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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Creator’s Room: 길종상가 박길종의 작업실

Writer: 정윤주
, Photographer: 박영감

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길종상가’를 운영하는 박길종입니다. 2010년부터 길종상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가구와 아이템 제작, 디스플레이, 전시, 공간과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는 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하셨어요. 여느 인터뷰에 비해 꽤 이른 시간인데, 작업실에 일찍 출근하시는 편인가요?

보통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해요. 저 외에 다른 친구들이 이곳을 쓰기도 해서 사용 시간을 지키려고 하죠. 일정한 시간을 두고 일하는 습관이 제 일상생활에도 좋고요. 평소에는 주로 집에서 작업하는데요. 그때도 정해진 근무 시간 내에 일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루틴을 정한 계기가 있었나요?

길종상가를 운영하던 초기에는 열정이 넘쳐서,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며 기계처럼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저녁이 있는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 후로는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죠.

초창기 길종상가는 개인적인 의뢰를 통해 집이나 사무실을 위한 가구와 소품을 제작했어요. 지금도 생각나는 특별한 의뢰를 꼽아보신다면요?

제게 작업을 의뢰하는 분들 대부분은 가구의 용도가 명확하고 공간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이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기존 브랜드에서 찾지 못하는 경우였어요. 한 번은 술 애호가로부터 다양한 술을 저장하는 가구를 의뢰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겉보기에는 평범한 박스 형태의 작은 테이블이지만 양쪽을 열면 내부에 술을 수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가구였어요. 바퀴가 달려서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도 있었죠. 술 저장고가 흔한 아이템이 아니라서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요즘은 공공기관, 박물관, 갤러리를 위한 가구와 전시 프로젝트와 관련한 설치물을 제작하기도 하시죠.

네, 맞아요. 더불어 이제는 상업 시설의 공간 전체를 설계하고, 내부 가구와 집기류를 디자인하는 영역까지 조금씩 확장하고 있어요. 인테리어는 2020년부터 시작했는데요. 최근, LP바 ‘근정전’과 카페 ‘애쉬빌 베이커리’를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길종상가에서 공간 디자인을 맡은 장소들. (좌) LP바 ‘근정전’ © 박길종, 신동환, 최원빈. (우) 베이커리 겸 카페 ‘애쉬빌 베이커리’ © 이해란

길종상가를 언급할 때 에르메스 쇼윈도 디스플레이 작업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해요.

에르메스와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9년간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새로운 오브제를 디자인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대신 정해진 마감일을 지키고, 창작에 대한 부담감을 감내해야만 하죠. 야간에 설치를 진행하다 보니 육체적인 피로도 무시할 수 없어요. 하지만 오랜 전통과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브랜드와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답니다. 예를 들어, 그 작은 쇼윈도 안에 등장하는 어떤 제품이라도 그 자리에 놓여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 같은 거요. 에르메스는 신발 한 짝 허투루 놓는 법이 없어요.

2021년 가을 롯데 월드 타워점  에르메스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 ©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코리아 제공

2019년 봄 롯데 월드 타워점  에르메스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 ©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코리아 제공

서양화를 전공하셨어요. 길종상가 작업을 생각하면 의외라고 느끼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전공이 본인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나요?

사실 저는 지금도 가구와 건축 분야에서 아이콘이라 부를 만한 유명 디자이너와 건축가에 대해 잘 몰라요. 책을 살피다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누구 작업인지 확인하는 정도에요. 가구, 인테리어의 역사와 스타일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기준이나, 선입견, 정해진 흐름을 신경 쓰지 않고요. 재료와 표현 방식 면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요.

지금까지 정말 많은 작업을 해왔는데요. 혹시 대표작으로 꼽고 싶은 작업이 있을까요?

