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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cha!

Gacha! 소금과 다시마 조원현·윤해빛찬이 뽑은 것

Editor: 방현식
, Photographer: 박영감
header_소금과 다시마

GACHA!

흥미로운 인물에게 랜덤 질문을 던집니다.

가챠는 일본말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의 준말입니다. 작은 기계에서 나는 시끄러운 금속음을 말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랜덤하게 캡슐을 뽑는 게임으로 익숙해요. 저희는 이 가챠 시스템을 인터뷰에 적용했어요. 궁금한 질문을 마구 그러모은 후 인터뷰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 대화를 청합니다. 보통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나겠죠?

비애티튜드의 모험에 올라탄 다섯 번째 주인공은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는 조원현·윤해빛찬 대표입니다. 일본 길거리에서 마주칠법한 이자카야가 우후죽순 생기는 요즘, 한적한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소금과 다시마는 편안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메뉴로 사람들의 감각을 사로잡았어요. 알고 보니 ‘시오라멘’으로 이름을 알린 ‘담택’의 조원현 대표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한 윤해빛찬 대표가 합심해서 만든 가게라는 사실! 묵묵하고 담담하게, 자신만의 길을 닦아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금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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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해빛찬, 조원현

◑ 요즘 요식업계의 트렌드가 있을까요?

조원현(이하 원현): 이자카야로 특정하자면 간판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메뉴까지 일본 길거리에 실제로 있을 법한 가게를 재현한 곳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느낌을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결국 가게에 오시는 손님은 한국 분들이잖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일본 이자카야에서 파는 음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한국 분들의 입맛을 고려했어요. 그래서 맛을 조정하거나 다른 재료를 넣어보며 개량하는 등 저희만의 색을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가게명 또한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써서 ‘소금과 다시마’라고 짓게 되었어요. 

┗ ‘소금과 다시마’라는 가게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원현: 저는 근방에 ‘담택’이라는 라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담택의 대표 메뉴가 ‘시오라멘’인데요. 여기서 ‘시오(しお)’는 소금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찬이는 이자카야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운영하면서 다시마를 우린 육수로 내어놓은 오뎅으로 인기를 얻었거든요. 각자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가게를 열어보자는 마음으로 소금과 다시마를 따서 가게명을 ‘소금과 다시마’라고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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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는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윤해빛찬(이하 찬): 가게 콘셉트와 이름을 먼저 정하고 메뉴를 구상했어요. 그래서 가게명에 등장하는 소금과 다시마를 어필하는 메뉴를 기획했죠.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시오콘부 파스타’는 이름처럼 ‘시오(しお, 소금)’와 ‘콘부(こんぶ,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예요. 소금에 절인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올린 덕에 소금과 다시마 본연의 맛과 향긋한 표고 향이 잘 어우러집니다. 현재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한 지 1년 정도 됐는데요. 소금과 다시마를 활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테스트하면서 이제 딱 알짜배기 메뉴만 남은 것 같아요. 

┗ 손님들로부터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를 꼽아주세요.

찬: 앞서 말씀드린 시오콘부 파스타를 많이 찾으세요. 주말에는 오후 4시부터 오픈하니까, 일찍 오시는 분들은 허기를 달랠 겸 드시는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는 ‘시오 가라아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아, 마 튀김도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이자카야에서는 잘 팔지 않는 메뉴라서요.

원현: 겨울에는 한정 메뉴인 ‘오뎅 모리아와세’도 인기가 많아요. 다른 메뉴도 그렇지만, 오뎅은 찬이가 육수를 내는 것부터 재료 손질까지 정성을 담아 준비하고 있어요. 맛은 정말 보장하니까 한 번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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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두루뭉술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좋은 식당’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기본을 지키는 가게가 좋은 가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오뎅을 예로 들자면, 저희는 오뎅 메뉴를 내어놓는 데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소요됩니다. 구성은 다른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찬이가 매일 영업 시작 전에 2~3시간 먼저 나와서 재료 손질을 해요. ‘스지(すじ, 소 힘줄)’의 기름기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메뉴에 들어가는 6~7가지 재료를 꼼꼼하게 정리합니다. 냄새 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고 오뎅 국물에 넣어버리면, 모든 재료에 불쾌한 맛이 더해져요. 누군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은 꼭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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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재고 관리도 기본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당일 아침에 받은 재료는 당일에 소진할 수 있도록 업체에 주문하는 편이에요. 특히 채소는 하루 이틀만 냉장고에 둬도 신선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재고관리뿐 아니라 매장 청소 등 기본 사항만 잘 지키면 오래가는 가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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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만 원이 넘지 않는 메뉴로 구성한 점도 의외였어요.

