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돌, 나무, 금속 등의 재료. 깎기, 새기기, 빚기 등의 기법. 말로의 비너스, 다비드, 생각하는 사람 등의 작품까지. ‘조각’을 떠올리면 실과 바늘처럼 따라오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 어찌 보면 오랜 전통이고, 달리 보면 선입견인 이런 관점이 너무 낡은 건 아닐까? 그에 대해 조각의 현재와 그 이후를 외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젊은 작가 17명이 참여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조각충동»은 12년 전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린 «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 이후 조각을 전면에 내세운 특별한 전시다.
미술관 1층과 2층 공간 모두를 대범하게 활용한 전시는 다양성이 넘친다.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을 재해석해 조각 그 자체에 대해 탐구한 작품, 작가의 신체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 노동자 간의 연대를 꿈꾸는 작품 등 주제 의식부터 다채롭다. 재료와 표현도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낸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 이케아 테이블과 우레탄 폼을 활용하고, 더 나아가 가상 세계에서 데이터 조각을 모아 3D로 표현하며 기어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조각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조각이란 무엇일 수 있을까?”
열일곱이나 되는 많은 작가가 참여했지만, 전혀 난삽하지 않고 각자 주인공이 되어 관객의 시선을 강탈한다. 천장을 매개로 1층과 2층을 물리적으로 관통하는 듯한 작품, 한 방을 가득 채운 거대한 돌덩이 같은 작품을 보면 전시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한 영민함과 세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작품에 생동하는 물성은 원초적인 즐거움을 부르는 미덕이다. 그러므로 꼭 현장에서 대면하길 권한다. 비대면 시기에 쌓인 응어리를 한 방에 터뜨리는 쾌감이 기다린다. 큐레이터, 작가, 공간의 합이 딱 맞아떨어진 덕분에 보면 볼수록 경쾌함이 배가하는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