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TO-WORK› 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READY-TO-WORK›는 스튜디오 PHENOMENA, 스튜디오 NOW WE RISE와 공동 기획한 ‘All That Glitters(이하 ATG)’에서 마켓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했습니다. ATG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인쇄 및 디지털 작업 위주의 환경에서 탈피해 다양한 제품을 기획, 디자인해보는 프로젝트 그룹인데요. ATG 마켓을 두 번 개최하면서 의류부터 컵, 라이터, 향수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했는데, 그중 티셔츠 작업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이후 저희는 티셔츠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결과가 바로 ‹READY-TO-WORK›입니다.
‹READY-TO-WORK› © LIFT-OFF
작업의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티셔츠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무엇을 위한’ ‘어떤 스타일’의 티셔츠를 디자인할지 기획하던 중, 작업복 얘기가 나왔습니다. 보통 작업복이라고 하면 점프수트처럼 노동 환경에서 육체를 보호하거나 노동의 효율과 편의를 위해 디자인을 진행하는데, 그래픽 디자이너는 컴퓨터 앞에서 앉아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업무 복장에 대한 인식도 다른 직업에 비해서 자유롭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반팔 티셔츠만 입고 업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이니까요. 그래서 ‘반팔 티셔츠가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업복 양식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후 주변 동료들에게 작업복(혹은 스태프복) 디자인을 의뢰했습니다.
작업에서 재미있는 점 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업 환경을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진 촬영을 활용하였는데요. 그래픽 디자이너의 치열한 고민과 작업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안전모, 안전복, 라바콘 공사장 비계 등 육체적, 물리적으로 치열한 노동의 상징물을 차용한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노동 환경의 오브제지만 보다 보편적이고 직관적으로 ‘노동’이란 개념을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아이맥처럼 전혀 다른 환경의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를 함께 놓아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작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작업복을 실제 생활에서 자주 입었어요. 출근할 때뿐 아니라 비즈니스 미팅에도 입고 가곤 했는데 의도치 않게 스튜디오 구성원이 함께 입을 경우에는 클라이언트가 관심을 보이며 본인들도 구매할 수 있는지 묻는 경우도 있었죠. 또한 ATG에서 판매로 연결될 때 대중의 반응이 흥미로웠어요. ‹READY-TO-WORK› 이전에 행사를 진행할 때에도 디자이너의 반응과 대중의 반응이 다를 때가 많았거든요. 기대하지 않던 디자인이 반응이 좋거나, 디자이너 사이에서 반응이 좋던 디자인이 대중에게 별 반응이 없는 현상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READY-TO-WORK›에서는 스튜디오별 판매량을 유사하게 조절하는 게 필요했고, 작업을 소개할 때도 작업 자체보다 어떤 스튜디오가 디자인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홍보하면서 적당한 비율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그래픽 디자이너는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업 종사자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 두 가지 성격을 적절히 조율하려고 해요. 창작자의 모습에 치우치면 작업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이 아니라 본인에 대한 공격 혹은 비판으로 느끼기에 괴로워하기 쉽죠. 반대의 경우에는 적당히 작업하며 자기 복제를 반복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요. 이런 두 포지션의 장단점은 너무나 뚜렷하고, 무엇이 맞거나 틀린 게 아니기에 저희는 적절한 상황에 맞춰 적절한 모습을 지닌 디자이너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Artist
‘리프트-오프LIFT-OFF’는 브랜딩과 전시 및 아이덴티티, 북, 사이니지, 패키지 등 그래픽 디자인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8년 3월 이진우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TEXT에서 독립해 설립했고, 같은 회사에서 2015년부터 합을 맞춘 최세진이 2020년 6월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