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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도 아름다운 글자의 세계

Writer: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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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예쁘고 이상하거나, 꽤나 이상하거나. 어떻게 이름을 해석해도 정답이 없는 1인 스튜디오 팟(Pretty Odd Type)은 기묘한 매력을 발산한답니다. 바로 유일한 창작자인 김현진 디자이너 덕분인데요. 글자의 세계에서 쉬며 놀고 헤엄치며 생업까지 영위하는 ‘찐글자덕후’가 명징한 취향으로 작업물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낯설고도 아름다운 글꼴과 레터링을 향한 뚜렷한 목표 의식 아래 좌충우돌 글자 생각에 여념 없는 그의 생각을 듣는 게 이렇게 즐거울지 몰랐어요. 여행과 메탈 공연이라면 어떠한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다며 오늘도 화이팅하는 이 사랑스럽고 유쾌한 창작자를 꼭 주목해 주세요. 더 부지런하고, 더 여유롭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글자를 그리기 위해 오늘도 전진하는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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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로고, 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팟(Pretty Odd Type)이라는 1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김현진입니다. 글자 그리는 작업을 주로 진행하면서 이외에도 다양한 디자인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팟은 작명 때문에 한참을 고뇌하던 어느날, 랜덤으로 재생된 록밴드 ‘패닉! 앳 더 디스코Panic! At The Disco’의 앨범 ‹Pretty. Odd.›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우연히 지은 이름치곤 ‘예쁘고’(pretty), ‘이상한’(odd) 느낌인데요. ‘꽤나 이상한’(pretty odd)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게 제가 추구하는 작업과 잘 어울려서 마음에 쏙 듭니다. 제 소개를 좀 더 하자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덕업일치를 목표로 살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네요. 시각 디자인과에 입학했지만 당시에는 ‘캘리그래피는 들어봤어도, 타이포그래피는 뭔가요…?’하던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1학년 2학기에 ‘타이포그래피 1’ 수업을 들었는데요. 영상 프로젝트에서 협업의 쓴맛을 맛본 직후여서인지 오롯이 혼자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글꼴 작업이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게다가 교수님이 잘한다, 잘한다,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기말 과제로 1000자를 그려냈던 기억도 나네요. 이후로 레터링, 서체 작업에 푹 빠져서 과제를 빨리 해치워버리고, 새벽까지 혼자서 레터링을 하곤 했어요. 그렇게나 글자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도 남들이 ‘너는 앞으로 서체 디자인 쪽으로 나갈 거지?’라고 막상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했는데요. 글꼴 디자인이 굉장히 작은 분야라고 생각해서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졸업 전시와 첫 직장 생활을 거치며 제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었죠. 지금은 글자를 그리는 덕분에 오히려 다양한 분야까지 작업할 수 있는 현 상황에 만족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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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 대본집 타이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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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 GQ KOREA 10월호 ‘마음에 새긴 한글’, 2022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여름까지는 성수동에서 친한 작업자들과 함께 공유공간을 이용했는데요. 제가 게을러서…자꾸 집에서 일하게 되더라고요. 오죽하면 작업실 친구들이 ‘너는 회식할 때 아니면 안 나오는 것 같아’라고 과장 섞인 말을 할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굳이 작업실이 필요한가?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지금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도시, 송도에 머물고 있답니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미팅을 위해 왕복 3시간 거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만 빼면 정말 좋아요. 그 시간에 글자를 그려도 몇 자는 더 그릴 텐데…이 글 보시는 클라이언트님, 혹시 줌 미팅으로 대체할 순 없을까요?ㅠ 작업 공간에는 피규어가 7할, 음반이 2할, 나머지 1할 정도가 디자인 관련 서적으로 채워져 있어요. 책상 위에는 이것저것 좋아하는 작은 사물과 책, 작업 결과물이 놓여있습니다. 그중 쓰라린 실수를 되새김하게 만드는 작업은 아이맥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아주 잘 보이는 곳에 두었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개인 작업을 말씀드리자면, 이건…덕질의 연장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어떤 노래를 듣고 너무 좋으면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레터링합니다. (제 영감의 최대 원천인 ‘데프헤븐Deafheaven’ 사랑해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대사를 레터링하는 등 덕질로 점철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감의 대상이 끊이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영감의 신에게 축복받았죠. 화가에게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저는 글꼴 디자이너로서 글자를 그립니다. 형태 그 자체에 대한 영감이 필요할 때는 자연물이나 오래된 글자에서 힌트를 얻는 편이에요. 요즘은 필사에 취미를 들이고 있는데요. 종종 얻어지는 손 글씨의 흥미로운 형태들을 수집 중이에요. 그래서 문장을 쓰다 말고 손 글씨를 이렇게 저렇게 테스트하느라 정작 필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지만 결과적으로는 즐거우니까요. 필사의 목적도 달성하고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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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Hous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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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마음,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우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키워드를 2~5가지 정도 정리해서 나열하고 각 키워드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나 어울릴 만한 서체 스타일을 쭉 적어요. 그리고 자유롭게 시작해서 점점 정제하는 방향으로 스케치를 진행하는데요. 손 글씨 스케치 단계에는 시간을 많이 쏟지 않고 넘기는 편이에요. 학생 때는 스케치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벡터로 만들 때 엄청나게 헤맸지만, 요즘은 손 스케치에 공을 들여도 괜히 시간만 불필요하게 잡아먹지,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려야겠다는 글자에 대한 인상이 명확해지면 곧바로 글립스 프로그램으로 옮겨서 작업합니다. 