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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만드는 사람

Writer: Pei-Yu
header_Pei Yu(dogmilktea)_dogmilk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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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활동하는 페이유 작가는 6년 전부터 창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엿이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안과 행복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답니다. 이런 그를 지탱한 건 바로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자기 일을 ‘행복 만들기’로 정의하는 페이유 작가는 다른 이들이 그의 작업을 통해 행복한 추억과 미소, 따뜻하고 사랑받는 느낌, 평화로운 기쁨을 얻길 마음 깊이 기원해요. 사람마다 능력이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고, 성공의 일부는 운에 달렸기 때문에 노력을 강조하는데요. 끈기 있게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포텐이 터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오롯이 믿는 용기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페이유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01_Pei Yu(dogmilktea), ‹welcome my bread world›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페이유Pei-Yu입니다. ‘해피Happ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본명보다 해피라고 더 자주 불러요. 사실 해피는 제가 그리는 강아지 이름인데요. 가끔 사람이 되기도 하는 이 친구의 내면은 본질적으로 저와 무척 닮았어요. 현재 ‘도그밀크티dogmilktea’라는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액세서리, 홈웨어 등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지난 2018년 대학생일 때부터 창작자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초심을 유지하며 그림을 그리고, 찰흙을 반죽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어요. 그 후 진 이벤트, 마켓 활동 등에 참여하며 조금씩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게 된 마음 기저에는 단순히 저 자신이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했어요. 예명이 ‘행복(happy)’인 이유에요. 학창 시절, 세상과 인생, 미래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많이 겪었어요. 쉽게 말해, 우울하고 불만이 많았죠.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철학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됐고, 저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더욱더 밝은 사람이 되었어요. 명랑해졌다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의 평화를 얻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02_PeiYu, ‹light me up collection 02›, ‹314days lover-Mrs. fries›

 (좌) ‹light me up collection 02›


(우) ‹314days lover-Mrs. fries›

03_Pei Yu(dogmilktea), ‹book a love today›

‹book a love today›

04_Pei-Yudogmilktea-‹our-faith›

‹our faith›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약 2~3년 전에 독립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12㎡ 정도 되는 작고 단순한 공간이지만 꼭 필요한 곳은 모두 갖추고 있답니다! 천장이 높고, 유리창이 커서 채광이 참 좋아요. 덕분에 외출을 자주 하지 않게 되네요. (웃음) 사실 제가 필요한 작업 공간은 무척 단순해요. 가끔 큼지막한 작업을 만들 수 있는 적당한 테이블과 이동하기에 충분하면 되거든요. 키가 큰 캐비닛 3개에 온갖 재료가 가득 들어있는데,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제게 딱입니다. 재료만 주어지면 언제든 만들고 싶은 걸 바로 실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베이킹을 좋아하는데 아직 전용 공간을 따로 갖추진 못했어요. 그래서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시도 중이에요.

05_Pei Yu(dogmilktea), 작업실 전경

작업실 전경

06_Pei Yu(dogmilktea), ‹a cup of happy›, 2023

‹a cup of happy›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이 모든 영감의 원천입니다. 저는 공원과 도서관을 무척 좋아해요. 책, 영화, 음악 이 모든 게 제게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친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많은 생각거리를 물어다 주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거의 없어요. 다양한 영감과 문득 떠오르는 발상을 노트에 적어두거든요. 영감 때문에 고민된다면 일기를 쓰고 생각을 기록하는 일을 시도해 보세요. 지속적으로 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07_Pei Yu(dogmilktea), ‹every small moment is a big treasure›, 2023

‹every small moment is a big treasure›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하고 싶은 게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잦아요. 그래서 만들면서 동시에 수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지는 대로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실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제 나름의 방법으로 흡수하면 꽤나 유용한 프로세스로 기능해요. 가끔은 초반에 이야기를 모두 완성하고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마치 시나리오를 쓴 후, 제가 배우와 감독 역할을 맡는 것과 비슷해요. 어찌 됐든 저는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08_Pei Yu(dogmilktea), ‹We are your Home, you’re not alone›.jpg

‹we are your home, you’re not alone›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포스터, 2024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얼마 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를 위해 레진과 복합 매체를 결합한 부조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이 반(半)입체 작업의 이름은 ‘공명(resonance)’인데요. 라면을 먹다가 친구를 바라볼 때, 우유 거품을 잔뜩 올린 밀크티를 마실 때 등등 제가 좋아하는 삶의 작은 순간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구성했어요. 최근에는 작년에 작업한 ‘라이트 미 업Light Me Up’이라는 이름의 작은 램프 홀더 컬렉션을 새롭게 제작 중이에요. 직접 실리콘 틀을 만들어 레진을 채우고 광택을 내어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쳐요. 저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바로 눈에 띄는 작은 사물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마치 ‘행복을 만드는 일’로 다가오거든요.

