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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해요

Writer: 손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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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손경민 작가는 영국에서 오래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소, 설치, 페인팅, 디지털 이미지 콜라주 등 여러 방식을 활용해 다양한 주제와 재료를 탐구하는데요. 포스트 휴먼, 포스트 인류세 같은 철학적인 주제에 매혹되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영국으로 공부하러 떠난 계기도 철학의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연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었다고 하니, 무척 지적인 작가임이 틀림 없습니다. 실제 작업과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해요. 그는 창작의 주체인 자신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요. 고민이 생길 때 외부의 의견을 물어보지만 결국 진심으로 고민하고 만드는 주인공은 자신이니까요. 자기 자신에게서 답을 찾길 권유하는 손경민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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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Catch the Big Fish›, 2023, 철, 인조가죽, 크레인, 쇠사슬, 로프, 끈, 펜던트, 95 x 150 x 150 cm, 사진: 노두용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현재 런던에서 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손경민입니다. 제 작업은 조소, 설치, 페인팅, 디지털 이미지 콜라주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와 재료를 탐구하는데요. 인류와 기술 발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너머 공간적, 공상적 관계성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대중에 전달할 수 있을지 연구, 발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포스트 휴먼, 포스트 인류세(Anthropocene)와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한답니다. 기술의 발전과 인류, 그들의 상호 영향력, 생명과 생명이 없는 것들의 복잡한 관계성 등을 탐구하고 인류세 이후에 다가올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작업 중이에요. 지구의 지질적 변형, 지구 너머의 물질, 비물질 간의 관계, 미시적, 거시적 상관관계, 다종 간의 교차 관계에 대해 다양한 실제적, 추상적, 소설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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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er of Seeds›, 2023, 알루미늄 판, 레진, 실리콘, 색료, 실물 씨앗, 체인, 제스모나이트, 120 x 90 x 1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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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 2023, 아크릴판, 레진, 철판 레이저 컷, 헤어피스, 철 링, 염료, 실리콘, 진주, 브라켓, 120 x 90 x 12 cm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처음 미술을 시작하게 된 이래 예고에 진학해 꾸준히 예술을 공부했어요. 한국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교양 수업으로 철학을 들으면서 추상적 개념에 대해 깊게 사고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더 공부하고 싶어서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2010년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이후 조형, 설치 작업, 현대 철학과 공상 소설,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 등의 관계, 그에 따른 포스트 휴먼 이론에 흥미를 느껴서 질문과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영국 왕립예술대학교(RCA)에서 조각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다시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시각 문화 전공으로 연구 석사 과정(MRes)까지 끝내면서 관심 분야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 게 지금 진행하는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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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 me: Life attitude›, 2017, 알루미늄 판, 철, 종이에 프린트, 필름에 프린트, 세라믹, PVC, 유리, 실, 나무, 위생장갑, 비즈, 클립, 버블랩, 핸드크림, 체인, 300 x 300 x 40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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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2023, 가림막, 제스모나이트, 자갈, 프린트, 종이에 드로잉, 볼 체인, 76 x 140 x 60 cm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작년 한국에서 열린 전시를 준비하며 귀국 전까지 작업했던 스튜디오가 있었어요. 런던에 있는 브이오 큐레이션스V.O Curations에 소속된 곳인데요. 팬데믹 기간에 공실이 난 오피스 건물을 창작자를 위한 스튜디오 공간으로 바꿔 타워 브리지, 타워 오브 런던 등 런던의 뷰를 볼 수 있었답니다. 올해부터는 런던 해크니에 위치한 작업실로 새로 옮겼어요. 리서치, 드로잉, 페인팅, 조형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과 작업을 시도하는 장소입니다. 하나의 재료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 시간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재료와 연결 방식을 찾고, 이해하고, 만드는 데 투자하고 있어요. 공간이 크지 않지만, 책상을 나누어서 컴퓨터, 독서, 클레이나 제스모나이트Jesmonite 등 지저분해지기 쉬운 작업, 드로잉이나 레진 등 깨끗한 작업 등으로 용도를 구분해서 이리저리 오가면서 작업해요. 보통은 매우 지저분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청소하려고 노력해요. 정리를 해야만 또 새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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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전경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리서치를 위한 책을 평소에 다양하게 읽고, 공부하고, 깊게 이해하려고 해요. 연구 석사 논문을 쓰면서 더욱더 체계적으로 하게 되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철학 관련 책을 읽는 걸 좋아했어요. 추상적인 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스스로 상상하기를 즐깁니다. 도나 해러웨이, 로지 브라이도티, 엘리자베스 포비넬리, 브뤼노 라투르 등 세상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요. 또한 친구들의 대화나 뉴스 등에서 쓰이는 문장과 단어들, 길거리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순간, 익숙한 것이 낯설거나 기괴하게 다가올 때, 어색한 조합이나 감정이 실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재해석하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리서치와 프로덕션은 항상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서치를 끝내고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재료를 다루는 과정과 리서치를 병행하면서 서로의 작업을 더욱 깊게 이해하며 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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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ale and Exhale›, 2019, 알루미늄 철판, 스펀지, 잉크, 90 x 250 x 125 cm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있는데요.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그가 말하는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평소 꾸준히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읽고, 느끼고, 보고, 깊이 생각하는 일이 제 안에 쌓이면, 작업을 하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이 찾아와요. 그럴 때가 정말 재미있죠. 하지만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해요. 지금 하는 게 뭔지 모를지라도 말이죠. 재료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부분을 찾고, 새로운 분야의 글을 읽고, 그 과정을 관찰하고, 시도하면서 제가 원하는 모습을 찾아갑니다. 여러 가지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한 작업이 마르거나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작업에 필요한 부분을 한다든지, 이 작업의 재료를 준비하며 다른 작업을 마무리한다든지, 글을 읽는다든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는 와중에 다른 걸 생각하는 동안 그 전에 하던 작업을 이해하기도 하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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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ling›, 2023, 레이저 컷 철판, 방진고무, 나사, 111 x 144 x 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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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ling›, 2023, 레이저 컷 철판, 방진고무, 나사, 111 x 144 x 1 cm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작년 말 한국에서 ‘Swelled Sun : How To Sense The Invisible’이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전시 제목은 제 연구 석사 논문에서 가져왔습니다. 도나 해러웨이와 브뤼노 라투르의 영향을 받아 다종 간의 교차 관계성, 또한 지구 표면과 지구 밖, 해저 공간, 제임스 러브록이 주창한 가이아Gaia 이론에 대한 이해 등 인간과 그 밖의 영역,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교차와 존재성을 탐구하고 싶었어요. 더불어 인류의 발전과 영향력이 지구 표면에 미치는 영향, 지구 밖과 지구 표면 아래 깊이 존재하며 끊임없이 서로의 영역에 맞닿아 침범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과 그것을 인지하고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 너머의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의 존재를 바라보게끔 돕는 관점의 확정에 대해서 이해하고, 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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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lled Sun: How to Sense the Invisible», 2023, Cylinder1, 사진: 노두용

