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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네 손길이 빚은 새 풍경: BE@RBRICK in MCM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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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nterview

다채로운 대화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MCM은 늘 패션을 넘어서 조금은 엉뚱한 상상까지 탐험해 왔습니다. 2021년부터 이어진 BE@RBRICK과 진행한 협업도 그런 맥락이었죠. 그리고 이번 서울 프리즈 위크, 청담동 한가운데 자리한 MCM HAUS가 드디어 BE@RBRICK 전시로 문을 열었어요. 첫 시도라 그런지 공간부터 분위기까지 묘하게 설레는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400년 전통을 이어온 장인 브랜드 인덴야, 오트 쿠튀르를 무대 밖으로 확장해 온 노부키 히즈메, 그리고 아이의 옷에서 출발한 기억을 작품으로 풀어낸 켄 야시키까지, 세 창작자가 BE@RBRICK을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전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배경들이 한공간에서 부딪히고 어울리는 풍경은 그야말로 MCM이 지향하던 상상의 무대라고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만남이 결국 ‘MCM’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전통과 현대, 개인적인 서사와 보편적인 감각, 장인의 손길과 대량생산의 시스템이 모순처럼 보이면서도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순간, 그걸 직접 체험하는 일은 꽤 낯설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준비된 세 가지 한정판 아이템이 현장에서 깜짝 공개되는 이벤트까지! 이번 프로젝트는 MCM이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놀라움과 설렘을 나누는 존재라는 걸 보여준 전시였어요. 이 무대를 꾸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네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BE@RBRICK을 이끌어온 CEO와 진행한 인터뷰까지 더해 MCM과 BE@RBRICK의 새로운 상상을 함께 그려낸 장인과 창작자들의 솔직한 목소리, 그들이 만들어 낸 특별한 풍경을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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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파사드 전경, 서울 청담 MCM 하우스

건물 꼭대기에서 꼬냑 컬러 BE@RBRICK이 인사를 건네듯 내려다보는 풍경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노부키 히즈메의 쇼윈도였어요. 오트 쿠튀르 모자를 하나씩 쓴 BE@RBRICK들이 런웨이 모델처럼 늘어서 있는데, 그 자태가 우스꽝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우아하고 기묘하게 당당했죠. 그 앞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풍기는 작가님께 다가가 이번 전시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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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쇼윈도 전경

프랑스 최고 장인(MOF)으로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트 쿠튀르 헤드피스를 만들어 오셨죠. 대량생산의 아이콘인 BE@RBRICK을 캔버스로 삼으면서 어떤 지점에서 창의적인 시너지 효과를 도출하셨을지 궁금해요.

오트 쿠튀르는 단 하나뿐인 작업이고, BE@RBRICK은 장르를 넘어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아이콘이에요. 이번 협업을 통해 오트 쿠튀르의 섬세함이 새로운 형식 안에서도 이어지고, 또 다른 방식으로 전해지길 바랐습니다.
저는 오트 쿠튀르 작업을 하면서도 동시에 대량 생산을 위한 디자인을 해요. 결국 디자이너니까요. 이번에 BE@RBRICK을 모자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제 영역과 결합해 새롭게 풀어내면서, 디자이너로서 꿈이 현실이 된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설렘과 열망 덕분에 이번 프로젝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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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키 히즈메 디자이너

이번 프로젝트에서 BE@RBRICK에 올려진 모자들은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기준이나 고려를 통해 모자를 선택하셨는지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브랜드 HIZUME의 ‘Olympia Red’를 출발점으로 삼아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작품을 모티브로 BE@RBRICK의 형태에 맞게 조정하여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Olympia Red’를 BE@RBRICK과 융합하고 재해석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착용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의 모자는 그 자체로 완벽한 예술 작품처럼 보입니다. 모자를 패션 아이템으로 접근하시나요, 아니면 예술 작품으로 접근하시나요?

