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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가 된 이유

Writer: 송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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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송예환 작가는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웹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에 대항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웹 아티스트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UX·UI 디자인, 개발이 함께 어우러지며 구축하는 그의 작업은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사용자 편의에 맞춘 친절한 웹 경험을 뛰어넘으며 인간과 인터넷 사이의 상호작용, 현재 구축된 인터넷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어요. 작가는 늘 배움에 목말라해요. 인터넷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거대한 지식이 불투명하게 얽힌 부분을 건드려야만 하거든요.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가 창작가의 삶을 시작한 성정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배움의 과정으로 채우려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 자체가 배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우리가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웹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송예환 작가를 아티클에서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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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Don’t Cry›, 2022 , Web Performance, Dimensions Variable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웹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송예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웹 디자인, UX·UI 디자인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UX·UI 디자인이 지닌 형식적, 구조적 한계점을 깨닫게 되었어요. 더 나아가 지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인터넷 환경, 디지털 기기에 대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도 생겼고요. 단순히 이 문제를 재생산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짚어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웹 아트, 디지털 아트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Save me›, 2022, Web Performance,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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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s›, 2023, Website, Web Performance, Touch screen, Clips, Conductive Tape, Dimensions Variable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주로 주기적으로 레지던시에 머물면서 제공받는 작업실을 사용하는데요. 레지던시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주거 공간에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뉴욕에 체류하는 집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24시간 돌아가는 3D 프린터, 미니 레이저 커터, 빔 프로젝터, 그 외에 잡음을 내는 몇 가지 기기 때문에 항상 소음으로 한가득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여전히 저도 스스로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손동작이나 행동을 관찰하거나, «스파이크Spike Art Magazine», «뉴욕 타임스 매거진The New York Times Magazine» 같은 곳에 실린 새로운 평론을 읽을 때 영감을 얻어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밈, ‘아레나Are.na’ 같은 북마크 기반 스토리보드에서 얻을 때도 있고요. 동료 작가나 협업하는 분에게 얻는 영감도 참 많아요. 무엇보다 저는 중간중간 떠오르는 영감을 꼭 적어 두려고 노력해요. 나중에 막상 무언가를 제작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메모한 게 큰 도움이 돼요.

‹artcode8.com›, 2023, Website, Dimensions Variable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엉망진창입니다. (웃음) 시작하기 전에는 브레인스토밍 / 스케치 → 개발 → 디버깅 순서로 하려고 늘 마음을 먹는데, 이런저런 브레인스토밍과 스케치를 하고 개발에 들어간 후 영 아니다 싶으면 첫 단계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어떨 때는 개발 과정 중 새로운 걸 발견하고 그곳에서 시작하기도 해요.

‹Any thoughts?› © 송예환

‹Hey›, 2022, Web Performance, Dimensions Variable © 송예환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최근 두산갤러리에서 전시한 ‹(Whose) World (How) Wide Web›이라는 작업이 있어요. 디지털 식민지화, 팽창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특히 이런 환경에서 한국 인터넷이 가지는 한계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했죠. 거대한 팝업 극장을 만들어 놓고, 무대 위에는 사용자가 브라우저와 상호작용하며 온라인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아래 프롬프트 화면에는 작품 설명이 나오는 모습을 프로젝션 맵핑으로 넣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빈터투어 사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에서 진행하는 ‘Screen Walks’ 프로젝트에 ‹The square›라는 온라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을 가지고 와서 현대 인터넷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요. 개인 공간(침실), 즉 개인 홈페이지는 사라져가고 모두 광장, 즉 소셜미디어처럼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공유 공간에만 의존하는 인터넷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입니다.

