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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디자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Writer: 필립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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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필립 킴은 다재다능한 디자이너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브랜딩과 아트 디렉팅을 하며 개인, 단체, 기업과 끊임없이 협업하죠. 나이키 USA에서 근무하면서 일과 시간 외에는 한국의 멤버들과 디자인 크루 웃음꽃을 운영하고, 얼마 전에는 브랜드도 런칭했어요. 디자인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자신의 모든 시간을 디자인에 투자하는 그는 마치 ‘디자인 철학자’ 같습니다. 캐면 캘수록 명언이 쏟아지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나이키 USA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및 레이블 웃음꽃(Smile Flower)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필립 킴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막연하게 검사를 꿈꿨어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하루는 소련 문화를 다룬 역사책을 읽었는데요. 책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저 자신에게 집중하며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느꼈던 순간의 감정을 펜 드로잉으로 해소했는데요. 하나둘씩 모이더니 점차 하나의 디자인으로 발전하더군요. 이를 계기로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동네 친구들과 작은 브랜드를 런칭할 기회가 생겼는데요. 친구들과 함께 티셔츠나 모자를 만들어 판매했어요. 브랜드를 이끌며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제게는 큰 행복으로 다가왔고요. 나아가 제 디자인이 공평한 사회에 기여하고, 여러 사회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해외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그래픽 디자인과 브랜딩, 프린팅, 타이포그래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Nike HongDae x Phillip Kim Poster Series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팬데믹 기간에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면서 로스앤젤리스에 있는 자택에서 주로 작업하게 됐어요. 그래서 주거 공간을 넘어 작업 공간의 역할에도 충실하도록 공간에 변화를 주었죠. 일단 떠오른 영감을 바로 시각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어요. 작업 집중력을 높이고,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개인적인 기호, 취향, 무드도 반영했고요. 미국에 있을 때는 한 달에 4~5일을 제외하고 거의 집에서 작업하는 데 시간을 쓴 것 같아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프로젝트와 작업마다 다르겠지만, 주로 르네상스 시대의 소설과 시에서 영감을 얻어요. 르네상스는  사회·문화·역사적으로 관점의 전환을 이룬 시대잖아요. 당시를 살펴보면서 현재의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르네상스가 대변하는 일련의 낭만을 통해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환기하기도 하죠.

Working Space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처음에는 무조건 ‘띠시스 프로젝트thesis project’를 진행해요. 띠시스 프로젝트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각자의 주관과 견해를 이성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이에요. 저는 전체 작업에서 이런 띠시스를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시간과 노력을 쏟아요. 시각화하는 과정보다 오히려 더 큰 공을 들이죠. 띠시스가 갖춰지면, 이에 맞는 여러 시각적 방법론을 취합하고 테스트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점과 경우의 수를 해결하면서 하나의 디렉션으로 발전시키죠.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가장 먼저 한국 나이키 브랜딩 작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웃음꽃 구성원과 함께 진행했는데요.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와 에너지에 한국의 정서와 이념, 역사를 녹이려고 했어요. 여러 띠시스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시도한 끝에 나이키의 기존 바이브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브랜딩을 섬세하게 완성할 수 있었죠. 그리드, 타이포그래피, 프레임, 문장, 칼라, 로고 등 나이키 서울을 구성하는 모든 시스템은 한국의 역사와 이념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개했습니다. 2022년 말에 공개한 작업인데요. ‘한국’이라는 뿌리에 대해 환기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라 계속 기억에 남아요. 

Nike Korea Rebranding

Nike Korea Rebranding Logo

6월 23일에 멤버십 클럽 CCCS(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의 브랜딩 작업도 소개하고 싶어요. CCCS는 각자 속한 분야에서 발전을 꿈꾸는 사람에게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동시에 그들의 일에 내재한 정수와 배움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획을 긋는 걸 목표로 합니다. BI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인문학과 사회학의 연계를 비롯해 공동체 사회의 본질에 관해 공부할 수 있었어요. 클라이언트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브랜드를 전개하는 과정이 마치 점토를 빚는 듯 생동감 있게 다가와서 흥미롭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CCCS Branding

CCCS Branding

CCCS Branding

하이 테크놀로지를 기반 삼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카일로Caelo’의 브랜딩 작업도 진행했어요. 카일로는 아직 나오지 않은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기술과 사람의 인터랙션을 숙고하는 브랜드인데요. 네이밍부터 아트 디렉팅, 그리고 전반적인 브랜딩까지 모두 담당했어요. 작업에 임하며 기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하나의 관점을 고찰할 수 있었죠. 최근 프로젝트 중 가장 서정적인 띠시스와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입니다.

