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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26년 10월의 12/7: 김심야, 호소노 하루오미

Writer: 하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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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치 앨범과 7인치 싱글, 나란히 놓인 두 신보를 함께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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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 번, 명상을 합니다. 30대 중반까지 엄격한 유물론자로 살아왔는데,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김심야와 호소노 하루오미Haruomi Hosono도 명상을 합니다. 결혼 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김심야는 ‘숫타니파타’를 읽으며 불교철학의 형식을 음악에 녹이는 실험을 «Dogma»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호소노 하루오미는 YMO(Yellow Magic Orchestra) 시절 힘들었던 순간을 명상으로 극복했습니다. 올해는 불교에서 자비의 개념을 빌려온 앨범 «Yours Sincerely»를 완성했고요. 그들 또한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음악은 아티스트의 현재를 시간의 축에 기록하는 일이기에, 그들의 음악 또한 그렇게 되었겠죠? 이번 달 24/7은 김심야와 호소노 하루오미가 발표한 음악에서 ‘그렇게’를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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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의 앨범 커버 이미지

2026년 10월의 싱글 커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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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심야, «Dogma»

앨범의 제목 «Dogma»에 대해 김심야는 그간 자신이 음악을 만들며 지켜온 독단적인 신념과 독선을 뜻한다 밝혔다. 내가 앨범의 제목을 듣고 음반을 들으며 떠올린 건 ‘도그마 95’ 선언이었다. ‘도그마 95’ 선언은 할리우드의 상업 영화에 반기를 들고, 계명의 형태로 10개의 형식을 통해 영화 산업에서 새로운 예술 사조를 만들려는 운동이었다. 형식은 그 자체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선불교를 세상에 알린 스즈키 순류의 책 «선심초심»에는 좌선 명상을 이렇게 소개한다.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은 바른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수행 목표입니다. 바른 자세로 앉으면 저절로 바른 마음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마음 상태를 얻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선불교의 좌선 명상에서 자세라는 형식은 곧 마음이다.

«Dog»부터 불교 철학을 자신의 음악에 녹이려 한 김심야의 작업은 형식의 탐구로 이어지고 있다. «Dog» 때부터 같이 작업하던 cjb95와 ccr에 이어 그들이 운영하는 레이블 사운드서플라이 서비스Soundsupply_Service의 아티스트 마운트 XLR(Mount XLR)이 «w18c»부터 합류하고, 김심야의 음악은 익스페리멘털 힙합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가 전에 발표한 EP «w18c»의 뜻은 ‘White 18 Cubits’의 약자로 부처님이 왕자 시절 출가할 때 탔던 백마를 뜻한다. 푸르스름한 빛 아래 백마가 전면을 채운 앨범의 커버처럼 «Dogma»는 «w18c»에서의 시작한 실험을 정규 앨범의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음원이 공개되기 전 발매된 «Dogma»의 실물 음반은 부다 머신Buddha Machine이라는 기기의 형식을 택했다. 부다머신은 중국의 전자 음악 뮤지션 FM3가 만든, 앰비언트 사운드를 반복 재생하는 장치다. 재생과 정지 버튼만 있고 곡을 스킵할 수 없는, 형식이 그대로 음악이 된 기기다. 부다 머신에서 김심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하는 플레이어 버전의 곡을 새로 작업해 배치했다. 그리고 디지털 음원 서비스 페이지에는 이런 소개글을 남겨 뒀다. “도그마는 피지컬계와 디지털계에 공존합니다.”

