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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열리고 부딪히며: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조혜정 감독

Writer: 비애티튜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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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2012년 시작해 올해로 8회차인 국내 유일의 조각비엔날레인 창원조각비엔날레가 11월 15일(일)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이 인간과 세계가 공명하는 장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주제로 한 달가량 전시를 이어왔죠. 올해는 첫 공동감독 체제이자 첫 외국인 감독의 기획으로 전시가 꾸려졌습니다.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 감독은 조각을 이해하는 방법론으로 각각 두 개의 특별전을 기획했고, 조각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의 특별전에서 출발해 창원의 지역적 맥락을 품는 다양한 장소와 조우한 작품으로 관람자의 새로운 경험을 이끌죠. 비애티튜드 매거진이 조혜정 감독과 만나 왜 조각이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조혜정 감독은 가장 원형의 물질로 만드는 조각이 깎고, 세우고, 쌓는 행위와 맞닿아 미술이라고 규정하기 전부터 인간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조각이 지닌 전통성과 고유성, 기원을 넘어서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으로 기획한 전시를 지금 BE(ATTITUDE) 비애티튜드 매거진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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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은 작품 설치 전경, 성산아트홀.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미술계에서 조금 이례적인 경로를 걸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설명해 온 두 단어를 꼽는다면 아마 ‘중국미술’과 ‘조각’일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중국에서 미술사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조각과 공공미술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2004년 무렵부터 중국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20년 넘게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구와 전시기획, 교육, 비평, 국제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서로 다른 미술 현장을 오가며 같은 작품과 개념도 역사와 제도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이에도 오해와 간극은 있습니다. 저는 그 차이를 하나의 설명으로 정리하기보다, 그 사이에서 어떤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지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누군가의 생각 폭을 넓히거나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그 마음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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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응답 이전의 방›, 2026, 폐목, 목재, 인조 수피,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파이프, 투명 아크릴관, 센서 및 계측장치 모형, 총포·탄약 형상 오브제, 비활성 더미 탄피, 실리콘, 우레탄 수지, LED조명, 혼합매체, 장소특정 설치, 약 240 × 900 × 300 cm, 가변 설치.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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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응답 이전의 방› 디테일컷, 2026, 폐목, 목재, 인조 수피,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파이프, 투명 아크릴관, 센서 및 계측장치 모형, 총포·탄약 형상 오브제, 비활성 더미 탄피, 실리콘, 우레탄 수지, LED조명, 혼합매체, 장소특정 설치, 약 240 × 900 × 300 cm, 가변 설치.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는 «공명장»입니다. 이 주제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모두 같다면 공명이 필요할까요? 이번 전시는 공명이 같음이 아니라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차이를 지닌 채 기꺼이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자신도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이것이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공명입니다.

이 문제의식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됩니다. 우리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질문하기도 전에 답이 도착하고 알고리즘은 익숙한 취향을 반복해서 돌려줍니다. 연결이 많아져도 낯선 존재와 관계 맺을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르트무트 로자의 공명 개념을 참조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명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서로에게 응답할 시간과 여백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조건을 생각하며 풍류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읽었습니다. 최치원의 「난랑비서」에 나오는 포함삼교와 접화군생에서, 서로 다른 것들을 함께 두고 만남을 통해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고전의 원뜻을 확정하거나 고유한 민족정신을 복원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이러한 재독을 통해 제가 주목한 태도가 ‘지연’입니다. 상대를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익숙한 의미로 환원하기 전, 나와 다른 존재가 개입할 시간을 남겨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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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레이예스, ‹핵무기 제로 I› 디테일컷, 2021, 천(패브릭), 900 × 650 × 650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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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레이예스, ‹핵무기 제로 I›, 2021, 천(패브릭), 900 × 650 × 650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왜 창원이어야 하는가’도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창원은 행정적으로 하나의 도시이지만, 마산과 진해, 옛 창원이 지닌 시간과 생활의 리듬은 여전히 다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공명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효율과 생산의 속도가 도시의 구조와 노동의 일상에 새겨진 곳에서, 조각을 통해 머묾과 응답의 시간을 묻고 싶었습니다. «공명장»은 이러한 창원의 역사와 장소를 통과하며 구체화한 전시입니다. 다른 도시로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명 자체를 의도대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작품과 장소, 사람들이 만날 조건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열어둘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공명’이 아닌 ‘공명장’입니다.