‹Whose World How Wide Web›, 2024, Website, Installation, Projection mapping on the Cardboard, 300 × 300 × 27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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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e World How Wide Web›, 2024, Website, Installation, Projection mapping on the Cardboard, 300 × 300 × 270 cm © 두산갤러리, 사진: 최연근

최근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인터넷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일까?’ 의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원치 않는 알고리즘으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정보에 노출되고,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자신의 본명으로 아이디를 만들지 못하거나 원하는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 대해서 반문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었습니다. 몇몇 선진 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자 개개인이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인터넷 환경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길 바라고 있어요.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어요. 지금의 인터넷을 잘 이해하려면, 인터넷 보급이 시작되는 1990년대부터 스위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나라별 정치적, 환경적인 관계도 알아봐야 하고, 현재 인터넷의 소유권이나 인권 등의 법적인 구조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단순히 기술적인 내용 이상으로 거대한 지식이 불투명하게 얽힌 기분이라, 항상 작업을 할 때마다 ‘시간을 더 내어 이 부분을 더 공부하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작업을 더 확장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특히 요즘은 설치 작업에 관심이 많은데, 더 다양한 방법으로 공간, 기기, 사운드 등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늘리고 싶습니다.

‹Fountain2›, 2023, Web Performance, Touchscreen, 3d printed Resin, water, Sculpture Size: 25 × 25 × 50 cm, Other Dimensions 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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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tain2›, 2023, Web Performance, Touchscreen, 3d printed Resin, water, Sculpture Size: 25 × 25 × 50 cm, Other Dimensions Variable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을…하죠…….사이사이에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요…(그리고 다시 일을…)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심리학, 정신건강학에 관심을 가지다가, 슬슬 뇌과학 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인풋과 아웃풋으로 얽힌 기계를 보는 관점으로 인간의 심리 상태 혹은 정신 상태가 어떤 인과관계로 얽혀 있는지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면 알수록 흥미로워요. 특히, 뇌과학 분야는 과거 거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해서 불가능했던 연구들이 AI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희망을 되찾는 중이라 기대가 많이 돼요.

‹Dipping toes›, 2022, Web Performance, Wooden Stick, Dimensions Variable © 송예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글쎄요. ‘내 인생은 내 멋대로 살겠어’ 정신이 작업에서 ‘UX·UI 내 멋대로 하겠어’로 풀리는 느낌일까요. (웃음) 좀 더 진지하게 대답한다면, 저는 ‘삶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소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뭔지 도통 이해를 해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알아차릴 텐데요. ‘도대체 뭘까? 100세 시대라는데 100년은 얼마나 길고 짧은 걸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하는데 이런 다양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개인의 개성일까, 환경의 영향일까? 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의 주인공처럼 나도 지금 당장 집을 내놓고 유목민처럼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도통 모르겠어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딱히 작업하면서 슬럼프가 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치는 경우는 존재하죠. 예전에는 젊음의 기운으로 이겨냈는데, 요즘은 일단 내려놓고 잠을 푹 자고 일어나는 편입니다.

‹Cry Don’t Cry›, 2022 , Web Performance, Dimensions Variable © 송예환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뉴욕의 물가는 왜 이리 비쌀까…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끊임없이 배우기, 그리고 배우는 것을 작업의 일환으로 가지고 오기. 광장에 100명의 사람을 모아 놓았을 때 창작자는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 혹은 경청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견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맡는 것 같아요. 그렇게 광장을 더욱더 다양한 의견과 관점으로 채우는 거죠. 이야기할 때 늘 중요한 점은 듣기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얹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듣기의 중요성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창작자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제 삶을 ‘배움’의 과정으로 채우고 싶었거든요. 그럴려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배우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 같았죠. 그런 직업이 바로 창작자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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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oad Type Grinding Evaporator›, 2023, AR based website, Installation, 2 channel video (5’ 22 ), Aluminum Pipe, Acrylic Plate, Electric Motor, MDF, Website, Web Camera, 160 × 160 × 160 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돈이 좀 있어야 할 것 같…

Artist

송예환은 웹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웹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에 대항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는 사용자 편리에 맞춰 탄생했다고 간주하는 사용자 친화적인 웹 환경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 기술을 무조건적인 해결책으로 여기는 사회와 더불어 사용자를 단순히 상품의 소비자로 여기는 거대 기업의 태도를 지적한다. 헬싱키 비엔날레(2023), 이스탄불 비엔날레(2022),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21) 등 국제적인 행사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두산갤러리(서울, 2024), panke.gallery(베를린, 2023), UCCA Edge(상하이, 2022), Public Works Administration(뉴욕, 2022)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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