«Dogma»을 여는 첫 곡 ‹Me Life & Nothing Else›은 제목처럼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비트 없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오스트리아의 프로듀서 시드 림(CID RIM)이 멕시코시티에서 녹음한 길거리 압력솥의 소리부터 여성 소울 보컬의 멜로디,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는 소리 등 여러 샘플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전반부. 비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후반부. 곡에서 계속 등장하는 단어 Parley(대립하는 두 집단이 갈등을 끝내기 위해 가지는 회담이나 교섭)처럼 가사에서는 끊임없이 두 개의 존재가 부딪히고 있다. 여기서 김심야는 마음속 번뇌를 비우고 지우며 다음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Move My Feet›에서는 두 스타일의 비트에서 같은 가사가 반복된다. 같은 플로우지만 두 랩이 청자에게 전하는 감각은 같지 않다. 처음 힙합 비트에 흐르던 가사가 이전 김심야의 날카로움이 강조된 래핑이라면, 빠른 일렉트로닉 비트에 흐르던 가사는 상대적으로 비트와 하나의 사운드처럼 들린다. 전자가 메세지를 눈앞에 들이댄다면, 후자는 메세지에 녹아들게 만든달까. 다음 곡 ‹T-H-I-R-S-T-Y›에서는 아예 김심야의 랩은 리버브 효과로 멀어져 있고 비트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러한 연출이 절정에 달하는 건 ‹HDI HDI HDI HDI HDI HDI›다. 프로듀서 ccr은 칩멍크 소울 스타일의 사운드에 풋워크의 작법을 빌려 김심야의 데모곡 ‹100 Drops – OG›의 랩을 샘플링한 뒤 자르고 붙여 리듬의 일부로 만든다.

김심야는 기존 힙합의 16마디 벌스에 집착하지 않고, 같은 구절을 반복하고, 자신의 랩이 사운드의 수단으로 쓰이는 방법까지 택했다. 실제로 그는 앨범의 제목은 «Dogma»지만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친구와 레이블 BANA의 의견에 귀 기울여 작업했다고 밝혔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다히Dahi가 참여한 ‹Keep Counting›은 그의 음반에서 비교적 힙합 장르의 전형 가까운 곡이다. 그는 자신 음악의 원형으로 돌아와 숫자를 센다. 숫자를 세는 건 명상의 첫 단계이기도 하다. 숫자를 세고 호흡을 의식하고 나와 세계를 알아차리다 보면 어느 순간 좌와 우, 위와 아래, 과거와 미래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 온다. 그리고 눈을 뜬다. 다시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속세. 돌아가는 드럼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다시 동그라미를 그리며 원점으로 돌아간다. 자, 이제 «Dogma»를 다시 첫 곡부터 들을 시간이다.

Musician 소개

김심야는 레이블 BANA(Beasts and Natives Alike) 소속의 래퍼로, 2010년대 힙합 그룹 XXX의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Dog», 2023년 EP «w18c», 2026년 «Dogma»로 이어지는 솔로 디스코그래피에서 익스페리멘털 힙합과 전자음
악을 오가는 작업을 이어 왔다. «Dogma»는 cjb95·ccr·Mount XLR(Sound Supply Service), 오스트리아 프로듀서 Cid
Rim, 오혁, DJ Dahi 등이 프로듀싱·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실물 음반은 ‘부다 머신’ 형태로 제작돼 한정판으로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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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노 하루오미, ‹Stella (Yours Sincerely Version)›

‹Stella (Yours Sincerely Version)›는 호소노 하루오미가 2026년 9월에 발매한 «Yours Sincerely»의 확장판에 수록된 곡이다. 확장판 뒤에는 ‘(Stella Vers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앨범의 제목에는 곡의 이름이, 마지막 순서로 수록된 곡에는 앨범의 이름이 버전으로 붙은 셈이다. 곡과 앨범이 서로를 향하는 회전문 같은 구성이랄까. «Yours Sincerely»는 불교에서 유래한 자비와 모성애를 바탕으로 지구를 감싸는 모성적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일본어 ‘思いやり(배려)’라는 표현을 영어로 옮기지 못해 편지의 맺음말인 ‘Sincerely’를 제목으로 택했다. 이름처럼 록, 일렉트로닉 음악, 게임 음악, 포크 등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온 그의 작업 중 가장 평온하고 따뜻한 앨범이다.