Caelo Branding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개인 작업에서는 제가 가진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탐구합니다. 클라이언트 잡이나 회사 일을 할 때는 주체의 메시지가 정말 필요한지 고민해요. 어떤 방식으로 주체를 대변해야 효율적으로 대중의 공감을 사고 또한 영감을 줄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 여러 실험적인 방법론을 통해 주체에 집중하며 이를 오롯이 강조하고 환기하려고 노력하죠.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진행했던 위안부 관련 기관의 브랜딩 작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은 항상 만족스럽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팀원과 서로 의지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요. 늘 평탄하진 않지만 많이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Nike Japan Sherpa Graphics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주중에는 제 본업인 나이키 업무에 집중해요. 보통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는데요. 최근 야근이 많아져서 밤 10시~12시까지 일할 때도 있었어요. 회사 일이 끝나면 웃음꽃 업무가 저를 기다립니다. 새벽 4시 정도까지 하다가 잠들어요. 책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으면 숙면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꿀팁으로 추천합니다. (웃음) 토요일에는 배우고 싶은 분야를 2시간 정도 공부해요. 보통 낮에  하죠. 저녁이 되면 가끔 친구와 함께 재즈바와 위스키 바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일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에요. 혼자 멍때리며 사색에 잠긴 채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입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가드파티클God Particle’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기보다 캠페인을 통해 제 생각과 철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클라이언트 잡과 개인 작업의 테두리 안에서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억눌린 소망과 열망을 표출하며 해소하고 싶어서 자체 브랜드를 구상하게 되었어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ircut Seoul Exhibition Art Direction

Circut Seoul Exhibition Art Direction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평소 인간이 지닌 한계와 표현, 윤리 의식에 대해 고민하는데요. 이런 고민이 작업 과정에 그대로 드러나곤 해요. 모든 작업에 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죠. 감정, 부족함, 삶의 과정까지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새로 마주하는 일이나 이념과 개념이 다른 현실 때문에 슬럼프가 온 적은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디자인 작업에서 슬럼프를 겪진 않았어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원하는 디자인을 하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점만으로도 커다란 감사함을 느낍니다. 가끔 디자이너로서 갖는 제 이상과 이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과 바람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디자이너로서 추구하는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하니 힘든 상황을 극복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도 항상 디자인의 본질을 마음에 두고, 자신의 한계와 경쟁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슬럼프 극복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Double Spirit» Exhibition Poster Series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최근 들어 가족의 존재가 작업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빠서 가족을 자주 보기 힘든 상황이 정말 슬프더라고요. 어린 시절 온 가족이 함께하고, 서로 지지고 볶으며 희로애락을 나누던 시절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그래서 유한한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지금 닥친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라고 느껴요. 그 외에도 회사 내부 문제,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사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삶에 혼재하는데요. 이 또한 크게 보면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하고 미루기보다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은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고려하여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라면 현재를 바탕으로 나만의 방법론을 구현하고,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철학과 태도를 새롭게 창조할 필요가 있어요. 이를 바탕 삼아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게 창작자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행위가 아닐까요.

Samsung Custom Studio x Phillip Kim Graphic Archives

Samsung Custom Studio x Phillip Ki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대상을 다양한 방법론에 입각한 시각과 관점으로 집중하고 고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행복의 결정권은 항상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태도가 필요하죠. 다른 사람의 시선, 그리고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여유와 행복은 결코 목표점이 아니라, 현재와 과정으로 생각하는 태도도 중요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올바른 태도와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는 창작자, 그리고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인 미래입니다. 자기 자신을 가엽게 여겨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 또한 가엽게 여기고 배려하며 서로 도울 수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 디자인과 시각물이 바른 길, 옳은 길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Artist

필립 킴은 미국 LA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필드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다. 시각 디자인과 아트 디렉팅을 통해 시대 가치와 이념에 대해 고민하고, 개인과 단체가 마주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알맞은 방법론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현재 나이키 USA에서 근무하며 크리에이티브 그룹 웃음꽃, 가드파티클의 일원으로 디자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필립 킴은 Wax Studios, 2×4, Wieden+Kennedy, Something Special Studios, Roblox, 삼성전자, 어도비 등과 협업해 자신만의 방법론과 이데올로기를 발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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