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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사랑하려는 발버둥의 소리

Writer: 카코포니
카코포니, Cacophony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뮤지션 카코포니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온 마음과 온몸으로 노래한다고요. 엄마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며 치솟은 감정을 음악으로 풀며 갑작스레 뮤지션이 된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적 덕목은 진심을 담는 것입니다. 매사 솔직해지기 위해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만의 것’을 만들고 있다고 확신하는데요. 음악마다 마치 지문처럼 찍히는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의 길을 걷는 창작자의 모습이 떠오른답니다. 음악에 욕망이 아니라 사랑을 담고, 세상을 어떻게든 사랑하려고 발버둥 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카코포니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01, 카코포니, Cacophony-scaled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온 마음과 온몸으로 노래하는 카코포니입니다. 2018년 정규 1집 ‹和›로 데뷔 후 꾸준히 작업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프로듀싱이나 영상 음악 작업을 의뢰하는 분들이 계셔서 현재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지만 사실이니까 숨길 필요 없이 편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엄마의 죽음을 옆에서 목도하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누군가의 죽음 곁에 서 있으면, 그 사람의 삶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엄마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를 용서하자마자 이별해야만 하는 끔찍한 상황에 놓였죠. 이런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을 둘 곳을 찾지 못하다가 ‘그냥 다 그만두고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참 어렵지만 그렇게 순간 떠오른 생각을 계기로 음악을 선택했습니다.

02, 카코포니, Cacophony
03, 카코포니, Cacophony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성산동에 있는 작업실을 기타리스트 거누와 함께 쓰고 있어요. 제 모든 작업물이 만들어지고 생활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거누와 저는 돈을 벌면 죄다 장비와 플러그인에 투자하는 편이라, 작업실에 뭐가 참 많아요. (웃음) 벽에는 소중한 순간을 품은 물건을 붙여 두었는데요. 전시 팸플릿, 티켓, 편지, 엽서 등 두고두고 보고 싶은 게 마구잡이로 있답니다. 말만 들으면 굉장히 정신 사나운 공간 같지만, 예상외로 매우 아늑해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사실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 잘 모르겠어요. 멜로디는 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고, 음악을 완성하는 방법은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가 떠올라요. 최근 제가 완성하지 못한 데모 음원의 수를 확인해 보니 1000개가 넘더군요. 저를 찾아오는 영감을 가끔은 버겁게 느낄 때도 있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작업을 완성해야 하나, 더욱더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 음악이 지금의 나와 어울리는가?’, ‘내가 지금 도전하고 싶은 완성의 영역인가?’ 등을 스스로 질문하며 작업을 시작합니다.

04, 카코포니, Cacophony-sc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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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보통 아이폰 녹음기 앱을 켜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작업을 시작해요. 신기할 정도로 멜로디와 가사가 맞물려 곡 하나를 완성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멜로디에 맞는 가사를 찾으면서 작업하죠. 그렇게 가사를 완성하면 다음 순서는 편곡인데요. 가사가 품은 이야기가 이끄는 방향대로 악기를 쌓아가며 멜로디에 옷을 입힙니다. 이야기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악기를 쌓는 일에 시간을 오래 투자해요. 작업물을 완성하면 차분히 들어보며 어떤 악기를 빼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혼자서 판단하기에 역부족이란 느낌이 들 땐, 연주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작업물을 함께 완성해요. 곡을 완성한 다음에는 녹음을 하고 믹싱을 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곡의 믹싱 작업도 제가 직접 맡았어요. 믹싱 단계에서는 이야기를 해치지 않고, 필요하다면 이야기를 더 재밌게 전달할 방법을 연구하며 각각의 소리를 배치합니다. 믹싱까지 마치면 곡의 마스터링 작업이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품을 수 있는 영역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스터링 엔지니어분께 최종 작업을 맡깁니다.

06, 카코포니, Cacophony, Reborn

‹Reborn› EP 커버

최근 작업 중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시겠어요?

작년 11월 23일, 정규 3집 ‹DIPUC›을 발매했어요. ‘DIPUC’은 사랑의 신 ‘큐피드Cupid’의 철자를 반대로 적은 단어인데요. DIPUC이라는 단어는 어린 남성인 큐피드를 대신해, 성인이자 여성인 제가 사랑의 화자가 되는 ‘뒤집힌 이야기’를 상징해요. 이전 앨범에서는 저의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그대로 제시하며 상황에 지배된 무기력한 소녀를 등장시켰는데요. 이번에는 상황을 지배하는 여성으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의 개인사를 복원해 스스로 역사의 주체로 위치시킨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07,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정규 3집 ‹DIPUC› 커버

이번 앨범에서는 총 세 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요. 가장 먼저 선공개 곡 ‘End’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타로Tarot 중 ‘소드 10번(Ten of Swords)’에서 영감받아 김도이 감독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타이틀인 ‘당겨요, 바로 지금’은 저의 폴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촬영한 영상입니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백윤석 감독이 맡아 주었어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의 뮤직비디오는 저의 단독 공연 무대에 함께 섰던 안무가 젬마 님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까지 해주셨습니다.

