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서 작가는 가구를 만듭니다. 그중에서도 아트 퍼니처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꽉 차서 영상, 설치, 조각, 키네틱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 작업 생각에 푹 빠져있습니다. 매체 확장을 위해서 필요한 건 경계를 넘는 태도입니다. 그는 해당 매체가 속한 분야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가지고 횡단하는 사람을 꿈꿉니다. 본인의 작업을 하는 작가가 멋진 인물,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최원서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최원서입니다. 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후 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들다가 요즘은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를 작업 중이에요. 최근 퍼니처가 빠진 아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품 디자인도 하고 가끔 공간 디자인도 하면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기준에서 멋지게 산다고 생각하는 인물, 혹은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개 본인의 작업을 하는 작가였어요. 저도 멋진 인물,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Aesthetic Pattern›, 2022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수원에 있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옛 서울대학교 농업대학 캠퍼스 부지를 경기문화재단에서 업사이클한 후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에요. 그 중 ‘공작1967’이라는 건물에 입주한 제 작업실 이름은 ‘OSOF’ 입니다. ‘Oneseo Creative Office’의 준말인데, C는 묵음입니다 🙂 작업의 흔적과 개인적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이죠.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기성품이나 산업 재료에서 얻어요. 저는 물성에 관심이 많은데요. 재료를 개발한 목적 너머의 새로운 물성을 찾아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물성을 다루는 기성 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그 부분은 저보다 잘 다루는 사람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잖아요. 당장 공장 사장님의 숙련도를 따라가기에도 벅차죠. 남이 하는 건 괜히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기성품에 잠재된 능력을 발굴하는 걸 좋아해요.
‹Decomponent muk Series›, 2021
‹Decomponent Series›, 2021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클라이언트 잡을 할 때는 니즈를 충실히 이행하려 하는 편입니다.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앞서 말했듯 재료에 잠재된 능력을 발굴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바로 구현하기보다 숙성의 시간을 꼭 갖는 게 제 특징인 것 같아요. 날것의 아이디어는 창작자를 탈 나게 할 때가 있거든요. 가끔 그걸 모조리 소화하는 다른 창작자가 부럽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러지 못해서요. 그래서 시간을 갖고 제게 맞도록 숙성합니다. 주로 아이디어와 관련한 서적을 읽으며 작업에 대한 이해도를 스스로 체득하고, 어떤 매체로 표현하는 게 흥미롭고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작년 «인위의 대지: 인류세 접속하기»라는 전시에 기획자이자 작가로 참여했어요. ‘인류세(Anthropocene)’에 접근하는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 고민하며 기획한 전시인데요. 저는 ‹퇴적: 플라스틱세› 연작을 발표했습니다. 폐플라스틱을 3D 프린팅을 통해 가구와 조각으로 만드는 작업이었죠. 3D 프린팅 특유의 적층 방식을 지질이 ‘퇴적’하는 현상으로 바라보며 일종의 폐플라스틱 지층을 만들었어요. 더욱 자세한 정보는 온라인 전시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용도의 쓸모 제1장»이란 전시에는 ‹뒤집기›라는 작품을 설치했는데요. 용도와 아름다움, 객체와 주체, 상품과 작품 등 모호한 관계성에 대해 재고해보고 싶었어요. 가장 최근에는 아디다스와 협업해 서울 명동에 새로 오픈한 아디다스 플래그십 서울 스토어의 벤치를 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매체적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여러 작품을 기획하고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플라스틱세_기념비 위에 야레타AR(김을지로)›, «인위의 대지: 인류세 접속하기», 경기상상캠퍼스, 2022 (우)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물질에 잠재된 능력을 발굴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고 매체적 한계에서 벗어나 해당 내러티브를 흥미롭게 표현하기. 이를 통해 ‘탈-이분법적 태도, 탈-인간 중심적 태도 제언하기’입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물질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표현하는 점에서는 만족하지만, 그러다 보니 작품의 만듦새나 마감의 퀄리티를 높이는 노하우가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정진!
«재배치», 데스커디자인스토어, 2021
«재배치», 데스커디자인스토어, 2021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출퇴근이 주를 이루죠.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은 미정입니다. 어차피 집에 가도 작업을 생각하는 편이라 그냥 작업실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 잠만 자는 편이에요. 일이 없어도 출근해서 책을 읽거나 스케치를 합니다. 그것도 하기 싫을 때는 전시를 보러 돌아다녀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매체 확장입니다. 저는 가구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에는 영상, 설치, 조각, 키네틱 등의 작업에 대한 생각이 뇌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작업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해당 매체가 속한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 같아요. 분야 간의 경계를 뭉그러뜨리겠다는 결과론적인 욕망보다는 차이를 인지하고 횡단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tructure for PF80_LOW TABLE›, 2022
‹Rubbed Pattern›, 2022, 한지 위에 먹 탁본
‹FLIP›, «용도의 쓸모 제1장», 을지아트센터, 2022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 묻어나기보다는 작업을 하면서 삶의 태도가 바뀌는 점이 큰 것 같아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공부한 내용, 재료로 인해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 제 삶의 태도를 형성합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별다른 노하우가 있을 만큼의 연륜은 없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후회하지 말고 해보자’ 정도의 원론적인 생각만 지니고 뭐라도 하려고 애쓰는 정도인 것 같아요. 다만 우울하거나 힘들 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의 존재는 중요해요. 확실한 버팀목이 됩니다.
‹PF80_RED LAMP›, 2022
‹PF80_BLACK LAMP›, 2022
‹PF80_RED LAMP›, 2022
‹PF80_BLACK LAMP›, 2022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체력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수행적인 작업을 잘하지 못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걸 아는 데도 운동을 하지 않는 제 마음가짐이 참 문제입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횡단하는 태도입니다. 이곳과 저곳의 위계를 두지 않고, 이곳과 저곳의 현실적인 차이를 공통점 삼아 그 차이를 인지하고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그 양극을 가로질러 횡단하는 태도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 있지만, 각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이것과 저것 모두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양극의 모순을 열어젖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디다스 플래그십 서울 스토어를 위한 벤치,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한번 해체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멀티 플레이어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업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 능력을 갖춘 작가.
Artist
최원서는 산업 디자인과 공예적 시각을 기반으로 가구를 주요 매체로 삼아 작업해왔다. 주로 소재가 지닌 잠재적 내러티브를 발굴하고 이를 가구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용도를 없애거나 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사물의 위상과 실용의 범위를 재설정한다. 최근에는 가구의 조형에서 벗어나 평면, 미디어, 조각, 설치 등 다매체로 작업 확장을 도모 중이다. «인위의 대지: 인류세 접속하기»(경기상상캠퍼스, 2022)를 기획하고 작가로 참여했으며, 개인전 «재배치»(데스커디자인스토어, 2021)를 열었고, «용도의 쓸모»(을지아트센터, 2022)와 Rimowa와의 협업 전시 «As Seen By»(레이어26, KANT Garagen, Kantstraβe, 2022)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