보통 최근에 진행한 작업을 대표작으로 소개하는 편이에요. 그 속에 제 모든 노하우가 담겨 있으니까요. 너무 멀리 말고, 몇 년 사이에 기억나는 것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로비에 전시했던 ‹팔방풍›이 생각나요. 이후 ‹팔방거›, ‹언덕 위의 팔방풍› 등의 연작이 나오는 시작점이라 제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입니다.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련자, 그래픽 디자이너와 즐겁게 협업한 ‘고객의 소리 MMCA 온’에서 가구 디자인을 맡았는데요. 미술관에 갈 때마다 항상 사람들이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흡족해요. 2018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커피사회»에 설치한 ‹커피, 케이크, 트리›는 지름 5m, 높이 4m 규모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커다란 상징 조형물이었어요. 당시 연말에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기억에 남아요. ‘제1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 서울아트북페어 2022’의 경우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은 비용과 촉박한 스케줄 아래에서도 효과적으로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같아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팔방풍›, 2016

‹MMCA ON›, 2017

나무, 플라스틱, 스틸, 종이, 폼보드 등 다루는 재료가 무척 다양한데 어떤 걸 선호하세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다뤘기 때문인지 나무가 제일 편하게 다가오죠. 대학 졸업 후 시급이 높다고 들어서 목공소를 찾아갔거든요. 그곳에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순차적으로 금속과 아크릴을 사용하면서 재료의 혼합을 즐기기도 했고요. 지금은 딱히 어떤 재료를 선호하기보다는, 프로젝트에 잘 어울리는 재료를 적절하게 찾아서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여기 작업실은 언제부터 사용하셨나요?

2016년부터 사용했으니 이제 7년이 넘었네요. 저는 집이나 작업실 같은 장소를 선택하면 그 동네에 오래 머무는 편이에요. 그전에는 이태원에 작업실이 있었는데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거주하던 곳이라, 자연스럽게 집과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만든 경우였어요. 혼자서 소규모로 일할 때는 집과 작은 작업실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점점 작업량이 늘어나고, 재료를 수납할 공간이 필요해져서 좀 더 넓은 곳을 찾게 됐어요. 을지로는 여러 재료를 다루는 가게들이 모인 지역이라 자주 다녀서 익숙하기도 했고, 당시 여러 조건에 잘 들어맞아서 이곳을 선택했어요.

대로변에는 가구와 조명 가게가 많은데, 작업실이 위치한 안쪽 골목은 또 다른 분위기네요. 건어물 시장이 펼쳐지며 골목마다 굴비가 주렁주렁 걸려있어요. 오랜 시간 지내보니 이 동네와 작업실의 장단점은 무엇이던가요?

가장 큰 장점은 필요한 재료를 빠르게 구할 수 있고, 아크릴이나 금속 제작 거래처에 가까워 오가기 편하다는 거예요. 반면, 도매시장 한복판이라서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만 작업실 쪽으로 차를 진입할 수 있는 건 단점이죠. 그래서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진행할 때 사실 가장 힘들어요. 백화점은 매장 문을 닫은 후에야 설치 및 철거 작업이 가능하잖아요. 근데 자정이 지나면 작업실 쪽에 주차할 수가 없으니까… 양측의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죠. 골목 입구에서 작업실이 있는 건물로 접어드는 도로가 좁고 울퉁불퉁해서 짐 옮기는 일이 힘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크고 단단한 바퀴가 달린 수레를 여러 개 제작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머물고 계시네요. 이사를 고민할 정도의 단점은 아닌가 봐요. (웃음)

지금보다 공간이 넓고, 작업실 바로 앞에 주차 공간이 마련된 작업실을 현재 예산에서 찾으려면 아무래도 서울 시내에서는 어려우니까요. 다른 멤버와 함께 작업할 때도 있어서, 각자 집과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 작업실이 지금으로선 최적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실에 비치한 가구는 직접 만드셨나요?

구입한 건 거의 없어요. 산책하다가 길에서 발견해서 주워 오는 경우도 있고요. (웃음) 필요한 게 생기면 보통 저나 멤버들이 만들어요. 그래서 작업실의 분위기나 공간 구조가 수시로 바뀌는 편이에요. 여기 작업실 한가운데 있는 수납장도 얼마 전에 만든 거예요.