08, 카코포니, Cacophony, DIPUC-scaled

‹당겨요, 바로 지금(Draw The Bow Right Now› 촬영 현장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나의 잘못이 아닌 일로 벌어진 끔찍한 상황, 이로 인한 트라우마로 삶이 망가진 분에게 ‘살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함께 살아갈 수 있다’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망가진 이들은 서로 냄새를 맡고 알아보며, 서로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카코포니’의 변화예요. 대중에게 단순히 토해내는 음악가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성으로 비쳤으면 했습니다. 음악적인 면에서 과감하게 쌓을 뿐 아니라, 뺄 수도 있는 뮤지션임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대중과 거리가 먼 뮤지션으로 보인 것 같은데요. 이번 3집을 통해서 이제 카코포니가 팝 아티스트라는 점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09,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End(없어)› MV 스틸 이미지

작업을 진행했을 때 만족했던 부분과 불만족했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이번 앨범에서 뼈를 깎는 노력과 좌절을 통해 자신을 엄청나게 바꿨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에게 이번 음반의 수록곡을 들려주면, 제가 얼마나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할 만큼, 이번 앨범이 제게 딱 맞는 옷처럼 자연스럽다는 뜻이니까요. 창법을 바꿔도 제 목소리가 음악에 지문처럼 남는 건 아티스트로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3집을 만들기 시작할 때는 대중성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니까 막상 저랑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수많은 노래를 쓰고 버리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저와 어울릴 만한 옷을 찾기 위해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며 노래를 불렀죠. 그렇게 3집을 완성해 보니, 처음 기획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앨범이 되었는데요. 계획한 방향이 달라진 건 아쉽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과감히 버렸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10,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11,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End(없어)› MV 스틸 이미지

12,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13, 카코포니, Cacophony, DIPUC

‹살아남은› MV 스틸 이미지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늘 일합니다. 메일에 답장하고, 보내야 할 서류를 정리하고, 음악 작업을 하고, 노래 연습을 하고, 기획안을 쓰고, 예산을 편성하고, 연락을 돌리고, 새로 나온 음악을 체크하며 일상을 보내요. 말하고 나니 조금 숙연해지네요. (웃음)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는지라 환기의 시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시간이 남으면 산책하고, 폴 댄스나 요가를 하면서 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일에서 아직 덜 빠져나왔다고 느낄 때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꺼내 들어요.

요즘 들어 특히 관심을 두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최근까지 작업에 몰두하면서, 저 자신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어요. ‘나는 왜 고장이 난 걸까?’, ‘나는 왜 이방인처럼 느껴질까?’, ‘나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소리 날까?’, ‘내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했죠. 과거를 돌아보며 놓친 순간을 다시 붙잡아 저를 이해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들어 무언가를 쉽게 좋아하기 힘들어요. 원래 작품 감상을 즐겼는데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아버려서인지, 좋은 작품을 보면 창작자의 고통부터 느껴져서 마음이 따갑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감상자 모드로 전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거짓’이 싫어요. ‘꾸밈’도 싫어합니다. 매사에 솔직하고 싶어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고, 솔직한 사람이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작업 측면에서도 솔직해지기 위해서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지금의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나만의 것’을 만들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14, 카코포니, Cacophony, 1집

정규 1집 ‹和› 커버

15, 카코포니, Cacophony, 2집

정규 2집 ‹夢› 커버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작업의 메시지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이상한 욕망이 투영될 때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작업과 거리를 둬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전시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기도 하죠.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 갖고 있던 문제점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진심이 언젠가 통한다고 믿으며 살아왔어요. 누구보다 음악에 진심을 담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진심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생각이 많아져요. ‘이 믿음을 어떻게든 실현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차라리 내 음악을 하지 않는 게, 내 믿음을 지킬 방법일까?’ 자문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전하는 데 몰두하는 게 내 가치관과 더 맞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감시로부터 해방되어 자기 자신의 길을 걷는 것. 사랑받는 무언가를 따라 하지 않고, 내 안에 있는 목소리를 들을 것. 동시에 다른 이의 작품을 경청할 것. 작품에 욕망이 아니라 사랑을 담을 것. 사랑을 담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기술을 배워 작품으로 만들어낼 것.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는 수밖에 없어요.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다’라는 마음을 어느 정도 품고 있어야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멋진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나 시련을 겪고 있구나’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작업도 더 열심히 하고,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돼요. 비록 저는 아직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노력한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16, 카코포니, Cacophony
17, 카코포니, Cacophony-scaled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또 이를 전하기 위해 끔찍하게 노력한 사람. 세상을 어떻게든 사랑하려고 발버둥 쳤던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환경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사소한 일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이들이 더 자유로워졌으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편하게 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고,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함께 싸우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진심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8, 카코포니, Cacophony, 당겨요바로-지금

Artist

카코포니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다. 2018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음악을 시작했다. 죽음 뒤에 찾아온 절망을 이겨내며 피어난 음악은 진정한 삶을 노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협화음(cacophony)이라는 뜻처럼 조화롭지 못한 감정과 기억을 솔직하게 노래하며, 완벽하지 않고 상처받은 삶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죽은 어머니를 기리는 정규 1집 ‹和›, 실패한 사랑담을 담은 정규 2집 ‹夢›, 자전적인 내용의 영화와 함께 제작한 EP ‹Reborn›을 연이어 발매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왔다. ‹和›1집 수록곡 ‘숨’은 유튜브 Kpop 채널 ‘ReacttotheK’에서 ‘올해의 노래’ 1위로 선정되었고, ‹夢›은 한국대중음악상 팝 음반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다. EP ‹Reborn›과 함께 제작한 영화는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결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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