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그럴싸한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문학 아닐까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면서도, 그 세계를 이루는 재료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가져오니까요. 김연재는 현실과 맞닿은 작업을 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SF 소설을 읽습니다. 그에게 독서는 혼자만의 생각을 넓히는 일이자,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온 수많은 사람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김연재 작가는 신화와 설화, SF와 환상문학의 세계를 현실에 겹쳐 놓으며 익숙한 질서 밖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를 연결하고, 진부하게 여겨졌던 클리셰는 인류가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 온 상상력의 유산으로 다시 읽습니다. 우리가 독창적이라고 믿는 생각조차 실은 이름 모를 수많은 이의 상상력 위에 쌓여 있다면, 새로운 세계를 상상한다는 건 첨예한 일이죠. 당연한 현실을 의심하고, 익숙한 이야기에서 가보지 않은 세계를 발견하는 김연재의 작업을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거북이코끼리평평지구라퓨타›, 2026, 도자, 동물 피규어, 모래 등 혼합매체, 41 × 30 × 30 cm, 사진 고정균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김연재입니다. SF와 환상문학의 서사 구조를 빌려 허구와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작업으로 다루고 있어요. 작업의 가장 큰 테마는 중심성에서 멀어지는 사고방식이에요. 현실을 다르게 상상하는 힘,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정치적 가능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주로 그림을 그리지만 도자, 영상, 조각 등 여러 매체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꿈이 화가였어요. 뭔가를 생각하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것 외에는 관심있는 분야가 별로 없어서 자연스레 창작을 하게 되었어요. 예중 입시를 치르고 예고와 미대를 거치는 동안 다른 직업을 고민해 본 적도 거의 없었어요. 어릴 땐 주변 어른들을 보며 내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잖아요. 그런데 제 주변 어른들은 대부분 미술을 전공한 미술 교육자나 작가였어요. 그 외에 다른 삶을 상상해보는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작업실 사진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업 공간과 사는 곳이 1~2년마다 바뀌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져본 작업실 중 가장 넓고 층고도 높아서 큰 회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쓰는 2층 작업실은 정면에 큰 창이 나 있고, 창 너머로 건물보다 키가 큰 은행나무가 서 있는데 그게 특히 좋아요. 30초 거리에 시립도서관이 있어서 리서치하거나 책 읽기에도 최적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 작업의 바탕은 문학적 상상력이에요. 특히 판타지나 SF 같은 장르문학의 이미지, 서사 구조, 클리셰 같은 장치를 자주 쓰기 때문에, 예전에 읽은 소설들에서 소재를 길어 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SF들을 분석하고 있어요. 한국 작가가 그리는 미래에는 한국의 시대적·역사적·정치적 조건이 빠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한국인 여성 창작자로서 제가 SF라는 장르와 접속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일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선 특히 듀나와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들을 많이 참조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런데 어쩌면 나는 아닐지도 몰라›, 2025, 캔버스 위에 아크릴, 경첩, 가변 크기, 사진 이지예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런데 어쩌면 나는 아닐지도 몰라› 디테일컷, 2025, 캔버스 위에 아크릴, 경첩, 가변 크기, 사진 이지예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얼핏 보면 낯선 조합인데, 나란히 놓고 보면 새로운 맥락으로 흥미롭게 읽히는 지점들을 연결하는 식으로 작업해요. 예를 들면 ‘고래-바이러스-외계인-신’, ‘유토피아-팬데믹-분단-페미니즘’, ‘판타지-지도-전설의 동물’처럼, 관심 있는 주제들을 노드처럼 이어 하나의 작업 안에 엮는 거예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로 맞닿는 지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걸 엮어서 수필풍으로, 혹은 소설풍으로 작가 노트를 먼저 써요. 실물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긴 글을 써두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다음에 매체를 정해서 제작에 들어갑니다.
‹첫 장을 넘기면›, 2026, 나무 판넬 위에 아크릴, 304 × 1177 cm, 사진 강지연
‹첫 장을 넘기면› 디테일컷, 2026, 나무 판넬 위에 아크릴, 사진 강지연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첫 장을 넘기면›이라는 대형 회화 작업을 완성했어요. 여러 신화와 설화, SF와 판타지 속 가상 세계를 현실 지형과 뒤섞은 반(半)가상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에요. 소설 첫 장에 지도가 실리는 환상문학의 오랜 관습을 빌려 오면서, 가장 급진적인 상상력조차 언제나 이미 존재하는 세계의 반영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율도국, 레이디랜드, 와칸다, 유토피아처럼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에서 태어난 이상향들은 모두 그 불만의 대상을 비트는 동시에 참조하며 설계된 곳이거든요. 또 샴발라의 배경인 티베트고원과 도원향의 모티브가 된 중국 후난성 창더시는 직선거리로 약 2,000km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화면에 등장하는 이상향들은 신화와 서사의 경계를 넘어 실제 좌표 위에서 물리적인 위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업은 실재하는 지형 위에 문학과 신화, SF가 상상해 온 허구의 장소들을 겹쳐 거대한 대안적 세계지도를 그리는 동시에,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역사적·정치적 토대 위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이에요.
