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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지금 꿈꾸는 미래의 미래를 품을 수 있는 미래

Writer: 루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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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루킴은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나 키프로스, 캐나다, 한국, 브라질을 오가며 성장한 그는 여러 문화를 마주하며 느낀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폭력에 대해 예술로 저항할 수 있는지 꾸준히 질문을 던져 왔어요. 용기 있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루킴 작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뱀 (Interpermeations)› 퍼포먼스, 2022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루킴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리서치 기반으로 작업하며, 설치·소리·글·퍼포먼스를 주요한 매체로 삼아 작업하고 있어요. 프랑스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서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독일에서 태어나 키프로스, 캐나다, 한국, 브라질을 오가며 자랐어요. 몇 년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여러 문화를 겪으며 성장했죠.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늘 그림을 그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아닌 형태의 표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대학원에서 논문 쓸 때 제 정체성과 작가로서의 위치에 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금까지 이어지는 작업 방향을 찾았던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 모두를 포함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감사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 2021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 2021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올해는 보광동에 위치한 개인 작업실을 주로 쓰고 있어요. 특정한 공간이 필요한 매체로 작업할 땐 알맞은 공방이나 연습실을 방문하곤 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큰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부터 영감과 작업을 지속할 힘을 얻어요. 일상에서도 늘 영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길을 걷다 ‘어?’하는 순간을 마주친다면, 그때 떠오른 생각을 파고 들어가요. 연관 지을 수 있는 글을 읽어보고, 저자의 이론을 찾아보거나 직접 대화를 청하기도 합니다. 전혀 연결성이 없다고 간주하는 지점으로 작업이 이어질 때 큰 흥미를 느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역사적 사실을 현재의 맥락과 잇는 과정을 중시해요. 리서치를 진행하며 단계별로 형태를 만들고, 완성된 형태를 경험하는 과정을 이어 나가며 최종 결과물로 확장하는 편입니다.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 2022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 2022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 몇 년은 하이드로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본 물의 대화를 작업의 소재로 삼았어요. 전시 공간을 파악해 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 보고, 극적인 방법으로 비인간 매개체인 물을 활성화하며 대본을 통해 무대를 오가는 연출을 기획했습니다. 여기서 물은 서로가 겪은 일에서 느끼는 감정과 폭력의 역사, 그리고 인간이 구축한 경계를 물 자체의 특성으로 넘나들며 허물고 출구를 찾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2021년 ‘메디테라니아 19 젊은 예술인 비엔날레’에 첫선을 보인 후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을 거치며 발전시켰어요.

2022년 탈영역우정국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뱀(Interpermeations)›도 소개하고 싶어요. 개인전 «에코톤: 탈출 역량»의 설치를 활용해 구성한 퍼포먼스인데요. 안무가 신채은과 니꼴라스 줄리안Brahim Nicolas Julian, 그리고 음악가 앤드 로즈 피콕And Rose Peacock과 협업했습니다. 이 작업은 글로리아 안잘두아Gloria Anzaldúa의 치카노 페미니즘 저서 『경계지대/국경』에서 다루는 ‘뱀’의 존재에서 출발해요. ‘뱀’과 ‘뱀(배어남)’의 관계를 담은 글이 라이브 음악, 그리고 현대무용과 탱고를 구사하는 ‘차이 나는 몸’과 만난 작업입니다.

‹뱀 (Interpermeations)› 퍼포먼스, 2022

‹뱀 (Interpermeations)› 퍼포먼스, 2022

2020년에 선보인 ‹Tax Returns/분청사기상감인화문붕명둔접›은 한국으로 이사해 진행한 첫 번째 작업이에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입주한 후 지역적·매체적 리서치에 기반해 진행했죠. 특히 『조선왕조실록』에서 발견한 15세기 궁녀의 퀴어성에 대한 기록과 같은 시기에 나온 공납용 자기를 접목했어요. 당시 궁녀들이 서로의 몸에 문신하던 ‘벗 붕(朋)’ 자를 엉덩이를 본뜬 접시에 새기고, 공납용 자기와 동일한 기법으로 제작해 전시를 방문한 분에게 하나씩 나눠드렸어요. 시민이 낸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장면을 연출했죠.

‹Tax Returns/분청사기상감인화문붕명둔접›, 2021

‹Tax Returns/분청사기상감인화문붕명둔접›, 2021

2019년에 공개한 ‹유럽인들이여, 가장 성스러운 것들을 지켜내라›는 19세기 말, 러-일 전쟁의 맥락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독일 석판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해당 석판화는 동양의 문화적·인종적 차이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해 유럽인이 러시아와 연대하길 요구하는 내용을 다뤘어요. ‘황색 위험(The Yellow Peril)’이라는 표제와 함께 미국과 프랑스 신문에 실렸죠. 2020년에는 팬데믹을 둘러싼 동양인 비하 목적으로 해당 문구가 쓰이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 표현을 1960년대부터 주로 사회주의적 연대와 연결된 현대 독일 속 동양인의 존재와 그에 대한 대우를 리서치로 이어 나갔어요. 19세기 석판화 원본 속 몇 가지 요소를 리서치에 접목해 전시 공간에서 번역했고,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가 탈구성화될 수 있도록 설치했습니다.