오늘날 조각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조각은 줄곧 삶의 일부였다.” 이 짧은 문장에는 제가 조각을 공부하고 연구하며 오래 가져온 생각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조각을 근대 미술제도 안에서 성립한 장르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사람들은 돌을 쌓아 염원을 맡기고, 나무를 깎아 공동체를 지키고, 흙을 빚어 삶과 죽음의 기억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 세계가 순수하고 조화로웠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각은 권력과 위계, 노동이 물질화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행위와 감각이 서구의 근대적 조각 개념과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라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역사와 제도를 통과하며 변형되었고, 현대조각의 작업 속에도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각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어온, 오랜 방식이자, 지금도 새롭게 이어지는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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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선영, ‹내면의 윤곽›, 2021, 홍송, 사운드설치, 150-210 × 40 × 40 cm, 12개.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조각을 직접 해보면 재료가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작가가 재료를 바꾸는 동안 재료 역시 작가의 판단과 행위를 바꿉니다. 이미지와 데이터가 순식간에 유통되는 시대에도, 관객은 조각의 무게와 크기를 몸으로 가늠하고 거리를 조절하며 작품과 마주합니다. 조각에는 내가 세계에 작용하는 동시에 세계의 작용을 받아들이는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조각에서 공명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지점입니다.

조각을 ‘가장 느린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제작 시간이 오래 걸려서만은 아닙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와 관계 맺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달라지는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즉각 생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조각을 통해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태도를 다시 묻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하나의 비엔날레 안에 모으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마다 지닌 질문이 전시 안에서도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이에서 공명이 시작된다고 말하면서 작품을 한 가지 해석으로 묶을 수는 없으니까요. 작품이 전시 주제를 설명하는 사례로만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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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희, ‹창문›, 2026, 애쉬목, 백자, 석고,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실크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설치.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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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희, ‹창문› 디테일컷, 2026, 애쉬목, 백자, 석고,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실크에 디지털 프린트, 가변 설치.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작가가 오래 탐구해 온 문제가 다른 작품이나 창원의 특정 장소와 만났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습니다. 특히 장소 특정적 작업에서는 작품이 장소를 새롭게 읽게 하는 동시에, 장소도 작업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작품 사이의 거리, 소리의 겹침, 관람자의 동선과 머무는 시간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관객에게 무엇을 느껴야 한다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익숙한 판단으로 지나치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잠시 머물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 뒤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기획자가 미리 정할 수 없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두 특별전 «창원조각아틀라스»와 «조각 이전의 조각»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두 감독은 ‘왜 지금 다시 조각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공명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두 특별전은 그 차이를 보여줍니다. 제가 조각이라는 범주와 물질을 다루는 행위를 되짚는다면, 장쥔 감독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도시와 조각의 관계를 다시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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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이전의 조각» 전시 전경, 성산아트홀.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제가 기획한 «조각 이전의 조각»은 미술사를 누구의 언어와 기준으로 서술해왔느냐는 오랜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깎고, 비우고, 묶고, 쌓는 행위는 근대 미술 제도가 ‘조각’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전부터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어온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근대적 미술제도가 도입되면서 어떤 행위는 조각의 영역으로 편입되었고, 어떤 것은 공예나 종교, 의례와 생활의 영역에 남겨졌습니다. 제목의 ‘이전’은 단순한 과거뿐 아니라 그 범주의 바깥까지 함께 가리킵니다.