그러다 보니 1차 공유부터 거의 완성에 가까운 시안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후로는 (아마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거나 상관하지 않을) 각종 디테일을 다듬고, 다듬고, 다듬어서 완성하는 과정을 거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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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손오공’ 타이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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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S 미식경제학, 2022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일단 현재진행형인 작업을 소개하면, ‘베스카’라고 임시로 이름을 붙인 서체를 만들고 있어요. 창피하게 그 역사가 참으로 긴데요. 2019년 겨울쯤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를 읽다가 처음 스케치를 했어요. 그 이후로는 그리다가 업무에 치이면 잠시 멈췄다가, 오랜만에 파일을 열어보고 ‘이런 걸 그려놨었다고?’ 충격에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언 2024년까지 끌어오게 되었네요. 베스카는 초성 공간이 엄청나게 넓고, 첫닿자에 ‘ㅇ’이 올 때가 특히 매력적인, 조금 독특한 균형감의 서체입니다. 거대한 장검 같은 인상을 지닌 글자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글자를 봤을 때 머릿속에 ‹왕좌의 게임› 오프닝 타이틀 곡이 들리는 게 목표랍니다. ‘올해는 출시합니다’ 소리를 매년 양치기 소년처럼 했었는데요. 올해는 진짜 출시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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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카, 2022

2023년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는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를 위한 전시 아이덴티티를 꼽고 싶어요. 정보 전달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위해서 ‘히스토리아’라는 텍스트를 가장 상단에 한 번 더 적긴 했지만, 꽤나 과감한 형태의 레터링 시안이 통과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답니다. 심지어 건물 4층 높이만 한 길이의 현수막에 걸리는 작업이었으니까요. 원래 1차 시안 단계에서는 상단 쪽 ‘히스테리아’가 거꾸로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그 아래 정방향으로 쓰인 히스테리아는 뒤집어진 히스테리아의 반사물, 혹은 그림자로 설정했었죠. 그래서 뒤집어진 히스테리아의 형태를 그대로 비추는 게 아니라, 히스테리컬한 신경망 같기도 하고, 마음대로 자라난 비주류 식물 같은 모습으로 보이길 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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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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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건물 외벽, 2023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늘 중시하는 건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글자를 그리는 것입니다. 장식적이거나 과격한 성격의 레터링일수록 형태의 화려함에 기대어 디테일, 예를 들어 곡선의 자연스러움, 탄력, 글자의 균형 등의 요소를 놓치거나 신경 쓰지 않곤 해요. 저는 설사 클라이언트가 신경 쓰지 않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그냥 복잡하게만 보이는 이미지인지, 어설픔을 복잡함으로 숨긴 이미지인지, 구석구석 신경 쓴 레터링인지 다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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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BAT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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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basa, 2022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완성한 글자의 형태적 완성도 면에서는 이제 만족하는 편이에요. 이쯤이면 몇 년 지나고 다시 꺼내봐도, 스스로 ‘잘했네?’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어쩌지?)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겠죠, 뭐! 불만족한 부분은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하지 못한 거요. ‘이만큼 이상하게 생겨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네’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내디딘 정도가 원래 목표한 것에 비해 미미해 보여요. 뻔한 글자는 그리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는데요. 시간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재미없는 글자를 그리게 되거든요. 요상한 글자를 클라이언트에게 더 설득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려고 노력해요. 저녁 이후에는 되도록 클라이언트 작업은 중지하고, 평소 그리고 싶었던 글자를 그리거나, 개발 중인 서체 파생 작업을 하기도 해요. 좋아하는 음반의 특정 버전 바이닐 매물이 나왔는지 찾아보는 데 시간을 쓰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도 많이 보죠. ‘100대 시트콤’을 모두 보는 게 목표에요. 디자인이 아닌 활동에도 늘 관심이 있어요. 일하면서도 디지털 화면을 보고, 취미생활도 디지털 화면을 봐야 하다 보니 아날로그적인 일에 늘 갈증이 있답니다. 그래서 다른 일에도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해요. 그 일환으로 핸드 포크 타투를 배우기도 했는데, 아직 좀 어설퍼서 제 몸에 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제가 오른손잡이라서 왼쪽 팔에만 낙서가 가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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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로고타입,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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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로고타입, 2022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2022년부터 데프헤븐을 좋아하면서 ‘블랙게이즈Blackgaze’에 빠지게 되었는데요. 아직도 그 장르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요. 블랙게이즈의 양대 뿌리인 블랙메탈과 슈게이징 장르 역시 엄청나게 파는 중이죠. 한참 늘 듣던 노래만 듣다가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게 되고 또 연관된 다른 밴드 노래를 듣는 과정이 즐거워요. 올해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데프헤븐의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는 시기와 그들의 투어 일정이랍니다. 벌써 두 해째 투어 일정에 맞춰 그해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거든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주어진 짧은 시간을 최대한 스스로 즐겁게 하는 데 쓰는 게 인생 모토인데요. 글자를 그릴 때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철저히 제가 즐거운 글자를 그려요. 