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민미술관에 가면 각종 사진이 만개한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덕분이다. 한국 상업사진이 지금껏 성취한 변화의 과정을 살피는 전시는 1층부터 3층까지 미술관 전체를 할애해 대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상업사진을 화이트큐브로 불러 모았다.
1층은 먼저 ‘선배 작가’부터 훑기 시작한다. 유학을 마치고 1980년대 중반 귀국한 이들이 아날로그 기술로 만든 작업은 당시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조금 심심하다. 하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도리어 어떤 감각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냈는지 살펴보고 싶은 흥미를 제공한다. 1984년부터 시작 『월간 멋』 30여 권을 통해 당대 한국 상업사진의 코드를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2층은 분위기가 급반전한다. 로비에서부터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스트리트 패션 화보와 필름이 맞이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상업사진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후배 작가’의 작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필드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포착해 시각적인 영감으로 가득하다. 필름부터 3D 그래픽까지 매체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에서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
3층은 대중문화에서의 상업사진을 폭넓게 다룬다. 영화 포스터, 앨범 커버 등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인데도 각종 설명을 모두 삭제하고 사진만 전면에 드러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런 ‘낯설게 보기’를 통해 이미지 자체의 완성도를 살피고, 나아가 하나의 사진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전시 현장에서 직접 겪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상업사진을 소비하는 요즘, 이렇게 제대로 프린트한 거대한 사진을 전시장에서 마주하는 건 그 매체와 공간의 차이만으로도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팬데믹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때에 맞는 문턱 낮고 즐거운 외출로 추천할 만하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