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소셜미디어를 보다가 서로 다른 계정에서 마주친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느낀 적 있나요? 쉽게 복제되고 모방된 스타일은 AI와 함께 취향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그래픽디자인 역시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요즘입니다. 그럴수록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디자인은 돋보입니다. 굳어진 형식 안에서 예상 밖의 운율을 만들고, 질서 속에서 은은한 긴장감을 촉발하는 순간처럼 말이죠. 모건은 언어와 문자, 문화의 축적이 일궈 낸 사고방식에서 새로운 흔적을 발굴합니다. 한글의 구조와 공간 감각, 세로쓰기의 기억, 견고한 틀에서도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텍스트 구성을 한국 그래픽디자인의 독특한 호흡이라 말하죠.
이미지가 표준을 향해 가는 지금, 모건은 틈새에서 식물처럼 피어나는 시각적 흔적을 바라봅니다. 한국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모건의 이야기를 BE(ATTITUDE) 비애티튜드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제프리 피톤(프랑스)의 “acte 6” 포스터
프랑스의 갤러리 ‘마이 몽키(My Monkey)’에서 최근 전시 «K-Poster Wall»을 개막했다. 한국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작업물 약 50점의 포스터를 소개하며 양국 간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문화적 차이를 되짚어보는 자리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아티클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오프닝에서 일부 관람객은 “전시된 포스터들은 어떤 점에서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한 번도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곳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나 스타일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복제되고 모방되며, 인공지능(AI)은 이 같은 표준화 과정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에서는 더더욱 이국적인 정취나 고유성을 찾아내거나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필연적으로 업계 내에서 활동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폐쇄성과 획일화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봐도 내가 마주한 한국 디자이너와 창작자 대부분이 프랑스나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의 학교에서 수학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창작자들이 유럽에서 얻은 경험은 작업에 영향이 미쳤을 것이고, 그래서 내가 이곳에서 접하는 작업 간에 친숙한 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은 나를 다소 회의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마치 지속되는 서구의 탈식민지적 지배가 더 교묘한 문화적 형태로 위장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와 럭셔리산업이 ‘쿨하다는 점’ 속에 끊임없이 스며드는, 조용히 작용하는 소프트 파워 말이다.
다행히도 지난 10여 년간 역방향의 과정이 진행되며 상황에 어느 정도 균형이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트렌디한 여행지로 급부상했으며, 인기 있는 ‘스팟’이 되었다. 한국의 문화는 널리 퍼져 있으며, 한국어를 구사하는 프랑스인을 만나는 것도 더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한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프랑스 전역에도 퍼져 나갔으며, 프랑스 현지에서는 세 가지 주된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K팝을 포함한 음악 분야와 영화 분야(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문병곤 감독의 작품과 배우 송강호와 전도연 등 칸영화제에 참여한 많은 영화인)와 미식 분야에서 말이다. 실제로 음식은 식문화를 중요시 여기는 두 나라를 진정으로 하나로 묶어주며, 비빔밥과 라면 등 분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지역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문화 간 교류와 영향력은 좀 더 상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디자인 분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양국 문화 간 교류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서울에서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 같은 페어의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초기 행사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창작자들이 참여했으나 이제는 유럽과 북미 등 다양한 창작자 비중이 높아졌으며, 프랑스 등 유럽의 스튜디오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스튜디오만 해도 Fotokino, Fidèle, Les Editions Matière, Quintal, Le Mégot 등 많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 17›에 설치된 피델 에디션(Fidèle Éditions) 부스
그 결과 프랑스 학교 내 한국인 유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창의적인 젊은이가 한 곳에서 많이 정착하거나 두 문화 사이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방드 데시네(Bande dessinée) 또는 베데(BD), 그래픽 노블 등 출판 만화의 수요가 높은 프랑스나 벨기에 등 유럽권에서는 다양한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대표적 사례로 작가 실키(Silki)는 몇 년 전 프랑스 유명 출판사 ‘라소시에이션(L’Association)’에서 『김치 바게트: 프랑스에 사는 한국 여성의 일기!』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프랑스어로 번역되거나 프랑스어권 국가에서 출간된 만화로는 다음과 같은 작품이 있다. 퓌투로폴리스(Futuropolis)에서 출간한 쿰숙 젠드리-킴(Keum-Suk Gendry-Kim)의 『L’attente』,스타인키스 에디션(Steinkis Editions)에서 출간한 사미르 다마니(Samir Dahmani)의 『Je suis encore là-bas』, 미스마 에디션(Misma Éditions)에서 출간한 박윤선(Yoon-Sun Park)의 『Le club des chats』와 『En Corée』, 김수백의 『Quitter la ville』와 『Le parfum des hommes』(아트라빌 출판사), 권용덕의 『Des filles de ma connaissance』(아트라빌 출판사), 오진영의 『Le visiteur du sud』(에디션 플블브 출판사), 최주현의 『Halmé』(캄부라키스 출판사), 펌 사웨의 『Tout au bout du quartier』(망게츠 출판사). 내 책장을 가득 채운 책 중 일부 사진.
