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Visual Portfolio

기술이 바라보는 이미지의 세계

Writer: 양숙현
오프닝@2x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양숙현 작가는 ‘왜?’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외부, 기술, 환경, 생태계, 인간 등 관심사도 다양한데요. 작업 주제가 떠오르면 그때부터 기술 리서치에 돌입합니다. 대부분 인하우스로 작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오픈소스나 재료 등을 찾고 설계하고 만드는 고민을 겪으며 세상에 구현할 수 있답니다. 그는 기술을 통해 이미지 정보를 다루고, 기술이 바라보는 이미지를 풀어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기술 생태계 속 감각과 물질성에 주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생성 인공지능(Generated AI) 영상 등은 낯설면서도 신비하고, 익숙하다가도 불안합니다. 마치 미래가 숨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를 기대하며, ‘지금을 사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양숙현 작가의 이야기를 BE(ATTITUDE)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VP]양숙현_2_인트로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2024, 한국천문연구원 API, 실시간 생성 인공지능, 인터랙션 하드웨어,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 언폴드엑스, 2024. 사진: 재단 제공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양숙현입니다.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기술 기반의 미디어 작업을 진행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프로젝트 기반의 콜렉티브 활동도 병행 중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페인팅을 전공했는데요. 재현의 영역보다는 이미지 자체가 읽히는 방식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지금껏 경험한 이미지 대부분이 매체에 의해 생산된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미지 생산 환경을 구성하는 기술을 물질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작업의 축을 옮기면서 지금에 이른 것 같아요.

[VP]양숙현_3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것들›, 2025, 아카이벌 프린팅, 생성 인공지능, «사변적 물질들», G.MAP, 2025. 사진 제공: G.MAP

작업 공간을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의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다가 이곳에 자리 잡은 때가 지난 2021년쯤이에요. 처음에는 다른 작가들과 공유했는데, 2023년부터는 혼자 사용하는 중입니다. 주변 공간을 사무실이나 창고로 쓰는 회사들이 많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리듬을 볼 수 있어요. 문래나 구로를 제작 환경으로 삼는 제게 효율적인 곳이에요.

[VP]양숙현_4

대림동 작업실 전경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외부, 기술, 환경, 생태계, 그리고 인간에 관심이 많습니다. 혼자서 생각을 자주 하는데, 대부분 ‘왜?’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어요.

[VP]양숙현_5
[VP]양숙현_6
[VP]양숙현_7
[VP]양숙현_8

‹메타-매터-리얼›, 2023,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프로젝션, 5분, «메타-리얼리티», 세종현대모터갤러리, 2023. 사진: 작가 제공

[VP]양숙현_9

‹식생, 이주›, 2023, Collaborate with Kat Austen,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프로젝션, 5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 제주도립미술관 외, 2023. 사진: 작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 메이킹 영상, 2023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 주제가 떠오르면 먼저 기술 리서치를 시작합니다. 대부분 인하우스로 제작하기 때문에 오픈 소스나 재료 등을 찾고 설계하고 만들면서 고민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 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 시리즈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먼저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은 지난 2023년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Zer01ne)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작업입니다. 그 출발점은 기술에 의해 물리적 신체를 가지게 될 보편적 로봇의 생태계 내에서도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어요. 인간은 오랫동안 기술을 의인화된 상상력 속에서 다뤄왔는데, 안드로이드 형태나 반려동물처럼 인간에게 친숙한 외형이 대부분입니다.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는 이런 고정된 이미지 모형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스스로 상상한 기술적 존재의 다양성을 탐구하는 실험적 작업이었어요.

[VP]양숙현_10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 2023, 3D 프린팅, 전자 회로, 생성 인공지능 영상, 3분 30초, «Future media FEST – Singularity», C-LAB Taipei, 2024. 사진: C-LAB 제공

[VP]양숙현_11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 2023, 3D 프린팅, 전자 회로, 생성 인공지능 영상, 3분 30초, «제로원 해비타트», 에스팩토리 성수, 2023. 사진: 작가 제공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 2023, 3D 프린팅, 전자 회로, 생성 인공지능 영상, 3분 30초, «제로원 해비타트», 에스팩토리 성수, 2023

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는 같은 해 ‘포킹룸Forking Room’의 리서치 진zine에 참여하며 구상한 텍스트에서 출발했어요. 이 작업은 생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 서구 근대의 분석적 사고가 만든 최고의 예측 기술에서 필연적으로 누락되는 마이너 데이터, 존재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동양의 오랜 우주론에서 비롯한 명리학을 기반으로 근대 서양 철학의 가설처럼 ‘인간 물질론’을 만들고, 이를 프레임 삼아 생성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인간의 생년월일 숫자를 입력받은 후 그 물질의 의미를 이미지로 합성해 내는 작품으로 제작했어요.