‹유토피아 다시 읽기(부제: 문윤성의 『완전사회』, 듀나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함께)›,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9분 57초, 사진 고정균
‹유토피아 다시 읽기›는 40분 길이의 영상작업이에요. 16세기 고전 『유토피아』와, 두 한국 SF 소설을 함께 읽으며 유토피아가 설계되고 균열하는 과정, 그리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유토피아적 모색을 추적합니다. 라이먼 타워 사전트가 유토피아의 전개를 ‘희망-필연적 실패-희망의 재건’이라는 변증법적 순환으로 설명한 데서 착안하여 느슨한 정반합 관계를 이루는 세 텍스트, 즉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문윤성의 『완전사회』(1967), 듀나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2011)를 교차시키는 일종의 텍스트 디제잉을 시도하는 작업입니다. 나아가 두 한국 SF를 통해 면역과 감염의 문제를 공동체의 순결성, 그리고 자기 아닌 존재와의 관계 맺기로 확장하면서 유토피아를 움직이는 근본 원리에 대하여 묻고자 합니다. 인간은 왜 반복적으로 자신을 넘어서는 연결과 완전성을 꿈꿀까? 그리고 그 욕망은 어떻게 새로운 공동체와 존재 방식을 만들어 낼까?
‹걸작의 법칙›,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6초, 사진 강지연
‹걸작의 법칙›,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6초
‹걸작의 법칙›은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 구조가 왜 가장 진부한 클리셰에 끌릴 수밖에 없는지를 유사과학적 논증으로 풀어내는 6분짜리 영상이에요. 인외의 존재들이 확신에 찬 설명조로 인간의 한계를 일러 주는, 이른바 ‘에일리언스플레인(alien-splaining)’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애초에 신체의 해상도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서, 몸이 감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요. 그래서 시대와 문화가 달라도 서사 속에서는 비슷한 패턴이 계속 반복됩니다. 이 패턴은 단순히 자주 쓰이는 모티프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이 가진 조건이 드러난 흔적인 셈이에요. 결국 상상력은 우리가 빠져나갈 수 없는 일종의 감옥이고, 걸작은 이 감옥을 벗어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그 벽에 정확히 맞닿아 공명하는 작품이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걸작의 기준은 작품의 독창성에서 수용자의 반응성으로 옮겨 가요.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응, 나도 그래”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걸작이라는 거죠.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요즘에는 장르 문학 안에서 클리셰라는 장치에 관심이 많아요. 클리셰는 개별 작품을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고, 플롯의 전개를 예측하게 해 주는 장치인데요. 창작자와 수용자가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암묵적인 약속이자 공동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의 작업 방식이 세계가 특정한 관점을 통해 재현되는 방식을 관찰하고, 그것을 이루는 조건 한두 가지를 바꿔서 변화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할지 하나의 가정을 세워 보는 식인데요. 사실 이게 SF라는 장르의 본질이기도 해서 이 틀을 빌려오는 거기도 해요. SF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현실과 다른 세계의 가능성,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는 조건과 규칙의 변화에 쉽게 몰입하거든요. 이 경제적이고 설득력 있는 프레임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최근 작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은 힘들게 만든 작업을 전시로 보여줄 때예요. 얼마 전에 개인전을 마쳤거든요. 불만족스러운 점이라면, 회화가 제 주 매체인데 제가 보기에 저는 그림을 썩 잘 그리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는 거예요.
‹코스믹 에그›, 2026, 도자, 지도 위에 겔 미디엄, 아크릴 등 혼합매체, 85×113×14cm, 사진 고정균
‹우울과몽상›, 2023, 캔버스 위에 아크릴, 나무 액자, 61×81 cm, 사진 고정균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여쭤봐도 될까요?
전시 일정이 있으면 신작을 만들고, 구작을 전시할 수 있는 상태로 손보면서 지내요. 일정이 바쁘지 않을 땐 주로 책 읽고 산책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독일어와 영어로 책을 읽는 독서 모임을 하는데, 그러면서 외국어 공부도 해요.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작업 말고는 독서에 시간을 제일 많이 쓰는데, 열 권 중 일곱 권쯤은 소설을 읽어요. 그 중에 구할 정도는 SF일 것 같네요. 시나 에세이 류는 전혀 안 읽는데, 그만큼 편향된 독서를 하고 있어요. 팟캐스트도 자주 듣는데, 요즘은 알자지라의 역사 팟캐스트 데자뷰를 재밌게 듣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전시 때문에 늘 맞춰야 할 일정이 있어서 취미를 즐길 틈이 별로 없었는데 다음 전시 준비에 들어가기 전 몇 주 동안은 이런 것들 하면서 재밌게 지내려고 합니다.