당시 실린더1에서 전시한 작품 중 ‹Survivor (on the horizon)›, ‹Dune›, ‹The Sun (a system of friction)› 은 알루미늄판에 인터넷 기사에 실린 우주 행성, 미생물, 해저 생물, 곰팡이 균 이미지 일부를 콜라주한 결과인데요. 알루미늄 프로필 프레임에 전선 케이블을 얽히게 했어요. 서로 다른 위치와 거리, 스케일의 존재가 인간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영역에서 언제나 연결성을 지닌 채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한 부분으로서, 끊임없이 이루어졌던 지구 표면적 침투, 변형,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난 그 너머의 영역에 대해 인간이 지금껏 통제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지구 표면적인 스케일과 그 너머에서 끊임없이 현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표현하려고 했어요. 더불어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이 인간의 통제가능한 영역 이상까지 침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지구에서의 삶의 위기와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의 조화, 다가올 미래를 위한 삶의 방향성,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 의도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좌) ‹The Sun (a system of friction)›, 2023, 알루미늄 프로파일, 알루미늄판에 프린트, 전선, 파이프, 145 x 120 x 23 cm, 사진: 노두용
(우) ‹Survivor (on the horizon)›, 2023, 알루미늄 프로파일, 알루미늄판에 프린트, 전선, 파이프, 145 x 120 x 23 cm, 사진: 노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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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e›, 2023, 알루미늄 프로파일, 알루미늄판에 프린트, 전선, 파이프, 145 x 120 x 23 cm, 사진: 노두용