수록곡 ‹Stella (Yours Sincerely Version)›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2003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곡의 원곡은 호소노가 다카하시 유키히로와 결성한 듀오 SKETCH SHOW의 2003년 작 «LOOPHOLE»에 실렸다. 둘은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YMO의 멤버이기도 하다. 일본 음악의 전설을 만든 이들이지만, 흐르는 시간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다카하시와 류이치는 2023년 각각 세상을 떠났다. 이제 세상에 남은 건 호소노뿐. 그 역시 올해 9월에 열리는 공연 직전 심장 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호소노는 수술 전날 새벽까지 ‹Stella (Yours Sincerely Version)›를 믹싱했고, 수술 며칠 후 진행된 도쿄 리퀴드룸 공연에서 앙코르곡으로 처음 이 곡을 혼자 불렀다.

«LOOPHOLE»에 실린 원곡은 신스 글리치와 노이즈 등 다양한 사운드 효과 뒤로 잔잔하게 보컬이 흐른다. 이에 비해 호소노 하루오미 버전의 ‹Stella›는 차분하지만 보다 선명하다. 곡의 초반과 종반에 원곡을 연상하게 하는 사운드가 잔향처럼 들리고 나머지는 기타와 드럼머신 위로 호소노의 보컬이 또렷하게 들린다. 호소노는 원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밝혀왔다. «Yours Sincerely»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은 많지 않다. ‘사람은 사라지고, 빛나는 별과 함께 산다. 너도 스타더스트, 별의 조각. 나도 스타더스트, 별의 끝’. 그런 호소노의 목소리로 흐르는 노래는 마치 지금 다시 부르기 위해 써 둔 가사 같다.

«Yours Sincerely»를 발표하며 호소노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저는 이제 78세이지만, 지금부터는 제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낼 미지의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는 동시에, 예전 자아의 음악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생활을 총 집성한 디지털 뮤지엄 ‘HOSONO MANDALA’를 만들고 있다. 만다라는 부처의 깨달음의 경지를 그린 그림이다. 재작년 그는 1973년에 발표한 자신의 대표 앨범 «Hosono House»를 동시대부터 현시대의 전 세계 아티스트가 커버한 앨범 «Hosono House Covers»를 발표하기도 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의 과거는 어떻게 다시 미래로 향할까. 호소노 선생님. 부디 오래 건강하세요.

Musician 소개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는 1947년생, 1969년 밴드 Apryl Fool로 데뷔했다. 1970년에는 마쓰모토 다카시(松本隆)·
오타키 에이이치(大瀧詠一)·스즈키 시게루(鈴木茂)와 포크록 밴드 해피엔드(はっぴいえんど)를 결성해 일본 대중음악
사에 한 획을 그었고, 이후 1978년 사카모토 류이치·다카하시 유키히로와 Yellow Magic Orchestra(YMO)를 결성한 일본
전자음악의 1세대 인물이다. YMO 해체 후에도 솔로·프로듀서로 활동을 이어 왔고, 2002년 다카하시와 듀오 SKETCH
SHOW를 결성해 «Audio Sponge»(2002)·«LOOPHOLE»(2003) 등을 발표했다. 2026년 발표한 23번째 정규작 «Yours
Sincerely»는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믹싱했으며, ‹Ayurveda› ·‹Figlio Perduto› 등에서 하라다 이쿠코·가쿠도 마나미가
코러스로 참여했다. 같은 해 데뷔 57년째를 맞아 디지털 뮤지엄 ‘HOSONO MANDAL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6년 10월 플레이리스트

Writer

하박국(@HAVAQQUQ)은 콘텐츠와 이벤트를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음반을 만드는 사람이다. 2002년 음악 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해, 100여 개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 2012년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YOUNG, GIFTED&WACK Records)를 설립, 50여 장의 앨범을 제작했다. 주로 전자 음악 필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 최초의 전자 음악 페어 암페어(Amfair)를 개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사운드를 주제로한 ‘소음인가요’ 전시를 공동 기획했다. V Live의 캐스퍼라디오 음악 인터뷰 프로그램 ‘하박국의 박국박국해’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비디오 팟캐스트 ‘음이온 라디오’를 제작 및 진행하고 있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DIY 뮤직 가이드 북›, ‹씬의 아이들›의 공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