원현: 편의점 같은 가게가 되고 싶었어요. 혼자 와도 부담 없이 드시고 가는 곳이기를 바랐죠. 그래서 가게의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누군가의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편안하게 꾸몄어요. 제 아내인 윤아가 집에 있는 소품을 다 가져왔죠. 지금 가게 한쪽 벽에 걸린 카펫은 실제로 저희 집을 장식하던 카펫이에요. 그 옆에 걸린 옷도 제가 입던 옷이고, 옷걸이에 제 모자도 걸어뒀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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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다 보면 꼭 티가 나던데요. 소금과 다시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신기해요.

김윤아(이하 윤아) : 저희 집을 꾸민다고 생각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에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품을 가게에 들고 왔거든요. 벽에 붙어 있는 잡지들도 저희가 읽고 싶어서 일본에서 사 온 거예요. 내 방에 붙일 포스터를 고민하듯, 가게 벽에 사진을 붙였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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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이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원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많았죠. 막상 가게를 열고 운영을 해보니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가게 리뷰에 항상 좋은 글만 올라올 수 없잖아요. 담택의 경우 손님들이 가장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 웨이팅이었어요. 가게 밖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들어오면, 이미 지친 상태라서 맛있는 걸 먹어도 맛있다고 표현하기 쉽지 않죠. 그렇게 좋지 않은 리뷰들이 쌓여가는 걸 보면서, 처음에는 매장을 넓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은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고민이 쌓일수록 ‘이제 그만 가게를 접어야 하나?’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소금과 다시마를 운영하면서 정신을 많이 붙잡았어요. 찬이와 이런저런 고민을 주고받고,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다시 얻었죠. 그런데 자영업 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언젠가 마주치기 마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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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가게 하시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줄 위를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자주 말씀하세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죠. 매출이 잘 나오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불안하고,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면 ‘큰일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거든요. 마음 한구석이 늘 불안한 채로 살아가게 되죠.

원현: 그래서 늘 새로운 모습을 손님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특히 새로움에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모습이 없으면 사람들 기억에서 점점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신메뉴를 꾸준히 개발하고, 소금과 다시마처럼 새로운 콘셉트로 가게를 오픈하는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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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원현: 찬이의 강점은 확실하죠. 투박한 얼굴에 비해, 굉장히 섬세합니다. 재고 관리부터 청소까지 꼼꼼히 하면서 매장을 챙기는 친구예요. 누군가는 귀찮다면서 하지 않는 일을 묵묵하게 해나가는 사람이죠. 

찬: 원현이는 브랜딩에 능한 친구예요. 많은 분의 사랑을 받는 담택을 기획했고, ‘소금과 다시마’라는 이름도 원현이 아이디어였어요.

윤아: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각자의 장점이 확실한 것 같아요. 찬이 오빠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고, 기본에 충실한 맛을 아주 잘 내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원현 오빠는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면 서로 메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가져오는데요. 원현 오빠는 중식에서 자주 쓰이는 재료를 일식에 넣거나, 양식 조리법을 일식에 적용하면 어떨지 등의 색다른 제안을 많이 해요. 찬이 오빠는 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이 뚝딱뚝딱 신메뉴를 완성해 내죠. 옆에서 보다 보면 둘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하곤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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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생연분의 시작은 언제였는지 기억하세요? (웃음)

원현: 10년 전쯤인 것 같아요. ‘멘야산다이메’라는, 시대를 풍미했던 라멘집에서 처음 만났어요. 점장으로 있던 중학교 선배가 일을 도와달라고 연락을 주셔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요리를 시작했죠. 그전에는 요리에 흥미가 없었는데, 가게에서 일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워 나갔어요. 

┗ 이전에는 따로 주방에서 일을 하신 적이 없고요?

원현: 그렇죠.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부터 기름때 묻혀가면서 일을 배웠어요. 

찬: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전에 주방 보조로 잠깐 일하긴 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일을 시작한 건 멘야산다이메부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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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공부가 어렵지는 않으셨어요?

찬: 주방 분위기가 조금 삭막하기는 했죠. 하하. 

원현: 선배들한테 욕먹어가면서, 바짝 긴장한 채로 배웠어요. 그런데 어차피 잘해도 욕을 먹기 때문에, 크게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자 교자를 만들었고, 그다음에는 부타동이나 돈부리 같은 덮밥을 만들며 요리를 배워갔어요. 그렇게 반년이 지나서야 라멘을 만들 수 있었죠. 

┗ 멘야산다이메에서 일을 배우시고는, 바로 담택을 준비하셨던 건가요?

