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버려진 것은 늘 말이 없죠. 그런데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 줄 때가 있어요. 나나와 펠릭스는 바로 그 침묵을 풍경처럼 수집합니다. 두 사람은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액자를 모읍니다. 수백 점의 액자에는 삶의 소중한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 그대로 끼워져 있거나 두 사람이 액자를 모으며 포착한 낯선 밤거리의 모습이 대신 담겨 있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남겨진 기억이 하나의 거대한 산처럼 쌓여갑니다. 최근 두 사람의 시선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돈된 세계가 자아내는 침묵을 향해 있어요. 경고 스티커, 안전 영상, 음성 안내를 통해 끊임없이 위험을 설명하는 사회가 역경을 이겨 낼 힘을 오히려 앗아가는 역설을 탐구합니다. 허용된 것만 용인되는 환경이 우리의 감각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진보와 안전을 핑계 삼은 통제 아래 무엇이 지워지고 있는지를 두 사람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예리한 풍경화가의 눈으로 버려진 것을 들여다보는 나나와 펠릭스의 작업을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에서 만나 보세요.
‹Viimeinen Sammuttaa Valot (Last One Out Shut Off The Lights)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불을 끈다_01›, 2024, 폐기된 가스배관, 조명, 37 × 30 × 117 c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하천가 Stream Line›, 2024, 7채널 영상, 무한 반복, 가변 설치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나나와 펠릭스 프로필, 2023, 사진 이재안 Ⓒ jaeanlee
나나와 펠릭스의 작업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Closed Circuit 폐쇄 회로_Version 2›, 2025, 3채널 영상, 무한 반복(9mins), 가변 크기
‹A Place For Everything and Everything In Its Place_Interior_East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_ 내부_동쪽›, 2025, 종이에 잉크, 78.8 × 54.5 cm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Camera, Cigarette, Whiskey, and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2016-진행중, 발견한 액자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인화 설치, 총 450점, 가변 크기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Camera, Cigarette, Whiskey, and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2016-진행중, 발견한 액자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인화 설치, 총 450점, 가변 크기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Camera, Cigarette, Whiskey, and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2016-진행중, 발견한 액자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인화 설치, 총 450점, 가변 크기
그리고 2025년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선보인 개인전 «착오없는 시행»에서는 ‘안전’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작업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8점의 드로잉 시리즈, 아티스트 북, 그리고 다채널 영상 작품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설치로 구성한 전시였는데, 이를 통해 자연환경과 통제된 환경의 관계에 대한 풍경을 풀어냈습니다. 우리가 지난 10여 년 동안 발전 혹은 진보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언어를 추적해 왔다면, 최근 전시는 그 진보가 도달한 또 하나의 형식, 즉 ‘안전’이란 이름으로 조직된 세계의 감각적 표면을 다루었어요. 특히 오늘날 세상이 ‘안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기술적 진보는 더 이상 단순한 발전의 언어가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직된 하나의 감각 체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비판 없이 수용되는 ‘기술적 진보’와 의심 없이 지향되는 ‘절대적 안전’의 패러다임이 자연과 인간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실은 이 전시는 저희가 새롭게 시작한 상위 프로젝트 ‹안전의 건축›의 첫 부분이기도 하고요. 올해 팩션에서 «청결함은 신성함에 버금간다 Renlighet Är En Dygd»라는 제목의 전시로 또 다른 측면을 다룰 예정입니다.
