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아이디어 구경하고 가세요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15만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이는 아이디어보부상은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똥’을 향해 전진합니다. 항상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와장창 엔딩으로 결말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데요. 행복하게 끝나면 너무나도 유용한 아이디어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랍니다. 언뜻 이유가 기묘하지요? 일상의 불편한 부분을 소재로 삼되, 그 결과물이 쓸데없을수록 반응이 강렬한 대중을 대하면서 깨달은 균형의 묘라고 해요.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념무상의 태도로 스스로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생각은 짧게 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면서, 운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언제나 주변에 있다는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디어 보부상. 열심히 고민한 쓸데없는 아이디어와 함께 불현듯 찾아오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찍어먹는 빙어빵’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아이디어보부상’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아주 평범한 20대 직장인이었어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회사 일에 아주 열정적인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일한 것 같은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치이니까 어느 순간 제 모습을 돌아 보니 그저 주어진 업무만 쳐내고 있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지쳤다고 말하기에는 이 일이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업이 아니로구나.’ 저는 스스로 재미있어야 무엇이든 지속하는 성격이라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어요. 그러면서 아이디어보부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여가에 하는 취미 활동에 가까웠는데요. ‘하는 사람이 재미있으면, 보는 사람도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디어보부상을 본업으로 삼은 창작자로 변해버렸습니다.
‘찍어먹는 빙어빵’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아쉽지만 아직 작업 공간이라고 할 게 따로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짜낼 때는 카페를 이용하고, 작업은 제 방에서 주로 진행해요.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이라고 말할 만큼 영감을 얻는 오브제나 인테리어로 잘 꾸민 방은 아닙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의 개인 공간이기 때문에 구경시켜 드리기가 멋쩍네요. 언젠가는 저도 비애티튜드에서 진행하는 ‘Creator’s Room’ 아티클 속 공간처럼 멋진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을까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의 모든 공간, 사물, 대화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달리 말하자면, 영감을 얻는 뾰족한 곳은 따로 없다는 말이 되겠네요. 아이디어는 샤워할 때나 잠들기 전에 많이 떠오르곤 하는데, 결국 그날 관찰한 일상에서 비롯된 것들이에요. 아, 생각해 보니, 친한 친구와 즐겁게 보낸 시간이 가장 큰 영감이 되어주는 느낌입니다.
‘중국당면 전용 젓가락’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우선 아이디어 제품이 정해지면, 그게 필요한 상황과 배경을 먼저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 휘파람 호루라기’가 오늘의 주제라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손가락으로 휘파람은 불지 못하는 감독을 주인공으로 정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거죠. 스토리의 전체적인 플로우는 기승전결이 아니라,’기승전똥’을 생각하며 구성하는데요. 항상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와장창 엔딩으로 결말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편입니다. 행복하게 끝나면 너무 유용한 아이디어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런 건 재미없잖아요.
‘손가락 휘파람 호루라기’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최근 작업 중 제가 만들면서도 열받고 재밌던 콘텐츠는 ‹방음 팬티›였어요. 누구나 방귀를 뀌지만, 방귀 소리를 들키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잖아요. ‘팬티도 방음이 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에 흡음재로 마감한 팬티를 만들면 이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근데 막상 만들고 보니, 오히려 더 불행한 세상이 될 수도 있겠는걸,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관점으로는 ‹네 컷 사진 가이드 필터›가 기억에 남습니다. 친구들과 네 컷 사진을 찍으러 가면,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늘 고민이 들거든요. 집에 있을 때는 잘만 흥얼거리다가도, 막상 노래방에 가면 부를 노래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요. ‘네 컷 사진 부스 화면에 포즈 가이드가 뜨면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봤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어요. 해당 콘텐츠를 좋게 봐주신 포토이즘 측에서 실제로 제작까지 진행해 주셔서 더욱더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방음 팬티’
‘방음 팬티’
‘인생네컷 가이드 필터’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결국, 유머와 공감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누구나 느꼈을 법한 일상의 불편한 부분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거나,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네?’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좋아해 주시거든요. 그런데 솔루션에 집중한 유용한 아이디어는 또 별로 안 좋아하세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공감이 가면서, 아이디어 자체는 쓸데없을수록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밸런스를 잡는 게 항상 고민되는 어려운 지점인데요. 공감대를 유머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들이고 있어요.
