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컷 만화로 가능한 최대치의 세계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곰 닮은 사람과 까마귀, 요정이 출연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유머러스한 픽셀 4컷 만화. 어디선가 본듯 무척 익숙한 OOO 작가의 작업은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빠져드는 매력이 풍성합니다. 특히 멀리서 보면 동물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의 이목구비를 가진 곰 닮은 사람은 시그너처 캐릭터죠.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캐릭터라고 말하지만, 독자에겐 늘 특별하게 다가선답니다. OOO 작가의 픽셀 유머 만화를 사랑하는 분은 이번 아티클을 놓치지 마세요!
4컷 만화 시리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비정기적으로 이름 없이 연재하는 픽셀 4컷 만화입니다. 지금은 다른 일이 바빠서 조금 뜸해졌어요. 장르는 유머, 나오는 인물은 모두 익명입니다. 주로 곰 닮은 사람과 까마귀, 요정이 등장합니다.
작업의 주된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얼떨결에 시작한 만화라서 콘셉트를 특별히 정해두고 그리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색이 요란한 픽셀 유머 만화 정도로 굳어진 것 같아요.
작업을 보면 ‘병맛’, ‘짤’ 같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갓 대학을 졸업한 후 불안정한 선과 형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픽셀로 그린 선에 흥미가 생겼죠. ‘가느다란 픽셀 선으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보다가 어느 날 만화를 그려서 올렸더니 그게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곰 닮은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인가요?
평범한 익명의 사람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마다 매번 다른 사람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처음 그릴 때는 인간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특수한 당사자성을 주고 싶지 않아 최대한 캐릭터로 개성을 지니면서도 익명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일반적인 포유류 특징만 따서 넣고 인물마다 색만 바꾸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약간 아쉽습니다. 멀리서 보면 동물의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간의 이목구비를 가졌다는 설정이 바탕이에요. 가끔 클로즈업 장면에서 그리곤 한답니다.
OOO님은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가끔 혼자서 상상하는 가상의 상황극이나 소소한 말장난 유머로부터 얻는 것 같습니다.
4컷 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점, 재밌거나 주목할 점이 궁금해요.
특별히 만화로 전해야겠다 하는 내용은 없어요. 모든 분이 느끼시는 게 다를 것 같고, 그런 점이 좋습니다. 굳이 꼽자면 사람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나 말하지 못 할 상황을 에둘러 그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에 대해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을까요?
행사에 나갔을 때 찾아주시는 모든 분이 감사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린이 독자분들이 좋다고 해주실 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직접 작업물을 구매해주실 때는 더 감격하고요. 전 재산을 주시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관심사가 다양하고 빠르게 변할 수 있지만, 어릴 때는 본인에게 인상 깊은 작업물이 그 시절 세상의 전부일 때도 있다는 걸 저도 경험해봐서 알거든요. 적어도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창작자로서 지니는 태도나 관점이 궁금합니다.
(본인에게) 냉정해지기. 그래야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다른 창작자의 작업과 노동을 존중하기. 자잘한 일이나 감정에 연루되지 않기. 항상 여력을 남겨두기. 이 밖에도 많지만 무엇보다, 아주 작게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항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요즘 책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버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얘기고, 현실적으로는 적절한 보상이 꾸준히 주어져야 지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응원과 물질적인 피드백 등을 얻을 수 있는 통로와 창구 등이 꼭 하나 이상 확보되어야 할 것 같아요.
Artist
OOO는 주로 도트를 이용한 그림과 만화를 그린다. 4컷 만화집 『무슨 만화』 (YOUR-MIND, 2018)를 발간했고, 현재 만화경에서 2컷 만화 ‹AB2C›를 연재 중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독립출판, 각종 디자인 외 기업 협업과 단체전 등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