이런 관점은 제가 일본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감각에서 비롯된 거예요. 저는 제 모자를 기모노와 비슷한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기모노는 입기 위한 옷이지만, 때로는 벗어두었을 때 회화나 예술 오브제처럼 전시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늘 제 작업 바탕에 자리하고 있어요. 제가 만든 모자가 실제로 쓰이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쓰이지 않을 때도 하나의 오브제로서 아름답게 남았으면 합니다. 늘 이렇게 두 가지 면을 함께 고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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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쇼윈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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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쇼윈도 전경

이번 전시에서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의 교차점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다고 언급하셨는데,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어떤 것을 느끼고 가시길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제 작업에서 감동이나 영감을 느낀다면 물론 기쁘죠. 하지만 누군가 불편함이나 낯섦을 느낀다 해도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저는 독특한 범주나 감각에 속하는 작업은 본래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존재한다고 봐요. 관람객이 평소의 인식이 잠시 멈추거나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하길 바라기도 해요. 관객 안에서 오래된 감각이 흔들리고 새로운 시선이 자리 잡는 순간이 온다면, 그걸로 제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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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1층 전경

협업 과정에서 MCM의 브랜드 철학이나 BE@RBRICK의 형태도 이번 창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죠. BE@RBRICK의 형태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죠. MCM도 마찬가지예요. 모노그램만 봐도 어떤 오브제 위에 있든 즉시 브랜드가 떠오르니까요. 저는 그 정도의 디자인이야말로 하나의 완벽함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강렬하고 보편적인 시각적 정체성을 지닌 두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다는 건 디자이너로서 무척 매력적인 경험이었어요.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디자인에서 아주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MCM 그리고 BE@RBRICK과 협업하며 작가님의 작업 세계에 어떤 영감을 주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이번 경험은 제 작업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프로젝트에 어떻게 접근할지, 무엇을 만들지 그리고 어떤 길이 가장 나은 선택일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했죠. 그런 점에서 이번 협업은 제게 새로운 창작의 관점을 열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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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1층 미러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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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1층 미러룸 전경

1층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분홍빛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는 3층에는 꽃밭이 펼쳐져 있었어요. 코스모스가 흩뿌려진 정원에서 거대한 BE@RBRICK이 관객을 맞이하고 있고요. 벽면 가득 펼쳐진 PAUSE-Usa Usa› 패턴 속 얼굴들이 속닥대며 인사라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중심에서 켄 야시키 작가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습니다. 수염이 멋스러운 얼굴에 환한 미소까지 더해지니 작품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인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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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3층 COSMOS IN BLOOM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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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야시키의 ‹PAUSE –Usa Usa›,의 패턴과 키메코미 기법으로 재해석된 1000% BE@RBRICK

선생님의 작업은 개인의 기억이 담긴 직물을 활용한 ‘키메코미(Kimekomi)’ 기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 프로젝트에서 담아내고자 한 기억과 감정은 무엇인가요?

2016년 작업 PAUSE-Usa Usa› 는 아이가 0세부터 2세까지 입었던 옷으로 제작했어요. 그런데 이번 신작에는 지난 10년 동안 자라는 아이와 함께해 온 옷을 사용했습니다. 제게 키메코미 기법은 ‘희망과 소망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사용한 옷은 아이와 함께한 시간과 일상 속에 쌓인 기억이 그대로 배어 있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는 그 세월을 감사하는 마음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삶을 경외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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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SE –Usa Usa›, 톱밥, 아이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발포 스티로폼, 인조 속눈썹, 162 × 16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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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야시키 작가

선생님의 2016년 작품 PAUSE-Usa Usa를 바탕으로 한 BE@RBRICK이 제작될 예정입니다. 이 패턴에 담긴 개인적인 서사가 MCM과 BE@RBRICK이라는 새로운 맥락과 만날 때 어떻게 확장된다고 생각하시나요? 

PAUSE-Usa Usa는 제 아이의 옷에서 출발한 아주 개인적인 서사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협업을 통해 그 이야기가 MCM과 BE@RBRICK이라는 보편적인 언어와 만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계라는 한정된 울타리를 넘어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확장은 제게도 무척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MCM HAUS 3층 전시 공간은 ‘COSMOS IN BLOOM – 감정과 정체성이 꽃피는 정원’이라는 주제로 꾸며졌습니다. 이 ‘감각의 정원’에서 관람객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시나요?