09_Pei Yu(dogmilktea),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10_Pei Yu(dogmilktea), ‹resonance›, 2024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11_Pei Yu(dogmilktea)_‹light me up collection 01›

‹light me up collection 01›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단순함과 순수함입니다. 올해로 창작자의 길을 걸은 지 6년 차에 접어들면서 초심을 생각하고 있어요. 창작을 업으로 삼아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가장 순수하게 저를 고양하는 창작 과정을 재발견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행복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해요. 창작자로서 창의성, 인식, 행복을 핵심 가치로 삼는 이유입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단계에 도달하면 작품을 완결짓는 편이에요. 물론 몇 년 후에 돌아보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 내리는 모든 결정을 믿으려고 노력합니다. 매번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큰 후회나 불만은 없어요. 사실 이런 확신과 자신감이야말로 작업할 때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12_Pei Yu(dogmilktea)_‹garden rose tour›

‹garden rose tour›

13_Pei Yu(dogmilktea)_‹garden rose tour›

‹garden rose tour›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꽤 루틴한 사람이에요. 운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요. (웃음) 보통 아침 8시 전에 일어나서 오전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메일에 답장하다 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요. 점심시간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요. 대학 다닐 때 ‹런닝맨›, K팝 아이돌 세븐틴이 나오는 ‹고잉 세븐틴Going Seventeen›의 찐팬이었어요. 이제 오후가 되면 일을 다시 시작하죠. 사실 저는 일중독에 가까워요. 때로는 저녁 9시가 넘어도 일하는 걸 멈추지 않거든요. 1~2년 전에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깨달았어요. 그전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특별히 약속을 잡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나이트클럽이나 술처럼 저를 유혹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밀크티에요. 시간이 나면 밀크티 가게에 가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겨요. 한국 사람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것처럼 대만 사람도 밀크티를 무척이나 애정한답니다. 혼자 살다 보니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세 끼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매번 새롭고 다른 면이 존재해요.

14_Pei Yu(dogmilktea)_‹my breakfast plate›,‹happy mochi›

(좌) ‹my breakfast plate›

(우) ‹happy mochi›

15_Pei Yu(dogmilktea)_‹happy cookie›

‹happy cookie›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최근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예술기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경험하고 싶어요. 아직 30살은 아니지만 이제 곧 문턱에 들어서거든요. 심신이 건강할 때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다양한 문화와 세계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스터디 투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으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에서 그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네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작업을 통해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게 최종적인 목표인데요.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서 맑고, 행복하고, 즐겁다는 반응을 보일 때면 놀라곤 해요. 특히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고 할 때요. 제 단편 만화를 본 분이라면 제가 늘 긍정적인 말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실 테니까요. 인생이란 항상 밝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어둡기만 하지도 않아요. 트라우마와 그늘진 부분을 포용하고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작년에 출간한 300페이지 분량의 단편만화집 『바이워드byword』은 인생의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길 권해요.

16_Pei Yu(dogmilktea)_『BYWORD』

『Byword』, 202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모든 창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부유한 집 자식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창작자가 윤택하게 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생 때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어요. 졸업 후에는 밀크티 가게 직원, 단기 미술 교사,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 인턴 등을 거치며 정규직으로 일한 적도 없고요. 그래서 창작을 업으로 삼아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불안한 마음이 컸답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는 건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일단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방향을 찾으니까 결국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자급자족을 꿈꾸게 되었네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제 작업관은 ‘나 그리고 행복’입니다. 제가 그려가는 이야기는 혼자만의 대화이기도, 함께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제가 중시하는 삶의 태도 중 첫 번째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자신을 알고 자아와 시간을 보내는 것, 세 번째는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17_Pei Yu(dogmilktea)_‹a bottle letter›

‹a bottle letter›

18_Pei Yu(dogmilktea)_‹a wish and a dream resin sculpture›

‹a wish and a drea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발전하는 노력이 중요해요! 사람마다 능력이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고, 인기를 얻는 그룹도 다릅니다. 때로는 운에 맡겨야 할 때도 있어요. 제가 이렇게 인터뷰하는 기회를 가진 것도 운명과 확률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 좌절하지 마세요. 노력의 흔적은 배신하지 않거든요.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며 과정을 즐기시길 바라요.

19_Pei Yu(dogmilktea)_‹moon river›

‹moon river›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사람들이 제 작업을 통해 행복한 추억과 미소, 따뜻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때론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조금 더 큰 공간을 확보해서 일상과 일이 너무 붙지 않고 조금 더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더 자주 접촉하고 싶고요. 더 많은 곳을 방문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제가 만든 작업은 종종 저를 생각하지 못했던 먼 나라로 데려가고,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도와줘요. 정말 마법 같은 일이죠. 배움 이외에도 더 큰 규모의 조각품을 만들고 더 많은 곳에서 전시나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흥미로운 협업 기회가 있다면 꼭 초대해 주세요!

Artist

페이유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해피’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책 쓰기, 그림 그리기, 조각,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때로는 베이킹에 전념한다. ‘dogmilktea’라는 작은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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