«Trial Without Error 착오없는 시행», Muu Helsinki Contemporary Art Centre(핀란드 헬싱키), 2025
‹A Place For Everything and Everything In Its Place_Exterior_West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_외부_서쪽›, 2025, 종이에 잉크, 78.8 × 54.5 cm
최근 작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땅거미가 지는 곳 Tending to Dusk›, 2025, 폐기된 가스배관 조명, 사운드, 4채널 영상 연동 설치(무한 반복), 가변 크기
‹컨템포러리 수석 Contemporary Scholar’s Stone›, 2022-진행중, 발견된 오브제, 나무 좌대, 가변 설치
‹컨템포러리 수석 (석계)_008 Contemporary Scholar’s Stone (Seokgye)_008›, 2022, 발견한 오브제, 미송 좌대, 17 × 16 × 13 cm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진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안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느낍니다. 누구를 위한 안전인지, 무엇으로부터의 안전인지에 관한 질문이 남아 있죠. 오히려 저는 우리가 끊임없이 두려움에 노출된 상태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데요, 두려움이 없다면 안전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끊임없이 경고받고, 지시받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안내받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만 해도 경고 스티커, 안전 영상, 음성 안내가 반복적으로 위험을 설명하죠. 점점 우리가 서로를 어린아이처럼 대하고 또 그렇게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과도한 보호는 일종의 안전감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는 역경에 대한 회복력도 점점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우려하는 부분은 ‘안전’이 만들어내는 자기실현적 예언과 그로 인해 가속되는 안전 조치의 반복적인 순환입니다. 완벽하게 공조 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며 질서정연하게 조직된 환경은 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벗어나는 모든 것에 대한 불관용을 동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작은 벌레 하나에도 당황하고, 햇빛을 피하려 하며, 노숙자를 보면 두려워해요. 얼마 전에는 봄 햇살을 즐기려고 기차역 앞 벤치에 누워 있었는데 보안 요원에게 제지를 당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그냥 누워 있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마치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 모두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존재, 즉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간주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감시하고 또 감시받는 것이겠죠. 이러한 흥미와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요즘 저희가 가장 관심을 두어 작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Viimeinen Sammuttaa Valot (Last One Out Shut Off The Lights)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불을 끈다_03›, 2024, 폐기된 가스배관, 조명, 30 × 75 × 196 cm
‹Viimeinen Sammuttaa Valot (Last One Out Shut Off The Lights)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불을 끈다›, 2024, 폐기된 가스배관, 조명, 가변 크기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컨템포러리 수석 (석계)_010 Contemporary Scholar’s Stone (Seokgye)_010›, 2022, 발견한 오브제, 마디카 좌대, 25 × 18 × 17 cm
‹컨템포러리 수석 (석계)_010 Contemporary Scholar’s Stone (Seokgye)_010›, 2022, 발견한 오브제, 마디카 좌대, 25 × 18 × 17 cm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문명의 이웃들», 목포문화예술회관, 2025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하천가 Stream Line›, 2024, 7채널 영상, 가변 설치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Maisema Kolilta_för Lela (Landscape from Koli_for Lela) 꼴리산수자수병풍_렐라 헌정작›, 2023, 비단에 꼰사, 6폭 병풍, 245 × 176 cm
‹Ikkuna Itään (Window to the East) 동창 (東窓)›, 2023, 미송에 한지, 250 × 150 cm (각 150×50cm)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나나: 펠릭스가 세상의 모든 자가용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은 게 신기하네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문제가 많아질 것 같아서…
자연을 자꾸 정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45억 년 동안 자기가 잘 알아서 해온 자연인데, 30만 년 살아온 우리가 좀 이제 그만 파괴하고 자연에 맞춰서 살면 안 되나요?
Artist
나나와 펠릭스(@nanaandfelix)는 2013년부터 활동해 온 한국-핀란드 국적의 아티스트 듀오이다. 지난 13년 동안 아티스트 듀오는 인간이 만든 문화적 풍경을 탐험하며 ‘발전’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작업 과정에서 비교와 차용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예술사에 잘 알려진 개념들과 작품,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기성품 및 폐기물 등을 수집, 해석, 재현하여 다양한 ‘풍경’으로 재구성한다. 이에 따라 작품은 사진, 드로잉, 영상, 회화, 서예, 자수, 아티스트 북, 발견된 오브제, 조각, 기성품, 텍스트, 사운드, 조명 등의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며, 작품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개에서 수십, 수백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두 작가 모두 핀란드의 알토대학원 예술사진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아티스트 듀오로서 작업을 시작한 후 국내외 유수 국공립기관에서 꾸준한 전시를 통해 예술 경력을 쌓아왔다. 최근의 주요 전시로는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2026,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Trial Without Error» (2025, 무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헬싱키), «문명의 이웃들»(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건축의 장면들»(2024,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아래로부터의 생태예술»(2024, 강원국제트리엔날레), «버릴 것 없는 전시»(2023,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제3회 미따 컨템포러리아트 비엔날레»(2023, 요엔수미술관, 핀란드)가 있다. 듀오는 제6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상 대상(2021)을 수상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예술교류지원사업 기금(2023) 외 다양한 기금을 지원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