철 구조물과 인조 가죽 더미로 이루어진 ‹Dweller›, ‹How to Catch the Big Fish›은 지구 표면을 걸어가는 척추동물 같은 형체와 해저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거대한 낚싯바늘, 이로써 끌어올린 살덩이나 생명체 같은 형태로 그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끊임없는 생과 몸체가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지구를 구성하고 삶과 현재 시간의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언제나 서로 진행 중이고 연결된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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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lled Sun: How to Sense the Invisible», 2023, Cylinder1, 사진: 노두용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삶의 방향성, 인지, 연결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발전을 위해 해체되던 존재를 어떻게 인지하고, 남은 시간을 조화롭게 이해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은 재미있게 잘 진행된 것 같아요. 한국에서 처음 준비하는 전시라 모든 게 새로워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청년예술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전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동안 만들고 싶던 작업을 만들어서 의미가 있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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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wn›, 2023, 레이저 컷, 철판, 경첩, 리벳, 체인, 아이후크, 볼전등, 100 x 110 x 80cm, 사진: 노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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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튜디오에서 보내고, 새로운 전시를 보러 다니고, 가끔 전시 오프닝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데 쓰는 게 일상입니다. 저는 혼자서 풀타임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새로운 작업을 계획하고, 필요한 재료를 찾아다니는 반복적인 루틴을 보내요. 아침저녁으로 명상하고 걷는 것도 좋아하고요.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새롭게 옮긴 작업실을 어떻게 정리하고, 새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이에요.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재료와 작업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되죠. 페인팅과 퍼포먼스 작업에도 관심이 가서 새로운 작업을 많이 보러 다니고 있어요. 최근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업을 보면서 붓 터치가 얼마나 정확하고 견고하게 이루어져 있는지 떠올리게 됐어요. 그 색감과 그 표현에 맞는 정확한 붓 터치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요. 조형 작업이나 퍼포먼스도 마찬가지지만 언제나 어떤 부분이 맞닿아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는 순간을 생각하곤 해요. 작년부터 새롭게 경험할 기회가 많아져서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고민이 많은 시기인 것 같아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있어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평소 자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서 작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해요. 가장 자신과 가깝고, 시간과 마음이 가는 대상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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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eller›, 2023, 철, 인조가죽, 체인, 로프, 끈, 펜던트, 206 x 140 x 20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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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ARE LUCKY YOU WILL SEE IT›, 2018, 천, 파이프, 스티로폼, 클레이, 벨벳천, 솜, 카 스프레이 페인트, 아이렛, 링, 바이닐 프린트, 비즈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조금 방향을 바꿔서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해요.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모든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평소와 다른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등 환경을 잠시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세상은 넓고, 수많은 좋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대로 고민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 새로운 힘이 나요.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는 평소에 읽지 않던 책도 많이 읽습니다. 에세이나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부류,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류를 찾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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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ParaOntology›, 2022, 철, 종이에 프린트, 에어드라이 클레이, 에어도우, 합판, 제스모나이트, 갈대, 132 x 160 x 320 cm
(우) ‹Strata: The Keeper›, 2022, 철망, 석고밴드, 제스모나이트, 고무줄, 85 x 245 x 11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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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in 0.1: Orbital Transition›, 2022, 스케폴딩, 제스모나이트, 알루미늄 와이어, 클레이, 실리콘, 체인, 굴 껍질, 필름, 202 x 300 x 150 cm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작업실에서 어떤 작업을 시작할지, 오래된 작업은 어떻게 처리할지, 새로운 재료는 어디서 구입하고 수령할지 등 이렇게 항상 하는 고민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와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자신을 믿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계속해 나가기. 자신의 작업이 스스로 보기에도 말이 되도록 연구하고. 다듬고. 색다르게 만들며 자신만의 것으로 구축해 나가기. 결국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가장 맞고 납득이 되어서 어떻게 전달할지 집중하는 수밖에요.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합하고, 생각과 몸에 맞는 그런 작업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생각을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편안히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저도 그런 게 어렵거든요. 책임감을 가지고 한번 시작한 작업을 끝까지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작업으로 구현하기 시작한 생각이 끝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제 경우, 그런 결과물을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요. 작업이 어떨지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 내 앞에 존재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다른 생각과 느낌을 줍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제 생각과 가능성이 또 다른 공간에 열리는 느낌이죠. 그런 건강한 자기만의 재미와 가치를 만들어 내야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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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 me: Life attitude›, 2017, 알루미늄 판, 철, 종이에 프린트, 필름에 프린트, 세라믹, PVC, 유리, 실, 나무, 위생장갑, 비즈, 클립, 버블랩, 핸드크림, 체인, 300 x 300 x 400 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자신을 믿는 것.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모습을 위해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자기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말 그것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만드는 주체는 자신입니다. 대답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해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자기 작업을 열심히, 재미있게 하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어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창이 큰 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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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 2022, 제스모나이트, 알루미늄 와이어, 클레이, 인조 털, 스테인레스에 각인, 나사, 레이저 컷 나무, 아크릴 판, 90 x 120 x 110cm

Artist

손경민(@sophiakmson)은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조형, 페인팅, 디지털 이미지, 설치 작업 위주로 활동하는 작가다. 기술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의 맥락에서 인간의 위치, 트랜스 휴머니즘 그리고 다양한 종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살펴보며 인류세 이후의 세계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탐구한다. 그의 프로젝트는 첨단 기술이 우리의 사회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기술 발전, 자본주의, 수요, 지질학적 변화, 그리고 세계를 형성하는 복잡한 구성에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예술이 자연과 인간의 삶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조사해 세계를 만드는 다양한 상호 연결 과정을 이해하고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순수미술 학사, 왕립예술대학교에서 조각 석사,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시각 문화로 연구 석사를 취득했다. 2023년 말 서울 실린더1에서 개인전  ‹Swelled Sun : How To Sense The Invisible›을 열었고, ‹Begin Again›(주영한국문화원, 주독한국문화원, 런던, 베를린, 2022), ‹The Spring Exhibition›(Kunsthal Charlottenborg, 코펜하겐, 2019), Snehta Residency(아테네, 2018)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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