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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짝퉁 아니고, 진퉁인데요?

Writer: Rapiditas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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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라피디타스 스튜디오Rapiditas Studio’는 Layla와 David가 운영하는 세라믹 브랜드입니다. 스페인의 명물인 알함브라 궁전 근처 고택을 집 & 작업실로 쓰고 있어서 뭔지 모를 우아한 종소리가 그들을 감싸고 있을 것 같지만… 아니에요! 라피디파스는 컵이나 재떨이, 그릇에 유명 브랜드의 로고와 만화 주인공을 절묘하게 조합해 아주아주 키치한 세라믹 오브제를 만든답니다. 페라리 로고를 그린 재떨이에 씹다 만 껌 모양의 오브제를 올려 판매하기도 하고, 샤넬 로고를 그린 치킨 박스 형태의 도자기를 선보일 때도 있어요.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발견하는 유머’를 중시하는 그들의 성향이 잘 드러나죠. “가치 있는 쓰레기를 만들고 싶다”는 라피디타스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바로 확인해 보세요!

‹Chanel n5 tennis ball›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반가워요! 라피디타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Layla와 David입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에서 세라믹 오브제를 만들고 있어요. 저희는 원래 공방에서 도자기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팬데믹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져서 도자기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위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막막했는데요. 뒤돌아보면 당시 상황을 계기로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 인터뷰도 하고 있잖아요! (웃음)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예전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예술, 디자인, 패션, 음식, 자연, 음악, 스포츠, 만화, TV쇼 등 창의적인 일이라면 일단 정신이 팔리곤 했죠. 그래서 주변 친구들도 예술가가 많았고, 저희 또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DJ로도 활동한답니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 계속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라피디타스를 운영하는 지금 상황이 무척 만족스러워요 (웃음) 온라인으로 저희 작업을 판매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으며 새로운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Shipping Vase›, 2022

두 분의 작업 공간을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1900년대에 지은 고택에서 살고 있어요. 100년이 훌쩍 넘은 집이죠. 그라나다의 명소인 알람브라 궁전과 지척이랍니다. 공간이 꽤 넓은 편이라 한편에 작업실을 마련했어요. 작업실에는 저희 작업뿐 아니라 동료 아티스트의 작업,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오브제, 인터넷에서 사들인 여러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있는데요. 물건이 많아서 조금 정신없긴 해요. (웃음)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예상치 못한 조합을 상상하며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샤넬이나 루이 비통 옷이 놓인 테이블 위에 갑자기 치토스 과자 봉지가 함께 있는 상상을 해보는 거죠. 그렇게 어울리지 않을 느낌의 대상이 서로 묶일 때 발생하는 유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보통 작업에 대형 브랜드의 로고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물건,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의 주인공을 함께 섞어봅니다. 여기에 못생겼다고 여겨지는, 혹은 키치하다고 생각하는 대상 중 우리에게 영향 준 것을 함께 조합하며 디자인을 완성해요. 한 마디로, 보통의 맥락에서 벗어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세라믹 오브제에 녹여내어 한 차원 다른 분위기로 승화시키는 건데요. 그렇게 유머러스한 행로를 따라 작업을 지속해서 그런지, 언제나 창작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좋은 재료를 배합해 도자기를 굽는 과정도 만족스럽고요.

‹Chanel fried chicken›, 2022

‹Second life tea set›, 2023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요. 즉흥적으로 시작하거나, 아님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거나. 너무 당연한 말인가요? (웃음) 즉흥적으로 작업할 때는 마지막까지 어떤 작업을 내놓을지, 손에 쥔 작업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저희도 몰라요. 특별히 정하지 않거든요. 작업 자체가 지닌 장식적인 요소를 살피면서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뒤뚱거리며 나아갈 뿐이죠. 이럴 때는 최종적인 작업물보다 작업 과정 자체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경우가 많아요. 즉흥성을 이용하면 아름다운 결과물이 탄생할 때도 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끔찍한 작업이 눈 앞에 펼쳐질 때도 있거든요! 반면,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때는 포토샵에서 정확한 치수와 원하는 색상을 확인하고 작업에 들어가요.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빈티지 세라믹 오브제에 처음부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때에는, 포토샵으로 정확한 치수와 원하는 색상을 선정해서 디자인합니다.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빈티지 세라믹 오브제에 저희가 원하는 이미지를 입히는 ‘세라믹 데칼’ 기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죠.

‹Still life trash›, 2022

‹Trash artwork sketch›, 2022

라피디타스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현시대의 담론을 기반 삼아 오래전에 사용하던 세라믹 오브제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형태만 보면 고대 유물 느낌이 물씬 흐르지만 그 위에는 신자유주의, 소비주의, 세계화를 암시하는 인물이나 상징을 그려내는 거죠. ‹Ferrari ashtray›가 대표적인 예시일 것 같네요. ‘페라리’ 로고가 박힌 재떨이를 보면 뭔가 되게 럭셔리하잖아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죠. 저희는 여기에 씹다 버린 껌, 피다 만 담배, 다 써버린 지하철 티켓이나 작은 동전을 올려두며 상황을 전복시켜요. ‘가치 있는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달까요. (웃음)

‹Ferrari ashtray›, 2023

‹Moto tea set›, 2023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회에서 ‘완벽하다’고 간주하는 것, 우리가 선망하고 성공의 증표로 여기는 것을 불완전한 이미지로 뒤엉키게 표현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터무니없으면서도 피식 웃는 농담처럼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낯선 모습에 긴가민가하다가, 여러 작품을 살펴보며 폭소를 터뜨리는 거죠. 하하.