프랑스-한국 협력 프로젝트는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그중 프랑스 아를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엄도현의 다국어로 구성된 『Daegu Was a Large Pond』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몇 년 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Aprilsnow Press부스에서 발견했는데 그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프랑스-한국 합작 출판사 ‘CES’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같은 대구 출신으로 10년 넘게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거주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묘지(Myoji)가 이끄는 ‘Breakfast Club Press’ 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효과적인 프로젝트도 떠오른다. 그는 전 세계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 『International Section』을 발행하고 있다.
에이프릴스노우에서 출간한 엄도현의 『대구는 큰 연못이었다』 일부
그와 동시에 ‘유어 마인드(Your Mind)’와 ‘더 북 소사이어티(The Book Society)’ 같은 예술 전문 독립서점, ‘코너스(Corners)’ 같은 창작자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와 출판 관련 행사[유어 마인드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s)’을 주최]를 주최함으로써 한국 기반의 다양한 작업자의 창의성 확산과 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www.booooooom.com, www.designboom.com, www.itsnicethat.com 같은 영어 기반의 창작자 중심의 웹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업자가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유어마인드 웹사이트
booooooom 웹사이트
2019년 프랑스 마이몽키 갤러리에서 열린 «Ink Village» 전시 전경(주최 코너스)
20년 전 프랑스에서 알려진 한국 디자이너로는 독보적인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보여준 안상수와 뒤를 이어 급진적인 접근 방식을 선보인 슬기와 민, 좀 더 예술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김영나(Na Kim, 베를린/서울)가 있었다. 김영나는 김광철(프로파간다 프레스)이 주도한 매거진 『GRAPHIC』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는데, 분기별 발행된 『GRAPHIC』은 한국과 프랑스, 유럽까지 그래픽 디자인을 잇는 주요 가교 역할을 했다. 매우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이 매거진은 한국어와 영어 등 2개 언어판으로 발행된 후 유럽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내 아카이브에는 2009년 겨울호부터 발행된 프랑스어 전용 제12호가 있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프랑스 디자이너 샬롯 치탐(Charlotte Cheetham)이 10년 동안 그래픽디자인 분야의 국제적인 작품과 프로젝트, 행사를 매일 선별해 소개했던 블로그 “Manystuff.org”의 내용을 아카이브로 수록하고 있다.
Graphic Magazine #12 2009년 겨울호 Manystuff 특별호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거나 적어도 그 언어를 생산해 낸 사회를 대변한다고 본다면, 우리의 문자 체계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매우 그래픽적이고 모듈식이며 질서 정연한 문자 체계인 한글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공간과 구도에 관한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 문자는 고정 폭 조판(즉, 각 글자가 서로 다른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 같은 매우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정된 폭을 유지하지 않으며, 따라서 페이지와 텍스트의 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차지한다. 반면에 한글의 그래픽 단위는 음절이며, 동일한 정사각형 공간 안에 두세 개의 글자를 사용하는 체계적인 구성은 마치 블록 장난감을 조립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이 같은 특성은 한국 그래픽디자이너들이 타이포그래피를 실험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기저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를 단순하고 깔끔한 기하학적 형태의 배치를 활용한 유럽의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전통과 비교해 보았다.