그래서인지 유난히 제 작업물을 바로 알아채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취향이 강한데 계속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하면서도 무엇보다 감사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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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의 땅› 포스터, ‘100 Films 100 Posters’ 참가작, 2022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여행과 공연 티켓. (너무 뻔한 답변인가요?) 여행 + 공연 티켓이면 더 좋고요. 여행 + 메탈 공연 티켓이면 넘지 못할 슬럼프란 없습니다. (웃음) 보통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작업이 막힐 때를 대비해서 취미 생활이 필요한데요. 저는 일도, 취미도 글자 그리는 거라, 더 답답하고 소모적인 느낌이 들 경우가 있어요. 주로 작업하는 장소도 집이다 보니, 일을 하지 않아도 작업하던 장소라서 괜히 조급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을 바꿔주는 여행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같아요. 공연을 다녀오면 밴드와 관객 모두가 내뿜는 에너지에 슬럼프고 뭐고, 다 잊게 됩니다. 규모가 작은 공연일수록 더 효과적인데요. 특히 메탈 밴드 공연을 한번 보고 오면, ‘앞으로 공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체가 튼튼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정말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갑자기 건강한 삶을 살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신체뿐 아니라 정신도 건강해져서 결과적으로 다시 작업할 힘을 얻습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고민이 하나 있어요. ‘팟은 언제까지 1인 체제로 운영될까?’ 최근 들어 더 자주 하게 됩니다. 잘 맞는 동료를 찾는 일이 참 쉽지 않은데요. ‹스타트렉Star Trek› 시리즈를 봐서 그런지 협업하는 집단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잡혀 있어요.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우정을 공유하며 각자의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니… 에피소드마다 서로에게 척척 힘이 되고,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함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스타트렉› 속 제 모습을 상상한다면 함교가 아니라 기관실에 있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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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2024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와 나눈 이야기인데요. 요즘에는 글자를 그려나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남이 하는 게 멋져 보여서 글자를 그리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분의 작업물이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고 개성도 지니기 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창작이 가능하겠냐마는, 자기만의 작업을 하려는 노력 없이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 구축한 스타일을 날름 가져다 따라 하면, 그 어떤 의미도, 기쁨도 없지 않을까요? 타인의 열화된 버전만을 가진 작업자라니 너무 비참해요. 제2의 누군가가 아니라 최초의 무언가가 되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그게 불가능한 목표일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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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ous Purpose,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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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JOKE, 2021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자신이 이걸 왜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의 경우, 글자를 그리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를 돌이켜 보면, 별생각 없이 시안 뽑아내기에 바쁠 경우였습니다. 어떤 글자를 그리고 싶은지 모르겠을 때, 이런 글자를 그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들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글자를 그리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계속 끌고 나가야 할지 뚜렷한 방향이 보이더라고요. 어딘가에 전시하거나, 마땅한 쓰임새가 없는 레터링이라도, ‘낯설고도 아름다운 글자’에 부합한다면 이를 위한 시도 자체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더불어 편안함에만 안주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 글자를 그릴 때는 ‘ㅇ’을 그리는 게 그렇게 어려웠답니다. ‘ㅇ’을 원 도형으로밖에 그리지 못한다면 글꼴 디자이너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다양한 형태의 ‘ㅇ’을 많이 그려봤어요. 그다음에는 라틴 알파벳 그리는 게 무서웠고, 지금도 도전적인 과제들을 마주하지만, 피하지 않고 부딪힐 때 제가 좋아하는 일에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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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풀 전용 서체 개발, 2022 (디렉팅: 조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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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풀 전용 서체 개발, 2022 (디렉팅: 조은일)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글꼴 디자인, 레터링을 생각하면 곧바로 팟이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너무 야망 넘치는 것 같아서 쑥스럽지만, 이런 목표가 있어야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더 부지런하고, 더 여유롭게, 제가 그리고 싶은 글자를 그리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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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覺醒으로 명랑한 「아이디어」 를!! ’모던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2-11-23~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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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覺醒으로 명랑한 「아이디어」 를!! ’모던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2-11-23~2023-03-26

Artist

김현진은 1인 디자인 스튜디오 팟을 운영하는 글꼴 & 그래픽 디자이너다. 낯설고도 아름다운 글자꼴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여러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다수의 전시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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