동아시아 현대조각을 서구 모더니즘이 뒤늦게 전파된 결과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하나의 고유한 동아시아 정신을 세우려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개념이 도입되었더라도 서로 다른 역사와 제도 속에서 조각의 언어는 각기 다르게 번역되고 변형되었습니다. 중심을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옮기는 것보다,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지를 결정해 온 서술의 기준 자체를 다시 묻고자 했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그 행위와 감각이 현대조각 안에서 다시 읽히고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작가들을 하나의 계보로 묶기보다 깎기·비우기·묶기·쌓기라는 행위를 통해 읽었습니다. 조각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바라보는 시도입니다. 이 행위들 역시 고정된 분류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작업을 읽기 위한 잠정적인 좌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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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1993-507U1›, 2025, 알루미늄에 아크릴, 83 × 72 × 33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장쥔 감독의 «창원조각아틀라스»는 도시의 조각과 장소, 비엔날레의 기억을 지도형 디지털 아카이브로 연결합니다. 익숙한 풍경이 되어 지나치던 조각을 다시 발견하고, 그것이 놓인 장소와 역사를 함께 읽도록 합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전시는 조각이 삶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지점에서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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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매핑 콜렉티브, ‹창원 아틀라스›, 2026, 연구 아카이브, 영상, 가변 크기.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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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매핑 콜렉티브, ‹창원 아틀라스› 디테일컷, 2026, 연구 아카이브, 영상, 가변 크기.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이번 비엔날레는 공동예술감독 체제로 진행됩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가진 두 감독이 함께하는 방식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장쥔 감독과는 연구소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동감독 공모에 함께 도전하자고 제가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의 배경에는 다소 역설적으로, 제가 비엔날레라는 형식 자체에 꽤 회의적이었습니다. 도시와 작가만 달라질 뿐 비슷한 담론과 형식이 반복된다면 또 하나의 비엔날레가 왜 필요하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엔날레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가진 기획자와 함께했을 때,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했을 질문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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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페르난데스 폰스, ‹창원 핑퐁›, 2026, 혼합재료(복합보드, 아트 코팅), 마산 225.2 × 210.2 × 79 cm, 창원 75 × 152.5 × 274 cm, 진해 177 × 97.6 × 79cm. 제작 지원: 선전시 웨이파이 문화전파유한공사.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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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나 요베트&루이스 페르난데스 폰스, ‹창원 핑퐁› 디테일컷, 2026, 혼합재료(복합보드, 아트 코팅), 마산 225.2 × 210.2 × 79 cm, 창원 75 × 152.5 × 274 cm, 진해 177 × 97.6 × 79cm. 제작 지원: 선전시 웨이파이 문화전파유한공사.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장쥔 감독은 도시를 읽는 방법과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는 조각의 물질과 신체, 풍류에서 읽어낸 지연이라는 태도에 주목했습니다. 작품을 해석하고 전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차이는 분명히 드러났고, 그때마다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본전시는 함께 구성하고 두 특별전에서는 각자의 방법론을 펼친 것도 그 차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게 공동 기획은 서로의 생각을 같게 만드는 일보다, 그 차이가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질문이 생기는지 확인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공동 감독 체제 역시 공명의 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이라는 도시를 직접 경험하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

외지인인 제가 창원을 배운 중요한 자리는 택시 안이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거의 매주 창원을 오가며 기사님들과 나름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고향을 여쭈면 “마산 토박이입니다”, “진해 사람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행정적으로는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었지만, 서로 다른 소속감과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게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창원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답사를 거듭할수록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 모습 자체가 창원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마산의 바다와 시장, 산업과 민주화의 기억, 진해의 군항과 철도, 옛 창원의 산업단지와 계획도시가 서로 다른 시간을 지닌 채 공존합니다.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도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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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복, ‹신화_모란›, 2026, 필라멘트 위 채색, 38 × 20 × 37 cm.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_사계›, 2026, 필라멘트 위 채색, 46 × 20 × 28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그렇다고 창원을 세 도시의 색으로만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산업과 일자리를 따라 모여든 사람들, 이곳에 정착한 이주민과 유학생의 삶도 이미 창원의 현재입니다. 서로 다른 색이 각자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새로운 색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차이를 통합이 덜 된 결핍으로 보기보다 오늘의 창원을 만들어가는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의 키비주얼에도 이러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풍류에서 주목한 지연과도 이어졌습니다. 월영대처럼 이야기와 해석이 쌓인 장소에서도 그 의미를 성급하게 하나의 설명으로 닫기보다, 그 위에 이어져 온 응답을 함께 읽고자 했습니다. «공명장»의 사유는 그렇게 창원의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체적인 언어를 얻었습니다.

성산아트홀을 비롯해 창원의집, 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 등 여러 장소에서 전시가 진행됩니다. 장소와 작품의 관계는 어떻게 고려하셨나요?

비엔날레를 기억하고 찾아주시는 감사한 시민들도 많지만, 여러 차례 개최되었음에도 여전히 비엔날레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는 점은 기획자로서 뼈아프게 받아들였습니다. 도시의 역사와 장소성을 담은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곳에서 시민의 삶과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했습니다. 공명도 우선 마주침에서 시작되니까요. 시민들이 전시장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데서 더 나아가, 전시가 시민의 일상으로 찾아가기를 바랐습니다. 장을 보러 시장에 갔다가, 역 주변을 걷다가 익숙한 공간에서 우연히 작품을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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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 알도와얀, ‹내 말을 들어줘›, 2026, 단조 황동, 각 160 × 120 × 35 cm, 3점.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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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날 알도와얀, ‹내 말을 들어줘› 디테일컷, 2026, 단조 황동, 각 160 × 120 × 35 cm, 3점.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작품을 배치할 때는 장소가 작업의 의미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폈습니다. 진해역에서는 김수자 작가의 작업이 역의 공간적 조건과 만나고, 심문섭 작가의 나전 배가 바닷길과 철길의 기억을 환기합니다. 창원의집에서는 마날 알도와얀의 ‹내 말을 들어줘›에 등장하는 황동 입술을 관객이 직접 두드릴 때 소리가 생기고, 그 울림이 한옥 안으로 퍼집니다. 작품과 신체, 건축이 함께 경험을 만듭니다.

