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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동물권에 대해 사진작가가 말한다면?

Writer: 김경봉
김경봉, 질감, 사진, 유리창

작업 ‹적응기제›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처음 이 작업을 했을 때 인상 깊은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 한 권을 계속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적응 기제는 주변 환경과의 불균형 때문에 내부적으로 불만이나 긴장이 발생하면 이를 제거하고 다시 균형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관람객은 동물원에 가서 행복한 추억을 얻지만, 그곳에 있는 동물들은 야생의 본능을 잃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없는 모습으로 여생을 보내면서 삶에 순응합니다. 사진을 보면 스크레치가 많이 보이는데요. 본능을 잃고 상처받는 동물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녹슨 듯한 톤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건에 먼지가 쌓이고 녹이 스는 것처럼 동물원에서 삶을 보내는 동물을 은유한 것입니다.

동물을 소재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동물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원숭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는데요. 그 모습에 홀린 듯 매일 동물원을 찾아 여러 동물을 계속 바라보고 기록을 했어요. 동물원 속에 사는 동물들이 적응기제, 즉 방어기제란 단어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고, 뉴스에서 동물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작업을 계속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호랑이, 동물원

‹적응기제› © 김경봉

고릴라

‹적응기제› © 김경봉

작업에서 동물의 독백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보는 이가 주목했으면 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동물에게서 멍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잠만 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관람객이 웃으며 동물에게 말을 걸지만 정작 동물은 이러한 모습을 달갑지 않아 하는 풍경이 자주 펼쳐졌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동물의 야생성을 없애고 동물원에 계속 머무르게 하는 게 좋은 방향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불편한 진실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제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건 원숭이가 창문 앞을 바라보면서 손으로 계속 창문을 두드리는 모습입니다. 잔인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장면에 관람객은 즐거워하며 가족과 사진을 찍더라고요. 제 작업을 통해 동물원 속 동물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서 동물의 야생성에 대한 더욱더 많은 생각과 여운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움직이는 동물을 촬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촬영하고 편집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동물을 계속 기록하면서 찰나의 순간에 얻은 모습이 느낌에 맞지 않아 여러 차례 방문을 했어요.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동물원에서 보내다 직원분들이 저를 알게 되었고 동물원 속을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을 때 정말 특별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동물들이 저를 엄청 불편해하고 날카롭게 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작업을 더 디테일하게 찍을 기회가 되기도 했죠. 이 자리를 빌려 적극적으로 작업을 도와주신 직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코끼리
북극곰

작업을 이어나가며 지니게 된 창작자의 태도와 관점이 궁금합니다.

예술을 하려면 노동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단추를 잘 닫아야 좋은 작업이 나오거든요. 생각이 완벽하더라도 작업을 시작해보면 제가 원한 느낌이 들지 않고 어색한 부분이 많아집니다. 계속 움직여야 더 만족하는 작업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쉬운 작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시도를 하면 서서히 틀이 나오고 작업이 눈에 잡히기 시작하죠. 포기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요. 작업하면서 정말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노동을 감내하는 태도, 그리고 사건이나 관심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도록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버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저도 중간에 잘 안 되어서 멈춘 작업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지인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얻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어떤 포인트를 잡으면 작업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창작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다른 분에게 작업을 보여주며 충고를 받고, 고쳐야 할 점을 물어보세요. 모든 사람이 제 작업을 좋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신 그만큼 제 작업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해요. 그 덕분에 힘이 날 때가 많거든요. 작업을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이런 창작자를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누워있는 표범

Artist

김경봉은 경일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해 서울, 일본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Complex Thread›, ‹우아학›, ‹Mnemonic›등 시리즈 작업을 진행했고, 갤러리 라 메르 서울에서 개인전 ‘적응기제Adjustment mechanism’를 시작으로 교토 ‘KG+2019 – KYOTOGRAPHIE’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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