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민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 기반한 개인 작업과 상업 촬영을 병행하고 있어요. 군 복무 중 막연히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후 사회에 나가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시작한 그는 히말라야산맥 인근 인도 동북부의 시킴Sikkim 지역을 방문해 그곳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한 작업을 엮어 첫 번째 사진집을 출판한 이후 다양한 곳과 협업하며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까지 한다고?” 반응한 작업이 항상 좋은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걸 경험했기에 작업에 임할 때마다 늘 ‘내가 할 만큼 했을까?’ 고민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만큼이면 됐겠지?’ 생각이 들어도, 한 번만 더 찍어본다는 마음을 실천하면 후회가 크게 남지 않는답니다. 촬영 대상과 보낸 시간과 유대감이 작업에 잘 드러나기를 바라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진가로서 카메라를 들 때와 들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믿는 하태민 작가. 수수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Dwyane on a night hunt for a coconut crab›, 2024, PRIMARY PAPER, 2024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 하태민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 기반한 개인 작업과 상업 촬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군 복무 중에 막연히 전역 후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Seoul World Cup Stadium›, 2024. Photographed by iPhone 16 Pro, Commissioned by HYPEBEAST Korea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재 주거 공간에서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촬영을 제외한 후반 작업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서 자유롭게 작업하는 편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적으로는 주변 동료 작업자와의 대화, 매체로는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경험과 그 주변 환경에 기반한 주제에 끌리곤 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개인 작업의 경우, 점점 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주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철저히 준비하기보다는, 하나의 주제나 대상에 관심이 생기면 일단 작업을 시작해 점점 구체화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주제와 다른 방식이 될 때도 많은데요. 이런 접근 방식이 작업에 깊이를 더해준다고 생각해요.
‹Abandoned gas station›, PRIMARY PAPER, 2024
‹Boys at Taga beach›, PRIMARY PAPER, 2024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진행한 두 가지 작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뉴욕에서 발행하는 사진 매거진 «PRIMARY PAPER»에서 기획해 지난여름 영국 런던 Woodseer Gallery에서 열린 전시 «Exhibition 1—ECHO»에서 공개한 ‹Tinian› 시리즈입니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티니안섬에서 드웨인Dwyane이라는 소년과 그의 커뮤니티, 가족 공동체와 함께 지내며 촬영한 결과물이에요.
‹Dwyane and John›, 2024, C-type print on Fujifilm archival crystal matt paper, 42 × 33.5 cm
«PRIMARY PAPER 1—ECHO», Woodseer Gallery, 2024, London
‹Dwyane and John before going spearfishing›, 2024, C-type print on Fujifilm archival crystal matt paper, 42 × 33.5 cm
‹Derrick and an octopus›, 2024, C-type print on Fujifilm archival crystal matt paper, 42 × 33.5 cm
두 번째는 지난가을 하입비스트 코리아Hypebeast Korea에서 아이폰 16 Pro로 제 일상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필름 혹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휴대전화로 사진 작업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일상에서도 휴대전화로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요. 그래서 제게는 꽤나 큰 도전으로 다가왔는데요. 개인적으로 어떤 카메라로 찍는지보다, 무엇을 찍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래 사용하는 카메라들만큼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작업이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매거진 작업, 뉴발란스New Balance,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브랜드의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밴드 실리카겔과도 지속적으로 협업 중입니다.
‹Hwaseong›, 2024. Photographed by iPhone 16 Pro, Commissioned by HYPEBEAST Korea
‹Danyang›, 2024. Photographed by iPhone 16 Pro, Commissioned by HYPEBEAST Korea
‹Hwaseong›, 2024. Photographed by iPhone 16 Pro, Commissioned by HYPEBEAST Korea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요즘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생각하곤 해요. 제가 촬영 대상과 보낸 시간과 유대감이 작업에 잘 드러나길 바란다고요. 더불어 개별적인 사진 한 장 한 장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한 편집과 구성에 더욱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작업뿐 아니라, 모든 작업에서 ‘내가 할 만큼 했는가?’ 자주 고민하고 있어요. 제 계획을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한다고?” 반응한 작업은 항상 결과물이 좋았던 것 같거든요. 작년 진행한 작업을 떠올려 보면, 스스로 ‘이만큼이면 됐겠지?’ 생각이 들어도 한 번만 더 찍어본다는 마음을 실천한 기억이 많아서, 크게 후회가 남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Sogumm, El Nido, Philippines›, 2023, Airbnb Campaign
‹Hong Chanhee & Haram, El Nido, Philippines›, 2023, Airbnb Campaign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촬영 계획이 없을 때는 느지막이 일어나 운동하고, 점심을 먹은 후 업무를 처리해요. 저녁에는 주로 영화를 봅니다. 개인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재미를 잘 찾지 못하는 듯싶어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가장 꾸준한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새로 나오는 사진집에 대한 리서치이고요. 요즘에는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중이에요. 주요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 보면서,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 등 자전적 혹은 픽션적 요소를 많이 사용하는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자주 찾고 있어요.
Silica Gel ‘No Pain’, 2022
Silica Gel ‘No Pain’, 2022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최대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활동, 예를 들어 축구나 러닝, 최근에 시작한 복싱 같은 운동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편입니다. 타 매체의 작업에서 다음 작업의 힌트를 얻을 때도 많고요. 이번 겨울은 제게 살짝 슬럼프 같은 시기였는데요. 지난 1월 한 달 동안 꽤나 집착적으로 영화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2025년을 시작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되는 느낌입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사진을 처음 시작했던 20대 중반에는 문자 그대로 사진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요즘에는 사진 외의 삶에 대한 고민을 동반하고 있어요. 예컨대 건강처럼 현실적인 문제들이죠. 이런 지점을 무시하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올해는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처럼 조금 더 작업에 집중하며 보내고 싶습니다.
‹Tarik on a roof›, 2020, Photobook 『Sikkim』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사진가로서 카메라를 들 때와 들지 않을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수수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사진을 찍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Boys on the rooftop of a market building›, 2020, Photobook 『Sikkim』
‹Boys on the rooftop of a market building›, 2020, Photobook 『Sikkim』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훗날 제 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돌이켜봤을 때, 하나의 흐름이 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지금처럼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서로 잘 챙기며 살아가고 싶어요.
Artist
하태민(@taemin_haa)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및 패션 사진가다. 2019년 말 히말라야산맥 인근 인도 동북부의 시킴Sikkim 지역을 방문해 동네 시장 건물 옥상에서 자유롭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과 일상을 기록한 사진 작업 ‹Sikkim›(2020)을 진행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첫 번째 사진집 『Sikkim』(2020)으로 엮어 출판했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 촬영을 병행하며 여러 매거진과의 협업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