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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늘 도전자의 타이틀로

Writer: 양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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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양승원 작가는 사진 이미지와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비(非)다큐멘터리적 사진을 작업하고 있어요. 경험과 기억, 느낌과 감정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직접 보지 않은 무경험의 풍경을 만들거나, 납작하고 가벼운 사진의 매체적 특성에서 벗어나 마치 기억의 파편처럼 액자 밖으로 꺼내어 조각적인 형태로 풀어내곤 한답니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없다는 걸 알지만 최소한 작업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삶을 나아갈지 고민 중인 그는 굳게 믿습니다. 빠르지 않더라도 천천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놓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태도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요. 연말 연예 대상에서 상 탄다고 끝나는 게 작가 생활이 아니니까요. 늘 도전자의 타이틀로 평생 걸어가되, 지나치게 의미를 두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며 의미 있는 행보로 채우기를 조언하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지각편린 #S 1›, 2023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사진 이미지와 디지털 이미지로 주로 작업하는 양승원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음… 저는 무언가 거창한 계기로 인해, 혹은 명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술을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무언가의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가 제 존재를 증명하고, ‘경험과 기억을 남긴다’라는 생각으로 미술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림을 그렸던 저는 졸업 이후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 다른 예술 분야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알게 되었고,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조금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다른 관점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두면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순수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그 뒤로는 사진 이미지와 디지털 이미지를 넘나들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지각편린 2px #4›, 2023

‹지각편린 2px #5›, 2023

‹Covered Moment #2›, 2019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재 저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제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저만의 작업실을 가진 적이 없었네요. 늘 미술 기관의 레지던시에서 생활하며 경제적인 부담을 줄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레지던시를 작업 공간으로 사용한 게 8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016년을 시작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레지던시, 경기창작센터,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현재 머무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까지 매년 옮겨가며 작업하고 있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이지만, 내년에는 독립적인 개인 작업실을 갖기 위해 계획 중이에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의 모든 시작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제 경험과 기억입니다. 경험하고 생성된 지난 기억, 그리고 현재의 느낌과 감정을 다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소스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죠. 사람과의 대화에서 오는 다양한 관점, 이견의 경험, 동시대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의 태도 등 개인적, 사회적인 경험 요소가 제게는 기억이라는 하나의 데이터로 자리 잡아요. 이를 하나하나 재조합하며 시각화하는 거죠. 주로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으로 촬영하고, 디지털 이미지로 생성하거나 재가공해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갖습니다.

‹지각편린 #S-4›, 2024

‹Surface vii›, 2019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작년 하반기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공중정원»에서는 사진이라는 납작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액자 밖으로 꺼내어 하나의 조각적인 형태로 마치 기억의 파편 같은 형식으로 선보였어요. 올해 하반기에 예정한 개인전에서 좀 더 다듬어진 형태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사진이라는 평면 매체를 조각적인 형태로, 또한 사진이라는 전형적인 네모 프레임이 아니라 비정형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2023년 N/A에서 진행한 개인전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직접 보지 않은 무경험의 풍경을 만들었어요. 우리는 학습한 정보나 경험으로 기억을 생성하고, 이게 결국 무언가 판단할 때의 기준이 되는데요. 저 역시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를 생성해 다양한 풍경을 제시했습니다. 이전 작업에 머물며 늘 유사한 이미지만 생성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서 매체의 확장성을 적극적으로 시도 중이에요. 사진에서 출발해서인지 다큐멘터리적 관점을 활용하지 않고 풀어가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미 사진 다운 사진은 많은 작가들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저라는 사람이 이런 시도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더라고요.

«공중정원», 2023,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공중정원», 2023,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진이라는 납작한 평면 매체를 새로운 조각적인 방법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컸어요. 사진은 촬영자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매체인데, 유리 액자에 갇힌 인화지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사진 이미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아마도 사진이 지닌 고유한 특성인 현실성, 기록성이 불변하기 때문일 텐데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결국 정보 전달의 목적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내포한 작업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기존 사진 작업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고요. 동시대 예술에서 기술을 전제로 기계를 통해 기록한 사진에서 과연 나는 작가로서 무슨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지, 사진은 현대미술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하며 작업을 시도 중이에요. 