좋아하는 옷을 입을 때 가장 솔직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옷을 만드는 사람 역시 누군가의 삶에 색을 더하기 위해 창작하죠. 이번 작업을 통해 모든 사람이 개인과 사회를 잇는 소망의 사슬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전통적인 키메코미 기법을 현대미술에 적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그것을 팝 아이콘 BE@RBRICK과 결합하셨습니다. 과거의 기법과 현재의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창작적 가능성을 발견하셨나요?

인간의 본질에는 역사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봐요.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간극 속에서 지금 이 시대만의 색채와 감각이 드러납니다. 키메코미 같은 전통 기법이 BE@RBRICK과 만나자,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맥락이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저는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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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코미 기법을 활용한 1000% BE@RBRICK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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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야시키의 ‹PAUSE –Usa Usa›의 패턴과 키메코미 기법으로 재해석된 1000% BE@R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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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코미 기법을 활용한 1000% BE@RBRICK 제작 과정

3층에 들어서면 MCM 원단과 전통 키메코미 기법으로 완성된 화려한 MCM 로고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Usa Usa’ 패턴이 아닌 MCM 로고를 선택한 이유와, 그 디자인이 이번 협업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시나요?

 ‘Usa Usa’ 패턴 대신 MCM 로고를 적용한 건 MCM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각각의 잎사귀와 깃털, 세부 요소를 다채롭고 개별적으로 표현해, 그것들이 모였을 때 하나의 집합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BE@RBRICK의 상징적인 형태와 만나 두 브랜드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결과물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패션업계 경험이 현재의 예술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옷을 ‘재료’로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도 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패션 업계에서 일한 경험은 제 작업에 크게 영향을 주었어요. 그때부터 옷을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재료로 바라보게 되었죠. 기술적인 배움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어온 교류가 지금의 예술 활동에도 이어져 제 관점을 넓혀주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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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3층 COSMOS IN BLOOM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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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야시키의 ‹PAUSE –Usa Usa›의 패턴과 키메코미 기법으로 재해석된 1000% BE@RBRICK

화사한 정원을 지나 5층으로 이동하자 공기의 결이 다시 한번 달라졌습니다. 안개가 깔린 숲이 눈앞에 드러나고, 사슴 조각상과 나무가 고요히 서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도심을 벗어나 새벽 숲 한가운데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죠. 이곳은 4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인덴야의 세계였습니다.

옆에서는 장인들이 사슴가죽에 옻칠 무늬를 새기는 전통 기법인 고슈 인덴을 시연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인덴야 대표님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을 풍기는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청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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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5층 인덴야 전시 전경

1582년부터 이어 온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죠. 인덴야가 수백 년간 지켜낸 전통 공예 기법 고슈 인덴을 현대 대중문화의 상징인 BE@RBRICK에 적용하는 과정은 큰 도전이었을텐데요, 협업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BE@RBRICK은 예술과 대중문화를 절묘하게 잇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브랜드예요. 전 세계의 다양한 캐릭터와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아왔죠. 이번 협업은 인덴야의 전통과 BE@RBRICK의 팝 아트적 감각이 만나는 또 하나의 융합이에요. 전통과 혁신이 맞닿는 도전이자, 이를 통해 BE@RBRICK이 이전에는 없었던 인덴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느껴요.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거라 생각하고, 인덴야를 잘 알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통 가죽공예 기법 고슈 인덴을 시연 중인 인덴야의 장인

MCM의 모노그램과 인덴야의 전통 옻칠 모티프 둘 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고유한 패턴 언어라는 점이 재미있어요. 두 개의 다른 패턴이 BE@RBRICK이라는 하나의 형태 위에서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MCM과 BE@RBRICK은 각각 분명한 세계를 지니고 있어요. MCM 로고의 월계수 잎은 승리와 명예를 상징하며, 저에게는 특히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추구하고, 존경을 바탕으로 브랜드로써 승리를 지향하는 인덴야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이번 협업을 통해 MCM과 인덴야가 BE@RBRICK이라는 단일 형식 안에서 만나며, 서로를 비추어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요. 고슈 인덴 기법으로 표현된 월계수 잎이 BE@RBRICK 위에 더해지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피규어가 탄생했죠. BE@RBRICK이 지닌 대중성과 지속성 덕분에 이런 시너지 효과가 세대를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스며들 거라 믿습니다.