작업실 내부에 벽과 문으로 구분한 사무 공간이 있네요.

사무실 내부는 필요할 때마다 계속 고치고, 무언가 새로 만들면서 사용 중이에요. 처음에는 작업실에 가구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회의할 자리가 필요해서 테이블을 만들고, 누군가 사무실에 있는 소파를 집에 가지고 가면 남은 자리에 책상을 만들어 놓는 식으로요. 그래서 가구의 유무나 배치가 매우 유동적인 편이에요. 정해진 자리나 규칙이 없어요.

오래된 영화 포스터, 엽서, 이미지가 잔뜩 붙은 철제 캐비닛이 눈에 띄네요.

대학생 때부터 사용한 물건이에요. 당시 관람한 영화 팸플릿이나 마음에 들었던 잡지 이미지 등을 붙여 놓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종이가 찢어질 법도 한데, 신기하게 다 잘 붙어 있네요. 20대의 제 취향이 여기 모두 담겨 있어요. 여러 차례에 걸쳐 꾸준히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그 시기를 상징하는 저만의 일기장 같은 거죠. 그때 좋아했던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감독의 영화 이미지가 가장 많이 붙어 있어요. ‹귀향›(2006), ‹브로큰 임브레이스Broken Embraces›(2009) 등이죠. 작업실을 다른 곳으로 옮길 때에도 저 캐비닛은 끝까지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네요.

작업할 때 자주 사용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타카와 드릴, 사포, 샌딩기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해요. 가구 만드는 사람은 대부분 갖추고 있는 평범한 아이템이죠. 고가이거나 특별한 브랜드의 장비를 사고 싶은 생각은 딱히 해본 적 없어요. 

그래도 작업하다 보면 장비 욕심이란 게 생길 만도 한데요.

예전에 장비 개수가 많지 않을 때는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돈이 생길 때마다 장비를 하나씩 사들였는데, 어느 정도 기본적인 장비 체계를 갖추니까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새로운 기술과 멋진 디자인의 장비는 앞으로도 계속 출시될 텐데 작업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무작정 욕심부릴 수는 없어요. 지금도 충분해요. 

즐겨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을까요?

일본 공구 브랜드인 ‘마끼다Makida’를 많이 사용해요. 처음에는 충전 배터리의 호환성 때문에 구입했는데요. 배터리에 맞춰 다른 공구들도 줄지어 마끼다 제품을 사다 보니 어느새 모든 공구를 한 브랜드로 통일하게 됐네요. 호환성도 좋고, 공구 종류도 다양한 편이고, 가성비도 비교적 만족스러워요.

여행을 가면 공구 상점 같은 곳에 들리는 편인가요?

시간이 되면 가보려고 해요. 국내에 없는 도구가 있으면 핸드 캐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사 오기도 하고요. 줄자는 기념품처럼 사는 편이에요.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소모품의 성질을 지녔거든요. 사용하다 보면 고장도 잘 나고, 앞부분이 휘어지면 못 쓰게 돼요. 그래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사용해 본 줄자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을 알려주세요.

‘페스툴Festool’이라는 독일 브랜드 줄자는 앞의 고정하는 부분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그 자리에 연필을 넣어 줄자를 돌리면 컴퍼스처럼 원을 그릴 수 있어서 편리하답니다. 그래서 줄자보다 컴퍼스 용도로 자주 활용해요. ‘타지마Tajima’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줄자는 여러 개 사서 곳곳에 두고 작업용으로 잘 쓰고 있어요.

작업실을 살펴보니 여기저기에 연필이 굉장히 많아요.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샤파 연필깎이도 있네요. 특별히 즐겨 사용하는 필기도구가 있을까요?

연필은 독일 브랜드 ‘스테들러STAEDTLER’의 노란색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해요. 생각해 보니 집에서도 스테들러의 ‘트리플러스 파인라이너triplus fineliner’ 펜을 쓰고 있네요. 노트는 문구점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을 여러 권 구입해요. 스케치뿐 아니라 메모도 해야 해서 항상 줄이 없는 디자인을 선택합니다.

