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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

Writer: 황형신
황형신, Hwang Hyungshin

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황형신 작가는 아트 퍼니처에 집중하는 가구 디자이너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건축적인 요소에서 영감받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요. 얼마 전 «월페이퍼Wallpaper*» 매거진 커버에 작업이 실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그는 좋아하는 건축가의 멋진 건물 안팎을 요모조모 뜯어보며 내부에서 머무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으로 스트레스도 슬럼프도 털어내는 편이에요. 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내적으로 자기 자신을 굳건히 믿은 후로는 어떤 상황이 와도 평온한 상태에서 창작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조급해하지 않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진실되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기. 쉬우면서도 무척 어려운 세 가지를 늘 생각할 때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작가뿐 아니라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황형신 작가. 그가 털어놓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창작자의 팁을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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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Wood Floor Lamp›, 2024,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가구 디자이너 황형신입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건축적 요소에서 영감받아 조형적인 가구를 제작하고 있어요. 전시 및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중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구체적인 앞날을 그려보지 못했어요. 취업이나 졸업 후 현실을 받아들이기 두렵기도 했고, 내 것을 만든다는 매력에 미련이 남아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의 존재가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는 데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덕분에 혼자였다면 불확실성과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못했을 여러 시도―가령 새로운 작업이나 전시에 참여하는 일―에 의지를 다지고 지속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어요.

황형신, Hwang Hyungshin

‹금속사물›, 2022, «apmap 2022 seoul apmap review»,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P, 황형신, Hwang Hyungshin

‹목재사물›, 2022, «apmap 2022 seoul apmap review»,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이맘때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단독 작업실을 처음으로 마련했어요. 대학원 수료 이후 성수동에 처음으로 작업실을 구한 이후 지금까지 세 번을 옮겨 다녔죠. 산업 용도로 쓰이던 건물이라, 약 15평 내외의 방 네 곳을 나란히 이어서 60여 평의 공간을 확보했어요. 목재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라, 전체 공간의 반은 목공 기계설비로 채웠고요. 나머지 방 두 개 중 한 곳에서 마감이나 작업 포장을 주로 진행하고, 다른 곳은 평소 사무실로 쓰고 있어요. 작업을 촬영하는 공간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어느새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정리하고 보완할 요소가 곳곳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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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ed Steel›, 2023, «매일,예술», 서울시립미술관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건축과 관련한 여행이 영감과 에너지의 가장 큰 원천입니다. 평소 좋아하는 건축가의 멋진 건물을 관찰하며, 내부에서 머무는 시간이 커다란 행복으로 다가와요. 외형의 스케일이나 조형미, 내외부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이를 적용하는 방식, 오래오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재료를 사용한 방식 등을 찬찬히 살피며 마음에 담아놓으려고 해요. 팬데믹이 터지기 전에는 정말 여행을 좋아했는데, 코로나와 육아로 인해 최근 건축 기행을 못 간 지 꽤 되었어요. 머지않은 미래에 얼른 가족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Stairway to Heaven›,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창작의 의미가 결과물을 만들기 전까지의 콘셉트나 형태 스케치와 관련한 부분이라면,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요소를 계속 교차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예컨대, 기능, 재료, 디테일, 스케일, 촉감 등을 버무린달까요. 만약 창작 과정이 실물 제작과 관련한다면 너무 평이하게 보일 것 같네요. 제가 다루는 재료가 주로 나무와 금속이라서, 크게 특별한 과정이랄 게 없거든요. 조금 더 정성 들여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의 차이인 듯해요.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Low Table›, 2024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Low Table›, 2023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Desk›, 2023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부산에 위치한 ‘오초량’이라는 공간에서 단체전을 열었는데요. 이를 위해 제작한 신작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동일한 규격의 황동 판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파티션(병풍)과 낮은 높이의 콘솔(장식장)입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맞춤 작업을 했는데요. 오래된 일본식 가옥을 보존한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일본 특유의 그리드와 평면 구성, 재료를 다루는 방식을 면밀히 살펴서 작업에 반영했습니다. 저는 형태를 만들 때 치수를 규격화하는 일을 선호하는데요. 이번 작업에서는 완전히 모듈화한 크기의 조각을 통해 형태 및 부피를 만들고 기능을 부여하려고 노력했어요. 황동 판재는 각각 수작업으로 샌딩 및 착색 작업을 거친 후 나무로 제작한 구조 위에 못으로 고정해 마무리했습니다.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Low Console›, 2024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Low Console›, 2024, «에디터갑의 집», 오초량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 나름의 조형 언어를 새로운 작업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집중했어요. 건축적 요소에서 영감받은 은유적인 표현을 위해 전시 공간의 특성을 결과물에 조금이나마 담아보려고 노력했고, 소재를 다루면서 조화로운 마감과 깊이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Room Divider›,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언제나 작업이 끝날 즈음,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생각한 대로 잘 나오거나. 결과물 자체가 마음에 들 때 찾아오는 만족감도 있지만, 대체로 ‘다음에 이렇게 하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보완할 부분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요. 대부분의 창작자가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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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ed Steel Bench›, 2024, «에디터갑의 집», 오초량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Steel Chair›, 2024, «에디터갑의 집», 오초량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작업, 미팅, 집안일, 이렇게 세 가지만 반복 중입니다. 너무나도 단조로워서 이렇게 설명하려니 난감한 부분도 있네요. 출근 후 커피 한잔, 점심 먹고 작업, 퇴근 후 집안일 및 육아를 하는 단조로운 생활 패턴이 제가 봐도 이상하긴 한데, 그 익숙함을 꾸준히 반복 중입니다.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작업 면에서는 독특한 관심사를 갖기보다 현재 진행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작업 외적으로는 올해 안에 어디로든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열망이 있답니다. 현재 제 삶의 유형이 동일한 일과를 반복하는 중이라,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자리 잡고 있어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작업은 스스로 바라보는 인상적 대상, 즉 건축에 대해 재해석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태도가 얼마나 깊게 반영되는지 속단하기 힘든데요. 계획적으로 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는 성향이 작업 형태를 좀 더 규칙적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크기나 부피를 정할 때는 제 나름의 규칙을 두고 만드는데, 3의 배수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기준이 워낙 명확해서 그런지 다양한 작업을 하더라도 조형적으로 일관된 성향을 띄는 느낌입니다.

