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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프리즈 서울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Who Wants to Hang Out in Seoul?

Writer: 박재용

Essay

이슈에 관한 다양한 오피니언을 엿봅니다

초대하지 않은 외국 손님의 깜짝 등장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확히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들썩이는 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나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개막할 때는 미술계 일부와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 외국 사람을 불러 ‘모셔’왔는데, 2020년대가 되자 누구도 초대한 적 없는 외국의 유명 아트페어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9월 2일부터 4일간 치러질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무언가를 줄 거라고 모두의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마치 한동안 한국에서 출시조차 할 수 없었던 애플의 아이폰이 마침내 ‘개방’되었던 2009년 휴대전화업계가 겪은 충격이 예상된다고 해야 할까? (참고로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국내에 도입된 아이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부르지 않은 이 외국 손님을 불청객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우리를 찾아오길 기대했던 그런 손님이니까.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한 메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 Basel’이 아시아에 상륙할 때 홍콩을 낙점하며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열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다국적 아트페어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국 런던 출신의 프리즈가 그 주인공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잠시 시간을 내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뉴스 코너에 접속해 ‘아트페어’를 검색해보자. 최신 기사가 아주 많은데, 그 중 ‘프리즈’라는 단어가 들어간 뉴스를 다시 한번 검색해보길 권한다. 상위 검색 결과 순으로 기사 몇 개를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피카소 작품 들고 2일 코엑스서 개막 (MBC)
  • ‘亞 미술허브’로 우뚝 선 한국… 문화강국 자부심 드높인다 (세계일보)
  • 진격의 K아트…저변넓은 日·세금감면 싱가포르와 ‘亞허브 삼국지’ (매일경제)
  • 어서 와! 이런 초대형 미술장터는 처음이지? (한겨레)

기사 제목만 살펴보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미술품 거래가 발생할 것 같은 인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품 컬렉터들이 비행기를 통째로 빌려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만약 첫 번째 프리즈 서울이 성공을 거둔다면, 각종 언론에서는 얼마만큼 크게 미술품을 거래했는지 떠들썩하게 보도할 것이다. 대개 ‘사상 최대’나 ‘OOO원에 판매’ 같은 제목을 붙여서.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해 2014년 뉴욕, 2019년 LA로 확장한 프리즈 아트페어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4일이라는 시기에 맞춰 각종 전시나 행사도 다들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다. 청담동에 위치한 분더샵에서는 옥션하우스인 크리스티가 9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팝업 전시 «플레시 앤드 소울: 베이컨/게니»를 통해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을 선보인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는 미국 LA에서 날아온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가 8월 18일부터 (프리즈 서울이 끝나는) 9월 5일까지 팝업 전시를 연다. 샤넬 코리아는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프리즈 위크’에 ‘나우&넥스트’라는 제목으로 여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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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기간 청담동 분더샵에서 팝업 형태로 선보이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한국의 여느 미술관에서는 결코 보기 쉽지 않다.

프리즈 서울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부대 행사도 만만찮다. 예컨대, 굳이 비싼 아트페어 입장권을 사지 않더라도 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기도 했다. 페어가 열리는 코엑스와 멀찌감치 떨어진 경복궁역 인근의 ‘통의동 막집’과 ‘투게더투게더’에서는 한국계 미술가들의 영상 작업 10점을 소개하는 «2022 프리즈 필름» 전시가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열린다. 9월 1일에는 한남동에 있는 몇 개의 갤러리들이 ‘한남 나이트’를, 9월 2일에는 삼청동의 갤러리들이 ‘삼청 나이트’를 열어 거의 자정까지 문을 열 계획이기도 하다.

2009년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준비 중인 프리즈 런던의 모습. 프리즈 아트페어의 시작인 프리즈 런던은 박람회장이 아니라 공원에 가설한 천막에서 시작했다. 사진 © Andy F, CC BY-SA 2.0

아트페어가 뭐길래

여기서 잠깐. 대체 아트페어가 뭐길래 이렇게 난리인 걸까? 프리즈가 아무리 세계 양대 아트페어에 속하는 화제의 행사라고 하지만, 결국 가장 비싼 입장권이 20만원에 이르는 미술품 거래 행사에 불과하지 않던가. 갤러리는 미술품을 판매해서 수수료를 가져가고, 주최 측은 참가를 원하는 갤러리에게 일종의 공간 사용료인 부스 비용을 받고 입장권까지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행사에 왜 우리까지 덩달아 신이 나야 하는 걸까?