[VP]양숙현_12
[VP]양숙현_13

‹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 2023, 리서치 진, «아드레날린 프롬프트», 탈영역우정국, 2023. 사진: 작가 제공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거대 기술이 필연적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인과적 표상을 벗어난 인간에 대한 재고와 기술 생태계의 다양성인 것 같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생성 인공지능을 저만의 인터페이스 경험으로 전시에서 보여줬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작업에 언제나 만족하지는 못합니다.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2024, 한국천문연구원 API, 실시간 생성 인공지능, 인터랙션 하드웨어,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 언폴드엑스, 2024

[VP]양숙현_14
[VP]양숙현_15
[VP]양숙현_16
[VP]양숙현_17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2024, 한국천문연구원 API, 실시간 생성 인공지능, 인터랙션 하드웨어,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 언폴드엑스, 2024. 사진: 재단 제공

[VP]양숙현_18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2024, 한국천문연구원 API, 실시간 생성 인공지능, 인터랙션 하드웨어, «사변적 물질들», G.MAP, 2025. 사진: G.MAP 제공

[VP]양숙현_19

‹OOX 2.0 – 지구인간물질 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2024, 한국천문연구원 API, 실시간 생성 인공지능, 인터랙션 하드웨어, «ISEA 동-동», 한가람디자인미술관, 2025. 사진: 작가 제공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요즘은 새로운 취미를 가져볼 고민 중입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다음 스테이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오프닝@2x
[VP]양숙현_21

‹성산-위미-대포›, 2023, 싱글 채널 비디오, 10분 24초, 서귀포기후예술프로젝트 «소멸하는 물질 감각: 헤비타트 데이터», 대포마을 구 전경초소, 2023. 사진: 작가 제공

‹성산-위미-대포›, 2023, 싱글 채널 비디오, 10분 24초, 서귀포기후예술프로젝트 «소멸하는 물질 감각: 헤비타트 데이터», 대포마을 구 전경초소, 2023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아직은 슬럼프가 없는 것 같지만, 전시를 끝내고 나면 생기는 허무함이 있어요. 가끔 그런 감정에 빠지면 운동 혹은 청소를 합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작가는 혼자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요. 나이가 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경험으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은, 그런 상태에 놓인 듯해서 이러한 과정에 적응 중이에요.

[VP]양숙현_22
[VP]양숙현_23

‹사변의 숲에서›, 2022,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5분 45초,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 성산아트홀 외, 2022. 사진: 작가 제공

[VP]양숙현_24
[VP]양숙현_25

‹사변의 숲에서›, 2022,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5분 45초,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 성산아트홀 외, 2022. 사진: 작가 제공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저는 작업을 하는 데 긍정적인 성격과 인내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잃지 않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서로의 조건과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노하우나 팁을 말하기보다는, 결국 지속성을 위해서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 보여요.

‹임계영역에 착지›, 2023, 오디오 리액티브 비디오 프로젝션, 3분, «유세미나에서 지구까지», 문래예술공장, 2023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품으로 기억되는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상적인 상황에 한 생각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을 살자’가 중요한 사람입니다.

Artist

양숙현(@sookyun_yang)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인터랙션, 영상학을 전공했다. 2010년부터 기술 생태계 속 감각과 물질성을 다루며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전으로 «사변적 물질들»(G.MAP, 대한민국 광주, 2025), «소멸하는 물질감각: 헤비타트 데이터»(대포마을 구 전경초소, 대한민국 제주, 2023), «물질, 감각, 생성»(새탕라움, 대한민국 제주, 2018) 등을 열었고, «Andere Intelligenzen»(HEK Basel, 스위스 바젤, 2025), «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부산현대미술관, 대한민국 부산,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언폴드엑스, 대한민국 서울, 2024), «2024 Future media FEST-Singularity»(C-LAB Taipei, 대만 타이베이, 2024), «제로원 해비타트»(에스팩토리 성수, 대한민국 서울, 2023)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결과(4)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

결과(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