‹유럽인들이여, 가장 성스러운 것들을 지켜내라(1895)›, 2019, 나무, 비단, 아크릴, 플라스틱, 컨택 마이크, 종이, 영상, 소리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최근 작업은 땅과 바다 등 두 개의 다른 생물군계가 만나는 지점으로, 더 많은 삶의 형태를 제공하는 장소인 ‘에코톤’의 개념으로 풀어냈어요. 또한 경계를 넘나드는 주체인 물을 통해 재고할 수 있는 ‘우리’라는 단위, 여기서 확대된 개념의 책임감을 생각하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tilde: 세 개의 에코톤›, 2021

‹tilde: 세 개의 에코톤›, 2021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함께 만드는 걸 좋아해요. 다양한 형식의 협업이 이전보다 더 많아지는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시기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전시가 임박하지 않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작업실에서 공부하거나, 글을 적으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편이에요.

‹용해전략 Strategies of Dissolution›, 2021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악 제작 수업을 듣고 있어요. 음악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 음악을 직접 제작하는 일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최근에는 전자 음악 그룹 ‘레지스터(RE#SISTER)’에 합류했답니다. 다양한 형태의 합주와 공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요즘입니다.

더불어 앞으로 열리는 전시들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죠. 아르코에서 지원금을 받아 기획자 이지언과 몇 차례의 퍼포먼스 및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는 9월 초 보안여관, 10월엔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11월에는 공간413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것 같아요. 여름 동안에는 작년 하이드로페미니즘 책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제주에 자리한 언러닝스페이스Unlearning Space와 협업해 전시 및 프로그램을 계획하려 합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일단 푹 쉬려고 해요. 충분한 휴식을 마친 후에는 작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거나,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활동을 합니다. 자신을 채우는 시기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책과 영화, 전시를 보러 다녀요. 우울할 때는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려봅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방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 와요.

‹당기기, 저항하기, 끊기 Tirer, Résister, Rompre›, 2019

‹당기기, 저항하기, 끊기 Tirer, Résister, Rompre›, 2019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다른 나라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돈과 연료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이동 수단을 개발해 친구들이 머무는 나라를 오가며 함께 식사하고 포옹하고 싶네요.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한 사람이 주변 인물에게 미치는 영향, 작업을 통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밀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실적이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미 세상에는 폭력적이고 부당한 일이 넘쳐나니 여기에 저마저 부정적인 마음을 더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창작자로 살아온 시간이 길지 않지만, 뒤돌아보면 보이는 것이 있더라고요. 최근에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친구가 있는데요. 제가 창작 활동을 시작할 때 했다면 좋았을 것들이 생각나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일단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작은 규모로라도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 머릿속에서 ‘결과가 분명 다를 텐데, 작업을 시작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도요. 만들고 싶은 것은 바로 만들고, 공유하고 싶은 건 망설이지 말고 공유해 보세요. 작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나중에 고민하며 더욱더 알맞은 방향을 찾아가는 게 창작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Olho, Nariz, Boca, Ouvido, Testa, Queixo, Maça do Rosto, Sobrancelha›, 2022 Photography Jorge Das Neves

<Olho, Nariz, Boca, Ouvido, Testa, Queixo, Maça do Rosto, Sobrancelha›, 2022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용기 있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제 작업을 편하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업의 색이 마음에 들든, 내용에 이끌리든 오래 머물고 싶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더 큰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열망합니다. 꾸준히 작업하는 환경에서 ‘놀이’의 감각을 유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미래도요. 지금 꿈꾸는 미래의 미래를 품을 수 있는 미래가 찾아오길 바라요. 이곳에서의 시간이 지난 후가 될지라도 말이에요.

Artist

루킴은 이론적 연구에 기반한 작업을 설치와 퍼포먼스로 만드는 작가다. 식민제국주의적 지배 이념이 일반화시킨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인 폭력에 대해 어떻게 예술로 저항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개인전으로 «에코톤: 탈출 역량»(2022, 탈영역우정국), «Face Value»(2021,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를 열었고, ‹킬타임트래시_임시›(2023, 웨스), «Meia-Noite»(2022, 아노제로 ’21-’22 코임브라 현대미술비엔날레), «코드명: 논바이너리»(2022, 서울대학교 파워플랜트), «The Tending of the Otherwise»(2022, BJCEM), «School of Waters»(2021, 메디테라니아 19 젊은 예술인 비엔날레),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2021, 바다미술제), «Fascination»(2021, 레낭 현대미술센터-CRAC 알자스), «N아티스트 2021: 의심하는 돌멩이의 노래»(2021, 경남도립미술관) 등 국내외 그룹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최근 이탈리아 2023-2024 제7회 Cross Award – COLLATERALE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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