cm × 16cm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회화를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남진우 작가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변에서 잘 그린다고 칭찬도 들어서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온 게 아닌가 합니다.

구원과-희생을-위한-진혼-2015

‹구원과 희생을 위한 진혼›, 2015, 캔버스에 유화, 76cm × 130cm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 작업실은 신사동에 위치한 건물에 있어요. 오래전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공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실로 쓰기 좋은 조건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고, 게다가 대형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넓어서 지금까지 지낸 작업 공간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주로 옛것으로부터 많이 얻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고전예술, 고전만화, 고전영화, 고전소설 등이요.

괴물들의-서사시, 에덴의-수호자들-2021

‹괴물들의 서사시 : 에덴의 수호자들›, 2021,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수호자-2020

‹수호자›, 2020,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126cm × 100cm

파괴자-2020

‹파괴자›, 2020,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126cm × 100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2절 도화지 위에 연필, 크레용 및 기타 재료를 사용해 그리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면서 모든 작업이 시작돼요. 그렇게 완성한 드로잉 속 이미지 중 전체 혹은 일부분을 페인팅으로 옮겨 담는 과정을 거칩니다. 가능하면 이 순서대로 작업 과정을 계속 지키고 싶은데,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페인팅 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한데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2017년부터 꾸준히 작업한 ‹괴물들의 서사시› 시리즈 중 작년에 제작한 대형 회화 두 점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목 그대로 제가 상상한 괴물들과 그 괴물들이 사는 세상에 관한 서사의 일부를 담은 작품인데요. 전작 시리즈와 동일하게 콜라주 기법을 차용해 3m 길이의 거대한 회화 작업으로 풀어냈어요.

괴물들의-서사시, 옛날부터-전해오는-쓸쓸한-이말이-가슴-속에-그립게도-끝없

‹괴물들의 서사시 :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말이 가슴 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2023,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괴물들의-서사시, 별들의-절벽-2023

‹괴물들의 서사시 : 별들의 절벽›, 2023,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선함과 악함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 그리고 위장술을 펼치는 괴물 대왕오징어의 매력입니다.

괴물들의-서사시, 그토록-끔찍한-바다에서-온-괴물들-2021

‹괴물들의 서사시 : 그토록 끔찍한 바다에서 온 괴물들›, 2021,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해진 날짜, 즉 전시장에 설치해야만 하는 시간까지 무사히 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러워요. 반면, 시간과 체력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있었더라면, 좀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소 아쉽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그라운드

«하이브리드 그라운드», 2023, 자하미술관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학창 시절 만화가의 꿈을 품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만화 그리기에 대한 미련이 지금도 계속 남았답니다. 이제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까,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저만의(?) 만화를 취미 삼아서라도 직접 제작해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지금 실천 중에 있지요. 또 하나의 관심사는 제 작업의 주제인 ‘괴물들의 서사시’를 글로 담아내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림으로만 표현했지, 그 서사를 텍스트로 갈무리하진 못했거든요. 이 또한 지금 열심히 진행 중이랍니다.

괴물들의-서사시, 또하나의-괴물-2017

‹괴물들의 서사시 : 정의를 위한 승리›, 2018, 광목천에 유화,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괴물들의-서사시_지상낙원-2021

‹괴물들의 서사시 : 지상낙원› 2021,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끔찍하고-아름다운

«끔찍하고 아름다운», 2021, 윌링앤딜링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에 나오는 괴물인 ‘대왕오징어’를 통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이 괴물의 모델은 대왕오징어와 갑오징어인데요. 심해에 사는 대왕오징어는 그 무엇과 어울리는 일 없이 혼자 활동하지만 그 누구에게 무시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강한 존재입니다. 그런 대왕오징어를 두고 저는 고독한 강자라고 불러요. 반면, 갑오징어는 지능이 높고 위장술이 뛰어나죠. 제 주변 환경에 맞춰 형체와 색을 바꾸는 재주가 있답니다. 저는 이 두 종류의 오징어들처럼, 고독하지만 주변에서 무시하지 못하는 강자로서, 또는 각양각색의 재능에다 높은 지능을 겸비한 예술가로서 이 세상을 헤쳐 나가고 싶어요.

비현실의-왕국-2020

«비현실의 왕국», 2020, 벗이미술관

작업을 하면서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인간, 그리고 예술가로서 슬럼프는 어차피 몇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또한 곧 지나간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에,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현재 아주 큰 문제에 마주한 건 아닌데요. 다른 예술가처럼 돈, 건강 그리고 작업실에 관한 고민은 항상 옆에 끼고 살아요. (웃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예전과는 달리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나이 때문일까요? (웃음) 제가 속한 미술 분야 또한 그런 흐름에 있고, 모두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자신의 내부보다는 외부에 모든 신경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은 때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마냥 진흙탕처럼 그 자리에 고여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적으로 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야기이지만요. 예를 들어, 만화 『원피스ONE PIECE』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해적단인 주인공과 동료들은 모험의 중반부에 들어섰을 때 지금까지 쓰러뜨린 적보다 차원이 다른 매우 강한 상대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의 압도적인 강함에 밀려 해적단은 크게 패하죠. 결국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숨어지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려요. 앞으로의 모험을 위해 더욱더 강해져야 할 필요를 느낀 주인공과 동료들은 2년 후 다시 모이자는 약속과 함께 그날을 기약하며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힘을 키웁니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 동안 몰라보게 강해진 그들이 다시 모이게 되면서 모험은 제2막으로 접어들게 되어요. 이런 스토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아닌 교훈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그만큼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까 제가 말한 ‘고여 있는 시간’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에덴으로의-길-1

«에덴으로의 길», 2021, 아웃사이트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좋아한 일본의 비주얼 아티스트, 아마노 요시타카(天野 喜孝)라는 분이 계세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분인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캐릭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독특한 세계관 때문이다. 창작자의 세계는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에 드러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세계를 심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분 말씀처럼 저는 자기 외부보다 내면에 집중해서 그 어떤 외부의 흐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겠지만요.

괴물들의-서사시, 수호자-2021

‹괴물들의 서사시 : 파괴자/수호자›, 2021,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광목천 콜라주, 262cm × 302cm

일그러진-영웅-2021

‹일그러진 영웅›, 2021, 광목천에 유화, 아크릴, 34.8cm × 27.3cm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남다른, 한결같은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그저 죽을 때까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들과 얽매이지 않으며, 평생 덜 불행한 삶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해요.

Scenographic-Imagination

«Scenographic Imagination», 2019, 베이징 코뮨

Artist

남진우는 서울에 거주하며 자기가 상상한 괴물들과 그들이 사는 세상을 페인팅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작가다. 개인전으로 «몬스터즈»(2023, 에디트 한남), «이상한 나무들»(2022, 오시선), «끔찍하고 아름다운»(2021, 윌링앤딜링)을 열었고,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2023, 송은),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2023, 서울대학교미술관), «하이브리드-그라운드»(2023, 자하미술관), «낭만주의의 신비극»(2022, 윌링앤딜링), «젊은모색 2021»(2021, 국립현대미술관)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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