원현: 멘야산다이메를 그만두고 바질라멘으로 유명한 합정의 ‘잇텐고’에서 일했어요. 여기서 요리뿐만 아니라 가게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인테리어를 갖추는 것도 가게 운영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게 두 가게에서 배운 점을 바탕으로 2018년 겨울, 윤아와 함께 담택을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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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저는 멘야산다이메에서 일하다가, 일본으로 훌쩍 떠났어요. 가게에 일본인 친구가 많아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낮에는 일본어 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요. 주방에서 다시 설거지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일을 배우면서 요리 공부를 했죠. 일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잇텐고에서 원현이와 해후해 함께 일하다가, 쿠시야키바 윤해빛찬을 열겠다는, 어떻게 보면 잘못된 선택을 했죠. (웃음) 서교동에 오픈할 때가 2021년이었는데, 팬데믹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어려운 시기를 버티다가 결국 가게를 접고, 팬데믹이 조금씩 사그라져 갈 때쯤 원현이와 함께 소금과 다시마를 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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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이 동업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찬: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좋았어요. 원현이가 아이디어로 가득한 친구라서, 메뉴 기획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메뉴를 완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원현: 업계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기업을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소금과 다시마처럼 콘셉트가 확실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프랜차이즈 사업도 하고 싶다는 계획을 함께 구상했죠. 현재는 소금과 다시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함께할 팀을 모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근처에 바(bar) 겸 카페 ‘선플라워’를 오픈한 것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저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까닭이었죠.

┗ 담택, 쿠시야키바 윤해빚찬, 소금과 다시마, 선플라워까지 모두 서교동에서 시작했어요. 이 동네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있으신 것 같아요.

찬: 제가 여기에서 꽤 오래 살았어요. 10년이 넘었답니다. 근처 망원동과 홍대에 비해 한적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지닌 동네 주민들이 많아서 좋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살다 보니까 서교동에 가게를 내는 데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서교동을 주로 찾는지, 성비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연령대가 많은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어요. 홍대 앞, 합정동, 망원동을 자주 거닐면서 어떤 가게가 잘 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죠.

원현: 만일 회사를 세운다면, 이름에 꼭 ‘서교’를 넣고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강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저희가 처음 만나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역이 멘야산다이메가 자리했던 서교동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끝장을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중에는 서교동을 저희 가게로 꽉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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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손님들이 소금과 다시마를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공통적인 정서가 느껴지시나요?

찬: 일본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좋아하는 분들이 주로 찾으시는 것 같아요. 요새 느끼기엔 손님 중 여성분들의 비중이 80%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은데요. 특히 혼술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소금과 다시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윤아 씨가 관리한 덕분 아닐까요? (웃음) 

┗ 인스타그램에서 가게 홍보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윤아: 가게 정보만 단순히 전달하는 편은 아니에요. 직원들과 함께한 술자리 사진, 여행에서 찍은 원현 오빠와 찬이 오빠의 사진을 올리기도 해요. 기업이나 큰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계정이 아니라, 지인의 계정, 혹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계정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덕분에 손님들도 마치 아는 친구의 집에 놀러 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 지금 가게 안을 쓱 둘러보니, 메뉴판부터 인테리어까지 자연스러운 손때가 묻은 느낌이라 더욱 친구 집 같은 기분이 들어요.

윤아: 저희 메뉴판도 사실 제가 아이패드로 그렸어요. 집에 프린터랑 코팅기가 있어서 손수 제작했답니다. (웃음) 코스터와 의자 등받이 커버도 제가 직접 뜨개질했고요. 가게 벽에 걸린 카펫, 원현 오빠의 재킷, 화장실 문 앞에 붙인 잡지, 일본 아리타에서 사 온 잔과 그릇, 그리고 태블릿으로 직접 그린 메뉴판과 로고까지 모두 저희 손때가 묻어 있죠.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으로 가게 홍보를 할 때, 저희 집에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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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단골이 있으세요?

찬: 혼자 오는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니까 아무래도 한마디라도 더 안부를 묻게 되더라고요. 물론 손님과의 대화는 제가 봐도 아직 어설픈데요.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오히려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라면, 배우 안재홍 씨를 꼽지 않을 수 없네요. 재홍이 형이 가게 근처에 살아서 자주 오시거든요.

원현: 저는 식사를 다 하신 후 계산하고 나가시면서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한 마디 남겨주시는 분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사실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맛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없던 힘도 생기더라고요. (웃음) 

┗ 요새는 손님과 가게 주인과의 접점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 같아요.