평소 스케치를 즐기나요?

프로젝트를 위한 스케치뿐 아니라 수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메모하듯 스케치해요. 나중에 살펴보면 좋은 영감의 도구가 되더라고요. 공동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도 유용해요. 스케치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연필과 연습장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작업실에도 손 뻗으면 닿을 자리에 항상 연습장을 비치해 둬요. 학창 시절부터 크로키와 드로잉을 많이 했는데, 그때 단련한 기술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작업실 곳곳에 딱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있어요. 대부분 개인 소장품인 듯 해요.

어릴 때부터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일기나 그림, 무언가를 기록한 메모, 좋아하던 물건 등을 오랫동안 모았는데요. 부모님 댁에서 독립한 후로 본가에 갈 때마다 하나둘씩 가지고 왔죠. 초등학교 6학년 때 그린 포스터, ‘아이와AIWA’ 오디오 세트, 연필깎이 등을 작업실 여기저기에 두었어요. 제가 실제 사용한 것도 있지만, 산책 중에 발견한 물건도 많아요.

혹시 특별히 꾸준하게 수집하는 아이템이 있을까요?

무언가를 수집하는 행위 자체는 좋아하는데요. 아이템 하나만 굉장히 많이 모으거나, 고가의 희귀한 아이템을 가지는 일에 몰두하지는 않아요. 태엽 시계나 오래된 라디오를 좋아하지만, 개수가 많지는 않아요. 수집이라고 부르기엔 소소한 수준이죠. 게다가 집이나 작업실에 수집품을 놓을 공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집품에 대한 판단 기준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물건에 매력을 느끼나요?

클래식한 형태와 디자인을 좋아해요. 지금은 과거의 디자인을 보고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당시에는 그게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었을 거예요. 그런 물건의 형태와 가치를 살피면서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창작물의 일부로 삼기도 합니다. 얼마 전,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중에도 예전에 수집했던 오래된 물건을 부착한 경우가 있었어요. 새롭고 현대적인 제품을 달아볼까, 고민도 해봤는데 역시나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고요.

오래되고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는 면모가 길종상가의 매력 같아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다 보면 동네를 자주, 천천히 걷게 되는데요.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물건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흥미로운 풍경을 목격하면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통해 기록으로 남겨두지요. 산책은 여전히 지금도 제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산책 중에 접한 물건이 작업으로 구현되는 경우도 있나요?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전시 보행기›가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어요. 동네 할머니께서 작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데요. 그 위에 시계를 비롯해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을 달아놓으셨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고, 시계와 선풍기가 달린 스틸 소재의 보행기가 떠올랐어요. 길을 걷다 전문가가 아닌 어르신들이 대충 뚝딱뚝딱 만들거나 고친 물건을 바라보면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가요?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로비에 휴식을 겸한 벤치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들어서 옮길 수 있고, 함께 모이면 어린이 얼굴이 되는 디자인이에요. DDP에서 ‘비더비’와 함께하는 전시가 예정되어 있고요. 작년에 설계했던 카페 2호점 디자인도 준비 중입니다. 사이사이에 에르메스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일도 빼놓지 말아야 하고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편인데, 마감 날짜가 서로 달라서 크게 힘들지는 않아요.

혹시 롤모델로 꼽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가구, 인테리어, 미술 등 여러 분야를 조금씩 다 건드리다 보니까, 지금의 저와 비슷한 길을 갔던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설사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서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흥미를 느끼는 접점은 분명 다를 거예요. 그러니 저는 제 방식대로 산책하듯이 나아가려고 해요.

Artist

박길종(@parkgagong)은 2010년부터 ‘길종상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길종상가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인력, 그 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금액을 받고 운영하는 곳이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코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 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 «로피시엘 옴므»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이 직업이 된 비전공자 사진 작가이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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