고슈 인덴 기법을 활용한 1000% BE@RBRICK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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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5층 인덴야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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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5층 인덴야 전시 전경

이번 협업이 인덴야에게는 다소 파격적인 시도처럼 보입니다. 어떤 계기로 도전에 나서게 되었는지, 내부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첫 반응은 솔직히 놀라움이었어요. “정말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BE@RBRICK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컬렉터를 지닌 유명한 브랜드이고, MCM 역시 글로벌 브랜드니까요. 그런 자리에서 인덴야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자 영광이죠.

하지만 참여를 결정한 순간부터 이번 협업은 인덴야답게 최상의 사슴가죽과 옻칠로 완성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어요. 물론 과정은 무척 까다로웠지만, IVXJAPAN의 도움 덕분에 가죽이 아름답게 구현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웅장한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직원 모두가 힘을 모아 제작한 작품인 만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결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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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덴야의 고슈 인덴 기법과 MCM의 모노그램으로 재해석된 400% BE@R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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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덴야의 전통 가죽공예 고슈 인덴 기법과 MCM의 모노그램으로 재해석된 1000% BE@RB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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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5층 인덴야 전시 전경

5층 전시 공간은 ‘새벽의 신비로운 숲’으로 연출되어 전통과 기술,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상징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셨나요?

전하고 싶었던 건 전통과 기술,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어우러질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능성이었어요. 서로 다른 두 요소가 공존하는 순간은 흔치 않지만, 그 안에서 차분함과 설렘이 동시에 생겨나죠. 우리는 그 긴장과 조화가 만들어 내는 울림을 관람객이 직접 느끼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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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슈 인덴 기법을 활용한 1000% BE@RBRICK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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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는 럭셔리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죠, MCM 측에서 인덴야와의 협업은 꽤나 큰 의미가 될 것 같은데요, 반대로 인덴야 측에서 이번 협업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MCM의 헤리티지는 인덴야가 공유하는 자산이기도 해요. 놀라운 건 MCM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브랜드를 성장시켜 온 셈이죠. 저희 역시 같은 마음으로 전통에 혁신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고, 그런 공통된 비전이 있었기에 이번 협업이 더욱 의미 깊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배운 것도 많습니다. 아직 작은 회사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직접 보고 들은 건 무척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세계적인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걸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집중과 헌신이 요구된다는 걸 실감했어요. 이번 전시는 세계적 브랜드의 위상과 화려함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치열함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여전히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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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덴야의 고슈 인덴 기법과 MCM의 모노그램으로 재해석된 1000% BE@RBRICK 디테일

전시 공간을 모두 둘러본 뒤 옥상으로 올라가니, 입구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던 거대한 BE@RBRICK이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몸통을 뒤로 젖힌 모습이 도시 풍경과 겹쳐 묘하게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더군요. 아직 이른 시간인 덕분에 번잡하지 않고 한결 느긋한 공기가 감돌았습니다.

그곳에서 이번 협업을 함께한 메디콤토이의 CEO 타츠히코 아카시와 마주쳤습니다.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방금 전시장에서 본 수많은 작품이 지닌 개성과 조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옥상의 BE@RBRICK처럼 그는 브랜드와 예술을 잇는 다리 역할을 묵묵히 해 내는 사람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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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콤토이 CEO 타츠히코 아카시 