‘택시 전용 리액션 버튼’
최근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직관성이 뛰어날수록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어떤 아이디어인지 바로 연상할 수 있는 섬네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반대로, 소재의 특성상 섬네일 이미지 하나만으로는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까다로울 때도 마주해요. 불만족스러웠던 섬네일 중 하나로 ‹세일 가챠›를 들 수 있습니다. ‘50%, 60%, 90% 등 매장에서 내거는 SALE의 퍼센트가 사실 확률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착안해 게임 확률 조작 사건까지 풍자하는, 나름 유쾌한 아이디어였어요.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도, 이미지 하나만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결국, 주사위에 SALE 글자와 퍼센트를 적어 놓은 이미지를 섬네일로 정했지만, 저 자신이 보기에도 직관성이 많이 떨어져서 아쉬웠던 콘텐츠로 기억해요.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아무래도 아쉬움이 가장 커지는 것 같아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이디어보부상을 제 본업으로 삼은 후로는 당연하게도 관련 콘텐츠를 작업하는 게 주된 일상인데요. 콘텐츠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힌다는 좋은 핑계로 틈틈이 누워서 쇼츠 보고, 하던 일 멈추고 릴스 보고, 각종 OTT를 섭렵하는 등의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진담이에요. 요즘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찾아주시는 덕분에 협업 준비로도 바쁘게 지내는 중입니다.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감사하게도 재미있게 봐주신 덕분에,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AI인 것 같아요. AI의 발전 속도가 정말 어마무시하니까요. 최근 오픈 AI가 발표한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의 퍼포먼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특이점이 진짜 멀지 않은 느낌이라, AI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더 재미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예전에는 항상 제 인생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려고 애썼는데, 요즘은 다 부질없다고 느껴요. 정확히 표현하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불확실한 세상을 예측하는 대신, 당장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데 집중하며 흘러가는 대로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시간이 알아서 제가 원하는 미래를 완성해 줄 거라고 믿어요. 이런 무념무상의 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드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가끔 기대한 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항상 실망하면 창작의 원동력이 떨어지게 돼요. 인생을 예측할 수 없듯, 대중의 반응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매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만족도에 집중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는데요. 스스로 만족스러운 콘텐츠가 대개 반응도 괜찮더라고요.
‘평양빙수’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그냥 하고 싶던 다른 일을 합니다. 슬럼프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더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슬럼프 또한 저와는 다른 독립적인 존재인 ‘타인’처럼 대합니다. 인간관계는 가까웠다가도 멀어지고, 멀었다가도 가까워지곤 하잖아요. 슬럼프가 지나갈 때까지 그 일에 관심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원동력이 다시 생기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그 일과 멀어지기도 해요. 일과 잘 이별하는 것도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콘텐츠와 채널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작한 콘텐츠는 2D 작업물이라서 늘 해오던 맛으로 준비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계정에 올렸던 아이디어를 실제 물건으로 하나씩 구현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워낙 터무니없는 아이디어가 많고, 이런 작업 또한 처음이다 보니, 실현가능한 방법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입니다.
‘읏!차~ 휘리릭팬’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생각은 짧게 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기. 자신과의 약속도 타인과의 약속처럼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면, 이미 재능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생각을 짧게 하고, 바로 행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디어보부상으로 활동하며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요. 모두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른 퍼포먼스를 보이는 분들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비범한 실행력을 갖추고 계셨어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이 찾아와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면 남겨진 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긍정적인 눈, 즉 ‘긍정안(眼)’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운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보세요.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습니다. 더불어 세상에 성실함보다 강력한 무기는 없다는 사실도 계속 깨닫고 있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저도 제가 어떤 창작자인지 아직 모르겠거든요. 어떤 모습이든 좋은 쪽으로 기억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아, 기억되고 싶지 않은 모습은 하나 있어요. 감 없는 퇴물 창작자는 되도록 피하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아이디어보부상의 이상적인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면 잘 모르겠어요. 근 1년 사이에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아이디어보부상의 최종 모습은 어떤 형태일지 많이 고민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먼 미래는 너무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 이게 이상적인 미래였구나’ 깨닫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Artist
아이디어보부상은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콘텐츠 크리에어터다. 평범한 일상 속 불편과 고충을 발견하고 쓸데없는 아이디어로 솔루션을 제시하며 유머와 공감을 녹여내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