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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편견 없는 마음으로

Writer: 김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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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미키 작가는 국제적으로 팬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타투이스트입니다. 그런데 그는 이처럼 특정한 타이틀이 없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해요.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하면서, 언젠가 작업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설명하는 날이 오리라 믿고 있답니다. 그에게는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에 솔직한 태도가 무척 중요해요. 작업은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기에,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세상과 타인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창작의 시작이자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 단정 짓지 않는 마음, 공감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김미키 작가. 자신의 작업을 감상자보다는 공감자 혹은 체험자로서 접하길 바라는 그의 이야기를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Orchid Flower Mantis Human›, 2024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미키입니다.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두 작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걸 즐겼습니다. 하지만 가정 형편상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거나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었어요. 그러다 방황하던 시기에 친구들의 권유로 타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삶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제게 타투는 그림으로 사람들과 직접 연결되는 특별한 방식입니다.

작업 공간을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대부분 디지털 드로잉으로 진행하는데, 아이패드를 사용해 집 안의 작은 컴퓨터 방에서 작업해요. 책상 옆에는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가 자리 잡고 있어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약간 창고처럼 이것저것 쌓여 있는 소박한 공간입니다. 타투 작업은 친구 집의 일부 공간을 작업실로 꾸몄는데요. 서울에서는 주로 그곳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 작업하고 있습니다.

‹Martini Cat Tengu›, 2024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다양한 이미지를 찾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사진, 그림, 만화, 영화 스틸컷 등 시각적인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또한 홀로 여행하거나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며 음악을 들을 때 문득 떠오르는 장면, 책을 읽다가 마주친 문장 한 줄에서도 강한 인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흩어진 조각들을 자연스럽게 엮어가며 작업의 단초로 삼고 있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 과정은 매번 다르지만, 보통은 강렬하게 떠오른 이미지나 감정에서 시작합니다.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간단히 메모를 해두거나 스케치로 남겨두고, 그와 연결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아보며 점차 방향을 잡아갑니다. 색감과 형태를 구성하면서 그 안에 담긴 감정이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편입니다.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다양한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도예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도예가 선생님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우연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주제로 자연물처럼 보이는 도자기를 만들었어요. 이 작업은 제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스미나가시(墨流し)› 시리즈와도 연결되는데요. 그 두 작업을 묶어 얼마 전 을지로 CORD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어요.

«몸울림: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 CORD, 2025

«몸울림: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 CORD, 2025

‹Ceramic Ornament›, 2025, Sea Rock, Ceramic, 각 17.5 × 7.5 × 9.5 cm, 14 × 7.8 × 4 cm

«몸울림: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 CORD, 2025

또 다른 작업으로는 난초꽃, 뼈(동물 혹은 사람), 네오트라이벌neotribal 혹은 스틸 요소들을 조합해 대칭적인 드로잉을 만들고 있어요. ‘난초 사마귀’를 모티브로 퀴어 인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시리즈로 확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Wild Orchid Flowers›, 2025

‹Wild Orchid Flowers›, 2024

‹Orchid Flower Mantis Human›, 2024

‹Orchid Flower Mantis Human›, 2023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품은 설명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경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연을 해석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듯, 제 작업도 감상자보다는 ‘공감자’ 또는 ‘체험자’로서 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CORD 전시에서는 공간 중앙에 일본 가레산스이かれさんすい 정원을 차용해 도자기들을 선보였는데요. 그 공간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백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간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지인의 코멘트를 듣고 뿌듯함도 느꼈어요. 아쉬운 부분은 도자기의 퀄리티였어요. 아직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생각한 만큼 결과물이 따라오지 않은 점이 있었죠. 마음이 조금 급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몸울림: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 전시 전경, CORD, 2025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요즘은 조금 번아웃이 와서 주로 집에서 유튜브로 사건·사고 영상을 보고 있는데요. 번아웃 이전의 일상을 말씀드리자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좋은 느낌의 가게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거든요. LP를 모으고 있어서 음악을 찾아 듣거나 집에 있는 LP를 듣기도 하고, 한강을 걸으며 혹은 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틈틈이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풀기도 합니다.

‹NECOKUNTENGU›, 2024

‹NECOKUNTENGU›, 2024

‹Mitsu›, 2024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최근 ‘잘 쉬는 방법’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시끄러운 감정을 정리하고,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조바심을 내는 감정은 그림에도 좋지 않다는 걸 느끼거든요. 여름이라 그런지 바다로 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속에서 평정심을 찾는 연습을 하는 건데요. 그런데 수영은 할 줄 몰라요. (웃음)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편견 없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을 가지면 그림에도 한계와 편견이 생깁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 단정 짓지 않는 마음, 그리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려고 노력해요. 이런 마음가짐은 자연스럽게 작업에도 스며드는 것 같아요. ㅎ

‹Wild Orchid Flowers›, 2024

‹Wild Orchid Flowers›, 2023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지금 번아웃이 온 상태라서 요즘은 억지로 뭔가 시도하기보다는 충분히 쉬려고 해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죠. 그런 기본적인 일상에서 회복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요즘 특히 더 실감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미국 쪽에 특히 많이 계시는데요. 최근 비자 문제로 미국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미국을 오갈 수 있으면 더욱더 다양한 작업과 기회를 시도해 볼 수 있을 텐데, 지금 그 부분이 제한된 상태라 아쉬움이 커요. 창작자이자 타투이스트로서 활동의 폭이 좁아진 것 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How the American Right Learned to Love Psychedelics’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2025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저에게는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에 솔직한 태도가 무척 중요해요. 작업은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면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세상과 타인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창작의 시작이자 중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계속 꿈꾸세요. 상상을 멈추지 말고,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여기서 말하는 기도는 종교적인 개념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바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간절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두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정답은 없지만, 계속 움직이는 게 결국 답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 분재› 연작, 2023

‹지나간 일들›, 2023

‹Tears of Flowers›, 2022

‹Drosera Rotundifolia›, 2022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타투이스트처럼 특정한 타이틀이 없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하는 사람. 그래서 이것저것 계속 시도해 보려고 노력하는데, 솔직히 잘되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계속 도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언젠가 제 작업이 자연스럽게 저를 설명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시골이나 작은 섬에서 천연 염색을 하거나 뜨개질하고, 가끔 그림도 그리고, 제가 직접 농사지은 채소로 소소하게 카레를 만들어 먹으며 고양이가 옆에 있는 삶…

Artist

김미키(@_miki__kim)는 서울을 기반으로 섬세한 선과 감성적인 여백을 그리는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몸과 감정, 그리고 이미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구찌, 마린 세르Marine serre, 수언더커버sueUNDERCOVER, 아디다스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해외 매체,  CL, MEOVV 등 K-팝 뮤지션과 아트 워크를 진행했다. 개인전 «몸울림: 비움에서 번지는 것들»(CORD, 대한민국 서울, 2025), «MIKI KIM EXHIBITION» (Waiting Room, 대만 타이베이, 2024), «SKIN+INKS»(워터마크, 대한민국 서울, 2024) 등을 열었고, 올해 일본 도쿄에 소재한 Hand Saw Press와 함께 리소그라피 아트북 『A Strange Flower Has Bloomed』를 출간했다. ‘도쿄 아트북페어’가 2025년 처음으로 기획한 ‘토키오 아트북페어Tokio Art Book Fair’에 참여한 바 있다.

결과(4)
[VP]섬네일_김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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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키
[VP]섬네일_양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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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숙현
[VP]섬네일_홍은주 김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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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김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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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김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