2021년부터 MCM과 협업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MCM의 비전과 가치 중 어떤 부분이 귀사와 공명하여 장기간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올해 프리즈 위크를 맞아 진행되는 ‘BE@RBRICK in MCM Wonderland’ 전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MCM의 세련됨과 캐주얼함은 단순히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져요. 전통과 현재가 결합해 독창적인 감각을 만들어 내는 지점, 그게 바로 MCM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이번 아이디어도 MCM 측에서 직접 제안해 주신 데서 시작됐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갖가지 신에서 활동하는 작가와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자연과 기술과 같이 상반되어 보이는 개념의 조화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를 통해 이번 전시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이고, 참여하는 분들을 어떻게 선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본에는 ‘야오요로즈노카미(八百万の神)’라는 말이 있어요. 모든 현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신이 존재한다는 사고방식이죠. 저는 문화와 창의성 역시 이런 관점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은 타인의 문화와 신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예술적 지향이 달라 하나의 주제로 모이지 않더라도, 뛰어난 작품은 그 자체로 부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죠.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런 작품들이 같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각자의 고유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어요.  

또한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세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다는 사실에도 큰 의미가 있어요. 각자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 잠시 이곳에서 교차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여러 기회를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와 협업해 왔어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MCM과 시작하기로 했을 때 ‘아름다움의 의미’를 다시 사유할 수 있는 이들이 누구일지 오래 고민했죠. 그렇게 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할 아티스트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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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1층 전경

인덴야가 고수해 온 전통 가죽공예 기법 고슈 인덴부터 켄 야시키의 개인적인 추억을 담은 수공예 작품, 그리고 아방가르드한 조형미를 지닌 노부키 히즈메로 구성된 전시를 보고 있노라면 각각 다른 형태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편 이런 ‘장인 정신’이 대량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아트토인인 BE@RBRICK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까요?

장인 정신이 지닌 섬세한 손길과 대량생산 시스템의 효율성이 만날 때 그 안에서 전혀 새로운 감각이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장인은 시간을 쌓아 만든 고유한 기술을 불어넣고, BE@RBRICK은 그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죠. 메디콤토이 가리모쿠, 구타니 도자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같은 장인들과 협업하면서 이런 만남의 힘을 직접 경험해 왔어요.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동시에 전통적인 기법이 다시 조명되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 역시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 만들어 내는 독창적인 울림을 보여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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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BRICK in MCM Wonderland’ 1층 전경

많은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BE@RBRICK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상업적 가능성을 넘어 협업 파트너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적 혹은 철학적 기준은 무엇인가요?

서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어쩌면 그건 연애나 결혼에서 느끼는 감각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단순한 오브제를 넘어 공간 전체를 채우는 설치 작업은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나요? 이번 큐레이션의 전체적인 의도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이에요. 그것은 단일하고 획일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상이 어우러지면서 저마다의 고유한 결을 드러내는 풍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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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

노부키 히즈메 Nobuki Hizume는 일본을 대표하는 밀리너리 디자이너다. 오트 쿠튀르 기법을 바탕으로 모자를 제작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BE@RBRICK을 무대 삼아 독창적인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켄 야시키ken yashiki는 전통 기법 키메코미를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일본 아티스트다. 개인의 기억과 시간을 옷감에 담아내며,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 발표작 〈PAUSE-Usa Usa〉의 패턴을 활용한 전시 공간과 BE@RBRICK 아트토이를 함께 선보였다.

인덴야INDEN-YA는 1582년 창립된 일본의 전통 공예 브랜드로, 사슴가죽에 옻칠을 입히는 고슈 인덴 기법을 40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MCM의 시그니처 비세토스 모노그램을 접목한 BE@RBRICK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협업을 선보였다.

타츠히코 아카시Tatsuhiko Ryu Akashi는 일본 토이 브랜드 메디콤토이Medicom Toy의 CEO다. 세계적인 컬렉터블 피규어 BE@RBRICK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MCM과 협업 비전을 공유했다.

Editor

김민서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프리랜서를 포함해 10여 년 동안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마지막에는 «행복이가득한집»에서 에디터로 재직했다.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스타일조선» 아트 부문 객원 에디터로도 활동 중이다.

이도준은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를 졸업했다. «더원미술세계»를 거쳐 현재 «비애티튜드»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결과(4)
[VP]섬네일_김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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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키
[VP]섬네일_양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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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숙현
[VP]섬네일_홍은주 김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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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김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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