i / A, 이/아, 공간적 분포 비교
바우하우스 전시 포스터, 헤르베르트 바이어, 1923
불교와 유교의 유산 역시 한국식 레이아웃의 엄격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스위스식 접근 방식의 절제미, 엄격한 격자 구조와 공명하는 점을 찾을 수 있으며, 반대로 더 자유롭고 보다 ‘예술적’인(카산드르, 툴루즈-로트렉 등의 영향을 받은) 또는 더 DIY적인(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1968년 5월 혁명과 그라푸스의 영향을 받은) 접근 방식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카산드르(프랑스)의 ‹노르드 익스프레스› 포스터, 1927년
툴루즈-로트레크의 ‹물랭 루즈—라 굴루› 포스터, 1891년
1968년 5월 시위 포스터
한국 그래픽디자인의 또 다른 특징은 수직적인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의 가능성이다. 한국 신문의 지면은 1990년대에 걸쳐 세로짜기에서 점진적으로 가로짜기로 전환이 이루어지다가 1999년 세계일보의 가로쓰기 전환 이후에는 가로쓰기가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도 세로쓰기의 조판 방식과 종서 레이아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늘날 한국의 그래픽디자이너들은 이 과거의 형식을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변주한다. 세로쓰기의 잔존 형식과 종서 레이아웃을 변주하며, 이를 리듬과 위계의 실험 장치로서 디자이너에게 반복적으로 호출된다. 전혀 다른 문자 시스템의 배경을 지닌 필자에게 이런 수직성은 서울 같은 대도시의 고층 건축 파사드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오스만식 파리의 수평적 거리 구성과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윤충근의 포스터 “All pages for John Berger”와 “Black error”, 2025
한국 영화를 볼 때 또 다른 차이를 느낀다. 대부분의 엔딩크레딧은 수직으로 나뉜 두 개 열을 따라 스크롤되는데, 한 열은 등장인물이나 역할을, 다른 축은 성을 포함한 이름을 표시한다. 대부분의 인명이 3음절로 구성된 한국식 이름의 표기를 고려한 배치는 한국인에게는 질서정연한 인상을 줄 수 있겠지만, 필자 같은 프랑스인에게는 마치 비좁은 복도에 갇힌 듯한 인상과 불안감을 줄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2016)에서 발췌한 엔딩크레딧
언어의 사용 방식 자체만으로도 공간에 관한 정신적 구성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데, 한국인의 경우 더 명확하고 양방향적인 틀을 취하는 반면에 프랑스인의 경우 더 자유롭고 선형적인 틀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그래픽디자인의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엄격한 틀에서 벗어난다는 데 있다. 구도적 그리드가 틀과 구조를 잡아주지만, 시각적 요소나 타이포그래피가 이를 벗어나며 역동적인 구도를 만들어 내거나 시각적 밀도와 깊이를 더하는 레이어를 만들기 때문이다. 두 문화권의 그래픽디자이너들은 모두 강렬한 시각적 긴장감을 추구하지만, 한국의 디자인(대담한 색상과 대비, 여백과 채워진 공간의 상호작용, 간결한 디자인)에는 명확하고 직관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프랑스 디자인은 더 복잡하게 얽힌 예술적 풍요로움을 탐구하는 듯하다.
«보얀 파이프리치 개인전: 이글스, 육군본부 그리고 축구 영화» 전시 포스터, 디자인 마바사(Mabasa), 2025
제프리 피톤(프랑스)의 “LA grande mascarade”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그룹 슈퍼테레인(Super-terrain, 프랑스)의 전시 «Pastel Tuning» 전경
영미권에서는 그래픽디자인을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자 의뢰인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운영 체계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미국인들은 이를 ‘상업 미술(commercial art)’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예술가-작가’라는 개념을 옹호하는데, 여기서는 역할이 역전되어 그래픽디자이너가 더 중심적인(심지어 자기중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며, 엔지니어보다는 예술가에 더 가깝고, 그들에게 제안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펼치는 편이다.
한국 그래픽디자이너들은 보다 합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며, 문화적 유산을 포용하면서도 서구(유럽을 포함한)의 디자인 접근 방식과 공명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 같다. 한 나라의 근본적인 시각적 상징 중 하나로 국기를 들 수 있다. 한국의 국기는 필자가 이 짧은 고찰에서 다룬 몇 가지 시각적 특징이 집약되어 있다. 태극기는 보편적인 조화를 표현하는 반면에 프랑스 국기 삼색기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왕과 민중 간 동맹을 표현함으로써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두 국기는 같은 색상(파란색, 흰색, 빨간색)을 공유하고 있지만, 상징하는 메시지는 확연히 다르며, 각각 두 나라에서 유래하는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필자는 두 나라 문화적 유산의 상징성과 함께 다양한 유사성을 떠올리며 이번 아티클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브렉퍼스트 클럽 프레스(프랑스-한국)에서 출간한 『International Section』
Writer
모건 포템Morgan Fortems은 전시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교육자, 예술가로 프랑스 낭시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 전문 갤러리 마이 몽키를 설립해 큐레이터로서 20년간 다양한 디자이너와 창작자를 소개해 왔으며, 지난 15년간은 한국의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