원현: 가게 문 옆에 키오스크를 둬서, 주문도 키오스크가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아예 선불 결제 시스템까지 구비한 곳도 많죠. 가게 운영 면에서는 직원이 직접 테이블로 가서 주문을 받아오는 것보다 훨씬 편할 거예요. 주문 실수가 생길 일도 없고,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모습이 조금 삭막해 보이더라고요. 특히나 소금과 다시마처럼, 공장화가 되지 않은 로컬 음식점이라면 기계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좋은 것 같아요. 가게와 손님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이 가게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찬: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을 해줬네요, 원현이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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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기고 싶은 물건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원현: 저는 주짓수 도복, 레슬링화, 그리고 러닝화는 꼭 챙기고 싶어요.

윤아: 요리랑 너무 동떨어진 것들 아닌가요? (웃음)

원현: 여행은 쉬러 가는 거니까요. 하하. 특히 세 가지 중에도 주짓수 도복은 꼭 챙기고 싶어요. 지난번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 혼자 주짓수 도장에 들렀는데요. 한국에서 할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 있더라고요. 세계 어디에든 주짓수 도장은 있으니까 배낭에 도복을 꼭 챙겨서 다양한 나라의 도장에 방문해 보고 싶어요. 

┗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시나요?

원현: 자주 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지더라고요.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끊어서 다니고 있죠. 그런데 사실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침대에 누워서 소셜미디어를 둘러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거예요. (웃음)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요. 요즘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보고 있어요. 생크림 가득 담긴 빵을 베어 물며 좋아하는 드라마와 옛날 예능을 보는 일이 가장 큰 힐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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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대표님에게는 여행 갈 때 꼭 챙기고 싶은 물건이 무엇일까요?

찬: 저는 간단하게 다니는 편이라서요. 핸드폰과 충전기만 있으면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꼭 챙기는 물건이라면… 칫솔? 제가 양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교정을 했을 때부터 사용하는 모델이 있는데, 제 잇몸에 딱 맞고 솔이 부드러워서 늘 들고 다녀요. (웃음) 

원현: 저는 또 하나 생각났는데, 몽블랑 펜하고 노트를 꼭 들고 다닙니다. 

찬: 갑자기 지어낸 거 아냐? (웃음)

원현: 올해부터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려고 마음먹는 중이거든요. (웃음) 핸드폰 메모 앱보다 노트를 펼쳐서 볼펜으로 메모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장모님께서 비싼 몽블랑 펜을 사주셨기도 하고요. 일본에 가면 커피숍에 앉아 사업 구상을 하거나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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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면, 세 분이 일본에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

윤아: 담택과 소금과 다시마에서 일하셨던 분 중에서 일본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직원들의 얼굴도 볼 겸 일본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8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도 있고, 일본 집에 놀러 갈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쌓은 친구들도 많죠.

┗ 요즘 일본으로 여행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음식이 있을까요?

원현: 저는 후쿠오카 옆에 ‘우레시노(嬉野)’라는 동네를 추천하고 싶어요. 온천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 우레시노는 ‘미인 온천’으로 유명해요. 물이 엄청 미끌미끌해서, 온천에 들어가면 온몸에 오일을 바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레시노에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니까 전철 도시락인 ‘에키벤(駅弁)’을 드시고, 근처에 ‘사가(佐賀)’라는 큰 도시에서 지역 특산물인 소고기를 드신 다음에, 우레시노에 들러 온천을 즐기고 생맥주를 한 잔 마시면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윤아: 저는 원현 오빠가 말한 곳 중 사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사가에 가면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아리타(有田)’에 꼭 들르는데요. 상품화에 실패한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요. 보통 유약이 잘 발리지 않아 못생긴 모양으로 완성되거나, 색깔이 정갈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그릇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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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두 대표님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원현: 아마 저희 둘이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새로 구상하는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설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편하게 일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거든요. 라멘을 주메뉴로 하되, 편하게 소주 한잔할 수 있는 곳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두고 먹는 것처럼요. 아까 말씀드렸던 몽블랑 볼펜으로, 열심히 가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웃음)

찬: 저도 새로 구상 중인 가게가 제일 설레요. 그다음으로는, 조금 개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최근 이성을 소개받았는데요. 그분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순간이 늘 설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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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조원현과 윤해빛찬은 오랜 시간 돈독히 쌓은 외식업 우정으로 일본식 주점 ‘소금과 다시마’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목표로 다양한 매장을 기획 중이며, 오래가는 단단한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Editor

방현식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롱블랙»을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Photographer

박영감(@khuss_goods)은 안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한 후 취미이던 사진을 업으로 삼은 비전공자 사진작가다.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분위기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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