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영 작가는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한 시각예술 작업을 선보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기법을 활용하거나, 낯선 재료로 작업하는 것을 즐겨요. 최근에는 스펀지를 재료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출력한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부분적으로 찢고 구멍을 내어 새로운 구도를 만들기도 해요. 그는 표면에 존재하지 않아 괄시하는 이면의 현상들, 비교군이 달라졌을 때 바뀌는 해석들, 상상의 장면을 엿보고 싶어 합니다. 고유의 시각 언어로 소통하고 싶은 오가영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시각예술 작업을 하는 오가영입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과정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꾸준히 찍다 보니 사진을 독특한 시각 이미지로 발전시키는 일에 관심이 생겼죠.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포토샵으로 사진 색을 바꾸거나, 사진 위에 글자를 쓰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이미지 편집과 더불어 프린트한 사진의 물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학교에 있는 개인 작업실을 쓰고 있어요. 프린트한 사진, 캔버스, 스펀지, 비닐(PVC), 낙엽, 열선, 물감 등 관심 있는 재료를 가공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처음으로 유화와 아크릴 페인팅 작업을 넉 달 가량 이어왔어요. 사무실의 큰 책상에 팔레트를 놓았죠. 지금은 다시 디지털 사진 작업과 사진의 물성을 실험하는 작업 중이에요. 책상 한쪽에서 사진을 자르거나 가공하고, 다른 한쪽에는 컴퓨터를 설치해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서울, 베를린, 뉘른베르크, 뉴욕, 헤이그 등 제가 머물렀던 도시를 떠올려봐요. 각 도시에서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인 특성, 즉 보편적인 형태의 행동 양식이나 생활 방식을 비교하고 어떤 방식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을지, 저에게 편안하고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지 상상합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자주해서 인지, 어디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중립적인 대상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게 되더군요. 이를테면 자연처럼요. 그렇게 관찰하다 보면,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요.
‹Tension1›, 2022,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100 x 133cm
유연성, 확장가능성, 그리고 복구가능성 등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한 번에 눈에 잘 띄지 않거나 표면에 존재하지 않아서 괄시하는 이면의 현상들, 비교군이 달라졌을 때 바뀌는 해석들, 상상의 장면 등을 엿보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생각나는 걸 바로 작업으로 구현하는 여건이 갖춰진 상황이 만족스러워요. 덕분에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기법을 활용하거나, 낯선 재료로 작업하는 것도 시도해보고 있죠. 하지만 답답한 지점도 공존해요. 어떤 것을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게 그 과정과 함께 구체화되어 그런지 작업이 어떤 모습으로, 언제 끝날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수업을 듣지 않는 시간에는 대부분 작업실에 머물고 있어요. 요즘엔 일주일 중 하루 정도 평소의 행동반경 바깥으로 나가보려 합니다. 뉴욕에서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요.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펀지, 문화적 정체성, 각종 스낵에 올라가 있는 설탕 장식, 프린트 기법 등입니다.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예상치 못한 것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는데 재미를 느낍니다. 장을 볼 때 어떤 방식으로 재료를 조합해 요리할지 고민하는 것도 좋아해요. 이런 제 태도가 작업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뭔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연결 짓는 일은 불필요하고, 논리에 맞지 않으니까요. 이런 생각이 정해진 규칙이나 상황을 보편적으로 대하는 방식을 단번에 수용하지 않는 태도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잠을 충분하게 잤는지 돌아봅니다.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거나, 작은 문제가 부풀어서 커다랗게 다가오는 경우, 몸이 피곤한 상황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유난히 작업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는 날엔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며칠 보내고 와요. 충전의 시간을 갖는거죠. 또한 글을 쓰기도 해요. 세부적인 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든가, 시야가 너무 좁아졌을 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상태와 현재의 맥락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상태로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인 각각의 작품은 비언어적 소통을 가능케 하고, 작품 바깥에 울림을 주게 되죠. 창작자는 모두 언어로 구성된 세계에 살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 과정이 유효하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해요.
«Softsharp» 전시전경, 2021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고유의 시각 언어를 가진 작가이자, 하고자 하는 것을 꾸준히 한 사람.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실제 체험이나 경험이 온라인에 귀속되는 목적으로만 전락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빛나는 스크린’만큼 강력하면서 디지털이 아닌 무엇이 나타나면 좋겠어요.
Artist
오가영은 뉴욕에 거주하며 디지털 사진의 가변성과 프린트한 사진의 물성을 실험하는 시각예술 작가다. 주로 작은 단위의 사회가 밀집할 때 나타나는 도시 공간의 이상하고 형언할 수 없는 스펙터클과 그사이에 숨은 생명력을 발견하고 관찰한다. 개인전으로는 «Softsharp»(2021, 실린더), «Kai Drinks No Water»(2018, Edel Extra)을 열었고, «물거품, 휘파람»(2022, 두산 갤러리), «템포러리 랜딩»(2022, TINC), «Super-fine:가벼운 사진술»(2021, 일민미술관), «어색한 사이»(2021, 화이트노이즈) 외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It’s Nice That»(런던), «Unseen Amsterdam»(네덜란드), «Huck Magazine»(런던), «Numéro Berlin»(독일) 등의 매체에 작업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