마산어시장의 유수진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에서 창원에 사는 외국인의 국적별 비율을 통조림의 구성으로 옮깁니다. 저도 해외에서 공부할 때 한국의 맛이 그리우면 통조림을 사서 요리하곤 했습니다. 작은 사물에도 고향의 맛과 기억이 담길 수 있지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시장의 일상과 연결해 보게 하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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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반추›, 2026, 목재, 철재, 자개 상감 옻칠 공예 기법, 229 × 207 × 66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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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2026, 각국의 통조림 약 1,000개, 300 × 345 cm 내 가변 설치.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다만 시장의 일상을 전시를 위한 풍경으로 소비하지 않도록 경계했습니다. 미술관 밖에서 전시한다고 저절로 공공적인 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인과 주민은 전시 이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전시는 그 삶에 잠시 들어가는 만큼, 전시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일상을 존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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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연역적 오브제 – 더 그리드›, 2026, 벽돌, 시멘트, 각 224 × 155 × 161 cm, 4점.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조각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조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하나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각은 끊임없이 자신의 외연을 넓혀왔습니다. 매체의 경계가 흐려진 오늘날에도 조각이라는 장르가 유효한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자신을 확장하며 변화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도 마산·창원·진해의 바람을 측정해 소리로 바꾸는 정다 작가의 작업이 있습니다. 백정기 작가는 조각을 라디오 신호를 송신하는 안테나로 작동시킵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가와 함께 물질과 공간, 신체 사이에서 무엇을 하는가를 묻게 하는 작업입니다.

다만 확장 자체가 목표가 되면 조각이 제기해 온 질문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의 확장을 살피는 동시에, 조각이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다시 묻고자 했습니다. 무게와 덩어리, 물성과 물질적 저항에 집중한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조각으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경계가 충분히 넓어진 지금,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했고 어떤 감각을 놓치고 있는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이미지가 생성되고 사라지는 세계에서도 돌에는 돌의 시간이 있고, 나무에는 나무의 결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조각은 기술과 매체를 만나며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조각의 경계를 넓히는 일과 조각이 제기해 온 질문을 깊게 만드는 일 사이의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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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 ‹생리적 반응 3 창원 프로젝트›, 2026, 전자 복합 재료, 데이터 제어 시스템, 기상 풍향·풍속 측정 시스템, 컴퓨터 냉각 팬, 전원 공급 장치, 검은색 종이 상자, 각 상자 50 × 50 × 50 cm, 전체 250 × 640 × 580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경험하기 바라며, 앞으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나요?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리 공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걸어보고, 소리를 듣고, 가까이 가보면서 “좋다”, “이상하다”, “왜 이렇지?” 하는 자신의 반응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익숙했던 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이면 충분합니다. 외지에서 온 분에게는 창원을 발견하는 전시, 시민에게는 자신이 살아온 도시를 다시 발견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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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시아 페레즈 유스타키오, ‹이전에, 그 이전에› 디테일컷, 2025, 아바카 로프, 아바카 섬유, 자연건조 점토, 스테인리스 스틸 볼, 각 258 × 12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제가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던 관객은 이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분들입니다. 자신이 놓인 도시의 삶과 만나지 못하는 전시가 세계를 향한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엔날레는 얼마나 많은 국제적 작가를 초대했는가와 함께, 그 도시에서만 가능한 질문을 얼마나 만들어냈는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시민들에게 자기 도시를 새롭게 경험하는 계기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시를 만들었다고 비엔날레에 대한 제 의문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존재 이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야말로 자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가 만든 전시가 이 도시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묻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매일 지나던 시장과 역, 거리의 조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된다면, 제가 이 전시를 통해 바랐던 일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SP]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조혜정 감독_24

정성진, ‹이합군상 II›, 2026, PLA, 레진, 에폭시 퍼티, 철, 자석, 307 × 238 × 330 cm. 사진 페르소나 위 아, 제공 창원문화재단.

Interviewee

조혜정은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과 상하이 국제공공예술연구소(IIPA) 특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CAFA)과 칭화대학교에서 미술사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제갤러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와 이랜드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한국과 중국의 동시대미술, 조각과 공공미술을 중심으로 연구와 비평, 전시기획, 교육 및 국제교류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