‹일각고래신상›, 2022, 아크릴, 점토, 실리콘, 95 × 40 × 30 cm
‹데이터 추상화2›, 2020, 종이 위에 연필, 아크릴, 펜, 사진 콜라주, 90 × 206 cm
‹인간되기3›, 2020, 실리콘마스크, 우레탄폼, 스타킹, 가변크기, 사진 유영공간
요즘 작가님이 관심을 가장 많이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개인전 일정이 끝나서 지금은 작업 비수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읽고 싶었는데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있어요. 주로 SF 소설이거나 SF비평에 관한 책들입니다. 스튜디오 바로 옆에, 같은 부지 안에 청주시립도서관이 있는데요.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어서 독서 생활이 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잠을 잘 못자는 체질인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 쬐면서 산책하기, 멜라토닌 먹기, 잠 잘 오는 호흡법 이런 걸 따라 하면서 생활 리듬을 바꿔보려고 해요. 그리고 국제 정세에 관한 뉴스랑 팟캐스트를 자주 듣습니다.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일들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 늘 알고 있으려고 해요. 대부분 기분이 좋은 소식은 아니라 솔직히 스트레스 받는데 모르는 채인 것보단 나아서 그냥 하고 있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주어진 것, 익숙한 것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려는 태도가 작업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제가 의심이 많거든요. 한편으로 저는 미래 계획을 잘 세우지 않고, 현실 도피적인 면도 있어요. 지금 제 작업은 현실과 맞닿는 상상력, 현실을 바꾸는 상상력을 강조하지만, 그건 작업을 하면서 발전시켜 온 개념이에요. 어릴 때 처음 SF나 판타지 같은 환상문학에 빠졌던 건, 늘 지금이 아닌 때, 여기가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땐 그냥 작업을 안 해요. 어차피 그런 상태에선 뭘 해도 만족스럽게 안 되더라고요. 다행히 이 일은 하루, 일주일, 한 달 일정을 어느 정도 제게 맞춰 조절할 수 있어서, 아주 급한 마감이 아니면 하기 싫을 땐 안 해요. 억지로 하면 이상하게 몸이 아파 오거든요. 그런데 아직 큰 슬럼프는 겪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작업, 그리고 작업과 관련된 주제 말고는 관심사가 별로 없어서, 언젠가 작업이 하고 싶지 않아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종종 해요. 그러면 삶이 너무 재미없어질 것 같거든요. 그게 아마 제게 가장 큰 슬럼프일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내년 6월에 개인전이 있어요. 잘 준비해서 멋진 작업을 보여 주고 싶어요. 주제는 대강 정해 뒀지만, 신작으로만 채울 전시라 어떤 작업을 어떻게 만들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한편으론 스스로에게 기대도 돼요. 또 하나는 작업실 문제예요. 지금 레지던시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다음 작업실을 어디로 옮길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내년엔 다른 레지던시에 지원해서 다른 도시에서 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내가 하는 이야기, 내가 만든 모든 작품들, 나아가 모든 창작물은 흔히 말하는 천재 예술가가 번뜩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낸 게 아니라는 것. 내가 만든 건 나 혼자만의 것이 결코 아니라, 나보다 먼저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누군지 기억조차 안 나는 이들이 내 머릿속에 심어 놓고 오염시킨 생각과 노력과 고민이 겹겹이 쌓인 결과라는 것. 그렇게 쌓인 우리 모두의 유산에 창작자로서 제 기여가 미세하게라도 더해진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박테리오파지신상›, 2022, 아크릴, 점토, 실리콘, 95 × 15 × 15 cm
(좌)‹애니멀밍글맹글1›, 2022, 가죽, 페트지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153 × 160 cm
(우)‹애니멀밍글맹글2›, 2022, 가죽, 페트지 위에 연필, 아크릴, 사진 콜라주, 162 × 130 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저는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일부러 안 하고 살아요. 미래 걱정을 안 하려고 하는 거죠. 1만 년 후 인류의 미래는 상상하지만, 내년에 무슨 돈으로 어떻게 먹고살지는 그때 가 봐야 알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요. 어차피 계획을 세워 봐도 그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앞 질문에서 우리 모두의 유산에 창작자로서 기여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기여가 바깥으로, 타자에게로 열리는 사고방식이라는 방향이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너무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혹은 그럴 수 있다고 믿는) 다른 종, 다른 존재 없이 우리끼리의 대화만 하며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처음으로 AI라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비인간 존재를 만나게 됐어요. 이 존재가 우리끼리에만 몰두해 있던 인류를 고립된 상황에서 꺼내 주고, 주변의 다른 종들을 소중한 타자로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가능성을 열어 주지 않을까요? 물론 세간의 불안처럼 언젠가 AI에게 멸종당할 수도 있겠지만요.
Artist
Kim Yeonjae 김연재(@yeonjae72)는 SF와 환상문학의 이미지와 서사 구조를 참조해 허구와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대안적 시공간, 장르 클리셰, 비인간 주체를 주요 화두로 삼아 이를 회화 중심의 설치로 풀어내며, 평면과 입체, 영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