황형신, Hwang Hyungshin

‹Layered Wood Dining Table›, 2023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던 30대 초반에는 슬럼프가 종종 찾아오곤 했던 것 같은데요. 내적으로 자기 확신을 가지게 된 후로는 심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물론 바쁜 스케줄이 생기면 그로 인한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큰 데미지가 생기진 않는 느낌이에요. 과거 슬럼프가 가장 크게 찾아왔을 때 여행을 통해 생각 정리를 하고 왔던 기억이 있네요. 확실히 여행이 여러 면에서 제게 많은 에너지를 주네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는 부분입니다. ㅎㅎㅎ 온전히 제가 육아를 전담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제 작업 일정과 가정에서의 역할 간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할 때 머리가 복잡해져요. 예전에는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을 온전히 제 의지와 계획에 맞춰 설정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시간을 많이 쪼개고 일을 주변에 분담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생겨서 열심히 적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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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Wood Conference Table›, 2022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조급해하지 않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진실되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기. 이렇게 세 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어요. 창작자로 활동하며 제 경험과 주변의 다양한 상황에서 체득한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확신합니다. 활동 초기에는 성과를 빠르게 이루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때가 있었는데요. 당시 얻은 성과가 종국에는 진정한 내 것이 아니라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실패한 경험도 상당했고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님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라고 강조하셨는데, 지금은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다양한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에게도 진심으로 대하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진심이 쌓인다고 믿어요. 최선을 다하는 하루는 무척이나 당연하지만, 중요하고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가 지속성을 얻게 된다면 꼭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봐요.

황형신, Hwang Hyungshin

‹Blue Wood Dining Set›, 2024

황형신, Hwang Hyungshin

‹Blue Wood Desk›, 2024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자기 확신을 가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아하는 걸 한다고 모든 순간 일이 잘 풀리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럴 때 위기가 크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그런 위기를 맞이했을 때 창작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많이 떨어졌고 내적인 흔들림도 컸거든요. 크고 작은 위기를 마주할 때 자기 확신이 없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수정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느려도, 힘들어도 자기 자신을 믿을 때 좋아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어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기대치나 바람은 없어요. 제가 만든 결과물이 기억된다면 창작자로서 진심 기쁜 일이지 않을까요. 저를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랜 시간 본인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합니다.

황형신, Hwang Hyungshin

‹Square Composition›, 2024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미 이상적인 미래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희망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이를 사람들이 사용하고 소비하는 상황에 충분히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살다 보면 조금 먼 미래에는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거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Artist

황형신은 아트 퍼니처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홍익대학교에서 목조형가구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유년 시절 바라본 도시 환경 속 기하학적 건축물의 모습과 끊임없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허물어지는 도시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다. 대표작인 ‹레이어드› 시리즈를 통해 재료를 쌓고 덩어리를 만든 후 이를 다시 가구의 형태로 구축하는 조형적인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 지갤러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베를린 국제디자인페스티벌, 도쿄 디자이너스위크, 프랑스 포트토닉 아트센터, 밀라노 트리엔날레, 밀라노 디자인 위크 등 국제적인 디자인 전시를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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