‹Ritz Ashtray›, 2023

이번에 비애티튜드와 협업해 스페셜 에디션을 만드셨어요!

비애티튜드에서 제안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바탕으로 컬러 버전과 흑백 버전을 아우르는 아홉 가지 작품을 만들었답니다. 비애티튜드에서 독특한 무드 보드를 준 덕분에 저희가 만들던 방향과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탄생해서 완전 재미있었어요. 평소 쓰던 석기, 유약, 세라믹 테칼 등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한 번도 저희가 신경 쓰지 못하던 이미지를 사용해 라티디타스 스튜디오 이름으로 새롭고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게 되어서 무척이나 기쁩니다.

이번 비애티튜드와 협업한 작업 중 어떤 게 가장 끌리세요?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의 로고를 활용한 머그컵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좋아하는 브랜드 중에서 아직 도자기에 적용하지 않았던 케이스라서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로고 덕분에 펑크 밴드가 자주 착용할 법한 빈티지 가죽 재킷이 떠오르는 머그컵을 보고 있자면, 다른 곳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독특한 작업이 탄생한 것 같아서 굉장히 신납니다.

Rapiditas Studio x BE(ATTITUDE)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두 분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도자기를 굽는 과정은 느리고, 매우 섬세하게 이뤄져요. 찰흙을 말리고, 불완전한 부분을 다듬고, 유약을 바르고 말리는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게는 72시간까지 걸리는 도자기 굽기가 남아 있지요. 여기서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돼요. 작은 오차라도 나면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요. 온전하고 완벽한 세라믹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에요. 휴우~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작업하지 않는 날은 매우 평온하게 흘러가요. 이제 작업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법을 어느 정도 깨달은 것 같아요. 특히 집에서 일하는 상황에서 작업과 일상의 균형을 맞추는 건 정말 중요하거든요. 창의적인 디자인을 골몰하다가도, 휴식이 필요할 때는 충분히 쉬려고 노력해요. 고양이와 함께 놀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조용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요. 라피디타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창작자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 창작하는 삶 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창작에 몰두한 지난날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Our cat gucci x purina

요즘 꾸준히 관심을 두는 대상이 있을까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두터운 신뢰를 쌓는 것이요. 근데 이 모든 건 결국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만 가능한 일이에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믿을 수 있어야 여러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일 스스로 돌보고, 주변 모든 것이 원만하게 흐를 수 있도록 챙기고 있답니다.

두 분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희는 늘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삶은 언제나 복잡하고 혼란으로 가득하니까요! 그래서 작업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요. 우리가 즐겁게 만든 작업을 보고, 다른 누군가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저희 작업에는 현실을 조금 더 명확히 보려는 태도가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는 너무도 많은 광고에 파묻혀 있어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열망하게 만드는 주범이죠. 삶에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도 그게 없으면 정상적인 삶이 아니라고 속삭여 대요. 소셜 미디어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대중이 열망하는 대상과 거리를 두고 회의적으로 지켜보곤 해요. ‘과연 이 물건을 손에 쥐면, 정말 행복해질까?” 고민하는 거죠. 이런 태도가 패러디라는 작업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Bootleg Vase›, 2023 (좌)

‹Simpson Vase›, 2023 (우)

‹Chanel set›, 2021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실 명확한 극복법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모든 일이 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 해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때로는 쓸모없지만 꼭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도 하죠. 아,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함께 탁구를 쳐요. 저희에게 탁구는 ‘사랑’이거든요. (웃음)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뚜렷한 해결법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적절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지금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고, 조언을 구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는 것도 무척 중요해요. 의사 선생님도 그중 한 명이죠. 상처를 똑바로 마주 보며 교훈을 찾고, 적절한 도움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요… (웃음) 우선 창작자로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늘 있어요. 동료이자, 가족으로서 늘 24시간 붙어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고요. 지나치게 더운 스페인의 날씨도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하.

두 분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품과 우리 두 사람, 그리고 세상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황을 중시해요. 더불어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일도 필요하고요. 저희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늘 있답니다. 또한 우리를 흥분시키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동기를 늘 찾으려고 해요. 다만, 너무 진지하게 되는 건 피하려고 해요. 삶에서든, 작업에서든 말이죠. 늘 경계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요.

‹Still Life›, 2021, Photography by Argider Aparicio

‹Noodle Vase›,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거절에 대한 두려움, 여기서 비롯하는 수치심 등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길 바랍니다.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창작자로서의 도전 정신이 자취를 감추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그러니 계속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넓어요.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여러 창작자와 연결되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8 bits Vase›, 2021

라피디타스는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누군가에게 기억되거나, 혹은 엄청난 대작을 남기고픈 열망은 없어요. 경쾌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배우려고 하는 편이죠. 동시에, 조금 엉뚱한 상상도 하는데요. 3~4000년 후 미래 인류가 21세기 유적을 발굴할 수도 있잖아요. 그들이 라피디타스 도자기를 발견한다면, 박물관 같은 곳에 모시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현재 두 분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복잡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싶어요. 가족과 친구와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저희의 예술적인 근육을 계속 기르고 싶습니다. 지금 같이 사는 고양이들과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또 언젠가는 서울에서 라피디타스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봐요!

‹Smile funeral urn›, 2022

Artist

라피디타스 스튜디오Rapiditas Studio는 Rayla와 David가 운영하는 세라믹 공방이다. 그들의 작업은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중국 홍콩, 대만 타이페이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영국의 유력 언론 «가디언»에서 기사로 다룬 바 있으며, 2022년과 2023년 이탈리아 그로탈리에 IT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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