오늘날 프리즈처럼 전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아트페어는 점점 더 ‘작품 판매만 일어나는 일시적 행사’를 넘어선 어떤 것으로 변신 중이다. 특정한 주제나 예술적 아이디어를 다루는 미술관 전시나 비엔날레와 달리, 아트페어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판매가 가능한 형태를 취한다. 물론 선뜻 구매하기 힘든 가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아트페어는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무척이나 효율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예술품을 수집하는 컬렉터

  • 미술관 소장품 구매를 고민해야 하는 큐레이터나 디렉터
  • 전 세계의 온갖 비엔날레나 미술관을 다 쫓아다닐 수 없는 미술애호가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렇지 않지만, 만약 서울에 살거나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내외의 거리에 살고 있으며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부담 없이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작품을 놓을 공간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프리즈 서울은 반가워 마지않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유럽행 항공편은 비행시간이 길어졌고, 코로나19 탓에 미국으로 가기도 마뜩잖은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갤러리까지 모두 서울에서 작품을 선보이니 얼마나 편리할까. 이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갤러리를 모집하는 주최 측과 작품 판매가 일어나면 작가와 수입을 분배하는 갤러리 입장에서도 아트페어는 효율적이고 빠른 행사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와는 별개로, 페어 자체는 며칠이면 끝나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세는?

글의 제목에서 호명한 ‘우리’, 즉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를 이미 무언가를 창작하고 있거나 앞으로 창작 활동을 할 사람이라고 지칭한다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사서 글로벌 아트페어 현장을 관람하는 일을 굳이 격렬히 권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직접 보려고 하면 좀 두렵고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어떤 일이니까. 

존 발데사리, ‹작품을 팔고 싶은 작가들을 위한 팁›, 1966-68, 사진 © Nick Sherman

잠시 미국의 개념 미술가 존 발데사리(1931-2020)의 말을 빌려보려 한다. 발데사리는 새라 손튼의 책 『걸작의 뒷모습(Seven Days in the Art World)』에 실린 대화에서 아트페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큐레이터나 컬렉터, 미술 애호가가 아닌) 작가가 직접 아트페어 현장에 방문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마치 엄마와 아빠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는 침실에 실수로 뛰어든 어린아이가 받을 충격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을 나누는 일이 존재하기에 사랑스러운 동생이 태어날 수 있지만,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꼭 목격할 필요는 굳이…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미술 창작 활동에 임하고 있다면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미 세상에 태어난 귀여운 동생들(아트페어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각종 전시와 행사)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경험도 추천해 본다. 이름이 알려진 많은 작가가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각국의 큐레이터나 컬렉터들에게 스튜디오 방문 요청을 받는 상황을 보며 그런 연락이 없다고 상심하지 말자. 9월 첫 주엔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규모로 전 세계의 다양한 미술계 인사가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누구도 당신에게 요청한 적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내 친구들조차 프리즈 서울 구경으로 바빠 방문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예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사람을 새로 만나는 경험은 아트페어장에서 충격에 빠지는 것보다 더 유용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스스로 작은 행사를 꾸려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비록 미술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아니지만, 이 글의 요점에 맞춰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기간 동안 나만의 행사를 하나 열어 볼 참이다. 행사의 제목은 ‘Who Wants to Hang Out in Seoul?’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영미권 SNS에서 잠시 화제가 되었던 미술 짤방(meme)에서 따왔다. 아마도 페어 오픈 하루 전인 9월 1일부터 페어가 끝나는 9월 5일 사이 저녁 시간에 서재 겸 공유 오피스로 사용 중인 @new0ffice를 개방할 것 같다. 곧 개인 SNS로 홍보를 할 텐데… 프리즈 서울을 맞이해 서울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와 만나게 될까? 혹은 글을 읽는 독자인 당신의 방문을 맞이할까? 여러모로 기대되는 9월 초다.

“Who wants to hang out in Seoul?”

Wrtier

박재용(@publicly.jaeyong)은 현대미술서가 ‘서울리딩룸(@seoulreadingroom)’을 운영하며, 공간 ‘영콤마영(@0_comma_0)’에서 문제해결가(solutions architect)를 맡고 있다. 전시기획자로 일하기도 하며, 다양한 글과 말을 번역, 통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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