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작가는 한국과 벨기에를 오가며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예요. 더불어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플래티넘을 운영한답니다. 그는 학부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며 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계가 필요하고, 또 이 기계를 만드는 또다른 기계가 필요하다는 사실, 타깃 유저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배급과 유통 또한 필수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시스템과 사회 구조에 대한 작업을 시각 예술로 풀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환경과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탄한 리서치 아래 작업을 끌어가는 그는 올해에만 여러 차례 흥미로운 전시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어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시공時空 시나리오»에서 발표한 ‹선물 가게 선물›도 그중 하나죠. 결과물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삶을 구성하는 커다란 것은 과정이라고 믿은 그는 작업과 삶의 균형, 자신과 주변의 즐거움, 행복을 꿈꾸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김예슬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Crushed carbone-blue›, 2024, 자동차 보닛, 혼합 매체, 55 × 70 × 89 c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예슬입니다. 한국과 벨기에를 기반 삼아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플래티넘을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는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시각 예술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을 만드는 기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기계를 만드는 기계가 또 필요하죠. 제품이 필요한 타깃 유저에게 잘 배포될 수 있도록 배급과 유통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며 이런 시스템에 관해 생각하는 기회가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시스템과 사회 구조에 대한 작업을 시각 예술로 풀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추진력 연습기›, 2023, 스케이트보드, 혼합매체, 300 × 300 × 120 cm
‹추진력 연습기›, 2023, 스케이트보드, 혼합매체, 300 × 300 × 120 cm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어쩌다 보니 국내외를 오가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건이 별로 없고, 최대한 짐을 줄여 생활하고 있어요. 전시가 끝나면 작업을 폐기하고, 필요에 따라 공간을 구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가 속한 환경과 상황, 포지션에서 얻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리서치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기능합니다. 제품을 디자인하기 전에 사용자와 트렌드, 니즈, 기존 제품 등을 조사하던 학부 때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Sub zero excidian›, 2023, 단채널 영상, 4K, 3분 7초
‹Sub zero excidian›, 2023, 단채널 영상, 4K, 3분 7초
‹Sub zero excidian›, 2023, 단채널 영상, 4K, 3분 7초
‹Sub zero excidian›, 2023, 단채널 영상, 4K, 3분 7초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 2024년 1월에는 스위스 회화 작가 헤미 랑베흐Remi Lambert와 함께 을지로에 위치한 N/A 갤러리에서 2인전 «Dinosavr»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선보인 작업은 2022년 두산갤러리에서 진행한 단체전 «두산아트랩»에서 발표한 영상 작업 ‹미술 시간›을 시작으로 계속 진행해 오고 있는 어린이에 대한 작업의 연장이었어요. 어린이, 어릴 적 기억과 공룡, 우리가 아는 공룡과 진정한 공룡 등을 연관한 작업인데요. 랑베흐와 저는 다이노신스Dinosynth라는 음악 장르를 레퍼런스로 삼고, 전시 공간에는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메탈 밴드 Neptunian Maximalism의 음반을 틀어 놓았습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시공時空 시나리오»에 참여해 ‹선물 가게 선물(Gift shop gifts)›이라는 작업을 발표했어요. 국내외 미술관의 기프트숍에서 구매한 기념품을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전시하며 관객이 미술관과 전시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전개한 작업입니다. 관객은 미술관에서 시각적인 즐거움이나 지적 만족 이외에도 미술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향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데요. 미술관과 관객을 매개하는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전시가 끝난 후에는 추첨을 통해 작업으로 전시했던 기념품을 관객에게 보내 드렸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A Domestic Art Fair(ADAF)’에 참여해 ‹Cotton 100%›라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ADAF는 매년 100여 명의 작가를 초대해 스툴, 조명이나 커튼 등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아트워크를 전시해요. 저는 거대한 베개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쓰레기봉투에 솜을 채워 전시 공간에서 푹신한 빈백bean bag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Cotton 100%›, 2024, 쓰레기봉투, 솜, 가변 설치
‹Cotton 100%›, 2024, 쓰레기봉투, 솜, 가변 설치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기성품을 많이 활용해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미 만들어진 제품과 건축물이 디자인한 환경에서 갖는 디자인 목표와 사용자가 바라보는 입체적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의 일환으로 진행한 ‘2024 예술가의 런치박스’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네요. 평소 관객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참여 프로그램 등을 해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하게 되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전시를 보는 관성을 가진 관객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2024 예술가의 런치박스’ 중 김예슬의 ‘당신의 미술관 Your museum’
‘2024 예술가의 런치박스’ 중 김예슬의 ‘당신의 미술관 Your museum’
‘2024 예술가의 런치박스’ 중 김예슬의 ‘당신의 미술관 Your museum’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새벽 5시에 잠을 자고 낮 12시에 일어납니다. 작업을 제작하는 단계보다 구상하는 단계가 길고,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은 책상에 앉아서 보내게 되네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를 잘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상황에 반응하는 태도가 작업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생활 환경과 연관된 작업을 해오고 있는지라, 환경에 따라 작업의 궤적이 달라집니다.
‹미술 시간›, 2022, 단채널 영상, 4K, 4분 39초
‹미술 시간›, 2022, 단채널 영상, 4K, 4분 39초
‹미술 시간›, 2022, 단채널 영상, 4K, 4분 39초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 응원가를 듣습니다. 저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에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업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삶에서도, 작업에서도 중요한 것을 잊거나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결과물은 굉장히 중요해요. 그럼에도 삶을 구성하는 커다란 것은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저도 잘하진 못하지만,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Steps›, 2023, 시멘트, 혼합매체, 23 × 32 × 3 cm, 16 × 32 × 3 cm
저와 제 가족, 친구들이 건강하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면서 사는 게 바람입니다.
Artist
김예슬(@kim_yesul_)은 서울과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플래티넘을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철갑신참 프래거 鉄甲神斬 Fragger»(얼터사이드, 2023)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시공時空 시나리오»(서울시립미술관, 2024), «두산아트랩»(두산갤러리, 2022), «아티스트로 살아가기»(세화미술관, 2020)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23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17기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