‹Overwrite #7›, 2022

«Overwrite», 2023, N/A 갤러리

«Overwrite», 2023, N/A 갤러리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오, 굉장히 흥미롭네요. 우연한 질문인가요, 아니면 진짜 궁금해서 여쭤보시는 걸까요? 최근 들어 일상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듣고 있거든요. (웃음) 보통 오후 2시경 작업실로 출근해 저녁 10시까지, 하루 8시간은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루틴을 지니고 있어요. 리서치, 작업 할 것 없이, 작업실에서 진행하는 이 루틴을 잘 지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약간 강박증이 있는 캐릭터인데요. 그래서 무언가 갑작스럽게 변하면 큰 불안감으로 다가와요. 작업 시간을 제외하면 주로 외부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바다낚시를 다녀요. 캠핑에 ‘불멍’이 있다면, 낚시에는 ‘찌멍’이 있는데요. 적당한 규칙으로 움직이는 파도 위에 뜬 찌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작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찌가 수면 아래로 ‘쏙!’ 사라지는 그 찰나의 순간은 작업만큼이나 짜릿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질문에 답하다 보니, 저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무미건조하고 무채색의, 재미없는 사람인 것 같네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작업에 관한 관심과 고민은 작가라면 평생 풀어가야 할 당연한 숙제이기에 이 부분은 제외하고 말해 볼게요. 요즘 저는 작업을 지속하는 긴 걸음, 긴 숨으로 걸어가는 방법에 관심이 가장 큰 것 같아요. 20대에는 패기, 30대에는 도전이 있었다면, 이제 40대에 진입한 입장에서 작업이 제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영향을 지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태도와 방식으로 삶을 나아가야 하는지, 이런 부분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 풀이는 없겠지요. 하지만 최소한의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사실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부분을 가장 걱정할 것 같아요.

(좌) ‹금이돌이돌이금이 #1›, 2018

(우) ‹Overwrite #10›, 2022

‹Overwrite #13›, 2022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평소에는 전시를 그리 전투적으로 보러 다니지는 않아요. 상황에 따라 보거나, 관심 가는 작업을 찾아서 보는 편인데요. 슬럼프가 오면 전투적으로 많은 전시를 봐요. 정리할 때 모든 걸 다 꺼내어 널브러뜨리고 수습하면 잘 되는 것처럼 무언가 잘 안 풀릴 때에는 오직 전시만 보러 다녀요. 단순히 전시만 보는 건 아니고 해당 작가를 상상하기도 하고, 그가 작업할 때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나름 작가 연구를 하다 보면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 회의감과 절망감이 찾아오면서 오히려 슬럼프가 묻히고 뭐라도 더 해보려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작업에만 집중하다 보면 당연히 놓치는 부분도 생기고, 일이 안 풀리기 시작하면 한없이 꼬이는데요. 사실 그런 게 작업이죠. 그럴 때일수록 지금 인터뷰처럼 쉬어가는 기회를 통해 돌이켜보면서, 생각보다 긍정적인 슬럼프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Overwrite», 2023, N/A 갤러리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작업과 돈.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데요. ‘작업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돈을 많이 벌게 될 것이다’라는 전래동화 속 희망적인 주인공이 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통장의 현실을 보며 늘 고민이 많아요. 돈을 벌면 작업과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이 두 가지를 잘 조절하고 싶어요. 이런 서클로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걸까, 요즘 고민이 큽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비록 빠르지 않더라고, 천천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미래가 연말 연예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것처럼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늘 도전자의 타이틀로 평생 가는 게 작가입니다. 지금 걷는 이 길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길을 개척하는 태도로 걸어가야 한다고 믿어요.

‹Overwrite #32›, 2022

‹Overwrite #15›, 2022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어느 그 누구도 미술의 길을 걸으라고 등 떠밀려 창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좋아하는 것, 그거 하나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시작한 분이 많을 겁니다. 물론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이 본인을 힘들게 할 때도 분명 생길 거예요. 아픈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평생 아련한 기억으로 남듯,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며 걸어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분명 의미 있는 행보로 채울 수 있을 테니까요. 

‹Overwrite #1›, 2022

Artist

양승원은 서울에 거주하며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상황이나 풍경을 인식하는 과정, 당연시하는 인식 과정에 균열을 가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가 경험하는 비가시적인 감각을 담아내는 도구로써 이미지,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실제로 시각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 중이다. «Overwrite»(N/A, 2022), «Glimpse»(서울시립미술관 세마창고, 2021), «Covered Moment»(하이트컬렉션, 2019), «Ctrl+c, Ctrl+v»(송은아트큐브, 2018)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공중정원»(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3), «다중시선»(금호미술관, 2023),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문화역서울 284, 2023)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결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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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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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i-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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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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